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가 영국에서 P400e PHEV(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시승행사를 치렀다. 랜드로버 최초의 PHEV 모델이다. 파워트레인 구성이 흥미롭다. 거대한 덩치를 뽐내지만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인제니움 엔진과 85㎾ 전기 모터, 13.1㎾h 리튬-이온 배터리를 짝 지었다. 시스템 총 출력은 404마력. 복합연비는 1L 당 35.7㎞(NEDC 기준)를 뽐낸다. 외신 반응은 어땠을까?
① 모터1 존 쿼크 편집장
모터1 소속 존 쿼크(Jon Quirk) 편집장은 “지난해 영국에서 팔린 레인지로버 가운데 80%는 디젤이었다”며 “P400e는 최초의 친환경 모델이며 P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400은 400마력, e는 전동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V6 3.0L 디젤이나 V8 5.0L 가솔린을 얹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상당히 작은 2.0L 터보 엔진을 얹었다”며 놀라워했다. 이 엔진은 재규어 F-타입과 E-페이스, XE 등에 두루 얹는 심장이다. 시스템 총 출력은 404마력, 최대토크는 65.2㎏‧m.
사실 출력보다 놀라운 건 연비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9g/㎞로 토요타 프리우스와 같다. 복합연비는 35.7㎞/L(NEDC 기준)이며 순수 전기모드로 최대 51㎞까지 달릴 수 있다”며 “도심에선 전기차처럼 쓸 수 있는 레인지로버”라고 전했다. 전기모드에선 시속 135㎞까지 가속할 수 있다. 또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전기 모터 덕분에 짜릿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6.8초다.
그는 “전기 모터와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 때문에 차체 무게는 300㎏ 늘었다. 그래서 트렁크 용량이 479L로 줄었고, 공차중량은 2,509㎏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있어 오히려 승차감이 좋아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단점도 지적했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센터페시아에 두 개의 터치스크린을 넣었는데, 소리나 진동 등의 반응이 없어 조작감이 아쉽다”고 전했다. 참고로 포르쉐와 아우디 최신 모델은 모니터를 터치하면 진동으로 피드백한다.
배터리가 들어갔다고 해서 도강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EV 모드로 달려도 최대 900㎜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며 “경쟁 모델인 볼보 XC90 T8 PHEV는 EV 모드에선 AWD가 아닌 뒷바퀴만 굴리기 때문에 도강 성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레인지로버 P400e의 가격은 8만6,965달러, 우리 돈으로 1억1,460만 원부터 시작한다.
② 카앤드라이버 마이크 더프 기자
카앤드라이버 소속 마이크 더프 기자는 P400e의 장점으로 즉각적인 토크와 51㎞에 달하는 전기 모드 항속거리, 험로주행 능력 등을 꼽았다. 반면 늘어난 무게로 인한 최고속도 저하, 실제가 아닌 ‘환상’에 불과한(illusory) 연비를 단점으로 꼽았다. 그는 “실질적으로 배터리를 소진하면 레인지로버 디젤 모델보다 연비가 좋지 않다는 걸 랜드로버도 인정한다”고 전했다.
그는 “랜드로버에 따르면 배터리는 32암페어 충전기로 2시간 45분 만에 가득 채울 수 있다. 그러나 120볼트로 충전하면 14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또한, “배터리 크기가 커 공차중량이 5,700파운드(약 2,585㎏) 가까이 늘었다. V8 5.0 수퍼차저 모델보다 558파운드(약 253㎏) 더 무겁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반적인 저속 주행환경에선 전기 모터 덕분에 산뜻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고속으로 갈수록 가속력이 떨어지고 엔진에서 불쾌한 소음이 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고속에서 힘이 부치긴 하지만 21인치 휠을 끼웠음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은 매우 뛰어나다. 스티어링은 가볍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궤적을 그린다”고 평가했다.
③ 모터트렌드 앵거스 매켄지 기자
모터트렌드 소속 앵거스 매켄지 기자는 “PHEV 파워트레인은 레인지로버 고유의 편안한 주행에 매우 적합하다”며 “순수 EV 모드에선 롤스로이스 수준의 정숙성을 뽐낸다. 전기 모터와 엔진의 전환과정이 매끄럽고 원활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기 모터는 전원이 들어옴과 동시에 최대토크 28.0㎏‧m을 내기 때문에 큰 덩치를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디젤 레인지로버보다 반응이 빠르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EV 모드는 레인지로버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과 궁합이 좋다”고 밝혔다. 저속 토크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다른 레인지로버와 마찬가지로 35.4인치(약 900㎜) 깊이의 물을 건널 수 있고 어지간한 장애물을 쉽게 넘어간다”고 전했다. 미국 버전의 P400e 가격은 96,145달러(약 1억287만 원)부터 시작하며 V6 3.0L 디젤 HSE 95,045달러(약 1억169만 원)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