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땅 위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무리 속의 새 한 마리는 포식자가 다가올 때 경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일까요? 그 새가 경보 울음소리를 내면 포식자의 관심이 그 새에게 집중되어 잡아먹히기 쉬울 것이고 따라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데 실패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하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 때처럼, 왜 인간은 가끔 낯선 타인을 돕기 위해 자신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동기부여를 받을까요? 생명이 어떻게 배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타적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하는 문제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을 곤혹스럽게 했던 난제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한 세기 동안이나 풀리지 않는 퍼즐로 남아있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이와 같은 이타 행동을 이해하려면 개체가 아닌 혈연 집단 또는 유전자 단위에서 진화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최초로 제시한 사람은 영국의 생물학자인 윌리엄 해밀턴입니다. 해밀턴은 1964년에 「사회 행동의 유전적 진화」라는 논문에서 생물이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더 퍼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혈연선택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최근까지 인류의 대부분은 부족이나 촌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위험에 처해 있는 그 아이가 혈연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입니다. 자기를 희생하여 혈연을 돕는 이타적 행동은 적어도 개체에게는 손실이지만, 혈연 집단의 전체로 보면 그 행동은 이득이 됩니다. 해밀턴의 이론은 다윈 이래 개체의 자연선택과 도태만을 중심으로 진화를 설명했던 생물학계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난 옥스퍼드 대학의 유명한 진화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윌리엄 해밀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서른다섯 살이던 1976년에 명저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했습니다. 그 책에서 도킨스는 해밀턴 등 당대 최고의 독창적인 생각들을 창조적인 관점에서 정리함으로써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체계적인 방식으로 보여줬습니다. 도킨스는 해밀턴의 ‘혈연선택 이론’을 수용하고 변형해서 자연선택이 집단과 개체보다는 유전자의 수준에서 작용하며, 동물들의 협동이나 이타적 행동들은 모두 유전자가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킨스의 학설은 생물을 개체나 집단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유전자의 시각에서 보기 시작한 획기적인 전환이었습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이타적 행동의 진화만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에 머무리지 않고 동물의 공격행동, 양육행동, 부모 자식간 갈등, 그리고 이성간 대립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행동들에 대한 하나의 포괄적 설명 체계로서 활용되었습니다. 인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도킨스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재생산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들이고, 생물의 생존경쟁은 유전자 간의 살아남기 투쟁입니다. 그리고 유전자의 이기성은 개체의 이기적인 행동의 원인이 되므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입니다.
생명의 주체가 태초부터 면면히 이어온 ‘이기적’ 유전자라는 도킨스의 논리는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은 물론, 인간의 본성을 비롯한 각종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도킨스의 이야기는 여러 관점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는데 가장 주된 공격은 인본주의자들과 종교인들에 의해서 행해졌습니다. 이들은 생명의 신성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거부하는, 인간이 단순히 유전자들이 운영하는 기계이며, 생명의 주체가 개체가 아닌 유전자라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과는 달리 다른 입장에서 도킨스의 견해를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람에게나 사용될법한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유전자에게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기적이라 함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작위적인 행동패턴이 아니라 이익만을 위한 행동패턴을 보이려면 의지적이고 목적적이어야 되는데, 유전자가 인간과 같이 어떤 의지나 목적을 가지고 생명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도킨스는 그의 책에서 이 두 가지 비판에 대한 반론을 암묵적이지만 충분히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도킨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도킨스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항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그가 말하는 ‘유전자’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는 다음 세대에 다른 DNA 서열로 대체될 수 있는 DNA 단편을 유전자라고 불렀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떤 서열이 능동적 복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것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자신의 복제본을 남기기 위해 다른 서열들과 서로 경쟁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능동적 복제자들끼리는 ‘이기적’ 경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어떤 DNA 서열을 동일한 길이의 다른 서열로 대체시키면 그 서열을 담고 있는 유기체의 적응도가 변화되거나 그 서열이 다른 서열들과 직접적으로 서로 경쟁하는 경우에 그 DNA 서열은 유전자가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말은 복제자의 일차적인 목표가 자기 자신의 사본을 더 많이 남기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즉 이기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분자들의 행동적 차원이지 심리적 차원이 아니며, 비판자들의 주장처럼 유전자가 어떤 의도나 의식을 갖고서 그런 일을 한다는 뜻은 내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유전자 자체에 그런 의도가 없다해도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유전자는 특이한 지향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치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단체처럼, 자연선택을 통해 고도의 목적성을 띄게 된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그래서 유전자 앞에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유전자의 행태를 묘사하는 것이 매우 적절한 용어의 사용임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치 자유의지라는 단어를 붙여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이 매우 적절한 용어인 것과 같이 말입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내용의 대부분이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뒷부분에 그가 인간의 특이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한 새로운 개념인 밈(meme)을 소개합니다. 도킨스는 밈(meme)을 모방 등 비유전적인 방법에 의해 전달되는 문화 전달 단위입니다. 그에 따르면 문화의 전달은 진화의 형태를 취한다는 점에서 유전자의 전달에 비유될 수 있고, 유전적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전달 단위는 밈(meme)인 것입니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문화를 밈(meme)으로 설명했지만, 5년 후에 새로 출간한 저서 『확장된 표현형』에서는 우리의 문화와 문명도 결국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확장된 표현형』은 도킨스 교수의 고유한 이론입니다. 그러니까 도킨스는 인간의 문명을 밈(meme)으로 보기도 하고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으로 보기도 하는 셈입니다.
그의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은 과학계 내부에서도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유전자 결정론 또는 유전적 환원론으로 비판받기도 합니다. 특히 도킨스와 긴 논쟁을 벌여온 하버드 대학의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는 생물은 유전자들의 융합 이상이고, 몸의 여러 부분은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하므로 유전자라는 작은 단위로 전체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환원론적 오류이며, 인간은 분자 수준에서가 아니라 유기체적 개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교수는 굴드 교수가 타계할 때까지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주류 생물학자들은 대체로 도킨스 교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일부 생물학자들과 과학철학자들은 유전자의 역사와 생명의 두 가지 원리는 ‘헙력’과 ‘소통’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기성과 경쟁에 바탕을 둔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디테일한 내용을 다루고 싶지만 너무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용어들이 등장하는 관계로 여기서 멈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