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언어를 구사해 의사소통하면서 사상과 감정을 기록으로 남겨 문화를 축적할 수 있다. 신이 이런 탁월한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해줬기에 인류는 창세기 이후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을 향유하면서 신의 영역을 넘볼 만큼의 첨단과학을 일궜고, 오늘날과 같은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설 수 있는 힘이 있고, 언어를 구사하며, 창의력으로 만물을 지배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 힘을 무기 삼아 투쟁의 역사를 만들며 몰락의 길로 접어들 뻔했던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고, 인류가 서로 돕고, 번영하면서 공존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그 무엇이 있지 않았을까?
그게 무엇일까? 신이 준 다른 한 가지, 그건 바로 사랑이다. 신이 인간에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며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심성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여해주지 않았다면 인류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게 하는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으로 서로 돕고 감싸며 공존하는 역사를 만들어내면서 자멸하는 덫에 걸리지 않고 번영을 이뤄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위대한 ‘사랑’의 근본이 되는 바탕을 신은 어디다 숨겨 놓았다가 꺼내 쓰게 했을까? 그 첫 시작은 부모와 자식 간에 핏줄로 이어진 사랑이다. 신은 부모와 자식 사이를 탯줄이란 끈으로 잇게 해줬다. 모태에서 열 달을 보낼 때부터 자식은 탯줄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태어난 후에는 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고 섬기는 보은의 길도 알려줬다. 인륜이란 이름으로. 그러기에 부모와 자식의 사랑은 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사랑의 끈을 효(孝)라 지칭한다. 효는 이웃사랑, 나라사랑, 인류애로 연결된다. 상호공존을 가능케 하는 ‘사랑 배우기’가 바로 효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효는 절대가치를 부여받을 만하다.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의 길을 걷는 동안 효에 대한 생각이 엷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효의 가치는 결코 변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선 해방 후 짧은 기간 민주화되는 과정에 잘못된 평등사상과 졸속한 경제성장의 과부하에 걸려 전통적 가치인 효가 많이 허물어졌다. 부모와 자식 관계도 붕괴되고, 부부 간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바람에 자식이 버려지는 상황도 맞았다. 핵가족화 과정에 지나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해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국회는 ‘효문화진흥법’을 제정, 효를 복원·진흥하기 위해 대전에 ‘한국효문화진흥원’을 설립, 효를 널리 선양하는 범국가적 사업을 해왔다. 올해로 4년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한국 효문화를 계승·발전·진흥하기 위한 입법이나 이를 수행할 한국효문화진흥원 설립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대전에서 해왔다는 사실이다. 중구의 효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중구는 안영동에 ‘효문화마을’을 설립했고, 한국의 성씨 중 244개 문중의 유래비를 세운 ‘뿌리공원’을 조성했다. 한국 최초로 ‘족보박물관’도 세웠다. 이곳에선 올해로 제12회째를 맞은 효문화뿌리축제가 열린다.
대전 효문화 테마공원은 ‘효월드’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고, 인근에 ‘제2의 효월드’ 설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기본 설계가 끝난 상태다. 중구의회가 이번 추경에 부지 매입비 60억 원을 확보해주면 바로 공사가 착공될 예정이란다. 중구가 국가적인 대사업을 하는 것으로, 이 사업은 인륜의 바탕이자 사랑을 완성하는 효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효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효월드가 다시 한번 대전의 자부심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해마다 열리는 뿌리축제도 이젠 그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축제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효축제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첫댓글 렁송님, 제 칼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