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을 내려와 한강변을 서쪽으로 달리면 행주산성이
나타난다. 우리가 달리는 주말 잔차의 기본 코스이다. 창릉천을 따라 위로 조금 오르면 나즈막한 동산에 한정식 레스토랑 '木香'이 있다. 고려의
무장이었던 이성계가 1388년 5월 위화도 회군을 하는 중에 삼송리 숯돌고개에 이르렀다. 그 때 하늘 위를 날던 기러기 한 마리가 이성계의 옷에
똥을 싸버렸다. 활쏘기의 명수였던 이성계가 자신에게 똥을 갈기고 날아가던 기러기에게 화살을 날렸다. 이성계의 화살을 맞은 기러기가 떨어진
곳이 지금 목향이 자리잡은 동산이었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 동산 이름에 기러기 雁자를 붙여서 안산(雁山)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고려왕조에 불충한 이성계가 못마땅했던 누군가가 크게는 못하고 이 정도의 이야기를 지어내어 소심한 새똥 정도를 날렸던 것일까?
木香의 여주인 되시는 분은 몇 해 전부터 우리 부부에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언제라도 문간에 있는 커피를 타서 마시라고 인심을 베풀고 있다. 푸른 잔디가 깔린 목향의 안뜰에서 보면 동쪽으로는
창릉천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강매마을이 바로 코 앞에 보인다. 더운 여름 날씨에 강바람이 불었다. 마을 안에서 낮닭이 울고, 강고산 숲에서는
뻐꾸기도 울었다. 서투르지만, 목향에서 바라본 한낮의 강매마을 풍경을 짧은 글로 그려 보았다. - 2014년 7월 5일
낮닭이 길게 여러
홰를 울더니
강고산 숲에서 뻐꾸기도 울었다.
나이 든
포플라들이 흔들리면서
매미들이 더해 숨가쁘게 울어
대었다.
마을 텃밭 하얀 양파꽃들이 조용히
초여름 지친 하품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