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권정생 선생님 3주기 추모 행사장에 참석했다. 참석하고 싶기도 했지만 후환이 두려워서라도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3주기 추모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는데 추모식마저 참석하지 않다가는 안모 사무처장이 삐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나랑 비슷한 입장의 지인들도 몇 명 있었는데 행사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은 안모 사무처장에게 눈도장을 받는 일이었다. 물론 추모식에는 나처럼 눈도장이나 받으려는 목적이 아닌, 진정으로 권정생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그 뜻을 이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 3주기는 여러 모로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사무처에서 여러모로 노력하여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을 확인하였고, 유족들의 소재도 파악하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지명과 선생님 외가가 있던 곳으로 ‘몽실언니’ 문학기행 행사도 가졌고, 추모식에는 권정생 선생님의 유족들도 참석하였다. 선생님의 집 빌뱅이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조탑리 탑 주변에서는 추모 음악회도 열렸고, 동화 그림 원화 전시회도 열렸다. 지역의 국회의원, 시장까지 행사장에 참석했는데 두 분은 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념관 건립에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재단에서 기념관을 건립하고자 하는 곳은 폐교가 된 일직 남부초등학교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몽실언니’의 무대인 노루실에 위치하고 있다. 시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으니 기념관 건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회의원, 시장 두 분의 인사말에서 느낀 것은 기념관에 상당한 재정을 들여 아주 멋있게 만들 생각인 것 같다. 좋긴 한데 권정생 선생님이라면 그런 으리으리한 기념관을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공공기관이 권정생 선생님을 문화콘텐츠로 접근하는 측면이 큰 것 같아 조금 걱정도 되었다. 추모식 마지막의 ‘엄마 까투리’ 애니메이션 설명에서 ‘권정생’을 문화콘텐츠로 접근한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문화콘텐츠에 대해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권정생 선생님을 추모하는 이유는 그분의 겸손하고 실천하는 삶, 낮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었을 터인데 둘 사이에 뭔가 거리가 느껴졌다. 추모식이 끝나고 제1회 권정생창작기금 수여식이 있었다. 수상작은 이시백 작가의 ‘누가 말을 죽였을까’였다. 칠백만원의 기금을 받게 될 이시백 작가의 수혜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추모식에서 느끼던 내적 의문을 덮고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소감이었다. 추모식 뒤풀이 말미에 잠시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시백 작가에게 보내는 축하인사들을 요약하면 “인자, 이시백이는 똥 돼?다.”였다. 조만간 그의 수상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소감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권정생 선생님 3주기 추모식 후기를 마무리한다.
제 인생은 똥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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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동에 사노라면 - 구름에 뿌리 내리기 원문보기 글쓴이: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