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원전 4호기와 한빛원전 2호기의 원자로 용접점검부위가 지난 30년간 엉터리로 관리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고리원전 2호기 침수 등 원전의 안전평가와 현장 안전점검 과정에서의 허점이 연이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 지난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4호기와 한빛 2호기가 각각 앞서 만들어진 고리 3호기와 한빛 1호기의 설계도로 용접점검부위를 검사, 안전점검대상인 17개 부분 중 2개 부분을 30년간 점검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계획예방정비 중인 고리원전 4호기의 경우 실제 용접부위를 초음파탐상검사해서 안전성을 확인한 반면, 한빛 2호기는 5일 가동을 중단한 뒤 안정성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 경수로원전의 원자로 압력용기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연료를 담고 있다. 따라서 용접부위 균열 등을 면밀히 점검해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원자로 내부 환경을 살펴보면, 320도씨와 150기압, 붕산수 등의 환경으로, 고온고압과 화학적인 부식에 취약하다. 따라서 균열 가능성이 높은 용접부위를 점검하는 것은 원자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만약 갑작스러운 열 충격 및 외부충격 등을 견디지 못하고 원자로 압력용기가 파손된다면 최악의 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핵심 원전 기기의 안전점검이 지난 30년 동안 엉터리로 진행해 왔다는 것을 이제야 확인한 것이다.
◯ 이번 일은 원전 안전점검이 그동안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은 앞서 만들어진 원전(고리 3호기, 한빛 1호기) 설계도로 다른 원전의 안전점검을 했다는 사실만 발표 했을 뿐,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자신들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성급히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고,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 확인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
◯ 더불어 지난 1999년에 제기되었으나 제대로 확인되지 못한 일명 ‘도둑용접’이라고 불리던 ‘미확인용접’ 문제에 대한 조사도 시급하다. ‘미확인용접’은 설계오류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설계변경을 통해 정상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작업자들이 설계에 없는 용접작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다. 설계 변경을 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고, 이로 인해 공사기간이 지연되면 원전 발전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연구원이 현장검사 도중 우연히 미확인용접부위를 발견했지만 근본적인 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덮어졌다.그러나 원전의 특수한 가동 환경 상 안전점검 시에 용접부위를 집중 관리하는데 설계도상에 없는 용접 부위는 안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점검되지 못한 미확인용접부위에서 만약 균열이 확대되어 갑작스런 파손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원전 안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 우리나라 원전 가동 역사는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역사였다. 그동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인 상황이다. 독립적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이제 겨우 3년이고 아직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고리원전 2호기 침수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통과시킨 안전평가와 현장 안전점검에서 허점이 발견되고 있다. 211mm에도 침수되지 않는 시설이 117mm 강우에도 침수되었고 케이블 밀봉 상태를 점검과정에서 놓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30년간 엉뚱한 설계도면으로 원자로 용접점검을 해 온 것이다. 안전점검의 허점이 연일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40년간 부실하게 진행된 안전점검의 실태를 전면적이고 근본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2014년 9월 5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시재 장재연 지영선 사무총장 염형철
▶ 환경운동연합 논평(2014. 9. 5) http://kfem.or.kr/?p=59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