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해오던 '조기' 영어교육을 2008년부터 1학년으로 '확대'해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구 시내 초등학교에는 644명의 교과전담교사가 있다. 이 중 교육대학에서 해당 교과목 심화과정을 거친 비율은 21.6%로 139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다시 교과별로 세분해서 살펴보면, 미술은 교과전담교사 44명 중 단 8명이 교육대학에서 미술과 심화과정을 거쳐 18.3%에 불과하고, 체육은 153명 중 34명으로 22.3%에 불과하며, 음악은 152명 중 36명으로 23.7%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에 교육부가 조기교육을 확대하겠다는 영어 과목은 274명의 교과전담교사가 있는데 그 중 21.8%인 60명만 심화과정을 거쳤다. 기타 교과는 21명 중 1명으로 4.8%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현재, 영어교과 전담교사 중에서 최소한 교육대학에서 영어교육 심화과정을 거친 교사는 21.8%에 불과하다. 앞으로 교육부가 이를 확대해서 1학년부터 실시하게 되면 영어를 가르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교사의 비율은 더욱 낮아져 15%대 이하가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는 심각한 학습권 침해이며, 가르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영어조기교육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학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전시행정을 펼치겠다는 정치적 의도로, 이는 잘못된 교육정책이다.
교사들이 학생들 가르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준비는 아마도 교사 자격증일 터이다. 교사 자격증은 대학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칠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초등학교 영어교과 전담교사의 78%가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육대학에서 심화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영어 조기교육의 부실을 단적으로 증언한다.
영어 조기 교육의 확대를 위해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당국은 최고의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연구와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해 확정적인 결론을 내려주어야 한다. 학부모들의 섣부른 요구에 부응하여 정치적으로 전시행정을 펼쳐 아이들의 장래에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중학교에도 있다. 대구 시내 중학교에는 자신이 대학에서 전공하여 교사자격증을 받은 교과목이 아닌, 생소한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56명 있다. 이른바 상치과목 교사들이다. 이 56명이 자신의 전공이 아닌 교과목을 가르치는 시간은 모두 주당 220시간으로 1인당 4시간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고교 교사들은 사범대학을 다니면서 분명한 자기 전공이 있고, 교사자격증에도 담당과목이 나타나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국어교사가 한문도 가르치고, 한문교사가 국어도 가르치고… 이 경우가 가장 흔한 상치교사의 예이다. 56명 중에서 18명이 이 경우이다. 그 외에는 과학교사나 기술과목 교사가 컴퓨터를 가르치는 경우인데 12명 있다. 도덕과 사회 과목을 서로 바꿔서 가르치는 경우도 5명 있다.
그러나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알아도 가르치기는 어려운데,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가르치나? 한문교사는 국어를 가르칠 능력이 없고, 국어교사는 한문을 가르칠 능력이 없으며, 과학교사나 기술교사는 컴퓨터를 가르칠 능력이 없다. 그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간혹 전공이 아닌 교과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보기 드문 교사가 있다 하더라도 그가 전공 아닌 교과를 가르치는 일은 자격증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교사 양성제도와 임용제도 하에서는 불법이다.
특별한 학교의 예를 든다면, 도덕교사가 맡아야 할 수업시간이 많다고 해서 영어교사, 또 다른 영어교사, 수학교사, 사회교사, 이렇게 4명이 도덕교사가 가르치고 남은 4학급에 각각 주당 1시간씩 모두 4시간에 걸쳐 도덕 수업을 한다. 과연 이 4학급의 학생들은 도덕 수업이 될까? 어불성설이다. 학생들의 학습권이 이토록 공공연하게, 학교를 경영하는 학교장과 교사들의 편의대로 침해받는 일은 즉시 없어져야 한다.
중학교 상치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은 학교 간 교사조정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순회교사나 겸무교사를 잘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고, 단위학교에서는 특정 과목의 특정 교사에게 약간 많은 수업시수가 돌아가면 그 대신 업무부담 등을 해소해주는 반대급부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교사들은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교과목은 맡지 않아야 한다. 이를 강요하는 교육청의 지시는 부당한 것이므로 학생들을 생각해서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참교사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