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 10시 50분에 떠나는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다. 흔들리는 차장밖으로는 칡흑같은 어둠뿐,
잠시 눈을 붙이고는 싶지만, 찌그덕 그리는 버스의 소음때문에 쉽지가 않다.
유별나게 민감한 이 놈의 성갹탓으로...
새벽 3시 공룡나라 휴게소에 들린 버스는 장기 대기 태세다.
새벽 5시 통영항만여객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소매물도로는 7시에 여객선이 출항한단다.
버스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이 버스는 "외도로 가야한다"고 떠드는 바람에 깼다. 여객터미널에 들어 가니
여행객들만 서성인다. 잠시 의자에 누워서 또 깜빡 잠이 들었다가 티켓 끊는 소리에 일어나서 줄을 섰는데 어느새 터미널
밖까지 장사진이다.
여객운임이 물경 왕복 25200원,
장난이 아니다.
오늘따라 1m 이상의 높은 파로로 마치 로울러스케이팅하듯이 1시간 반 동안 재미있게 흔들리고 나니 눈 앞에 소매물도
선착장이 보인다. 관리하는 사람들이 거친 말투로 빨리 내리라고 호통을 친다. 아니 버스기사도 무식하면서도 배운것 없는
말투로 뭐라고 소리치더니만 이 사람까지 반말 비슷하게 뭐라고 소리지르다니 도대체 이 사람들은 모두들 왜 이 모양이란
말인가. 그 참.
돌아 가는 배가 12시 30분에 있다고 하니 4시간 만에 이 섬을 샅샅이 뒤지고 일주한 후에 등대섬까지 갔다가 돌아와야만 한다.
계산상으로는 시간상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시간처럼 보인다.
몇 가구 없지만, 펜션을 짓느라고 어수선한 마을 뒤로 망태봉을 향해서 오르는데, 안부 좀 못미쳐에 폐분교가 있다. 옛 날에는 학생들이 있었다지만, 이제는 저 아래 포구 마을에 있는 햐얀집 펜션에서 관리한다고 쓰여 있었다.
송림이 있는 그늘막에 들어 가니 일망무제로 남해, 아니 남태평양의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참으로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해외로 해외로 나가기만 한다.
가 보았자 한국만큼 아름다운 곳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망태봉을 돌아서 등대섬으로 내려가는 길은 거의 70 ~ 80도 경사길이다. 한눈에도 아찔하지만, 그렇게 험하지는 않는관계로 크게
문제없이 갈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다로 내려가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잘 조성되어 있어서 길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게 보인다.
내려가자 마침 통통배 한 척이 들어오는데 돌멍게 및 해삼을 한 자루 잡아서 내려놓고 있기에 자연산을 먹자는 계산에서 한 접시를 주문했지만, 이 아저씨 '그러마' 하고는 자기일만 한다. 일단 주문해 놓고 하얀 등대가 있는 등대섬으로 가기 위해서 50m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협목으로 갔다. 하지만 날을 잘 못 잡았는가 보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거의 없는 것같았던 협목의 몽돌밭 물길도 실제로 보니까 30 ~ 50cm깊이의 물길이였고, 그나마 이 물이 완전히 빠져서 신발을 버리지 않고 건너 갈려면 12시까지 기다려야만 한다고 선장이 말한다. 성질 급한 사람은 옷을 버리면서 까지 건너 갔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아직까지 필요성을 못느꼈기에 그냥 바라만 보고 돌아 나왔다. 바로 앞이 하얀 등대가 있는 등대섬이건만.
이 등대섬은 일제 시대인 1917년 8월 5일 최초로 점등했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날은 고종이 죽은 날이다. 참으로 공고롭지만. 그 당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등대를 만들었다니, 역시 일본놈들은 장인정신이 대단한 것 같았다. 16m 높이의 하얀 콘크리트 구조물인 이 등대는 주변 자연경관과 잘 조화를 이루어 아주 고풍스러울뿐만 아니라 48km까지 불빛을 비추기 때문에 남해안을 지나는 선박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어찌나 주위 풍광과 멋들어지게 어울리는지 한참동안 넋놓고 쳐다보고 있다가 왔다. 그 당시에 이같이 아름다운 등대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 후 누가 만들어 놓은지는 모르겠지만, 등대 아래에 조성한 인공 조형물(숙소 및 관리동인듯 하다)은 너무나 자연과 괴리되어 있어서 철거하고 픈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째 다들 생각이 그리도 짧은지....
이 등대섬 좌안 끝에는 글씽이굴이 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처음으로 중국을 천하통일한 始皇 瀛政이 萬古千年 동안 젊음을 유지하면서 나라를 반석에 올려 놓고자 道士들로 하여금 長生不死仙藥을 구하게 하였고, 이 長生不死 妙藥을 얻고자 연단술사인 서불은 동남동녀 3천명과 함께 해동으로 왔는데, 그 때 서불이 이곳을 지났다고 한다. 그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서 방장산(현 지리산)으로 가다가 이 곳의 경치에 醉해서 이곳에서 한 동안 유람하면서 "서불이 이 곳을 지나 갔다(徐弗過此)"라는 글을 새겨서 남겼다고 한다.
나는 이 글씨를 보고자 등대섬을 갈려고 한 것인데, 그만 물 때를 잘 못 만나서 할 수 없이 다음에 또다시 와야만 될 것같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건너가는 이 50m 협목의 물길은 하루에 두번 길이 열리는데 오늘은 좀 일찍와서 못건너 가게 되어서 참으로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조금전에 주문한 돌멍게집으로 왔더니만 그 때까지도 준비한다고 여념이 없기에 기다리자 지친 내가 물었다.
" 여보 선장,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됩니까? "라고 하니
10분만 더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러더니 아침에 우리랑 같은 배에 실려서 배달되어 온 그 스티로풀 박스를 떳어내더니만 그 속에서 멍게와 해삼과 개불을 조금 전에 바다에서 자기들이 잡아와서 담아 논 그 함지박 안에 같이 섞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면서 속으로 기가 막혔다. 아니 버젓이 나랑 아침에 같은 배에 실려온 서호시장에서 배달되어 온 그 중국산(중국산인지 양식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을 자연산으로 둔갑시키는 마술 쇼를 내가 보는 앞에서 하고 있다니. 누가 이 좁은 협곡 안에서 선장의 고깃배를 보고 먹으면서 자기가 자연산이 아닌 족보도 없는 회감을 먹었다고 생각이나 하겠는가? 아무리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그렇지, 안 잡히면 팔지를 말어야지...
일 순간에 기가 막힌다.
심산 유곡에서는 모두들 중국산 나물을 현지산에서 채취했다고 속이면서 팔고 있고,
바닷가에서는 고갯배 옆에서 현지 바다에서 잡았다고 하면서 중국산인지 양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산이라고 속여서
버젓이 팔고들 있으니, 모르면 약이고 알면 병이라고, 어디 그것을 버젓이 보고서 먹을 맛이 나겠는가?
미련없이 돌아서서 나오는데, 그동안 기다린 시간이 참으로 아깝다.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볼 수 있었을텐데...
돌아 나오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그 선장이 그렇게 주지않고 꼼지락 거린 것도 다 이유가 있는듯 하였다. 자기가 보아하니
방금 갓 잡은 돌멍게를 알 정도로 바닷사람 빰칠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속여서 팔 수는 없을 것같고, 그렇다고
돌멍게만 주자니 이윤이 없을뿐만 아니라 자연산이 모두 없어져서 그만큼 이 다음 토.일요일(7일과 8일) 장사에 영향을 끼칠 것 같고 하니 안파는게 제일인데, 저 사람이 바로 가지를 않으니 시간을 질질 끈 것이리라.
으악새가 한 창 피어 오르고 있는 산구릉을 돌아 나가니 등대섬을 마주한 공룡바위가 나타난다. 마치 제주도의 섭지코지를 그대로 축소해온듯한 해안절벽 옆에 이제 공룡이 막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의 바위가 보는 눈을 휘동그러지게 만든다. 위험천만한 공룡 머리 위로 오르니 천애절벽 아래로 잉크빛 남해바다의 푸른물결이 출렁이고, 저 아래 잠수함 모형의 바위 위에는 인간들이 개미 모양 꼼지락 거리면서 따개비 모양 붙어서 바다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니 거대한 촛대바위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촛대바위 아래에는물개 새끼가 젓을 달라고 막 어미 물개에게 재롱을 뜨는듯한 모습의 바위가 있다. 그 옆으로는 잉크빛과 짙은 제이드 색 및 엹은 연두빛의 바닷물이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고, 이 바위들을 모두 합치니 거대한 병풍 바위가 되면서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병품처럼 감싸고 돌아 나간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동화같은 풍경이다.그래서 사람들이 이 섬을 잊지못해서 찾아오는가 보다.
매물도란 이름은 섬전체의 모습이 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고 해서 처음에는 마미도라 불리웠는데, 이것이 매미도가 되었고 또 훗 날 세월이 가면서 매미도가 매물도로 되었다고 한다. 이 매물도는 당산제와 중당제로 이어지는 장제의 전 한려수도의 경관과 남매바위를 비롯한 기암과 등대섬으로 유명하며, 청정해역으로 해산물이 아주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첫 주민들은 1870년 경 김해 김씨가 소매물도에 가면 해산물이 많아서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주하여 정착해서 살았다고 한다.
이국적인 멋이 가득한 등대섬 전경은 소매물도 제일의 볼거리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이 섬은 하루에 두 번 본 섬과의 길을 열어주는 몽돌밭이 있으며, 이 '모세의 기적의 바닷길'은 소매물도에서 더 선명하게 볼 수가 있다.
여객선장의 말로는 소매물도를 찾는 관광객 중에선 이미 이곳의 정취를 느껴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의 진한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 다시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매물도나 등대섬은 어디랄 것고 없는 천혜의 갯바위 낚시터인데, 봄.여름에는 참돔, 농어, 볼락 등이 많이 잡힌다.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07시 11시, 14시에 소매물도 가는 배가 있으며, 운임은 왕복 25200원이다.
서호어시장을 들렸다.
작년에 왔을 때보다 시장이 많이 죽어 있었으며 활기를 잃어 가고 있었고 해산물도 별로 없었다. 둘러 보니 자연산 전복이 있어서 물어보니 1kg에 13만원이라고 한다. 좀 전에 소매물도에선 10만원 정도였는데 비싸다. 물론 백화점에 비하면 싸겠지만.
말린 새우를 살려고 건어물 가게에 들렸더니 1되에 3천원이란다. 맛을 보니 국내산 같지가 않아서 " 어, 이거 국내산 맞아요? " 라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아니요. 북한산이예요."라고 말한다. 이제 국내산, 그것도 자연산으로는 구해서 사먹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단, 하나,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소매물도에서 직접 말려서 팔고 있는 돌미역(한 속에 1만원)이 있기는 있다.
15시 반에 출발해서 서울오니 20시 반이다. 그것도 가이드 아저씨가 어디 흑삼(사실 이것은 모두 사기다)집에 들린다는 것을 어떤 분이 "그런 집에 가기 싫어서 제돈 주고 왔는데 왜 가느냐?"고 항의해서 들리지 않고 왔는데, 그 바람에 심술이 난 운전수가 난폭운전을 한 탓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던 것이다.
6월 7일 토요일
새벽에 나갈려니 좀 피곤하기는 하다. 어제 차만 12시간, 여객선 3시간을 탓던 탓이리라.
흔들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구절양장의 구불구불한 구룡령 고개를 넘자 물 맑은 내린천이 보인다. 군데 군데 목좋은 곳에는 소위 펜션이란 이름의 호화여관들이 민박집을 가장한체 탈세의 온상인양 들어서서 주위 경관을 훼손시키고 있었고, 그렇게 물 많고 물 맑았던 내린천에는 이 번 겨울.봄 가뭄의 영향으로 물이 줄어들어 있었다. 2년 전 이곳을 지날 때는 래프팅을 할 정도로 물이 많이 흘렀건만,,,
최근 급변하는 기후의 변화는 이 내린천의 물 많고 맑은 물도 언제 마를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닐련지...
여러 가지 상념이 일어났다 사라진다.
현리 시내를 지나서 기린면 방동리 '하늘아래 첫동네'에 도착하니 10시 반이다. 전에는 이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아서 저 아래 진동계곡산장에서 부터 3.5km을 걸어서 올라와서야 산을 타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포장이 부분 부분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포장 공사를 계속하고 있어서 이제부터는 수월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되자 그 부작용으로 오지 마을인 이곳에도 매스컴의 영향으로 들어 서는 것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펜션과 음식점뿐이다.
들머리에 있는 붉은 지붕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이 그 자리에 있으면서 오르고 내리는 이들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봐주고 있었다.
갈터에서 조금 오르니 취나물 밭이 펼쳐진다. 어제밤에 내린 비로 인해서 취가 생기를 머금고 그 고운 향취를 발산하고 있었다.
사실 이구역 일원 즉 남설악 점봉산 일원 10,100,000제곱미터(3백6만평)는 멸종위기종인 한계령풀 등 야생동식물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국립공원특별보호구간으로 지정되어 2007년 부터 2026년 까지 20년간은 출입이 금지된 구간으로 위반시 자연공원법 제 86조에 의거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지역이기에 인간 특히 등산객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므로 취나물 등이 더욱 더 많았다고 할 수가 있다.
국가는 야생동식물 등의 마지막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해서 국립공원특별보호구를 설정했는데, 이 지역은 멸종위기 2급이며 한국특산품종인 한계령풀의 자연 서식지이자 멸종위기 2급 생물인 삵과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 등이 살고 있는 이곳을 국가적으로 보호하고자 국립공원특별보호구간으로 설정하고, 활엽수원시림 및 희귀식물 자생지로 자연생태계 보존 등 기타 산림보호를 위하여 연중 입산이 통제되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지역으로 고시하여 국가장기생태연구 점봉산 지소를 설치한 후 강릉대학교로 하여금 연구토록 하고 있는 바, 기상, 수문, 생육환경, 식생동태변화, 1차생산, 고사목의 동태, 영양염류순환, 식물계절현상, 주요동물종의 생태모니터링 등을 하도록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인적이 뜸했던 관계로 산나물의 보고를 이루고 있었는데, 중간 중간에 묏돼지들이 산을 후비고 파헤치고 하여서 그 모양이 참으로 좋지 않은 곳도 많았다.
갈터를 지나 산나물이 많아서 菜목이라고까지 불리우는 곳을 지나자 가파른 깔딱고개가 기다린다.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산 마루를 올라서니 가칠봉(1164.7m)이다. 시간은 12시 48분으로 2시간 남짓 걸었다.
가칠봉에서는 일망무제로 저 멀리 점봉산(1424.2m)에서 소점봉산(1293.5m)으로 곰배령을 지나서 1195봉을 거쳐서 1241봉으로 흘러 내리면서 가칠봉(1164.7m)으로 흘러오는 남설악의 지늘(支陵)이 업드렸다가 솟구치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살아서 꿈틀대면서 내려오는 생룡(生龍)의 힘찬 모습과 동일하고 또 저 멀리 점봉산에서 단목령(박달재), 조침령으로 치닫고 있는 백두대간 주릉의 헌걸찬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지아의 어느 열대림을 방불케하는 활엽열대림과 그 사이 사이로 방향키 역활을 하는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주목이 비틀린 채 한쪽발로 서 있으면서 한 팔을 벌려서 방향을 가르키는 모습이 마치 길 안내하는 장승의 모습처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그 활엽 수림 사이 사이에서 마치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듯한 이름 모를 풀들의 향연은 그간의 힘든 고통을 일거에 확 날려버리기에 충분할만큼 아름답고 신선하며 청량한 감을 준다.
개미 새끼 하나 없는 이 푸른 융단 길을 조용히 사색하면서 자기와의 혼자 만의 씨름을 하고 걷더보면 어느새 호랑이코빼기와 1241.1봉 및 1195봉을 거쳐서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곰배령이 닿는다. 시간은 14시 47분. 내가 싫어하는 탁한 인간의 냄새는 어디에도 없다. 씻지 않아서 나는 고약한 땀냄새, 오랜 세월 술과 담배에 찌들려서 나는 탁하디 탁한 술과 담배에 절인 냄새, 그리고 고약한 심뽀로 말미암아 풍기는 악취는 어디에도 없다. 이같은 탁하디 탁한 기운은 그 濁氣로 인해서 산에 가면 1km 전방에서도 전해질 정도로 독하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많이 다니는 근교산이나 인간이 복잡되는 곳에는 가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그 순간은 잠시 숨을 못쉬기 때문이다. 지난 오대산을 오를 때 중대로 오르는 인간들이 뿜어내는 이 독한 탁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은 길을 돌아서 북대로 간적이 있을 정도다.
매거컴의 힘은 위대하기도 하지만 꼭 필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면 그 독은 인간의 뿜어내는 냄새같은 독과 견줄바가 못된다. 매스컴에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은 곰배령에는 마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고,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야생화가 없다. 단지, 있는 것이라고는 입산 금지를 알리는 남,녀 장숭과 등허리를 후리면서 올라오는 바람을 못이겨서 바닥에 드러누운 이름 모를 풀들과 간혹 보이는 이름 모를 야생화 두서너 가지뿐이다. 그래서 야생화를 볼려면 금대봉과 분주령으로 가라고들 한다. 그곳은 글자 그대로 천상화원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은 매스컴에서 그렇게 극찬한 곰배령에는 야생화가 없다. 있는 것이라곤 이름 모를 풀들로 이루어진 오직 푸른 초원뿐이다. 이게 한국 매스컴의 현주소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구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없는 사실에다가 더하여 독자들이 좋아할 내용으로 작문까지해서 보도를 한다. 이 곰배령이 바로 살아 있는 현장이다.
전체를 찍어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 있는 한 쪽면만을 찍어서 마치 모두가 다 그렇듯이 침소봉대해서 그럴듯하게 보도하면 가보지 않은 대다수의 독자 및 시청자들은 완전히 속고선 그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리곤 사실이 밝혀져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는 이가 없다. 참으로 한심한 현실이지만, 한국 언론의 수준이 요모양이니 어찌 하겠는가.
그래도 메이져 몇 개는 좀 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일반 국민들이 너무나 모르기 때문에 먹혀드는 것을 누구 탓을 할 수가 있겠는가. 몰라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공부 안하는 이 나라 백성들 탓이지.....
그래서 후진국일수록 소위 피플리즘이 잘 먹혀든다. 국민들이 공부 안하고 알려고 하지 않고 모르니까 매스컴이나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마치 지금의 소고기 촛불시위처럼.
국민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의문을 가지고 알려고 한다면 어디 가당치나 한 일인가? 이같은 일들이
선진국에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들이 한국에선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는 이같은 왜곡이 버젓이 진실로 통하고 있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빨리 국민들이 공부를 좀 많이 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지만,
어디를 가나, 놀려고 하는 심리 상태만 보이지, 알고 배우고 연구할려고 하는 자세는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큰일이다.
그래서 나는 단언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 나라는 제2의 IMF사태 같은 경우를 또 다시 당할 것이고, 그 결과 이번에는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꼴을 당할 것이라고. 아주 냉혈한의 유능한 지도자가 나오면 경우가 다르겠지만. 하지만 그 확률은 아주 희박해 보인다.
곰배령에서 진동리로 내려가는 길은 어느새 잘 다듬어진 돌길로 변해 있었다. 진동계곡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깨끗한 물, 인적 하나 없는 호젓한 길, 적송 숲, 숨어 우는 바람 소리 정말 좋은 곳이다. 옛 날에는 이곳은 갈 수없는 오지였기에 눈이 오면 그 다음해 봄이 와서 그 눈이 녹을 때까지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오지 중의 오지였고 그래서 눈길을 빠지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설피를 싣고 다녔다, 그래서 붙어진 이름이 설피마을이다. 이 마을 초입에 설피교가 있어서 그 옛 추억을 다시 한 번 더 떠올리게 만들지만, 이제는 더 이상은 아니다. 이미 이곳까지 즉 삼거리까지 포장 도로가 났으며 그 중간 중간에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펜션들이 수도 없이 들어 서 있기 때문이다. 삼거리 세번째 집에서 만난 곱게 늙은 팔십객의 할아버지가 니를 보더니만 대뜸 무턱대고 하소연을 한다.
" 할아버지 집안에 당귀가 참으로 잘 자라네요. 산위에는 지천으로 있는데 무엇하려 일부러 예서 키우세요? "
" 아이구 말도 하지 마, 인심이 얼마나 사나운지.. 민심이 천심이라는데, 이 눔들은 도대체... 오늘도 저 아래서 큰 소리로 싸웠어."
" 아니, 이 깊은 산골에서 싸울게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 "
" 누가 아니래요. 말도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전부.. " 말끝을 흐린다.
" 근데 어디서 왔수?"
" 왜요? 서울서 왔는데요"
" 내가 아파서 양양 병원을 좀 가야되는데, 차가 없어서.. "
" 저 밑에 차가 많네요. 양양까지 좀 태워 달라고 하세요."
" 에이그, 그게 어디 ....."
대화는 여기까지다.
내가 차를 끌고 갔으면 태워 주련만, 나 또한 등산차인 남의 차에 기대어 갔던터라 참으로 난감하였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오는 내내 시골 인심이 어떻게 변했길래 이제는 이 오지 중의 오지까지 살벌하게 변했을까?
그 좋던 시골인심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나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참으로 언짢았다.
곰배령에서 설피마을까지는 5km로 한시간 30분 거리며(내려올 때 기준으로 올라 갈 때는 2시간), 곰배령에서 갈터까지는 12km
로 4시간 걸린다. 따라서 총 도상 거리는 약 17km 5시간 반 정도 거리다.
2박 3일 동안 저동차는 약 22시간, 배는 3시간 탓고, 산행은 25km 9시간 한 셈이다.
참고로 곰배령 점봉산 구간은 입산 금지구역으로 입산시 단속대상이되며, 단속되면 과태료 50만원이 부과된다.
그날 곰배령에서 만난 어떤 등산객은 점봉산을 지나오는데 숨어 있던 단속원에게 걸려서 사진 찍히고 과태료를 물었다고 한다.
강선리에서 곰배령은 출입 금지구간으로 강선리에 민박을 하는 사람만 올라 갈수가 있다. 초입초소에서 들어 보내지를 않는다.
만약 이를 어길경우 2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된다. 원래 주민들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행정기관에서 주민들의 생계를 위해서 편법으로 민박했던 사람들에게는 눈감아 주는듯 하다.
첫댓글 소매몰도-망태봉에서 곰배령-가칠봉까지 황금연휴를 알차게 보내셨습니다 부럽습니다
덕택에 산행 잘하고 산채 잘 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