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모산 자락에서 나무를 가꾸시던
- 류정득 선생님으로 부터
- 꽃중에 가장 향기로운 꽃이 으름나무 꽃이란 말을 들었지만,
- 직접보니 향기는 물론 기품있는 색깔도 그만입니다.
이렇게 고운 꽃을 저는 왜 지끔껏 몰랐을까요.
그 날은 비가 내렸지만
향기는 아직도 제 주변을 감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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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으로 들어서니 뒷 정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가운데 동그란 것은 선생님의 작품 겉터진항아리 사진을
- 오려 붙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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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방에 들어 오시는 분들이 밖의 풍경에 취하여
- 자꾸 얼굴을 내어밀다가
- 유리에 부딫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붙였다네요.
- ㅎㅎ~ 사실은 저도 그럴뻔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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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오른쪽 위쪽에 원뿔모양의 새집이 보이지요?
- 선생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으로,
- 그 안에 모이들 넣어두면 새들이 날아와 먹고 간답니다.
- 겨울철에는 가장 손님이 분비는 곳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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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풍경입니다.
손수 만드신 벽난로와 십자고상, 그 아래
깨뜨린 도자기무더기 사진과 작업하시는 선생님 사진이 보여요.
어느 팬이 찍어서 보내주셨다는 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도자기가 완성되어도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깨뜨려
여러 점 구워도 작품 한,두 점 건지기가 어려웠다네요.
자신의 작품에 엄격하신 선생님의 인품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뒤를 이어
도예를 하고 있는 둘째아들 철우님이
실험용으로 구워놓은 도자기 샘풀입니다.
컵 한 개에 두 가지씩 밑에 실험번호가 써 있었어요.
젊은 사람이 어려운 공부를하고 쉽지않은 도공의 길에 뛰어든것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스러움이 느껴지는 방안 풍경
안채 아래로 작업장 (항아리 아래 회색 지붕)이 있고,
그 왼쪽으로 오름새 가마가 있습니다.
비스듬이 보이는 가마의 붉은 지붕.
안채와 가마의 지붕만 붉었습니다.
안채 앞뜰엔 선생님과 부인 송여사님이 공들여 가꾼
수목들과 옛 물건들이 정취를 더해줍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우람하게 큰 항아리,
무엇에 쓰던 것인지 보는 사람을 압도했습니다.
안채가 있는 곳에서 저 계단을 내려오면
맞은편에 선생님의 작업실이 있습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선생님의 작업실 내부입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다 멈춘 그대로
3년 가까운 세월을 머금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달항아리도 있고
가톨릭 성물도...
성수그릇의 모습이 간절합니다.
그리고 다소곳한 여인상도.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여인, 일그러진 그릇.
저들은 그분의 손길을 기억하겠지요.
- 드디어 만나게 된 오름새 가마.
- 손수 만드신 아름다운 가마의 모습이
-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 앞에 보이는 둥근 지붕이 여섯 계단에 걸쳐있고,
- 앞쪽과 옆에 아궁이가 있지요.
- 측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 자기를 구울 때는 지금은 막혀있는 곳으로도
- 장작을 넣어 불을 땐답니다.
- 또 작품을 꺼낼때도 이 아궁이을 열고 한다네요.
- 보이는 벽돌들도 선생님이 손수 찍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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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우님의 작업실 뒤로
- 모여있는 항아리가 사랑스럽네요.
- 이 댁엔 항아리가 참 많았습니다.
- 철우님과 이종수 선생님의 작업실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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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님의 작업실
달항아리들이 여럿 자리를 잡고 있어요.
- 모란이 피었습니다.
- 사실 제가 서둘러 이곳에 온 것은
- 사모님으로부터 모란이 피었다는 전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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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모란은 핑계였고,
- 내면에는 용지리 가마가 주체였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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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크고 화려한 아름다운 모란이었습니다.
- 영랑이 좋아했던 모란,
- 선덕여왕의 일화가 담긴 모란.
- 이종수, 송경자님 부부가 아껴온 모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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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가 어루만지고 지나가서
더욱 아름다운 모란입니다.
- 이슬비는 모란에게
- 무슨 말을 하고 떠났는지 잠깐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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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두화도 곱게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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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만하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 이종수 도예가님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합니다. 인명사전에 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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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 도예가, 전 이화여대 교수
- 1935년 1월 1일 (대전광역시) - 2008년 8월 6일
-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학사
- 수상 2008년 문화의 달 보관문화훈장
2008년 대전광역시 시민대상 등 다수
- 2008년 10.18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추서
<달을 품은 어머니전: 아주 미술관>
작가는 우리의 정서를 조선시대 달항아리 백자에서 찾는데 그 속에는 넉넉함과 푸근함 그리고 당당함이 느껴져 우리의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듯 하다. 도예가 이종수의 작품은 고유의 질박한 아름다움과 은은함으로 그의 예술인생을 이야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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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수 도예전 : 겨울열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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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립미술관 2008.4.25~8.3 간 있었고,
- 선생님은 그 전시 마감 사흘 후에 타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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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당시 '디트뉴스 24'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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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작 '마음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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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심심하다. 형태도 색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한참을 들여다보고, 보고 또 보면 그처럼 편안하고 정다울 수가 없다. 수다스럽지 않은 질박함과 소박함 그러나 결코 단아한 품위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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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는 불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다.”
1935년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76년부터 이화여대 미대 교수를 역임하다가 79년에 교수직을 사임하고 돌연 전업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대 도예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스 가마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흙벽 오름새 가마(여러 칸의 가마)를 만들고 마치 옛 도공처럼 작업을 하는 모습은 그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한 모습이다.
이종수작 '잔설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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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작품들은 주로 백자 범주이면서 순색, 유백색 또는 엷은 갈색조 효과로 구워지거나 또는 연한 청회색조로 밝게 소성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표면을 광택 혹은 무광택으로 조절하며 작가의 미감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 가운데는 기형과 표면질감을 현대적 조형미로 창출하여 현대도예의 자유로운 창작성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고, 불에 따른 유약 소성과정의 자연적 결과를 계산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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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선생님의 도자기와 그분의 삶이 아주 흡사하다고
말씀 하십니다.
소박하고 겸손하며 지극히 아름다웠다고...
저는 보는 눈도 없고 그에대한 지식도 없지만
둘째 아들 이철우님께서
어른의 뜻과 솜씨를 이어 좋은 작가가 될것을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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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비가 붉은 지붕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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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가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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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들 위로 차분차분히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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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조용한 미소를 머금으신 30여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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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뵙던 젊은 선생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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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되고 진솔한 삶을 살고 가신 분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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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예술에 열과 성을 다한 분의 이름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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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하고 소박하나 기품있는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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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가신 뒷모습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 어른의 작품을 곱게 간직할 미술관이
어서 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저는 용지리 붉은 지붕과 작별했습니다.
첫댓글 모란을 보러가셨다가 으름나무꽃을 보시고 도자기를 보시다가 불의 예술에 혹하셨군요. 용지리를 다녀온 듯 마음이 열리고 꽃 향기가 뇌에 기억됩니다. 뇌가 코보다 더 냄새에 민감하다고 합니다. 기억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데 저는 벌써 큰 일 날 일 자꾸 생깁니다. 기억땜에...... . 꽃보다 향기로운 님이란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런걸 보고 연상력이라고 하는 거지요?
이것이 저것을 저것이 그것을 자꾸 이끌어 내며 생각하게 하는 것.
큰일 날 일? 다른 말로하면 열심히 산다는 뜻으로 나쁘지 않은 현상이지만, 몸은 상하지 않아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시는 봄비님!
그 체력과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요? 신선한 산채를 듬뿍 먹고 저도 기운을 북돋아야겠습니다.
(위에서 주고 받은 두 분의 아름다운 감성에 찬물을 끼얹는 들미소!ㅋㅋ)
모란꽃을 보니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시' 가 떠오릅니다. 아련한 어느 님과 함께...
모처럼 늦은 시간에 여기서 만나니 옛 생각이 납니다. 아련한 어느 님? 영랑 시가 사람 여럿 아프게... ㅎ~
요즘 무슨 까닭인지 낮이건 밤이건 잠이 파도처럼 쏱아져서 정신 줄 놓을 지경인데,
엉뚱한 문자에 잠 깨서 뭐 좀 찾아보러 왔더니 들미소가 있네요. 보고 싶어라.
정말 못말리는 철인 봄비님 ! 동서남북을 주유하는 모습 부럽기도 하요이다. 그림과 자기,그리고 봄비님 마음을 헤아리며 즐겁게 감상 하리다.
금산은 대전과 아주 가까운 곳이랍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으름나무 꽃을 처음 보았습니다.
저 꽃이 맞지요? 보통의 덩쿨 식물에서 피는 꽃과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뭐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