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서
오브제 주전자 외
미술관에서 무제 모호가 붙은
그림을 보고
관람객이 고개를 거꾸로 든다
뒤샹은 자전거 바퀴가 요리용
의자 위에서 벽난로 불처럼
움직인다, 하고
우리는 우리 안
원숭이와 도심 한복판 얼룩말 세로를 보고
우리 밖 우리 욕심을 본다
전煎은 달인다는 뜻,
차전자茶煎子, 수전자水煎子
는 쓸 수 없고
찻주전자teapot, 물 주전자pitcher
가 가스 불 위에서 끓는다
삐- 경고음은 잠까지 깨운다
메이드 인 가야 주전자는 송현이와 함께
무덤 속에 묻혀 있다
우리 앞에 1,500년 전
가야를 풀어놓는다
명치는 말 못 한 짝사랑을 영구 파기한다
감옥 안에서 밖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농게 조개 박하지 고동이
버둥거려봐야!
밖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안에서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
입은 먹고 뱉고 주둥이는 조금씩 나눠서
일방통행을 한다
주전자에 손을 데고 난 다음부터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운다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가 뒤섞여서
적당한 거리가 생긴다
식탁 위 주전자가 미술관 진열대에서는
예술품이 된다
끓어오른 주전자가 컵에 물을 따른다
머그잔은 멀쩡하고
유리컵은 등을 보이는 배신처럼
금이 간다
냉각기는 컵이나 잔이나 괜찮다
언제 어디에 물을 따를지
결정하는 사람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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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파 비둘기
수천 킬로미터
날 수 있는 날개를 접고
결혼하고
조류도감에서 이름이 지워진다
기러기가
거위가 된 것처럼 집을 떠나지 않는다
인간 세상은 나를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나 A 나 B 나 C
그다음부터는
카운트 없이 그냥 많다, 로
나는 뭉개진다
어른 새가 둥지에 들이닥치는 비바람을
맨몸으로 막는다
어떠한 경우도 둥지를 버리지 않는다
둘 중 하나가 먼저 양보를 하고
앞치마를 입는다
군무는 길고양이한테 맞서려는 약한
자들의 몸짓
4인이 추는 콰르텟은 새장이라고
멈추지 않는다
날갯짓은 날개를 잃어버렸나!?
새장이 열려 있어도 날개는 날지 않는다
비 비 비
겨울비였대도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 인지
? 인지
대답은 없고 구구 구구구 혼잣말한다
손이 잡아야 할
그것들은 파랑새처럼 아직 손 밖에
남아 있다
김서|2021년 《사이펀》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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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 - 오브제 주전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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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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