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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는 매년 48개 글로벌 도시의 종합 경쟁력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는데 2024년에는 런던, 뉴욕, 그리고 암스테르담이 각각 1위, 2위, 7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 도시들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오랜 기간 최상위권을 유지해 온 이 도시들은 한 가지 특별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야간시장(Night Mayor) 제도를 도입한 도시라는 점이다, 이제 여기에 우리나라의 세종특별자치시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12월 세종시는 국내 최초로 야간부시장을 임명했다. 물론 직업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그것도 상징적인 의미로 임명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야간이라는 시간대를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큰 의의가 있다. 세종시의 야간부시장은 문화와 관광을 큰 축으로 야간특화 시책 발굴 및 추진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산하 문화관광재단 대표를 야간부시장으로 임명했다는 점에서 야간 문화도시로 도약하려는 세종시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동안 밤은 어둠, 암흑, 범죄 등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었지만,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 방식에서 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암스테르담이 야간시장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는데, 야간경제, 야간관광, 야간문화 등 야간정책을 기획하고 관리할 정책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후 런던은 ‘야간 황제(Night Czar)’를 도입하고,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구역을 ‘퍼플 플래그(Purple Flag)’로 지정해 관리하는 야간 경제구역 인증제를 운용했다.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은 야간문화를 전담할 독립부서(Office of Nightlife)와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파리, 시드니 등 주요 도시들이 야간관광과 야간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들이 앞다퉈 야간시장을 도입하고 야간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영국 야간산업협회(NTIA)에 따르면 영국의 야간경제 규모는 약 100조 원에 달하고 런던만 따로 놓고 보더라도 약 40조원에 이르며 2017년 기준 런던의 야간산업 종사자만 약 160만명이었다. 뉴욕시도 야간경제를 통해 약 19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약 22조원가량의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관광 실태조사 역시 야간관광 활성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야간관광을 하게 되면 자연히 체류시간이 늘어나므로 소비지출도 당일 여행에 비해 늘어나게 되는데 숙박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부산과 제주 등 국내 대표적인 관광도시들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야간관광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시 나가이 공원에서 운영되는 팀랩 보타니컬 가든을 둘러보고 왔다. 낮에는 평범한 식물원이지만 밤이 되면 다채로운 조명과 설치미술 작품으로 인해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밤이라는 시간적 특성이 더해주는 감성적인 분위기에 형형색색의 조명이 자아내는 시각적 효과가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곳을 둘러보면서 울산 남구가 자랑하는 장생포 수국정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남구는 미디어파사드 구축 등 장생포 일대에 야간관광 콘텐츠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콘텐츠의 질도 중요하지만 교통, 치안, 환경, 먹거리, 숙박 등 제반 요소를 더욱 넓은 시야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장생포 지역은 위치와 교통을 고려하면 도심에서 이동하기엔 제약이 있고, 마땅한 숙박 시설이 없어 관광객이 오랜 시간 체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관광객의 체류시간 연장을 위해 이동과 숙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야간을 즐기려는 사람, 야간에 일하는 사람, 야간을 관리하는 사람을 아우르는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야간경제와 야간관광 활성화에 야간부시장(부구청장) 도입이 필수조건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야간을 정책 대상으로 확장하려면 야간부시장 제도의 명암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정책 관리 체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