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뭐 만들라요?”
“응... 거 거시기...”
대답하면서 아내의 눈을 보니, 아~! 내가 정할 사항이 아니었다.
숱한 세월을 함께했는데 난 아직도 이렇게 눈치가 없다.
다음에 만들 가구는 아내가 이미 정해놓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번에 손님들 치루고 보니, 차탁은 있어야 쓰것습디다”
“그리고, 식탁옆에 보조탁자가 있어야 싱크대 위도 한갓지지라”
난 식탁 바로 옆 계단아래 창고문이 없어서 항상 신경이 쓰였는데,
그 딴건 안중에 없나보다.
흐~~ 말만하믄 뚝딱 나오는가? 내 깐엔 좀 고급지게 만들고 싶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섬세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데, 서두르란다.
2년전 쯤에 구해놓은 파덕으로, 피죽부분을 살리는 우드슬랩 비스므리하게
만들기로 하고 꺼내보았다.
이런!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사 올 때도 박스에 싸둔채 그냥
가져와서 확인을 안했었다. 이제 자세히 보니 벌레구멍에 곰팡이에 말도
안나왔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지금까지 20년 넘은 다리미를 안버리는
아내의 서방님이다. 어떻게든 건져보자.
이 대목에서 내 뒤통수에 대고 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 넘어갈리 없다.
“비싼 나무를 잘 좀 챙겨놓지... 아까워서 어쩐다요!”
나도 아깝지만, 아내는 더더욱 아까워한다.
안그래도 빨강색을 좋아하는데 아니 그러는게 이상한 일이겠다.
변질된 부분들을 추리고 보니, 어찌저찌 잘라 붙여쓰면 예상한 크기보다
작지만 그런대로 쓸 만하겠다.
그로인해 상판은 세 조각이 만났다. 살대들도 부족하니 미세한 금이 있는
것도 쓰고, 에이프런의 부족한 부분은 오크로 대신했다.
그런 이유로 상세한 사진은 아예 찍지도 않았다.


만들어 놓으니 텅빈 거실에 동백꽃처럼 산뜻하다.
아내 - [매우흡족] - 빨강 것에는 항상 점수를 후하게 줌.
그런데! 우와~ 이 빨간나무 파덕은 다루기 무척 까다로웠다.
샌딩할때 쿨피스 색감나는 피죽을 자꾸 물들여서 에어로 불어가면서
했더니, 작업장을 온통 붉은 먼지로 덮었다.
근다고 빨래버린다며 밖에서 문을 쾅 닫는다. 무조건 모른척 한다.
오일 먹일때도 적백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서 칠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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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보조탁자다. 36mm각재로 900×900×900 짜리다.
요즘 유행하는 아일랜드식이 아닌 그냥 식탁옆 탁자다.
폼 좀 내보려고 위쪽은 삼방연귀로 하고, 아래연결은 제비초리 맞춤으로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실습교육을 받지 못했다.
역시 컴퓨터 앞에 두 스승을 모시고 열심히 이미지트레이닝부터 한다.
그런 다음 스케치업으로 그리고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자신감을 키운다.

집짓고 남은 2×6 스프러스를 자르고 켜서 각목 몇개 만들어서 연습해 본다.
흐... 틈도 많고 안쪽 맞물림의 꽉찬 정도도 뭔가 5% 부족하다.
소프트우드라서 그럴거야... 주특기인 긍정적해석으로 자위하고 부재를
만든다. 역시 오~올~레드오크다. 판재도 이제 집성하는데 질났다.
“뭔 쬐그만 기계가 200이 넘는다요?”
집성이란걸 처음 하던 때, 반문같은 부정문 한 소리에 내 도미노는 아직도
유럽에 있다.
괜시리 가르쳐서 바꾸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내 가구니까 그래도 본드는 좋은 걸로 써야제” 하면서 미주알 고주알
진짜 친환경은 이런데서 부터 하는거라고 겁나 아는 체 했기 때문에,
지금껏 타본1,2,3 모두 갖춰 놓고 쓴다. 비싸봤자... 하고 쓴다.
가끔 방울방울 흘러 내리는거 보면 무자게 아깝다. 나도 짠쟁이 되어간다.
역시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각재들을 공정별로 추려 놓고 제일 만만한
제비초리부터 톱질한다. 칼금이 잘 안보여서 그 위로 연필을 긋는다.
숙달된 조교가 아니다 보니 하나씩 작업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딱 88.8%의 만족도를 보이고 제비는 둥지로 모셔뒀다.,
톱질도 손에 좀 익었것다, 이제 대망의 삼방연귀를 썰어 본다.
하면서 이거 어떻게 기계로 안되나? 전에도 했던 생각을 몇 번이나 다시
되뇌면서 스르렁 슬렁 톱질한다.
끌질 – 연장탓 무지했다. 좋은 호이닝가이드로 날도 잘 갈았건만, 우째
이렇게 끌질이 안될까? 알고 있는 답이었다. 연습부족! 실전부족!
성질을 죽였다. 아내한테 하듯이 많이 포기했다. 차분하자. 또 참자.
덕분에 준비한 각재 16개중 하나는 성하게 남았다.
각재 뽑는 김에 여분으로 한조 더 챙겼는데 – 즉, 이때 이미 실패의 확률을
높이 잡았다는 것이리라 - 하나라도 성한 것 남겼으니 잘한걸껴...
집성한 판재를 끼울 홈을 파는데 오크도 하드우드라고 한가닥 성질한다.
모두 다 내탓이오 하면서 트리머 미는 속도를 줄인다.
“이리와서 좀 잡아주소”
“좀 이따가요. 나 빨래하고 널고라.”
‘고 노무 빨래는 하루종일 한댜? 어쩌다 좀 쓸라하니’... 속엣말이다.
옛날 같았으면 “오라믄 오지, 그것이 바뻐?”
하면 내키지 않았어도 “알앗써라~”하고 왔었는데,
“이렇게 된게 언제부터였을까...?“
굳이 기억해 낼 필요없는 의문이 떠오르지 않도록 누르면서 빨래 끝나기를
기다린다.
우선 눕혀서 가조립 해본다.
벽면은 앞쪽과 식탁쪽만 있고, 나머지 공간은 오픈이다.
그 안에 전자레인지며 토스터 등이 들어가니 문이 없는게 효율적이다.
지금 보니까, 저렇게 잡동사니가 쌓인게 보이느니 부분적이라도 여닫이를
할까 싶다. - 지금 생각하고 한참있다가 꼭 만들 필요있나 하며 안만든다 -
“그냥 나사로 박아서 만들지 벨시럽게 만드네. 누가 알아주긴 한다요?”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다고 말했건만, 기다림에 지쳤는지 빈정댄다.
“나중에 사방탁자 만들 때 다 필요한 기술이라 습득해야해“
“집에 있는디, 그런걸 왜 또 만들어요? 팔라고라?”
그 말로 멋지게 만들어 보려던 사방탁자 - 사방으로 쪼개져 날라가부렀다 -


보조탁자가 마르는 동안 아이디어 하나를 실천한다.
현관코너에 차열쇠등을 놓을 수 있게 작은 소품을 만드는데, 부재는
일전에 의자사선을 따고 남은 기다란 삼각형 조각들이다.
당시엔 그냥 아까워서 따로 챙겼는데, 마침 이걸로 만들 기특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번 디자인은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들을 보아
오면서 저장한 모방성과 가지고 있는 재료와의 결합이다.
가능한 단순하면서 삼각형의 느낌을 살려서 날씬한 자태를 살려 보고자 했다.
작업의 난이도는 없지만, 전체적인 라인의 비율을 고심한 덕에 기대했듯이
아내에게서 예상 이상의 엄청난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 이브로망~ -
아내 모르게 작업할 필요도 있음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 손에 쥐풀리면 또 올림 -
첫댓글 아무래도 가구점 하나 열어야겠네요. 완벽한 장인의 솜씨를 갖추셨고만. 저 열쇠선반은 세계에 딱 하나뿐인 명품이네요. 알콩달콩 커플 노시는 양태도 귀엽고라~ㅋㅋ
아직 멀었다오. 어쨌든 아내는 못해봅니다. 당연? 아뒤어에 칭찬해주니 따블감사~^^
열쇠선반 선물받고 시퍼요 ㅋㅋ 옆지기가 엄청부러운거 아실랑가요^^
으허헉! 코너선반을 탐내시다뉘!
자투리로 만든건데 의자 더 만들어야겠네여? 메롱~^^
야!~~~다 진짜죠잉 진짜나무 -요즘엔 꼭 진짜처럼생긴 가짜들이 많아서 ㅎㅎ로 만든 가구를 보니 존경스럽습니다요
요즘 힘드셔도 하루하루가 보람차시겠네요 건강살피면서 하세요
아무래도 원목으로 작업해야 건강상 좋지요^^ 아직 건강하답니다.. 땡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