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쉰셋인 남편이 과거를 보러 갔다.
한 번 실패를 맛보았기에 더욱 날밤을 새며 매진했는데 공부도 때가 있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깊이 다가오는 시절이다.
워드프로세스 이론과 실기 시험을 위해 방학도 반납하고 이론은 집에서 실기는 학원에 등록하여 공부하였다.
어젯밤을 꼴딱 새고 갔는데 졸지나 않을지, 보았던 문제에서 나오길 기도하고 있다.
시험은 언제나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한다.
실패와 성공의 확실한 잣대가 주어지기에 더욱 힘든 것이리라.
승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점수라 하니 자격을 취득해야겠지만 밤늦도록 책상에 앉아 중얼중얼 염불하는 남편을 보니 조금 남자의 멋을 느꼈다.
갈지자를 그으며 집으로 돌아와 콩팔칠팔 할 때보다 멋있었다.
어딘가에 몰두하는 모습은 곰보도 미인으로 보이고 째보도 미남으로 만드는 것일까.
새벽 잠결에 듣는 사각사각 책장 넘어가는 소리, 참 듣기 좋다.
황홀하기까지 하다.
대학 시절, 50권이나 되는 문학서적을 할부로 사서 방학인데도 시골집으로 내려오지 않고 라면으로 연명하며 책속에 빠졌던 그때가 문득 떠오른다.
청년의 문학지는 목마른 나의 마음을 밤낮으로 푹 적셔주었다.
누군가가 그리울 때도 누군가가 미울 때도 책은 나를 떠나지 않고 늘 가슴에 손바닥에 지문처럼 남아주었다.
그리하였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듯하다.
아마, 그 혼돈의 시간에 책이라는 든든한 벗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하여도 아찔하다.
그때처럼 책속에 빠져 새벽을 맞이하던 시간들이 지금은 없다.
방학하고 더욱 게으른 생활 탓인지 책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책은 나를 너를 지워내고 우주와 삶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를 보게 하는 좋은 방관자인데 공상과 걸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오늘부터 나를 다시 책의 길로 들어서게 해야겠다.
오전 10시부터 시험은 시작된다 했다.
지금쯤 절반은 풀어놓았겠지.
쉰셋의 나이로 날밤을 새운 남편에게 세상의 잣대보다 먼저 자격증을 부여하고 싶다.
멋진 남자, 자격증을!
첫댓글 나 지금 서울에서 교육중인데 그 시험 꼭 합격하도록 힘 보탤께.
아자아자~ 축! 합격!
덕분에 합격했다!
서울까지나 가서 교육받는구나. 감기조심해라. 서울은 몸과 마음이 늘 추운 곳이더라. 일수에서 삼수로 이름바꿔야겠다. 지금 코골며 잔다.
삼수한테 이름 로열티 내야된다.
아, 다행이네.
이제 승진만 남았구나.
그것도 내가 힘 보탤께.^^
아자아자~ 축! 승진!!
갈길은 멀다,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