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기와 쑤기미는 각 삼식이와 쏠치(범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쑤기미는 양볼락과, 삼세기는 삼세기과로 사촌지간이 아니다.
1) 가장 큰 차이점은 '독'의 유무.
삼세기는 독이 없고 쑤기미는 독이 있다
쑤기미(범치)는 연안에서 접할 수 있는 어종 중 쏘였을 경우 가장 큰 통증을 안기는 물고기 중 하나
2) 외관상 구별방법 : 등가시 모양
쑤기미의 등가시가 삼세기보다 더 굵고 억세다.
삼세기의 등가시는 쑤기미에 비해 좀 빈약해 보이며, 맨 앞(머리쪽)에 한가닥이 길게 툭 튀어나와 있다.
3) 외관상 구별방법 : 머리의 모양
쑤기미는 머리가 푹 찌그러져서 주둥이가 하늘로 치솟아 있다. 채색이나 무늬는 서식환경에 따라 워낙 천차만별이라 구별기준이 되지 못한다.
4) 가장 맛있는 제철도 조금 다르다.
생선은 산란기에 따라서 제철을 정한다.
보통 산란기 직전에 영양분을 비축할 때가 가장 살도 오르고 맛있으며, 알을 배거나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생선은 맛과 식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
쑤기미는 늦봄~여름, 삼세기는 한겨울이 제철이다.
■ 삼세기 (케무시카지카 ケムシカジカ)
삼식이,삼숙이,탱수 등의 우스꽝스러운 방언이 많은 삼세기는 보통 삼세기라는 표준명보다 '삼식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별명 만큼이나 외모도 웃기게 생긴 이놈이 바로 겨울철 별미인 '삼식이탕'의 주인공.
까끌까끌한 껍질에다가 온몸에 퍼져있는 돌기들까지 정말 더럽게 못생긴 놈이지만, 시원한 국물 하나만은 아주 끝내준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소비도 겨울에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전 연안의 암초지대 바닥에 두루 서식하며, 수심 10m 내외의 연안에서부터 500m 이상의 심해 지역까지 두루 분포한다.
까칠한 생김새와 큰 주둥이를 보고 짐작할 수 있듯이 식탐이 강한 육식성 어종이며, 몸길이는 최대 50cm 정도까지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서식환경에 따른 체색 변화가 심해서, 단순히 색깔로 유사어종 쑤기미와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매운탕 뿐만 아니라 회로도 먹는데,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과 육식어종의 탄탄한 식감을 두루 느낄 수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의외로 회 맛이 좋다.
간혹 이것도 회로도 먹냐고 하는데, 일부 복어종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생선은 회로 먹을 수 있다
(근데 내 생각엔, 맛과 식감 모두 뒤에 나올 쑤기미에 비해선 좀 떨어진다. 생선은 못생기거나 독있는 놈이 맛있는 법인데 쑤기미는 양자를 구비함)
허나 씨알이 작아서인지, 워낙 탕이 인기가 많아선지 보통 삼세기회를 단품으로 내는 경우는 좀 드물다.
모듬 잡어회에 곁들이 정도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혹은 바닷가 어시장에서 횟감용 생선을 살 때 잡어로 삼세기를 넣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해안 쪽엔 겨울철 삼세기 회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더러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김포 대명항 등에 가 보면 삼세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삼세기는 일본에서도 훌륭한 탕거리다. 그리고 노란색의 간도 아귀나 쥐치 못지않게 아주 맛있단다.
일본에서도 사시미보다 국물 요리가 더 인기가 많다.
또한 그밖에도 튀김,구이,조림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삼세기를 먹으며, 간과 알도 훌륭한 식재료로 쓴다.
다만 아직 국내에선 탕이나 회 외의 방식으로 삼세기 요리를 하는 식당은 본 적이 없다.
더 다양한 방식의 요리가 보급되면 좋을텐데 말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삼세기를 구해서 구이나 찜을 해 먹어볼 요량이다.
그리고 딱히 낚시 대상어종은 아니다.
삼세기를 메인 타겟으로 하는 낚시는 국내에선 본 적 없다. 선상낚시 중 손님고기로 종종 나오긴 해도...
손맛이 기가 막힌것도 아니고, 특별히 빵이 좋은것도 아니고, 거기다 마릿수를 쿨러 가득 채울수 있는것도 아니라서 큰 인기는 없다. 그리고 재수없게 헷갈려서 쑤기미에 쏘이기라도 한다면, 출조비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
쑤기미 (오니오코제 オニオコゼ)
쑤기미는 솔치, 쏠치, 범치 등의 방언으로 흔히 불리기도 한다.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쏘는 고기, 범처럼 무서운 고기라는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가시에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인데, 이 독가시에 한번 찔리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어볼 수 있단다. 이 작은 물고기를 호랑이에 비유하며 무서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ㅎㅎㅎㅎ
낚시나 해루질, 다이빙을 할 때 이 놈이 쑤기미인 줄 모르고 덥썩 잡았다가 찔린 사례가 상당히 많다.
당사자들 표현으론 '차라리 팔을 잘라내는게 낫겠다 싶을 만큼'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ㄷㄷㄷ
독은 죽은 뒤에도 남아있으니 손질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어시장의 쑤기미는 등가시가 잘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다른 고기를 상하게 할까봐 잡히는 즉시 칼로 콱 뿐질러(?!) 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복어처럼 얇게 저민 쑤기미 사시미와 가라아케 외 다양한 요리들.
삼세기와 마찬가지로 최고급 탕감으로 인정받는데, 삼세기보다 좀 더 고급어종의 인식이 있다.
새하얀 살의 쫄깃한 식감과 맛이 마치 복어의 그것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는, 여름철 복어류의 공백기에는 제철 맞은 오니오코제(쑤기미)를 그 대용품으로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복어로 해 먹는 요리는 쑤기미로도 다 만든다.
국내에선 여수/통영/사천/제주 등 남쪽 지방에서 많이 먹는데, 특히 제주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여름철 별미 중 하나가 솔치(쑤기미의 제주 방언)회다.
다만 강한 독을 품고 있는데다가 삼세기보다 덩치도 작아서 손질도 까다롭고 수고스러운 탓에, 그 가격은 웬만한 횟집에서 kg당 12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 때 전량 일본 수출되는 인기어종이어서 무분별한 남획이 이루어졌었고, 그 결과 급감한 어획량도 비싼 가격에 한몫 하게 되었다.


쑤기미매운탕과 쑤기미된장물회.
그리고 전남 장흥에 가면 '한국인의 밥상'에도 나왔던 지역 토속음식 '쑤기미 된장물회'를 만날 수 있다.
여름철 시원한 물회에 제철맞은 찰진 쑤기미회라니!
그 밖에 쑤기미매운탕은 남쪽 해안지방이면 어디서나 쏨뱅이매운탕과 더불어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일본에서는 쑤기미를 복어만큼 고급어종으로 취급하며, 대부분이 비싼 값으로 고급 요리집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