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연일 불볕더위로 기승을 올리고 있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어디로 가서 더위를 피할까? 생각에 잠기다 가까운 곳이라고는 그 곳밖에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은 그렇다치더라도 더운 열기를 뿜어내며 달려가는 자동차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가는 길에 길가 나무그늘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어여쁜 두 여인네를 태웠다. 어떻게 태웠냐고? 예전처럼‘야! 타’가 아니라 정말로 순수한 동기에서 발단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이라고?
그녀들이 차를 세웠고(그녀들이 이 글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서는...ㅋㅋ), 우리의 행선지가 옥천사라고 하였더니 기꺼이 동행에 나선 것이었다.
예쁜 손님을 태웠으니 평소 혼자 자동차를 운전할 때보다 당연히 신경이 더 쓰이기 마련이었다. 백미러를 보는 것도 불편하였다. 왜냐면 거울로 몰래 그녀들을 훔쳐라도 보는지 오해를 살까봐서...
조심 조심...나 혼자 같으면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날아 넘었을 테지만 그럴 수가 없어 자연스레 브레이크를 밟곤 하였다.
지나는 길가 농작물들은 계속된 가뭄으로 안타깝게도 거의 타들어가고 있었다. 물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예를 들면, 옥수수라든지, 오이 등은 잎이 말라들고 있었고, 그래도 척박한 토양과 더위에 강한 콩이나 깨 등은 강한 생명력으로 그나마 잘 버티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가물면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다.
농사는 역시 벼만한 것이 없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어느 정도 기온이 올라가면 생장적정 기온을 벗어나 한동안 주춤거리며 기온이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벼는 고온 다습한 기후를 좋아하여 더운 날씨에 물 공급만 잘되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벼들이 수잉기를 맞이하여 높은 온도와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넓은 벌판을 바라보면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농부들이 피땀 흘려 가꾸어 놓은 곡식들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그런대로 분위기도 좋고 이런 저런 생각과 떨리는 마음으로(ㅎㅎ)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차는 옥천사 가까이 다다르고 있었다. 나는 차를 어디에다 주차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지난번처럼 차를 사찰 근처까지 가지고 가려면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복잡 할 것이고, 입장권을 사야하는데 그러자면...(계산 복잡해진다. 그냥 밀어 붙이라고?)
그래도 예의상 너저시 묻기를 차를 어디다 두고 가는 것이 좋겠느냐? 하였더니 다행이도 매표소 아래 공용주차장으로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나무 그늘을 찾아 빈자리에 주차시키고 지난번에 자리를 잡았던 개울가 정자를 향하여 걸어 올라갔다. 그런데 몇 곳의 정자마다 먼저 온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선점하고 있었다.
그 중 사람이 적은 정자하나를 골라 비집고 자리를 잡아 그들이 비켜주면 우리가 통째로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내친다는 못된...) 같이 간 사람들을 그곳에 남겨둔 채 나는 카메라를 메고 사찰을 향하여 올라갔다.
길목에는 빈틈없이 주차된 수많은 차들의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건너편 숲속에서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매표소 입구에 다다르니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주차관리를 하고 있었다. 올라가는 차량, 내려오는 차량들을 통제하면서 사람 숫자에 맞추어 입장권을 구입토록 안내를 하는데 매우 친절하고 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나는 젊잖게 그에게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저 위에서 누가 좀 보자고 하는데 입장권을 구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랬더니 그는 나의 얼굴을 보고서는 친절한 목소리로 답변을 하는 것이었다.
“아! 그러세요. 그냥 올라가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흘러내리는 카메라 가방끈을 치켜 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참! 영리한 사람이로고 역시 통하기는 하는구나!’ 하고 나름 흐뭇한 미소를 머금어 보면서...
처음부터 나는 입장권을 살 마음이 없었다. 지난번에도 이곳을 왔었다가 매표소 입구에서 차를 돌리고 말았었다. 예전엔 받지 않았던 입장료를 언젠가부터 받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사실 관계자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지 모르겠지만 이곳 사찰이라는 곳이 규모도 작고하여 별로 볼만한 것이 없고 계곡이래야 물이 많지 않아 그저 작은 도랑 같은 계곡 형태에다 물소리 졸졸거리는 형국이다. 그리고 그 시끄럽던 이상하게 매미소리는 왜 안들리지?
그래서 나는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은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저것이 아닐 터, 한여름 피서객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사찰근처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인두세를 받겠다는 것인데...
하여간 나야 공짜로 입장을 하였으니 부처님이 어떻고 뭐고 따질 형편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마음은 내가 이곳을 한두 번 와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계곡에 발 담그지도 않을 것인데 입장료를 낸다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던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댈 그 무엇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며 산길을 오르는데 저만치 앞에서 트럭한대가 길 가운데 서있었다. 다가가보니 타이어 펑크가 난 것이 아니라 쇼바가 왕창 내려앉아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대목에선 군대시절 자동차 정비를 배울 때의 기억이 난다. 병과가 포병이라 6개월의 훈련병 기간 중 차량정비까지 교육을 받아야 하였었는데, 그 교관님 우리더러 부품이름을 말해보라고 하면서...그땐 승용차도 별로 없던 시절이라 차에는 문외한들...틀리면 커다란 렌치로 머리통을...에휴! 커다란 혹이 났었다. 다를 예외 없이..그래도 옛 추억...
참! 쇼바라는 말은 일본식 표현식이고 영어로는 쇽업소버(Shock Absober)라고 하는데, 다행이 주변에 공터가 많아 다른 차들이 피해가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중생들이 하도 많아 부처님의 공덕을 미처 받지 못하였나? ㅋㅋ...
절간으로 올라가는 입구 길가에는 아예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누웠다. 별 볼거리도 없고, 계곡엔 흐르는 물이 별로라 잠시 퐁당거리면 흙탕물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입장료 본전이나 뽑자는 속셈???
아니면 그네들이 천상에서 내려 온다고 믿으며 인도 갠지스강에다 몸 담그는...죄지은 사람, 질병 있거나 불구인 사람들이 자신이 정화된다고 설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테고...
하여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경내로 들어서니 무더위로 지열이 솟아 후끈거린다. 주변을 둘러보고 부처님은 이 무더위에 잘 계시는지 대웅전을 올려다보니 그분께서는 여전하시다.
부처님은 땀도 흘리지 않으시는데 사람들이 더위를 못 참고 허덕대며 야단들이다. 이럴 땐 부처님처럼 한자리에 앉아 가만히 있는 것도 좋은 피서법인데...
앞마당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을 한바가지 들이켰다. 시주도 못하였는데 얻어 먹으려니 뒤통수가 가려웠다. 그래도 하찮은 이 미물이 비록 공짜로 입장하였으되 부처님은 나의 맘을 아실터, 이 무더위에 예까지 다녀감을 어여삐 여기시지는 않으실는지...
무성한 편백나무 숲을 뒤로하고 아담하게 자리 잡은 고찰의 모습을 담고자 길가에까지 누운 사람들을 피해가며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계곡을 내려왔다. 계곡 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카메라를 들이댔다가는 초상권 침해니 뭐니하며 자칫 맛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예 처음부터 포기를 하고 말았다.
동료(어느 새?)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그곳을 점령하지 못하고 대신 이미 다른 정자를 독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더러 다른 것들만 찍지 말고 자신들도 한 컷해 달라나. 그것도 강아지까지...나원참!
못할 것도 없지만 요즘 사람들은 무슨 스타기질들이 있는지 사진을 찍을 땐 별별 모양새를 낸답시고 난리들인데 막상 결과물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예전같이 사진을 인화해 부쳐줄 수도 없고, 그럼 누구더러 보라고? 나더러 혼자 감상하라고?
사진을 찍고나서 그녀들이 나에게 물었다.
"돈 내고 입장하셨어요?"
"아니요. 위에서 누가 보자고 한다고 하였더니 그냥 가라고 하던데요."
"참! 거짓말도 귀신같이 잘하시네요. 말만하고 들어가고."
"거짓말은 안했어요. 누구라는 애기는 안해도 위에서 누가 보자고 한다고 했으니. 나는 그게 부처님이란 생각을 했거든요. 허허"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정자바닥이 더워서 싫다고 내려가잔다. 하잔 대로 할 수밖에는. 다시 차를 몰아 왔던 길을 되돌아오다 연꽃핀 저수지를 지날즈음 나더러 선심쓰며 작가님이시니 연꽃 사진 몇컷이라도 찍으라나...암! 시키는대로 합지요.
그래도 세상엔 영원한 공짜는 없는가 보다.
나는 옥천사 사진을 올려 세상사람들이 보게 해 줄 것이고, 나는 먼저 그녀들에게로부터 차태워 준 대가로 시골장터 근처에 차를 세우고 아이스 바를 얻어먹었다. 두 개를 연거푸 먹고 나니 한층 더위가 가신 듯했다. 그런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적당한 장소에서 그녀들을 내려주고선 ∼아듀!˝
아무튼 무더운 여름이다. 지난주엔 그래도 가끔 소나기라도 뿌려주더니 이젠 하늘도 더위를 먹은 양 비 내려 주시는 것을 잊어버렸나보다. 이러다 정말 다 죽고 말 것 같다. 식물이며, 동물이...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며 오늘도 남은 시간들을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정말 우리들을 둘러싼 기후라는 생활환경이 어떻게 무섭게 변해 갈지에 대한 두려움이 머리속에 남았다.
첫댓글 언제봐도 글에 어울리는 사진의 구도와 주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면 좋을텐데요~~
감사합니다. 아마추어로서의 한계를 알아야겠지요.
날씨가 너무 무덥습니다. 저는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견딜만 하구요.ㅋㅋ 건강 잘 지키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