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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관세장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관세란 물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경우 세관을 통과하는 화물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통상 외국에서 수입되는 물건들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데, 그 정도가 심할 경우 관세장벽(tariff-barrier) 또는 관세보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입품에 부과 되는 관세는 목적에 따라 상계 관세와 보복관세로 나눌 수 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그 나라의 수출 산업에 지원하는 수출 장려금 또는 수출 보조금을 상쇄하기 위한 관세를 말하고, 보복 관세는 상대국이 자국의 수출품에 대해 차별 대우를 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관세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관세는 보호관세로서 사용되는데, 보호관세는 국제경쟁력이 없는 국내산업 부문이 외국 상품의 수입에 의하여 직, 간접으로 현저한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할 목적으로 실시된다. 그런데 자국의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폭적이고 광범위하게 관세를 부과하면 여러 가지 폐해가 생긴다. 첫째 상호관세를 통해 상대국의 수출을 억압하면 국제무역은 점차로 한정되어 국제 분업의 이익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 둘째 국내의 생산자나 소비자는 관세만큼 높은 원자재나 소비재를 구입해야 함으로써 생산비용이 그만큼 올라가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의 생계비 부담이 증가함으로써 임금인상 요구가 커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지난 2월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공약이었던 포괄적 관세명령에 서명했다. 이 관세명령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25%,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높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대국이 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율을 더 올릴 수 있는 보복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가 미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불법이민과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명령이 발표되자 이들 3개국은 즉각 반격하고 나섰다. 멕시코는 보복조치인 플랜 B를, 캐나다는 보복관세 25% 부과를, 중국은 WTO 제소를 들고 나왔다.
미국의 포괄적 관세명령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한국기업들의 주요 생산기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단가가 증가하여 수출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부품 등 중간재에 대한 공급망(Supply Chain)을 위축시켜 국내 생산비용 및 수출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관세명령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에는 수출이 연간 400억 달러 이상 줄어들고, 국내총생산(GDP)이 0.29~0.69%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등 부가가치세 제도를 가진 나라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미 관세를 대부분 없앴으나, 부가세 제도를 운용 중인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2일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자동차에 대하여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혀 국내 자동차업계와 수출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9.1%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액은 347.4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가격 인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결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그러지 않아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미국의 보복관세가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기업과 정부, 정치권 등이 힘을 합쳐 전 방위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세계은행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복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기존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p)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보복관세로 무역 전쟁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0.5~1.1%p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시장의 다각화, 산업구조조정, 무역협상 강화 등 가능한 모든 정책적 대응을 적극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