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25]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거 때 알았던 사람의 소개로 S 신용정보회사에 나가게 되었다. 신용정보회사란 신용카드나 대출채권 중 회수가 어려운 불량채권을 은행 등으로부터 위임받아 대신 회수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내가 근무하게 된 S신용정보회사는 J은행과 회수위임 계약을 맺고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주 업무는 채무자들에게 전화나 직접방문을 통하여 채권회수를 독촉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채권관리사는 채무자의 재산조사나 실태조사 등 채권회수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여야 했다. 회사에서는 채권관리사들의 매월 실적을 게시판에 공고하고, 3개월 동안 계속 성적이 나쁜 관리사는 퇴출시키는 등 채권관리사들이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아침에 출근하여 한 시간쯤 지나면 전화로 채무자를 압박하는 소리와 다투는 고함소리 심지어 욕설까지 주고받는 등 사무실은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채권관리사들은 매월 초가 되면 신규채무자 명단을 수령했다. 한사람의 관리사가 관리하는 채무자 수는 전월 채권회수 실적에 따라 차등은 있지만, 대략 300~400명 정도 되었다. 그리고 3개월 동안 회수가 안 되는 채권은 대손상각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채무자 중 연락이 되는 사람은 1/3밖에 되지 않았다. 채무자들은 대부분 생활이 극도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따라서 채권관리사의 입장에서 채무를 독촉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나와 같은 채권관리사들은 채권을 회수하면 회수액에 따라 다르지만, 정해진 요율의 회수수수료를 받는다. 보통 회수액의 6~7%를 수수료로 받았다. 따라서 당시 채권관리사의 한 달 수입은 실적에 따라 다르지만 100만원~600만원 사이였다. 그러나 300만 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채권관리사는 소수의 최상위 그룹이었다.
회수를 위하여 채무자에 접근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즉 채무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호통스타일이 있고 회사가 허용한 채무감면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채무자를 설득하는 설득 형이 있다. 또 간접적인 압박 작전으로 채무자의 부모에게 읍소(泣訴)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부모들은 자식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려고 애쓴다. 나는 마음이 약해서 채무자에게 강하게 압박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그들의 애환을 들어주기도 하는 등 채권관리사의 전형적인 타입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취했다. 따라서 3개월 후에는 실적이 저조해 퇴사 당하고 말았다. 내가 다니는 동안 사무실에서 일어났던 특징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내 옆에 있었던 Y씨는 J은행 출신인데 그는 채무자에게 극도로 공포감을 주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전화 첫마디부터 “여기는 법적절차집행반인데 만약 X일까지 채무를 갚지 않으면 당신을 사기(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이 고의적으로 채무를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사기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죄로 경찰에 고발하겠다. 동시에 지금 살고 있는 모든 재산 및 가재도구를 압류하고 공매 처분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얘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채무자에게 느닷없이 “팬티와 런닝을 준비했느냐?” 를 물었다. 교도소에 들어가려면 속옷을 충분히 준비해야 된다는 이유였다. 그런 행동을 오랫동안 한 결과 그의 얼굴은 마치 저승사자 같이 보였다. 그러나 그의 무시무시한 말솜씨와 행동덕분에, 사무실 앞에 매주 게시하는 실적집계에서는 그는 항상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그가 어느 날 자다가 잠꼬대를 하는 것을 부인이 옆에서 들었다고 한다. 그는 잠꼬대에서“나는 S법적절차 집행 반 반장 XX인데...이하생략”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그가 업무에 집중했으면 잠꼬대에까지 그런 말이 나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대화 중 상대방이 욕설을 하면 Y는 “지금 녹음되고 있으니 실컷 얘기하라” 고 위협하기도 했다.
첫댓글
오죽하면 남의 돈을 빌려 쓰고 못 갚고 있을까요,
거의 인생 막장에 이르렀거나,
아님 남의 돈이라면 우선 쓰고 보자는 식의 철면피 파렴치한들을
상대해야 하니, 거의 그들 보다 더한, 최소한 그들 수준이 되어야
채권 회수를 해야 할테니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겠습니다~~
격려말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