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저렴하고 영양가 풍부한 달걀. 이만큼 ‘만만한’ 식재료가 있을까. 달걀은 다루는 이에 따라 최고의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오믈렛. 구름처럼 부드럽게 씹히는 오믈렛을 맛본다면 달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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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로 빨리 만드는 요리, 오믈렛
눈앞에 달걀 한 판이 있다면 어떻게 요리해서 먹을 것인가? 날로 먹거나 프라이를 하거나 또는 삶거나 수란으로 먹는 방법이 있겠다. 아니면 달걀말이, 달걀국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그야말로 팔색조 식재료다. 게다가 단백질 풍부한 ‘완전식품’이니 주머니 가벼울 때 이보다 더 든든한 음식이 없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하얗고 둥근 형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식재료이지만 달걀을 다루는 능력에 따라 요리 솜씨가 판가름 나기도 한다.
특히 도톰한 타원형의 럭비공 모양으로 만든 오믈렛이 그 판단 기준이 된다. 자칫 방심하면 딱딱해지기 십상이기 때문. 기본에 충실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오믈렛이 특히 부드럽고, 서양 음식 조리시험 과정에 오믈렛 만들기가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오믈렛이란, 달걀을 풀어 얇게 부친 것에 육류와 채소, 어패류 등을 잘게 썰어 볶아서 얹은 요리다.
유래도 재미있다. 스페인 왕이 수행원을 데리고 지방을 갔다가 허기를 느꼈다. 수행원은 근처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서 ‘아무 음식이라도 좋으니 최대한 빨리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했고, 그 집 주인은 달걀을 풀어 재빨리 팬에 볶아 왕에게 올렸다.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본 왕의 말, “정말 빠른 남자군!(Quel homme lest!)”. 그 ‘오믈레스트’가 훗날 오믈렛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첫 번째 유래다. 두 번째는 라틴어 달걀구이ovemel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솜씨 좋은 셰프가 만든 오믈렛은 먹음직스러운 연갈색을 띠며 표면이 매끄럽고 부드럽다. 한입 베어 물면 폭신폭신한 것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오믈렛이 맛있으려면 일단 재료가 신선해야 한다. 그다음 불의 세기, 불 끄는 타이밍, 달걀로 모양을 잡는 기술이 관건이다. 오믈렛은 부드러운 질감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달걀을 풀 때 생크림이나 우유, 요구르트 등을 더하면 한결 촉촉해지고 충분히 휘저어야 공기가 많이 들어가 부드럽다. 달걀을 붓기 전 팬은 뜨겁게 달구어 식용유를 넉넉하게 붓는다. 달걀을 올린 다음에는 익는 정도를 잘 살펴야 한다. 익기 전에 불을 줄이고 얼른 모양을 잡아야 속이 부들부들한 오믈렛이 된다. 프랑스인들은 특히 반숙에 가까울 정도의 오믈렛을 선호한다. 이태원에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 ‘르생텍스’(02-795-2465)에서는 이따금 브런치 메뉴로 홈메이드 스타일의 오믈렛을 선보인다.
손에 익은 프라이팬이 관건 정석대로 만드는 서양 음식으로 소문난 ‘오키친’(02-744-6420)에서는 리코타 치즈를 듬뿍 넣은 오믈렛을 맛볼 수 있는데 다진 허브를 곁들여 향긋하다. 파르메산이나 블루, 체다 치즈 등은 향이 강하므로 양을 잘 조절하도록. 치즈 외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양하다. 햄·치킨·쇠고기 등 육류, 여러 가지 해산물, 토마토·아스파라거스·감자 등의 채소까지 대부분의 재료를 이용할 수 있다. 오믈렛은 팬 하나로 완성하는 간편한 요리다. 프라이팬은 지름 22cm 크기의 코팅 프라이팬이 가장 편리하다. 들었을 때 가벼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식용유를 ‘들이붓지’ 않아도 달걀이 바닥에 들러붙지 않는다. 사실 길이 잘 든 주물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여 만드는 오믈렛이 가장 맛있다. 주물은 재질의 성질상 열 함유율이 높아서 불을 끄고 남은 온기로 요리를 할 정도다. 요리 잘하는 이라면 하나쯤 갖길 원하는 것이 주물 팬인데 길을 잘 들여서 사용해야 한다. 익숙해져서 팬이 불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본능적으로 익혀야 한다. 손에 익숙하지 않은 주물 프라이팬은 요리를 실패할 확률이 크다. 아직 6월이지만 한낮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로 덥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여름의 문턱에서 손쉽게 별미를 준비하고 싶다면, 달걀 하나로 화려한 식탁을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소 넣는 방법에 따른 네 가지 형태의 오믈렛 오믈렛 하면 오므라이스처럼 동그랗게 말아서 케첩을 뿌린 음식만 떠올리는 것은 아닌지. 내용물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오믈렛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1 재료가 완전히 다 보이게 쌓는다 일명 ‘오픈 오믈렛’이다. 달걀 푼 것을 평평하게 부치고 소를 따로 준비한다. 크레이프처럼 얇게 부쳐 소가 보이게 접는 것도 오픈 오믈렛에 해당한다. 남은 파스타를 소로 사용하는 것도 아이디어. 연어나 쇠고기 스테이크 등을 오믈렛과 함께 낼 때는 팬케이크처럼 겹쳐서 낼 수도 있다. 또는 지름 10cm 크기로 부쳐 쌓아 올려도 앙증맞다.
2 달걀 위에 재료를 올려 돌돌 만다 분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므라이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프라이팬에 달걀 푼 물을 얇고 넓게 펼쳐 부친 다음 윗부분이 익기 전에 재료를 올려 럭비공 모양이 되도록 달걀을 오므린다. 이때 달걀이 두꺼우면 내용물을 쌀 때 모양 잡기가 힘들다. 모양이 잘 나오지 않으면 불에서 내린 다음에 키친타월로 모양을 잡아도 된다.
3 오믈렛에 칼집을 넣어 소를 넣는다 달걀 푼 것만을 럭비공 모양으로 만들어 윗면 곳곳에 칼집을 낸 뒤 소스에 무친 내용물을 넣으면 된다. 이때 소를 많이 넣으면 밖으로 비어져 나와 보기에 좋지 않으니 양을 조절하도록 한다. 평평하고 깊이가 3cm가량 되는 팬에 달걀 푼 것을 붓고 살짝 익힌 다음 감자나 브로콜리, 베이컨 등을 곳곳에 꽂아 마저 익히는 방법도 있다.
4 달걀 푼 것에 재료를 넣어 함께 익힌다 달걀 푼 것에 여러 가지 재료를 잘게 썰어 넣어 부치는 방법은 종종 사용하면서도 이게 ‘오믈렛’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전이나 빈대떡 등도 크게 보면 오믈렛에 속한다. 재료를 넣을 때 우유나 녹인 버터 등을 약간 넣으면 더욱 부드러워진다.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지지는데 깨지지 않도록 한 번에 뒤집는다.
빠지면 섭섭한 오믈렛 소스
케첩 없이 먹는 오므라이스는 왠지 삶은 달걀 빠진 비빔냉면을 먹는 듯 심심하다. 케첩 외에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오믈렛 소스 두 가지를 소개한다. 그레이비 소스와 사워크림 소스다. 그레이비 소스는 프라이팬에 버터와 중력분을 같은 양으로 넣고 갈색이 나도록 볶다가 육수를 조금씩 넣어 덩어리가 생기지 않게 젓는다.
그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으면 완성. 취향에 따라 시중에서 파는 돈가스 소스와 섞어도 맛있다. 사워크림 소스는 맛이 상큼해서 담백한 달걀과 잘 어울린다. 사워크림에 우유를 섞으면서 되직한 정도를 살핀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 다음 딜이나 민트 등의 허브를 잘게 다져 넣으면 된다.
만들기 1 볼에 달걀과 설탕을 넣고 전기 거품기로 충분히 거품을 낸다(사진 1). 2 박력분은 체에 내린다. 박력분에 소금과 바닐라액을 넣고 ①의 달걀을 두 번에 나누어 섞는다. 3 베이킹팬에 ②를 지름 10~12cm 크기의 원으로 편다(사진 2). 175℃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5분 동안 굽는다. 뜨거울 때 꺼내어 동그랗게 모양이 잡히도록 밀대로 살짝 만다. 4 완전히 식으면 아이스크림을 올려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