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J대의 정보통신·자동차전기·컴퓨터정보학과 교수 6명은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학교를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 학과마다 정원이 50∼60명인데 올해 신입생을 10명씩도 채우지 못하자 아예 없애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대학은 지난해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교수들에게 신입생 20명씩을 모집하라고 할당하면서 `신입생 10명 이하인 학과는 폐지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선발한 신입생은 정원(1천1백60명)의 58%인 6백69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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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연간 예산도 최근 2년새 50% 가까이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대학 교수는 "한 가지라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밤새워 노력했는데 이제 와서 신입생 부족의 책임을 왜 애꿎은 교수들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이 대학뿐만 아니다. 경북 C대학은 지난해 학기 초부터 교수들에게 `수업은 나중에 하고 신입생 모집부터 하라`고 주문했다. 교수 한 사람이 지역 고교 3∼4개씩을 맡아 돌아다녀야 했다. "정원을 못 채우거나 이 일이 싫으면 나가라"라는 강압적인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많은 지방 대학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신입생 모집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그나마 뽑은 학생들마저 수도권 대학에 편입해 학교를 떠나면서 지방대의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가 21일 발표한 `2003학년도 대입 최종 등록현황`에 따르면 전국 1백99개 4년제 대학이 3만5천6백81명(입학정원의 9.4%)을 못 채웠다(별표 참조). 이는 2002학년도 미충원 인원 2만7천1백82명보다 8천4백99백명이 늘어난 것으로 입시 사상 가장 많은 수치다.
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1백56개 전문대가 지난달 말 신입생 모집을 끝낸 결과 전체 모집정원 28만5천8백69명의 17.6%인 5만1백72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미충원 인원 2만2천8백58명(미충원율 7.7%)보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학생수 부족은 결국 대학 재정 고갈로 이어져 상당수 대학은 존폐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그동안 학생 수가 다소 줄어도 대학들이 근근이 버텨왔으나 대입 희망자보다 정원이 더 많은 `대입 정원 역전` 첫 해인 올해 이후 미충원 인원이 급증하게 되면 재정 감소에 따른 타격이 심해지면서 문닫는 대학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 지방대학의 부학장도 "등록률이 90%는 넘어야 손익 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면서 "등록률이 갈수록 떨어져 내년부터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대학가에도 인수 및 합병(M&A)열풍이 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