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 대교를 걸으며 - 海心 구장회 - 서울신대 51회 동기회에서 신시도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과거에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갔었는데 이제는 바닷길로 다리가 놓여서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새만금휴게소에서 각처에서 온 동기들을 반갑게 만나 신시도교회를 들러 기도회를 하고, 신시도 해 비치 팬션에서 여장을 풀고 고기잡이배를 전세하여 고군산 일대 해상 관광을 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뱃머리에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가을 바다를 마음껏 즐겼다. 앞뒤 좌우로 전개되는 섬과 섬, 그리고 섬을 잇는 아름다운 다리가 운치를 더해 주었다. 하늘은 높고 푸른 하늘, 전후좌우에는 출렁이는 망망대해 푸른 물결, 멀리 보이는 산과 마을, 나를 비롯한 70대 80대 노인이 된 동기생들은 아마도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쏜살같이 빠르게 흘러간 세월을 실감하면서 무엇인가 명상에 잠겨 있는 듯 했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는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고, 잡된 생각이 바닷바람과 함께 멀리 사라지는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노래를 한 곳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바다만 바라보면 노래가 나온다. 그래서 혼자 흥얼거리며 불러본다. “잔잔한 바다 위로 저 배는 떠나가며 노래를 부르니 나폴리라네...”
한 시간 동안 배를 타고 고군산 일대를 돌면서 웰빙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해 뜨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신시도교회에서 대접하는 푸짐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신시도교회 담임 목사이신 최 목사님이 자기 교회 원로 목사이신 박 목사님의 동기생들을 대접한다고 푸짐한 저녁 식사를 마련한 것이었다. 각종 해물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특히 감사한 일은 최 목사님이 1박 2일 신시도에 머무는 동안의 모든 경비를 교회에서 부담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요즈음 원로 목사들이 홀대를 받는 데 이토록 11명의 목사님들 부부를 이틀 동안 대접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른을 존경하는 최 목사님과 신시도교회의 성도들의 따뜻한 마음에 우리 일행은 감동을 하였다. 나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음식도 맛있지만, 나는 음식보다도 최 목사님과 신시도교회 성도들의 사랑을 먹고 있기에 더욱 음식이 맛있고, 마음마저 포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해가 서쪽으로 지자 나는 목사님들과 신시도와 고군산도를 잇는 고군산 다리 위를 걸었다. 다리에 가로등이 들어오고, 동네에 전깃불이 비치고, 멀리 섬들이 희미하게 보이는 밤 경치를 보면서 4km 되는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밤에 바다 위에 있는 크고 긴 다리를 걷는 것은 아마도 내 생전 처음 있는 경험인 것 같다. 주마등처럼 옛 추억이 계속 떠오른다. 서울 아현동 고개에 있는 서울신학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모습, 교수들의 특유한 개성 있는 말투와 체스추어를 흉내 내며 학우들과 폭소를 자아내던 시절... 벌써 57년의 세월이 흘렀다. 젊음을 자랑하며 함께 공부하든 정답든 동창들이 벌써 목회하고 은퇴하여 7, 80대 노인들이 되었으니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도 했다. 고군산교회에 부흥회를 인도하러 군산에서 하루 밤을 자고 아침 일찍 풍랑 때문에 여객선은 운행정지를 당해 고깃배를 빌려 타고 고군산으로 가던 때 하나님이 풍랑을 잔잔하게 해 주셔서 무사히 고군산에 가서 부흥회를 은혜롭게 인도하던 것도 추억이 되어 생생하게 떠올라 나는 미소를 지으며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옛 시인이 옛 도읍지를 말을 타고 돌아와 읊은 시가 떠오른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몇 십 년 만에 와보는 고군산의 섬들은 변함이 없건만 섬마다 서로를 잇는 다리는 놓이고, 문명의 혜택을 입은 동네는 집들도 모습이 달라졌고, 고군산 섬들을 방문하는 우리의 모습도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옛 추억만은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내 머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우리는 이불을 펴놓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늦게 잠자리에 누워 모든 것을 잊고 꿈나라로 여행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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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海心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海心 구장회
첫댓글 고군산군도 여행을 하셨군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우리가 섬을 떠난지 20년 세월에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군요~!
옛날은 그리운 법인가 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