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본의 한 대학 졸업식을 구경하였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대학과 가장 큰 차이점은 3일에 걸쳐서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문학부 졸업식이고, 내일과 모레는 다른 학부 졸업식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만에 다 해치우는 데, 이 차이점은 큰 것같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4학년 학생은 약 700명이 조금 넘는 것같습니다.
그러니까 한 장소에 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졸업식, 이라는 것은
모든 졸업생들이 다 들어가서 함께
그야말로 의례, 의식을 하는 것입니다.
까운은 학부생과 석사학위를 받는 학생은
안 입고, 박사학위 수여자만 까운과 모자를 썼습니다.
학부와 석사는 남자는 양복 정장이고
여학생은 기모노차림입니다/
평소 기모노와는 달리
겉치마를 더 입는 것이 특이하였습니다.
겉치마를 안 입는 것이 더 이쁘게
보였는데
아마도 날씨 추워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일본 사람들은 좀 연설이 긴 것같습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니까,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잠이 와서 꾸벅꾸벅 졸다가 했는데
감동스런 장면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연단 중앙에서 학장이나 총장 같은 분이 연설을 하는데
연단 가에서
여선생님 한분이 수화 통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청중 중에서
청각장애를 가지신 분이 얼마나 계신지 알 수 없지만
그 배려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감동은
식을 마치고 였습니다.
연단의 어르신들, 약 30명 정도가 연단을 내려와서 연단 아래에서
횡대로 일렬을 지어서 서시더니
졸업생들이 앞줄 부터 일어나서 뒤돌아서
식장을 나설 때까지
박수를 치는 것입니다.
박수로서 졸업생들을 환송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높은 어른들이 먼저 나가시고
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박수를 쳐드리는 일이 보통이 아닌가 합니다.
아니, 우리는 아예
졸업식에서 의식에 참여하는 학생은 소수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다 참여하자니, 그렇게 다 들어갈 장소도 없고
졸업식이라는 것이
식보다도
사진 찍고 축하하는 것이 위주이지요.
꽃다발이나 화환은
우리보다 적게 주는 것같습니다.
주기는 합니다만 ,
식장에서 나오니까
축하하러 온 후배들이 줄을 서서
축하하고 사진도 찍고 합니다.
기숙사 후배들은 선배를 축하한다고
스모 선수 복장으로
아직 찬 바람이 부는 날씨인데
---
레슬링부 졸업생은 복면을
쓴 채 후배들에게 무등이 태워지고 있었습니다.
학부 안에서도 다시 학과별로
학생을 모아서는
또 몇 분 교수님들이 연설을 하시고
학생들에게 학위기를 나누어주시고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도 한 통씩 넣어서
줍니다.
무슨 기념품, 학과에서 나오는 논묹닙이나 잡지, 소식지 등을
한 권씩 넣어서 줍니다.
확실히 우리는 의례나 의식이라는 것은
붕괴된 느낌인데
일본은 그 의식이 법대로 살아있는 것같습니다.
교수들도 우리의 경우에는 졸업식에 안 와도 되고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보직 교수가 아니라면 ---
하지만 일본에서는 교수님들이 다 참석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지도학생에게 학위기를 수여해야 하니까요.
그러고 나서
자기 지도학생들이 준비해 주는 사은회에 참여하게 된답니다.
사은회는 저녁에 시내 식당에서 하고, 학생들이 회비를 냅니다.
우리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사은회를 하였으나
이제는 안 하는 것같습니다.
하긴 우리는 교수입장에서 볼 때
사은회를 안 받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합니다.
취지도 안 되어있고
진로도 정해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듣고
밥을 얻어 먹는 것이 적잖이 힘들었거든요.
물론 일본의 대학들도 대학마다
여러가지로 차이는 있으리라 봅니다만 ---
오늘 한 대학에서
졸업식 구경을 하였습니다.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첫댓글 선생님 건강히 지내고 계신지요. 일본은 잘 다녀오셨나요? 저는 강원도에서 지내다가 부산과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졸업식의 모습 감동적이네요 저라면 아마 울었을것입니다. 한국 졸업식은 요즘 무미건조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요. 저도 졸업식때 그냥 친구들이랑 사진찍고 밥먹고 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부산에 있었을때 졸업식을 단대별로 진행해서 일주일동안 했었습니다. 동국대 졸업식 보고는 이 많은 인원을 하루 만에 졸업시키다니!!하고 놀랬었답니다. 나무아미타불
아직 일본입니다. 귀국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옷을 가볍게 입고 다니면서, 떠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날씨가 쌀쌀합니다. 어제 오늘은 햇살이 좀 나서, 빨래가 마르는 것같아요. 습기가 많아서, 창문에서 물이 떨어지는 정도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전 아직도 일본에 가본적도 없네요 ........
이번 여름에는, 아마도 7월초에는 저희 연구소에서 하는 제10회 일본불교사강좌기행이 있을 예정입니다. 시코쿠 쪽으로 갑니다. 그때 동참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