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칼럼] 곡(哭) 슬픈 소리
곡(哭)으로 추정되는 갑골문(甲骨文)의 형태는 눈썹이 치켜 올라간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소전(小篆)에 이르러 눈이 두 개로 변하였고 눈물 부분이 개(犬)의 형상으로 대체되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되었다.
곡(哭)은 본래 두 마리의 개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어뜯고 싸우다 그 중 한 마리가 패하여 꼬리를 감추고 도망가면서 질러대는 비명(悲鳴)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도 슬프거나 감정이 지나치게 격하게 되면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큰 소리로 울게 된다.
비통하게 울부짖는 인간의 모습을 차마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개의 비명을 떠올려 대신 표현한 것이라면 이는 창제자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슬프게 우는 소리[哭, 哀聲也]라 하였고, 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는 큰 소리로 우는 것을 곡(哭), 작은 소리로 눈물을 흘리는 것을 읍(泣)이라 하였다[大聲曰哭, 細聲有涕曰泣]. 대성통곡(大聲痛哭)은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남자가 큰 소리로 우는 것을 곡(哭), 여자가 흐느껴 우는 것을 읍(泣)이라 하기도 한다.
한편, 곡우풍(哭雨風)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하지(夏至) 무렵에 순간적인 폭우를 동반하며 극렬하게 부는 서남풍을 가리킨다.
중국의 삼국시대 오(吳)나라에 맹종(孟宗)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모친이 죽순(竹筍)을 즐겨먹었으나 겨울에 죽순이 없어 대나무 숲[竹林]에 들어가 탄식하며 슬피 울자 죽순이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맹종(孟宗)의 효성이 천지를 감동시킨 것으로 여기고 그곳의 대나무를 맹종죽(孟宗竹) 또는 곡죽(哭竹)이라 불렀다.
오늘날 중국 강남지역의 통이 굵고 식용으로 쓰이는 대나무가 그 대나무일 것이라 믿고 있다.
김영기.동서대 외국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