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물총새는 딸 물총새가 실연한 것을 알아차렸다.
어미 물총새는 딸 물총새를 달래서 여행을 나섰다.
어미 물총새는 딸 물총새를 데리고 먼저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거기서부터 물총새 모녀는 졸졸 시작되는 물줄기를 따라 내려왔다.
얼마 후 물줄기는 산 밑의 웅덩이에 이르렀다.
물웅덩이에 풀잎 하나를 따 던지면서 어미 물총새는 말했다.
“물줄기가 여기에 머물고 말면 어떻게 되겠느냐? 물웅덩이 밖에 모르겠지?
그러나 그 풀잎을 봐라. 물줄기를 따라 흘러 내려간다.”
잎을 띄운 물줄기가 흘러서 벌판사이로, 열린 강으로 들어섰다.
강위를 포릉포릉 날면서 어미 물총새가 딸 물총새에게 말했다.
“산에서 내려온 그 물줄기가 만일 여기에 머물고 만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강밖에 모르겠지? 그러나 저 풀잎을 봐라. 물줄기는 강을 떠난다.”
풀잎을 띄운 물줄기가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다.
물총새 모녀도 바다에 이르렀다. 어미 물총새가 딸 물총새한테 말했다.
“이제 알겠니? 산봉우리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산 밑 웅덩이와도 헤어지고 저수지와도 헤어지고 강과도 헤어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어미 물총새가 바닷가 바위 위에 앉았다. 딸 물총새도 그 곁에 앉았다.
어미 물총새가 조용히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너무 어려서 만나 거기에 머물고 만다는 것은 산 밑 웅덩이에 그치고 마는 결과이다.
이별은 슬픈 것일망정 멈춤이 아니다. 성장 촉진제이기도 한 거야.
다시 기운차게 날아 보려무나.”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