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18년 5월 13일 일요일
*** 코스; 도봉산 ( 도봉산역 - 은석암 - 포대정상 -Y 계곡 - 신선대 - 오봉 삼거리
- 관음암 - 마당바위 - 천축사 - 도봉계곡 - 도봉산역)
*** 소요시간 ; 6시간 30분 ( 중식 포함 )
*** 참석자 ; 이종률, 노현룡, 이혜연
정말 오랜만에 도봉산에 가기로 했다.
토요일에 계획을 세웠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일요일로 미루고는 바위가 비로 인해 미끄럽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지.
아침 8시에 집을 나서 버스와 전철을 이용해 오전 9시 50분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서울둘레길을 걸을 때 들렀던 창포원에 잠깐 눈길을 준다.
이 계절에는 어디든 좋겠지만 창포원을 여유있게 둘러보아도 좋으리라.
단출하게 셋이서 씩씩하게 들머리를 향해 걷는다.
그런데 횡단보도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이 사람들이 모두 도봉산에 오르면 오늘은 보나마나 인산인해겠군.
토요일에 산에 못 간 사람들이 비가 개자 전부 몰려 나왔나 보네.
셋이서 이산가족이 될 것 같아 신경을 쓰면서 걸어 올라간다.
인원도 적고 그리 못 걷는 사람도 없으니 오늘 산행은 기대해도 되겠다.
종률씨는 주중에 내리 야근을 해서 컨디션이 엉망이란다.
간식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유명한 쑥떡집에서 떡을 두 팩 사서 배낭에 넣는다.
준비 완료!
오늘은 일단 은석암 코스로 올라 다락능선에서 포대능선으로 갈아타고 주능선을 거쳐 칼바위 아래까지 갈 예정이다.
하산 코스는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으리라.
거북암으로 해서 성도원으로 내려가든가 관음암을 거쳐 마당바위로 내려가겠지만.
포장도로가 끝나는 광륜사 지점에서 직진한다.
왼편으로 가면 천축사나 만월암, 성도암으로 가는 길이 나오겠지.
어제 내린 비로 공기가 깨끗해서 기분이 산뜻하다.
길은 물기로 약간 질척거리지만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보다는 낫지.
쪽동백은 벌써 하얀꽃을 피웠다.
조롱조롱 흰등을 매단 것 같은 꽃들이 싱그럽다.
이즈음에는 흰꽃이 많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내공이 부족해 그렇기는 하겠지만.
소나무도 꽃을 피웠네.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면 어릴 적에 다식을 해 먹던 생각이 난다.
입구에 많던 사람들이 북한산둘레길로 갈라졌는지 많이 줄었다.
다행이네.
바윗길에서 사람이 많아 밀리기 시작하면 한도 없이 늘어지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인터넷 산악회이거나 지방에서 버스를 이용해 온 사람들인 것 같다.
단체로 타기에는 만만치 않은 코스인데 다들 산행 실력이 빼어난가 보다.
급경사길이 아닌데도 습도가 높아서인지 금세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 고생 좀 하겠는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땀에 고글도 거추장스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눈을 보호해야 하니 참아야지.
30분쯤 지났나 숨이 턱턱 막히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과 산길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과연 오늘 원하는 만큼 갈 수 있을까?
전에도 이리 힘이 들었던가 싶다.
스스로 최면을 걸어 본다.
산에 와서 힘들지 않으면 산행이 아니지.
힘들다 하면서 어찌어찌 걷다 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되더라.
천천히 가면 어떤가.
경치 즐기고, 녹음과 계곡 물소리에 어우러지는 시간이면 족하지.
왼편으로 보이는 은석암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오색 연등이 매달렸다.
우렁찬 물소리와 연등이 잠깐이나마 피로를 풀어준다.
본격적인 바윗길에 접어 들기 전에 간식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하기로 한다.
아직은 약간씩 다른 濃淡을 자랑하는 녹색 물결에 싸여 몸과 마음을 풀어 놓는다.
종률씨는 여기가 처음 가보는 코스인데 오늘 현기증이 난단다.
지난번 수리산에서는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하더니만 체력이 많이 저하되었나 보네.
로미는 도봉산에서는 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죽을 둥 살 둥 올라왔는데 나만 힘든게 아니었군.
게다가 이들은 나보다 젊은 남정네들 아닌가.
내가 힘든 건 당연한 거였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아까 떼를 지어 오던 사람들을 추월했는데 이번에는 그들이 우리를 앞질러 간다.
그런데 인원이 분산된 모습이다.
어쩔 수 없이 체력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고 능력에 따라 길이 달라지겠지.
더구나 여기는 암릉이 줄지어 있는 도봉산 아닌가.
바위 하나 타고 숨 돌리고 줄 한번 잡고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그렇게 걷다 보니 다락능선과 만났다.
그쪽에서 오는 사람들 몇몇이 보이고 발 아래에는 망월사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으로 자운봉과 선인봉, 만장봉이 우뚝 솟아 있다.
언제 보아도 멋들어지고 늠름하다.
그런 암봉을 보는 것만으로도 氣를 잔뜩 받아 갈 수 있을 것 같군.
잠시 편안한 길을 따라 걷는다.
팥배나무 하얀꽃이 반갑게 맞아주는 길이다.
입구에서 바글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산길 옆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풍경을 즐기며 땀을 식히고 있다.
첫댓글 제가 요즘 좀 바빠서 죄송합니다. ^^;;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아닙니다.
숙제는 분담해서 하는 것이 맞습니다.
복습도 할 겸.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