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2 (토) 코로나 신규확진 324명… 전국으로 급확산 비상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8월 21일 신규 확진자 수는 300명대로 급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이번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지난 8월 14일부터 이날까지 계속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3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도 2천명에 육박한다. 특히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모두 확진자가 발생해 수도권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본격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에서도 그간 확진자가 나온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사실상 전국으로 퍼진 셈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8월 2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24명 늘어 누적 1만6천670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8월 14일부터 일별로 103명→166명→279명→197명→246명→297명→288명→324명을 기록하면서 8일간 확진자는 총 1천900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신규 확진자 324명은 지난 3월 8일(전체 신규확진 367명, 지역발생 366명) 이후 약 5개월 반, 정확히 166일 만에 첫 300명대 기록이자 가장 많은 수치다. 지역발생 확진자 역시 최다 기록이다. 2월 말 3월 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여파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졌던 1차 대유행기에 속한다.
신규 확진자 324명의 감염 경로를 보면 해외유입 9명을 제외한 315명이 모두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25명, 경기 102명, 인천 17명 등 수도권이 244명이다. 이 밖에 충남 11명, 강원 9명, 부산 8명, 대전·전남·경북 각 6명, 광주·전북 각 5명, 대구·경남 각 4명, 세종·충북 각 3명, 울산 1명 등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기준으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53명이 늘어 누적 676명이 됐다.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장소만 150곳에 달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8명이 추가돼 누적 18명이 됐다. 이는 집회와 관련해 검사를 받은 인원만 따로 분류한 것으로,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중 집회 참석자 33명과 이동통신사 기지국 이용 정보를 통해 확인한 9명을 포함하면 전날까지 총 60명이 광화문 집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서울 성북구 체육시설에서도 고3 수험생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19명(서울시교육청 집계)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비롯해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165명,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 파주야당점 58명, 경기 안양시 분식집 13명 등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수도권 외에도 광주에서는 유흥시설(21명), 부산에서는 연제구 일가족(12명)·어선 '영진607호'(11명)·사상구 괘법동 영진볼트(10명)·사상구 지인모임(9명), 충남에서는 천안 동남구 소재 동산교회(5명) 등을 중심으로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9명으로, 이 중 3명은 입국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다. 나머지 6명은 충남(2명), 서울·경기·인천·대전(각 1명) 지역의 거주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하던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외유입 확진자 가운데 내국인은 5명, 외국인은 4명이다. 유입 추정 국가를 보면 필리핀과 미국이 각 3명이고 이어 카자흐스탄 2명, 에티오피아 1명이다. 지역발생과 해외유입(검역 제외)을 합치면 서울 126명, 경기 103명, 인천 18명 등 수도권에서만 247명이 나와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는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모두 확진자가 나왔다. 신규 확진자 중에는 60대가 74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50대 61명, 40대와 20대 각 42명, 30대 40명 등의 순이었다.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는 25명이다.
한편 사망자는 전날 2명 늘어 누적 309명이 됐다. 평균 치명률은 1.85%다. 이날 0시까지 격리해제된 확진자는 57명 늘어 누적 1만4천120명이 됐다. 격리치료 중인 환자는 265명 증가해 2천241명으로 2천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위중·중증환자는 전날보다 6명 늘어 18명이 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175만4천123명이다. 이 중 169만9천40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3만8천45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날 하루 2만40명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전광훈과 강연재… "딸내미 하기로, 아버지 같은 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대거 나온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64) 목사의 변호인으로 나선 강연재(45) 변호사가 정부 방역을 맹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를 겨냥한 그의 말은 때론 '독설'에 가깝다. 사랑제일교회 대변인을 자처한 그는 현행 방역당국의 진단 검사 명령, 자가격리 조치가 위법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교인과 방문자 명단을 이미 방역당국에 제출했음에도 당국이 마치 교회가 내지 않은 것처럼 여론전을 편다며 거센 비판을 가하고 있다. 강연재 변호사는 언론 보도를 향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특정 언론사들이 사랑제일교회를 매장하고자 거짓 보도를 하고 있다며 민·형사 고소를 예고했다.
그는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 치료 중인 전광훈 목사의 입 역할도 하고 있다. 8월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회견에서는 장문의 전광훈 목사 입장문을 대독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이날 회견 이후 한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정치적으로 전광훈 목사님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건 당연해 보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기관이라면 법을 지키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국민 상대로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그간 교회 예배 때는 물론 각종 집회에서 다양한 연사들을 초청해 무대에 세워왔다. 이날 회견에 동석한 고영일 변호사는 전 목사와 친분이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후원한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6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에 비해 강연재 변호사는 전광훈 목사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던 인물이다. 전광훈 목사의 오랜 정치 행보를 볼 때 주변인으로는 비교적 최근의 인물이라 볼 수 있다. 그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으로 나서게 된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전광훈 목사 측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만몰라TV'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강연재 변호사가 전광훈 목사 쪽과 인연이 닿은 배경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2019년 12월 18일에 게시된 이 영상에서 설교에 나선 전광훈 목사는 대형강당에 모인 목회자들에게 "30, 40대들을 사탄으로부터 찾아오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자신이 스카우트한 '최고의 선수'로 강연재 변호사를 소개했다. 그는 강연재 변호사를 두고는 "우리 딸내미 하기로 했다"라고도 했다. 1956년생인 전광훈 목사와 강연재 변호사와 19살 차이가 난다.
무대 위 전광훈 목사 옆에 선 강연재 변호사는 "최근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저에게 정말 소중한 분, 저를 이끌어주신 분 한 분만 주십사 간절하게 기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전광훈 목사님 아버지 같은 분을 제게 주셔서 어제,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떨림과 기쁨을 느끼면서 설교를 듣고 있다"고 화답했다.
대구 출신인 강연재 변호사는 2005년 사법연수원(34기) 수료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방송 출연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한때 '안철수 키즈'로 불린 그는 2016년 국민의당 후보로 총선에 나갔다 낙선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으로 둥지를 옮겨 법률특보 등을 지냈고, 같은 해 한국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내 의사 면허부터 정지하라"… 면허증 찢는 의사들
8월 21일 오전 7시부터 전국의 인턴·레지던트(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반발해 순차적인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 가운데, 보건 당국이 전공의들의 ‘의사 면허 정지’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온라인 공간에서 의사들이 “내 면허부터 정지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내_면허번호는’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각자의 의사 면허증이나 의사 면허 번호를 쓴 종이를 들어 보이며 공유하는 ‘면허번호 챌린지’를 시작한 것이다.
발단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나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이었다. 김 차관은 정부가 지난 8월 20일 밝힌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구체적 대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료법에 의한 진료개시명령과 이 명령에 불응할 경우에 대한 조치들이 있다”며 “형사법도 있겠지만 (의사)면허에 가해지는 조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진료개시명령 위반에 따른 의사면허 자격 정지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김강립 차관의 발언을 접한 의사들이 이를 ‘협박’의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페이스북에 “코로나 확산으로 엄중한 지금 국민을 볼모 잡은 정부는 젊은 의사들에게 ‘의사 면허 정지’를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다”며 “전공의 선생님들 의사 면허 정지하시려면, 먼저 제 면허부터 정지하시길 정부에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조 이사는 그러면서 ‘면허 번호를 종이에 적은 사진을 SNS에 올려 젊은 의사들을 응원하고자 한다’며 주변 의사들의 동참을 제안했다.
면허번호 챌린지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친숙한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 수도권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국가라는 힘을 앞세워 부정한 방법으로 내 제자들과 후배들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면 내 면허 또한 필요 없다”며 자신의 의사 면허증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사진을 올렸다. 한 안과 전문의는 자신의 의사 면허번호를 인쇄한 종이를 들고 “표정은 웃고 있지만, 진지하다”고 적었다. 일부 의사들은 면허 번호가 적힌 종이를 든 자신을 “교도소 담벼락을 걷고 있는 예비 죄수”라 표현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코로나 K-방역의 성공은 ‘의료진 덕분’이라고 추켜세워주던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을 추진하면서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니까 가만히 있으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 당국의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 확대, 첩약(한약) 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공공의대 설립 정책 등을 ‘의료 4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이를 철회해달라 요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0년 뒤에 효과가 있을지 검증되지 않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하필 의료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코로나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에 꺼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일단 코로나 사태를 넘기고 제대로 된 토의를 거쳐서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 다시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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