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인간극장에 마음을 뺏겨서 지냈습니다. 베트남에서 우리나라에 시집 온 푸엉이라는 젊은 아줌마 때문입니다.
21살 때, 베트남에서 지금 남편을 만났습니다. 데이트도 하지 못했습니다.
연애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냥 마음이 끌려서 남편을 따라왔습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거기서 배 타고 2시간, 끝은 어딜까 생각하면서 바다 길을 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신의도란 섬.
해야 할 일은 바닷물을 모아서 소금을 만드는 염전 일이었습니다. 한여름 땡볕에서 소금을 만드는 중노동입니다. 소금가마를 들어 올리는 일도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건 상관없었습니다.
거기까지도 괜찮았습니다.
아이들이 넷이나 되었습니다.
친 엄마가 어디로 간 모양입니다.
황당한 것은 큰 아들과 푸엉 아줌마와 나이 차이가 10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엄마로 받아 주지 않는 겁니다.
사사건건 반항하고 대들었습니다.
집안은 소금밭처럼 살벌했습니다. 하이고!
그렇게 8년이 지났습니다.
인간극장은 8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모두가 행복한 모습입니다.
아니 행복한 정도가 아닙니다. 모두가 푸엉 엄마 편입니다. 하나를 더 낳아서 5남매가 됐는데 모두가 엄마 편입니다. 엄마 없이 살 수가 없답니다. 끌어안고 비비고 야단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옵니다.
가방을 내려 놓고 염전으로 달려갑니다.
푸엉 울엄마가 고생하니까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답니다. 정말 아이들을 저렇게 키울 수 있다면!
8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8년 전엔 누구도 내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5남매는 물론, 남편, 시아버지, 시어머니, 그리고 이웃 친척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든 베트남 아줌마 푸엉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비결을 찾으려고 일주일 내내 인간극장에 매달렸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푸엉 아줌마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나 다 잘해 주고 싶어요. 저는 모든 일을 즐거워해요.”
그녀의 힘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받아 주지 않아도 그녀는 즐거움으로 대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염전 일을 해도 즐거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함께 일하고 돌아왔는데 남편이 커피 한 잔만 타 달라고 해도 푸엉은 해해해 웃고 타 줍니다. 아니 똑같이 일하고 왔는데, 자기는 누워서 커피 타 달라고? 눈꼬리가 돌아 갈 만도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소금 한 가마의 무게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걸 번쩍 번쩍 들어서 옮깁니다. 그러면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어떤 어려움도, 어떤 어색함도, 어떤 마땅치 않은 상황도 즐거움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구나. 즐거움은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드는 소리없는 권력이구나.”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이미 오래전에 그 사실을 갈파했습니다.
“세상에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노라.”
베트남에서 온 젊은 아줌마 푸엉이 삶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아픔도 상처도 고난도 괴로움도 그 무엇이라도 즐거움으로 즐거워하면 언젠가 내 편이 되고 언젠가 내게 웃음을 선물한다.”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