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가 이중간첩으로 그 길고긴 공백기를 접고, 까다롭게 고르고 고른 시나리오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전해질때부터 이영화는 관객들이나 영화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으며, 2003년 최고의 영화로 점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1월 넷째주 설연휴를 겨냥하여 개봉을 맞이한 <이중간첩>은 개봉첫주는 한석규라는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오랜만에 그를 보려는 관객들의 발길을 끌었으나,
그다음주부터 관객수는 하염없이 추락하더니 급기야 개봉한달을 채우지 못하고 간판을 내려야만했다.
흥행불패신화를 이어가던 한석규자신에게도 그명성그대로 변하지 않은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일것이다.
영화가 전해주는 주제와 메시지가 무겁고 진지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발길이 끊어진것이다.
<이중간첩>을 상영하는 극장이 줄어만가던 시점에서
<동갑내기과외하기>가 개봉한다.
먼저 이영화는 개봉전부터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만화책표지와도 같은 주인공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신선한 카피의 포스터는 보는이로하여금 '재미있겠구나~’하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아니나다를까. 개봉하기가 무섭게 전국 100만을 훌쩍 넘기더니 개봉한달도 안된 현재 전국 350만이라는 실로 예상밖의 흥행스코어가 아닐수 없다.
꼭 재작년 추석시즌 <조폭마누라>의 개봉때와 모습이 많이 닮아있다.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오락지향성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 되버렸다.
영화의 종합예술로써의 가치보다는 그저 심심풀이땅콩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영화의 흥행성공작들을 보자.
어디 예술의 ‘예’라도 갖다 붙일수 있는 영화가 몇이나 되는가...
10여년전만해도 흥행 톱10안에 들었던 영화들은 주로 휴머니즘이나 진한감동의 여운을 전해주는 작품성있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 임권택의<서편제>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영화는 코미디가 판을 친다.
장르의 다양화라는 구색을 맞추려면 물론 공존해야할 장르이지만 너무 남발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시발점은 '영화는 재미있어야한다'라고 말한 강우석의 <투캅스>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갈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반복적으로 코미디영화가 제작되는가...
간단하다. 관객들이 몰리니까....지극히 상업적인 생각이다.
돈이되니까...
물론 상업성을 배제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이는 없을것이나, 이러한 현상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그래서 한번 대박이 나면 강아지새끼치듯 비슷한 아류작들이 만들어지는것이다.
영화를 본다는 것~
개개인의 목적은 조금씩은 다를테지만
과거처럼 [취미:영화감상]이라는 공식보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해소,혹은 시간죽이기의 의미로써 극장을 찾는 경우가 더 많아짐에 따라 작품성보다는 오락성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코미디영화의 붐을 조성하는 가장 큰 이유일것이다.
특정장르에만 관객이 몰리는것보다 관객 350만이 멜로,호러,액션,저예산등 다른 장르에 고루고루 분포된다면 우리나라영화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내실을 기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누구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관객의 성향만을 따라가다가는 우리는 1년 365일을 극장안에서 박장대소하며 영화를 보다가 아무것도 얻지못하고 그저 허탈하게 극장문을 나설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영화점유율이 50%를 육박하는 시대에 우리영화끼리 쿼터제를 적용하는 웃지못할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난 법이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