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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사(梅花詞) : 안민영(安玟英 1816~1885)
<1수>
매영(梅影)이 부딪힌 창에 옥인금차(玉人金차) 비겼으니
이삼 백발옹(白髮翁)은 거문고와 노래로다.
이윽고 잔 잡아 권할 적에 달이 또한 오르더라.
<2수>
어리고 성긴 가지(柯枝)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촉(燭)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暗香)조차 부동(不動)터라.
<3수>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 놓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4수>
눈으로 기약(期約)터니 네 과연 피었구나.
황혼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성기구나.
청향(淸香)이 잔(盞)에 떴으니 취(醉)코 놀려 하노라.
<5수>
황혼에 돋는 달이 너와 기약 두었더냐.
합리(閤裡)에 자던 꽃이 향기 놓아 맞는구나.
내 어찌 매월(梅月)이 벗 되는지 몰랐던고 하더라.
<6수>
바람이 눈을 몰아 산창(山창)에 부딪치니,
찬 기운(氣運) 새어 들어 잠든 매화를 침노(侵擄)한다.
아무리 얼우려 하인들 봄 뜻이야 앗을소냐.
<7수>
저 건너 나부산(羅浮山) 눈 속에 검어 우뚝 울퉁불퉁 광대 등걸아,
네 무삼 힘으로 가지(柯枝) 돋쳐 꽃조차 저리 피었느냐.
아무리 썩은 배 반(半)만 남았을망정 봄뜻을 어이하리오.
<8수>
동각에 숨은 꽃이 척촉(척촉)인가 두견화(杜鵑花)인가.
건곤(乾坤)이 눈이어늘 제 어찌 감히 피리.
알괘라 백설 양춘(白雪陽春)은 매화밖에 뉘 있으리.
[💜현대어 풀이]
<1수>
매화 그림자 비친 창에 가야금을 타는 미인이 비스듬히 앉아 있는데 / 두어 명의 노인은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하는구나. / 이윽고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할 때 달이 또한 솟아 오르더라.
<2수>
연약하고 엉성한 매화 너를 (어찌 꽃을 피울까 하고) 믿지 아니하였더니 / 눈 오면 피겠다는 약속을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 촛불 잡고 가까이 사랑할 때(완상할 때) 그윽한 향기조차 떠도는구나.
<3수>
빙자옥질(얼음같이 맑고 깨끗한 모습과 구슬처럼 아름다운 바탕)이여, 눈 속에 피어난 바로 너로구나. / 가만히 향기를 풍기며 저녁에 뜨는 달을 기다리니 / 아마도 아치고절(아담한 풍치와 높은 절개)는 너뿐인가 하노라.
<4수>
눈 올 때쯤 피우겠다고 하더니 너 과연 피었구나. / 황혼에 달이 뜨니 그림자도 듬성하구나. / 매화, 너의 맑은 향이 술잔에 어리었으니 취해 놀고자 하노라.
<5수>
황혼에 뜬 달은 미리 너와 만날 기약을 하였더냐? / 쪽문(방안)에 잠든 꽃이 향기를 풍기며 맞이하는구나. / 내 어찌 달과 매화가 벗인 줄 몰랐던가 하노라.
<6수>
산바람이 눈을 몰고 와서 산가(山家)의 창문에 부딪치니, / 찬 기운이 방으로 새어 들어와 잠든 매화를 괴롭히는구나. / 아무리 (추운 날씨가 매화 가지를) 얼게 하려 한들 봄이 찾아옴을 알리겠다는 의지야 빼앗을 수 있겠는가.
<7수>
저 건너 나부산 눈 속에 거무튀튀 울퉁불퉁 광대등걸아, / 너는 무슨 힘으로 가지를 돋쳐서 꽃조차 피웠는가? / 아무리 썩은 배가 반만 남았을망정 봄 기운을 어찌하리오.
<8수>
동쪽에 있는 누각에 숨은 꽃이 철쭉인가 진달래꽃인가. / 온 천지가 눈이거늘 제 어찌 감히 피겠는가. / 알겠도다, 흰 눈이 날리는 겨울인데도 봄빛을 보이는 것은 매화밖에 그 누가 있으리.
[💛이해와 감상]
이 연시조는 매화사(梅花詞) 또는 영매가(詠梅歌)로 불리는데, 가객 안민영이 55세 때 지은 것으로 모두 8수로 되어 있다. 지은이가 1870년(고종 7년) 그의 스승 박효관의 운애산방(運崖山房)에서 기생과 더불어 놀 때, 마침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피어 향기가 방 안을 진동하므로 이에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1수> 풍류를 즐기는 백발옹의 모습이 드러나며, 제1수에서 '매화'는 배경으로만 제시되고 있다.
<2수> 초장에서는 매화를 의인화하고 있다. 중장은 원래 매화는 눈이 내리는 늦겨울이나 초봄에 피는데 눈이 내릴 때 꽃을 피우겠다는 약속을 지켜 매화가 피었다는 의미이다. 매화에 대한 대견함과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다. 종장에서는 두세 송이의 매화를 보다가 자세히 보기 위해 촛불까지 들고 가까이 다가가 그윽한 향기에 매료된 모습을 통해 매화에 대한 화자의 애정이 드러난다.
<3수> 초장에서 '매화'를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하며, 이는 제2수에서 매화에 인격을 부여한 것에서 나아가 매화를 화자와 대등한 인격체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장은 달빛을 받은 매화의 모습이 햇빛을 받은 그 모습보다 아름답기 때문에 황혼월을 기다린다는 의미이다. '빙자옥질'과 '아치고절'은 매화에 대한 화자의 주관적 인식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시어이다.
<4수> 제1수와 2수를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매화는 신의를 지켜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달'과 '술잔'은 매화를 즐기는 흥취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5수> 초장에서는 달과 매화의 어우러짐(조화)을 달과 매화가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달과 매화의 어우러짐을 종장에서는 '벗'으로 표현하고 있다.
<6수> '눈보라'나 '찬 기운'은 매화가 피어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시련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무리 매화를 얼게 하려고 해도 매화가 핌으로써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즉, 자연의 이치는 거스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매화'를 선구자적인 정신을 지닌 존재로 형상화함으로써 매화의 절개를 예찬하고 있다.
<7수> '광대등걸'은 시적 대상으로 '오래된 매화나무'로 볼 수 있다. 초장의 '나부산'이 중국에 있는 산임을 고려할 때, 광대등걸은 화자가 실제 보는 대상이라기보다는 관념 속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8수> 철쭉, 진달래꽃과 달리 눈 속에서도 필 수 있는 꽃은 오로지 매화밖에 없다고 함으로써 매화에 절개, 지조의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예찬하고 있다.
❤️만흥(漫興) 6수 /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제1수>
산슈간(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을 짓노라 ᄒᆞ니,
그 모론 ᄂᆞᆷ들은 욷ᄂᆞᆫ다 ᄒᆞᆫ다마ᄂᆞᆫ,
어리고 햐암의 뜻의ᄂᆞᆫ 내분(分)인가 ᄒᆞ노라.”
<제2수>
보리밥 풋ᄂᆞᆺᄆᆞᆯ을 알마초 머근 후(後)에,
바횟긋 믉ᄀᆞ의 슬ᄏᆞ지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ᄅᆞᆯ 줄이 이시랴.
<제3수>
잔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ᄇᆞ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하랴,
말ᄉᆞᆷ도 우음도 아녀도 몯내 됴하 ᄒᆞ노라.
<제4수>
누고셔 삼공(三公)도곤 낫다 ᄒᆞ더니 만승(萬乘)이 이만ᄒᆞ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巢父) · 허유(許由) ㅣ 냑돗더라,
아마도 님쳔한흥(林泉閑興)을 비길 곳이 업세라.
<제5수>
내 셩이 게으르더니 하늘히 아라실샤
인간만사(人間萬事)를 한 일도 아니 맛뎌
다만당 다토리 업슨 강산(江山)을 딕희라 하시도다
<제6수>
강산(江山)이 됴타한들 내 분(分)으로 누얻느냐
님군 은혜(恩惠)를 이제 더욱 아노이다
아므리 갑고쟈 하야도 갚올 일이 업세라
‘만흥’은 산중생활에서 문득 느껴지는 ‘부질없는 흥(만흥)’을 소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첫째 수는 자연에 묻혀사는 소박한 생활이 작자에게 알맞은 분수임을 노래하였다.
둘째 수에서는 가난에 평안하는 안분(安分), 안빈(安貧)의 경지를 그렸다.
셋째 수는 담담한 표현 속에 느긋한 정취를 은은히 풍기고 있다. 산수시의 미, 느긋한 즐거움〔閑寂〕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넷째수는 한흥, 곧 이 시의 주제인 만흥을 노래하였다. 「만흥」은 전원시이면서 산수시다.
이 작품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화하며 사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세속과 떨어져 자연 경치를 완상하며 살아가는 은거자의 삶이 부귀공명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가치관과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내는 연시조로, 조선시대 선비의 이상인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현대어 풀이]
자연 속 바위 아래에 초가집을 짓고 살려고 하니 / 그런 나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은 비웃고들 있지만 / (나처럼) 어리석고 시골뜨기의 마음에는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분수에 맞는 것이라 생각하노라.
보리밥과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뒤에 / 바위 끝 물가에서 실컷 노니노라. / 그밖에 나머지 일이야 부러워할 것이 있겠는가?
술잔을 들고 혼자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니 / 그리워하던 님이 온다고 한들 반가움이 이보다 더하겠는가 / (산이 비록) 말하거나 웃거나 하지 않아도 나는 그저 좋아하노라.
누군가가 (자연이) 삼공보다 낫다고 하더니 만승(천자의 지위)이 이만하겠는가? / 이제 생각해보니 소부와 허유가 영리하였도다. / 아마도 자연속에서 노니는 즐거움은 비교할 데가 없어라.
내 천성이 게으른 것을 하늘이 아시고서, / 인간 만사를 하나도 맡기지 않으시고, / 다만 한 가지 다툴 것이 없는 강산을 지키라고 하시도다.
강산이 좋다고 한들 내 분수(능력)로 이렇게 편안히 누워 있겠느냐. / 이 모든 것이 임금의 은혜임을 이제야 더욱 알 것 같도다. / 하지만 아무리 갚고자 하여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화하며 사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세속과 떨어져 자연 경치를 완상하며 살아가는 은거자의 삶이, 부귀공명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가치관과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내는 연시조로, 조선시대 선비의 이상인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임금의 거가를 모시고 따라감)하지 않았다 하여 경상도 영덕에 유배되어 있다가 풀려나, 해남의 금쇄동에 은거하고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산중신곡>에 수록되어 있는 6수로 된 연시조이다. 이 <만흥> 6수에는 벼슬하지 않고 자연 속에 사는 것이 자기의 분수에 맞는 일이라고 자위하고 있으며, 한문투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우리말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윤선도는 시어의 아름다움과 형상적인 구조로 시조 문학의 절정을 이루어 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정리]
성격 : 평시조, 연시조, 한정가(閑情歌)
표현
① 설의법, 한문투의 표현이 거의 없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림.
② 겸양의 미덕과 함께 현실에 대한 체념적 태도를 부분적으로 드러냄.
③ 작가의 안분지족하는 삶의 자세가 드러나 있고, 물아일체의 자연친화정신이 잘 나타나 있음.
구성
-. 제1수 → 안분지족의 삶
-. 제2수 → 안빈낙도의 삶
-. 제3수 → 자연동화의 삶
-. 제4수 → 강호한정의 삶
-. 제5수 → 풍월주인으로서의 삶
-. 제6수 → 성은에 대한 감사
제재 : 자연과 벗하는 생활
주제
*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隱士)의 한정(閑情)
* 자연 속에서 사는 삶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
문학사적 의의 : 영덕에 유배되었던 윤선도가 유배가 풀린 후, 해남 금쇄동에 은거하면서 자연 속에서 살며 느낀 흥취를 6수의 연시조로 표현한 작품. 제6수를 토앻 임금님의 은혜를 표현하는 강호가도류를 계승하고 있음.
[💛허유와 소부 이야기]
중국 요임금은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지자 천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 단주를 사랑했지만,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 재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임금은 천하를 다스리는 공적인 대의를 위해 아들을 희생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후계자를 물색하던 요임금은, 허유라는 현명한 은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허유는 바른 자리가 아니면 앉지 않았고, 당치 않은 음식은 입에 대지 않고, 오직 의를 따르는 사람이었다. 요임금은 그를 찾아가 말했다.
"태양이 떴는데도 아직 횃불을 끄지 않는 것은 헛된 일이요, 청컨대 천자의 자리를 받아주시오."
허유가 사양하며 말했다.
"뱁새는 넓은 숲속에 집을 짓고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며, 두더지가 황하의 물은 마셔도 배만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비록 음식을 만드는 포인이 제사 음식을 만들지 않더라도 제사를 주관하는 제주가 부엌으로 들어가지 않는 법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허유는 기산이라는 곳으로 자신의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요임금은 다시 그를 찾아가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물론 허유는 단호했다. 워낙 세상의 권세와 재물에 욕심이 없었던 허유는 그런 말을 들은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생각해서 흐르는 강물에 귀를 씻었다. 때마침 소 한 마리를 앞세우고 지나가던 소부가 이 모습을 보고 허유에게 물었다.
"왜 귀를 씻으시오?"
"요 임금이 나를 찾아와 나에게 천하를 맡아달라는구려. 이 말을 들은 내 귀가 혹여 더럽혀졌을까 하여 씻는 중이오."
이 말을 들은 소부는 큰소리로 껄껄 웃었다.
"왜 웃으시오?"
"당신이 숨어 산다는 소문을 퍼트렸으니 그런 더러운 말을 듣는 게 아니오. 모름지기 은자란 애당초부터 은자라는 이름조차 밖에 알려서는 안 되는 법이오. 한데 당신은 은자라는 이름을 은근히 퍼트려 명성을 얻은 게 아니요?"
그러고 나서 소부는 소를 몰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방 먹은 허유가 물었다.
"소에게 물은 안 먹이고 어딜 올라가시오?"
소부가 대답했다.
"그대의 귀를 씻은 구정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어 올라가는 거요."
❤️누항사(陋巷詞) / 박인로(朴仁老)
♣ 원문
어리고 우활(迂闊)ᄒᆞᆯ산 이 ᄂᆡ 우ᄒᆡ 더니 업다.
길흉 화복(吉凶禍福)을 하날긔 부쳐 두고,
누항(陋巷) 깁푼 곳의 초막(草幕)을 지어 두고,
풍조우석(風朝雨夕)에 석은 딥히 셥히 되야,
셔 홉 밥 닷 홉 죽(粥)에 연기(煙氣)도 하도 할샤.
설 데인 숙냉(熟冷)애 뷘 배 쇡일 ᄲᅮᆫ이로다.
생애 이러ᄒᆞ다 장부(丈夫) ᄯᅳᆺ을 옴길넌가.
안빈 일념(安貧一念)을 젹을망정 품고 이셔,
수의(隨宜)로 살려 ᄒᆞ니 날로조차 저어(齟齬)ᄒᆞ다.
ᄀᆞᄋᆞᆯ히 부족(不足)거든 봄이라 유여(有餘)ᄒᆞ며,
주머니 뷔엿거든 병(甁)의라 담겨시랴.
빈곤(貧困)ᄒᆞᆫ 인생(人生)이 천지간(天地間)의 나ᄲᅮᆫ이라.
기한(飢寒)이 절신(切身)ᄒᆞ다 일단심(一丹心)을 이질ᄂᆞᆫ가.
분의 망신(奮義忘身)ᄒᆞ야 죽어야 말녀 너겨,
우탁 우랑(于槖于囊)의 줌줌이 모아 녀코,
병과(兵戈) 오재(五載)예 감사심(敢死心)을 가져 이셔,
이시섭혈(履尸涉血)ᄒᆞ야 몃 백전(百戰)을 지ᄂᆡ연고.
일신(一身)이 여가(餘暇) 잇사 일가(一家)를 도라보랴.
일노장수(一奴長鬚)ᄂᆞᆫ 노주분(奴主分)을 이졋거든,
고여춘급(告余春及)을 어ᄂᆡ 사이 생각ᄒᆞ리.
경당문로(耕當問奴)인ᄃᆞᆯ 눌ᄃᆞ려 물ᄅᆞᆯᄂᆞᆫ고.
궁경가색(躬耕稼穡)이 ᄂᆡ 분(分)인 줄 알리로다.
신야경수(莘野耕叟)와 농상경옹(瓏上耕翁)을 천(賤)타 ᄒᆞ리 업것마ᄂᆞᆫ,
아므려 갈고젼ᄃᆞᆯ 어ᄂᆡ 쇼로 갈로손고.
한기태심(旱旣太甚)ᄒᆞ야 시절(時節)이 다 느즌 졔,
서주(西疇) 놉흔 논애 잠ᄭᅡᆫ ᄀᆡᆫ 녈비예
도상(道上) 무원수(無源水)를 반만ᄭᅡᆫ ᄃᆡ혀 두고,
쇼 ᄒᆞᆫ 젹 듀마 ᄒᆞ고 엄섬이 ᄒᆞᄂᆞᆫ 말삼
친절(親切)호라 너긴 집의 달 업슨 황혼(黃昏)의 허위허위 다라 가셔,
구디 다ᄃᆞᆫ 문(門) 밧긔 어득히 혼자 서셔
큰 기참 아함이를 양구(良久)토록 하온 후(後)에,
어와 긔 뉘신고 염치(廉恥) 업산 ᄂᆡ옵노라.
초경(初更)도 거읜ᄃᆡ 긔 엇지 와 겨신고.
연년(年年)에 이러ᄒᆞ기 구차(苟且)ᄒᆞᆫ 줄 알건마ᄂᆞᆫ
쇼 업ᄉᆞᆫ 궁가(窮家)애 혜염 만하 왓삽노라.
공ᄒᆞ니나 갑시나 주엄 즉도 ᄒᆞ다마ᄂᆞᆫ,
다만 어제 밤의 거넨 집 져 사ᄅᆞᆷ이,
목 불근 수기 치(雉)을 옥지읍(玉脂泣)게 ᄭᅮ어 ᄂᆡ고,
간 이근 삼해주(三亥酒)을 취(醉)토록 권(勸)ᄒᆞ거든,
이러한 은혜(恩惠)을 어이 아니 갑흘넌고.
내일(來日)로 주마 ᄒᆞ고 큰 언약(言約) ᄒᆞ야거든,
실약(失約)이 미편(未便)ᄒᆞ니 사셜이 어려왜라.
실위(實爲) 그러ᄒᆞ면 혈마 어이ᄒᆞᆯ고.
헌 먼덕 수기 스고 측 업슨 집신에 설피설피 물너 오니,
풍채(風採) 저근 형용(形容)애 ᄀᆡ 즈칠 ᄲᅮᆫ이로다.
와실(蝸室)에 드러간ᄃᆞᆯ 잠이 와사 누어시랴.
북창(北牕)을 비겨 안자 ᄉᆡ배ᄅᆞᆯ 기다리니,
무정(無情)한 대승(戴勝)은 이ᄂᆡ 한(恨)을 도우ᄂᆞ다.
종조 추창(終朝惆悵)ᄒᆞ야 먼 들흘 바라보니,
즐기ᄂᆞᆫ 농가(農歌)도 흥(興) 업서 들리ᄂᆞ다.
세정(世情) 모ᄅᆞᆫ 한숨은 그칠 줄을 모ᄅᆞᄂᆞ다.
아ᄭᅡ온 져 소뷔ᄂᆞᆫ 볏보님도 됴ᄒᆞᆯ세고.
가시 엉긘 묵은 밧도 용이(容易)케 갈련마ᄂᆞᆫ,
허당반벽(虛堂半壁)에 슬ᄃᆡ업시 걸려고야.
춘경(春耕)도 거의거다 후리쳐 더뎌 두쟈.
강호(江湖) ᄒᆞᆫ ᄭᅮᆷ을 ᄭᅮ언지도 오ᄅᆡ러니,
구복(口腹)이 위루(爲累)ᄒᆞ야 어지버 이져ᄯᅥ다.
첨피기욱(瞻彼淇燠)혼ᄃᆡ 녹죽(綠竹)도 하도 할샤.
유비군자(有斐君子)들아 낙ᄃᆡ ᄒᆞ나 빌려ᄉᆞ라.
노화(蘆花) 깁픈 곳애 명월청풍(明月淸風) 벗이 되야,
님ᄌᆡ 업산 풍월강산(風月江山)애 절로절로 늘그리라.
무심(無心)한 백구(白鷗)야 오라 ᄒᆞ며 말라 ᄒᆞ랴.
다토리 업슬ᄉᆞᆫ 다문 인가 너기로라.
무상(無狀)한 이 몸애 무ᄉᆞᆫ 지취(志趣) 이스리마ᄂᆞᆫ,
두세 이렁 밧논를 다 무겨 더뎌 두고,
이시면 죽(粥)이오 업시면 굴물망졍,
남의 집 남의 거슨 전혀 부러 말렷스라.
ᄂᆡ 빈천(貧賤) 슬히 너겨 손을 헤다 물너가며,
남의 부귀(富貴) 불리 너겨 손을 치다 나아 오랴.
인간(人間) 어ᄂᆡ 일이 명(命) 밧긔 삼겨시리.
빈이무원(貧而無怨)을 어렵다 ᄒᆞ건마ᄂᆞᆫ
ᄂᆡ 생애(生涯) 이러호ᄃᆡ 설온 ᄯᅳᆺ은 업노왜라.
단사표음(簞食瓢飮)을 이도 족(足)히 너기로라.
평생(平生) ᄒᆞᆫ ᄯᅳᆺ이 온포(溫飽)애ᄂᆞᆫ 업노왜라.
태평천하(太平天下)애 충효(忠孝)를 일을 삼아
화형제(和兄弟) 신붕우(信朋友) 외다 ᄒᆞ리 뉘 이시리.
그 밧긔 남은 일이야 삼긴 ᄃᆡ로 살렷노라.
♣ 현대어 풀이💜
어리석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은 나보다 더한 이가 없다. 길흉화복(운명)을 하늘에 맡겨두고 누추한 깊은 곳에 초가집을 지어두고 아침저녁 비바람에 섞은 짚(초가를 이었던)이 섭(땔감)이 되어 세홉 밥 닷홉 죽에 연기도 많기도 많구나. 설 데운 숭늉에 빈 배속을 속일뿐이로다. 생활이 이러하다고 장부가 품은 뜻을 바꿀 것인가. 가난하지만 편안하여 근심하지 않는 한결같은 마음을 적을 망정 품고 있어 옳은 일을 좇아 살려하니 날이 갈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을이 부족하거든 봄이라고 넉넉하며 주머니가 비었거든 술병이라고 술이 담겨 있겠는가. 가난한 인생이 이 세상에 나뿐이로다.
서사 - 길흉화복(吉凶禍福)을 하늘에 맡기고 안빈일념(安貧一念)으로 살려는 심정
굶주리고 헐벗음이 절실하다고 한 가닥 굳은 마음을 잊을 것인가. 의에 분발하여 제 몸을 잊고 죽어야 그만 두리라 생각한다. 전대와 망테에(전쟁할 때 쓰는 무기들을) 줌줌이 모아놓고 임진왜란 오년동안에 죽고야 말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주검을 밟고 피를 건너는 혈전을 몇 백 번이나 지냈던가.
본사 1 - 충성심으로 백전고투(百戰苦鬪)했던 임진왜란의 회상
일신이 겨를이 있어서 가족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인가. 늙은 종은 종과 주인간의 분수를 잊었거든 하물며 나에게 봄이 돌아 왔다고 일러주는 하인이 있기를 기대하겠는가. 밭갈이를 종에게 묻고자 한들 누구에게 묻을 것인가.(하인은 전쟁 중에 도망을 가고 없다) 몸소 농사를 짓는 것이 나의 분수인지를 알겠도다.
본사 2 - 전란 후 돌아와 몸소 농사를 지음
신야경수와 농상경옹(밭가는 노인)을 천하다고 할 삶이 없건마는 아무리 갈고자 한들 어느 소로 갈 것인가. 가뭄이 이미 크게 심하여 시절이 다 늦은 때에 서쪽 두둑 위 높은 논에 잠깐 지나가는 비에 길 위에 흘러내리는 근원 없는 (도상 무원수)물을 반만큼 대어두고 소 한번 빌려 주마고 탐탁찮게 말을 하던 친절하다고 여긴 집에 달도 없는 황혼에 허둥지둥 달려가서 굳게 닫힌 문밖에 멀찍이 혼자 서서 큰기침 아함이(에헴 소리)를 오랫동안 한 뒤에 “아 거기 누구신가”, “염치없는 내로다” 대답하니
본사 3 - 농사를 지으려 하나 농우(農牛)가 없어 빌리러 감
“초경도 거의 지났는데 그대 어찌하여 와 계신다.” 하기에 “해마다 이러하기가 염치없는 줄 알지마는 소 없는 가난한 집에 걱정이 많아 왔습니다.” 하니 “공짜로나 값을 치르거나 해서 빌려 줄만도 하다마는 다만 어젯밤에 건너 짐 저 사람이 수꿩 한 마리를 잘 구워내어 갓 익은 삼해주를 취하도록 권하기에 내일로 빌려 주마하고 약속을 했으므로 미안하지만 안됐소.” “사실이 그렇다면 설마 어찌할까?” 헌 갓을 숙여 쓰고 축이 없는 짚신에 맥없이 물러나오니 풍채 작은 모습에 개가 짖을 뿐이로다.
본사 4 - 농우를 빌리러 갔다가 수모를 당하고 돌아옴
작고 누추한 집에 들어간들 잠이 와서 누워있으랴. 북쪽 창문에 기대어 앉아 새벽을 기다리니 무정한 오디새는 이내 원한을 재촉한다. 아침이 마칠 때까지 슬퍼하며 먼 들을 바라보니 즐기는 농부들의 노래도 흥이 없이 들린다. 세상 인정을 모르는 한숨은 그칠 즐을 모른다. 아까운 저 쟁기는 날도 잘 서있어 가시가 엉긴 묵은 밭도 쉽게 갈 수 있겠지마는 텅 빈 집 벽 가운데 쓸데없이 걸려 있구나. (소가 없어 밭을 갓 수가 없어) 봄갈이도 거의 지났다. (벽에 걸린 쟁기를) 팽개쳐 던져두자.
본사 5 - 집에 돌아와 야박한 세태를 한탄하고 춘경(春耕)을 포기함
자연을 벗삼아 살겠다는 한 꿈을 꾼지도 오래되더니 먹고사는 것이 거리낌 이 되어 아 슬프게도 잊었다. 저 기수의 물가를 보건대 푸른 대나무도 많기도 많구나. 교양 있는 선비들아. 낚시대 하나 빌려 다오, 갈대 꽃 깊은 곳에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벗이 되어 임자가 없는 자연 속 풍월 강산에 저절로 늙으리라. 무심한 갈매기야 나더로 오라고 하며 말라고 하겠는가. 다툴 이가 없는 것은 다만 이 자연 뿐인가 하노라.
결사 1 - 자연을 벗 삼으면서 절로 늙기를 소망함
보잘것 없는 이 몸이 무슨 소원이 있으리요 마는 두세 이랑 되는 밭과 논을 다 묵혀 던져두고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 망정 남의 짐 남의 것은 전혀 부러워하지 않겠노라. 나의 빈천을 싫게 여겨 다른 사람을 헤친다고 그 가난이 없어지며 남의 부귀를 부럽게 여겨 다른 사람을 헤친다고 나아지겠는가. 인간 세상에 어느 일이 운명 밖에 생겼는가. 가난하여도 원망하지 않음을 어렵다 하건마는 내 생활이 이러하되 서러운 뜻은 없다. 한 도시락의 밥을 먹고 한 바가지의 물을 마시는 어려운 생활도 만족하게 여긴다. 평생에 한 뜻이 따뜻하고 배부른 데는 없다. 태평스러운 세상에 충성과 효도를 일로 삼아 형제간에 화목하고 벗끼리 신의 있게 사귀는 일을 그르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 밖의 나머지 일이야 생긴대로 하리라.
결사 2 - 빈이무원하고 단사표음을 만족히 여기면서 충효와 화형제, 신붕우에 힘씀
♣ 핵심 정리💛
□ 연대 : 조선 광해군 3년(1611년)
□ 갈래 : 가사
□ 형식 : 3․4(4․4)조, 4음보의 연속체
□ 구성 : 서사, 본사, 결사의 3단 구성
□ 성격 : 전원적, 사색적
□ 주제 : 빈이무원(貧而無願)하는 선비들의 고절한 삶
♣ 작품의 이해와 감상
지은이가 51세 때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인 경기도 용진에 돌아가 생활하던 중에, 한음 이덕형
이 그에게 두메 살림의 어려운 형편을 묻자 이에 대한 답으로 지은 작품이다. 내용은 임진왜란을 겪고 난 뒤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난을 원망하지 않고 도(道)를 즐기는 장부의 뜻은 변함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궁핍한 생활을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가사의 역사적 흐름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 때까지 가사에 나타나지 않았던 일상 생활의 언어를 대폭 등장시켜 생동감과 구체성을 배가한 점이 돋보인다.
이 작품이 유자(儒者)로서의 당위와 궁핍한 현실 사이에서 오는 갈등을 노래하고 있는 것은 조선 후기 가사의 특성 중 하나로서, 그 때문에 이 작품을 조선 전기 가사와 후기 가사의 과도기적 작품으로 보는 견해가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전가팔곡(田家八曲) / 이휘일
<1수>
세상의 버린 몸이 시골에서 늙어 가니
바깥 일 내 모르고 하는 일이 무엇인고
이 중의 우국성심(憂國誠心)은 풍년을 원하노라.
<2수>
농인(農人)이 와 이르되 봄 왔네 밭에 가세
앞집의 쟁기 잡고 뒷집의 *따비 내네
두어라 내 집부터 하랴 남하니 더욱 좋다.
<3수>
여름날 더운 적의 달구어진 땅이 불이로다
밭고랑 매자 하니 땀 흘러 땅에 떨어지네
어사와 *입립신고(粒粒辛苦) 어느 분이 아실까.
<4수>
가을에 곡식 보니 좋기도 좋을시고
내 힘의 이룬 것이 먹어도 맛이로다
이 밖에 *천사만종(千駟萬鍾)을 부러 무엇하리오.
<5수>
밤에는 새끼를 꼬고 낮에는 띠를 베어
초가집 잡아 매고 농기(農器) 좀 손 보아라
내년에 봄 온다 하거든 결의 *종사(從事) 하리라.
<6수>
새벽빛 나오자 *백설(百舌)이 소리 한다
일어나라 아희들아 밭 보러 가자꾸나
밤사이 이슬 기운에 얼마나 길었는가 하노라.
<7수>
보리밥 지어 담고 명아주 국을 끓여
배곯는 농부들을 *진시(趂時)예 먹여라
아희야 한 그릇 다오 친히 맛 보아 보내리라.
<8수>
서산에 해 지고 풀 끝에 이슬 맺힌다
호미를 둘러 메고 달 지고 가자꾸나
이 중의 즐거운 뜻을 일러 무엇하리오.
💜핵심정리
▶형식 : 연시조
▶성격 : 전원적, 향토적
▶주제 : 향촌(鄕村)에서의 노동의 즐거움
▶특징 :
자연 친화적 삶을 노래한 이전 시가의 강호가도나 농민들의 생활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린 작품과는 달리, 직접 농사일을 하고 그 속에서 농촌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구법과 설의법 등을 사용하여 자신이 경험한 농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명령형과 청유형 문장을 사용하여 농사일과 관련된 농민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작가는 성리학 연구에 몰두하며 벼슬을 하지 않고 향촌에서 평생은 보낸 학자이다. 학행으로 천거되어 참봉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이 시는 모두 8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시조로서 향촌에서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1연에서는 해마다 풍년 드는 것이 바로 우국성심과 연결되는 것을 말함으로써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으나, 2연부터는 농민들과 함께 하는 소박한 농촌의 삶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과 함께 밭 갈고 김 매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학문과 현실을 연계시키는 실천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사계절과 하루 시간대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면서 농촌의 모습을 보여 준 것 역시 농촌의 삶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작가 의식의 한 면모라 할 만하다.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
(서사)
고산구곡담(高山九曲潭)을 사람이 모르더니
주모복거(誅茅卜居)하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즈버 무이(武夷)를 상상하고 학주자(學朱子)를 하리라.
(제1곡)
일곡은 어디메오 관암(冠巖)에 해 비친다.
평무(平蕪)에 내 거두니 원산(遠山)이 그림이라.
송간(松間)에 녹준을 높고 벗 오는 양 보노라.
(제2곡)
이곡(二曲)은 어디메오 화암(花巖)에 춘만(春晩)커다.
벽파(碧波)에 꽃을 띄워 야외(野外)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를 모르니 알게 한들 어떠하리.
(제3곡)
삼곡(三曲)은 어디메오 취병(翠屛)에 잎 퍼졌다.
녹수(綠樹)에 춘조(春鳥)는 하상기음(下上其音)하는 적에
반송(盤松)이 수청풍(受淸風)하니 여름경(景)이 없세라.
(제4곡)
사곡(四曲)은 어디메오 송애(松崖)에 해 넘는다.
담심암영(潭心巖影)은 온갖 빛이 잠겼 세라.
임천(林泉)이 깊도록 좋으니 흥을 겨워 하노라.
(제5곡)
오곡(五曲)은 어디메오 은병(隱屛)이 보기 좋으이.
수변정사(水邊精舍)는 소쇄(蕭灑)함도 가이 없다.
이 중(中)에 강학(講學)도 하려니와 영월음풍(詠月吟風) 하오리라.
(제6곡)
육곡(六曲)은 어디메오 조협(釣峽)에 물이 넓다.
나와 고기와 뉘야 더욱 즐기는고.
황혼에 낚대를 메고 대월귀(帶月歸)를 하노라.
(제7곡)
칠곡(七曲)은 어디메오 풍암(楓巖)에 추색(秋色) 좋다.
청상(淸霜)이 엷게 치니 절벽이 금수(錦繡)ㅣ로다.
한암(寒巖)에 혼자 앉아 집을 잊고 있노라.
(제8곡)
팔곡(八曲)은 어디메오 금탄(琴灘)에 달이 밝다.
옥진금휘(玉軫金徽)로 수삼곡(數三曲)을 노래하니
고조(古調)를 알이 없으니 혼자 즐겨 하노라.
(제9곡)
구곡(九曲)은 어디메오 문산(文山)에 세모(歲暮)커다.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눈 속에 묻쳤세라.
유인(遊人)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없다 하더라.
💙【현대어 풀이】
(서사)
고산의 아홉 굽이 계곡의 아름다움을 세상 사람들이 모르더니,
(내가) 풀을 베고 터를 잡아 집을 짓고 사니(그때야) 벗님네 (모두) 찾아오는구나.
아, 주자가 읊은 무이산에서 후학을 가르친 주자를 생각하고 주자를 배우리라
(제1곡)
첫 번째로 경치가 좋은 계곡은 어디인고? 갓머리처럼 우뚝 솟은 관암에 아침 해가 비쳤도다.
잡초 우거진 들판에 안개가 걷히니 먼 산이 그림 같구나!
소나무 숲 사이에다 술맛 좋은 술통을 놓고 벗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리라.
(제2곡)
두 번째 경치 좋은 곳은 어디인가? 화암의 늦봄 경치로다.
푸른 물결에 꽃을 띄워 멀리 들판으로 보내노라.
사람들이 경치 좋은 이곳을 모르니, (꽃을 띄워 보내) 알게 하여 찾아오게 한들 어떠리.
(제3곡)
세 번째로 경치 좋은 계곡은 어디인고? 푸른 병풍을 둘러친 듯한 절벽, 취병에 녹음이 짙어졌다.
푸른 나무 사이로 봄 새는 예서제서 우짖는데,
가로 퍼진 소나무가 마주치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는 듯싶으니, 시원스런 풍경이라고는 할 수 없구나!
(제4곡)
네 번째로 경치 좋은 곳은 어디인고? 소나무 보이는 낭떠러지 위로 해가 진다.
깊은 물 한가운데로 바위 그림자는 온갖 빛이 어울린 채 잠겨 있구나!
숲속의 샘물은 깊을수록 좋으니 흥을 이기지 못하겠구나.
(제5곡)
다섯 번째로 경치 좋은 계곡은 어디인가. 으슥한 절벽 같은 은병이 보기도 좋구나.
물가에 지어놓은 정사는 맑고 깨끗하기가 더할 나위 없구나.
이 중에서 글도 가르치고 연구하려니와 시를 짓고 읊으면서 풍류도 즐기리라.
(제6곡)
여섯 번째로 경치 좋은 계곡은 어디인가? 낚시질하기에 좋은 골짜기에 물이 많이 고여 있구나.
나와 고기와 어느 쪽이 더 즐기는가?
해가 저물거든 낚싯대를 메고 달빛을 받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리라.
(제7곡)
일곱 번째로 경치 좋은 계곡은 어디인고? 단풍으로 덮인 바위, 풍암에 가을빛이 짙었다.
게다가 깨끗한 서리가 엷게 덮였으니 낭떠러지로 이루는 풍암이 마치 수놓은 비단처럼 아름답구나!
바람맞이 바위에 홀로 앉아 가을 경치에 취한 나머지 집에 돌아가는 것도 잊고 있다.
(제8곡)
여덟 번째로 경치 좋은 곳은 어디인가? 악기를 연주하며 흐르는 시냇가에 달이 밝구나.
좋은 거문고로 몇 곡조를 연주했지만,
옛 가락을 알 사람이 없으니 혼자 듣고 즐기노라.
(제9곡)
아홉 번째로 경치 좋은 계곡은 어디인고? 바위와 돌이 모두 괴이하게 생겨서 아롱져 보이는 문산에 마지막 겨울인 섣달이 찾아왔다.
기이한 바위와 야릇한 모양의 돌들이 그렇게도 보기 좋더니, 이제는 모두 깊은 눈 속에 묻혀버렸구나!
유람객들이 눈에 덮인 이곳을 찾아보지도 아니하고서, 입으로만 볼 것이 없다고 하니 참 딱한 노릇이로다.
💛【어휘 풀이】
(서사)
<고산구곡담(高山九曲潭)> : 중국 송나라 때, 주자학의 시조인 주희가 복건 성무이산에 있는 구곡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읊은 구곡가를 본받아 고산의 고곡담을 가려낸 것이다. 담(潭)은 깊은 못 또는 물이 깊은 곳을 뜻한다.
<주모복거(誅茅卜居)> : 띠풀을 베고 집터를 가려잡고 살아가니
<벗님네> : 친구분들. 만년에 해주 고산에 은퇴, 은병정사를 짓고 지낸 것으로 보아 정사(精舍)의 여러 후학(後學)들을 가리킨다고 봄
<어즈버> : '아!' 하는 감탄사
<무이(武夷)> : 중국 복건성에 있는 산. 주자가 이 산에 정사(精舍)를 짓고 학문을 닦음. 구곡계(九曲溪)가 있어 경치가 좋음.
<무이를 상상하고> : 주자가 정사를 짓고 학문을 닦던 무이산을 생각하고. 이곳에서 그는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지었다.
<학주자(學朱子)> : 주자가 주장한 성리학의 연구
(제1곡)
<어디메오> : 어디인가? '어느 곳이요?'의 옛 말투
<관암(冠巖)> : 갓머리처럼 우뚝 솟은 바위
<평무(平蕪)> : 잡초가 우거진 들판
<내> : 안개.
<내 거두니> : 연기(또는 안개)가 걷히니
<원산(遠山)> : 멀리 보이는 산
<송간(松間)> : 소나무 숲 사이
<녹준> : 푸른 술통. 좋은 술동이. 즉 맛있는 술을 뜻한다.
<벗 오는 양> : 벗들이 오는 모습
(제2곡)
<화암(花巖)> : 꽃이 피어 있는 바위
<춘만(春晩)> : 봄이 저물어 감.
<커다> : 하도다.
<춘만(春晩)커다> : '∼커다'는 '하거다'의 준말. '춘만(春晩)하다'의 강조된 표현. 봄이 늦었구나! 늦봄이로구나!
<벽파(碧波)> : 푸른 물결
<야외(野外)> : 들판
<승지(勝地)> : 명승지(名勝地)의 준말로서, 경치 좋기로 이름난 곳
(제3곡)
<어디메오> : 어디인가.
<취병(翠屛)> : 꽃나무의 가지를 틀어 만든 병풍. 여기서는 푸른빛 병풍같이 나무나 풀로 덮인 절벽
<녹수(綠樹)> : 푸른 나무
<춘조(春鳥)> : 봄새. 꾀꼬리ㆍ종달새 따위
<하상기음(下上其音)> : 소리를 높였다 낮추었다 하며 노래를 부름. 아래 위서 우짖음.
<적에> : 때에
<반송(盤松)> : 키가 작고 가지가 가로 퍼진 소나무
<수청풍(受淸風)> : 맑은 바람을 받음.
<여름경(景)> : 여름의 경치. 여름다운 풍치
<없세라> : '없구나'의 옛 말씨
(제4곡)
<송애(松崖)> : 소나무가 있는 벼랑. 소나무가 보이는 물가의 낭떠러지
<담심(潭心)> : 못처럼 물이 고인 한가운데
<암영(巖影)> : 물에 비친 바위 그림자
<담심암영(潭心巖影)> : 못 가운데 비친 바위의 그림자. 못처럼 물이 고인 가운데 비친 바위 그림자.
<잠겼세라> : '잠겼구나!'의 옛 말투
<임천(林泉)> : 원뜻은 수풀 속의 샘물이나, 여기서는 은거하는 선비의 사는 곳, 즉 벼슬을 물러나 산골에서 살고 있는 율곡선생의 거처를 가리킨다.
<깊도록> : 깊을수록.
<겨워 하노라> : 이기지 못하는 듯하구나!
(제5곡)
<은병(隱屛)> : 굽이진 곳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절벽. 으슥한 병풍처럼 되어 있는 낭떠러지(절벽).
<좋으이> : 좋도다.
<수변(水邊)> : 물가
<정사(精舍)> : 학사서당(學舍書堂). 글을 가르치는 집. 독서하는 곳.
<수변정사(水邊精舍)> : 물가의 정사(精舍). 정사는 제자를 가르치는 집.
<소쇄(蕭灑)> : 맑고 깨끗하여 속되지 않음
<가이없다> : 가없다. 그지없다.
<강학(講學)> : 학문 강의. 글 가르치기.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함.
<영월음풍(詠月吟風)> : 시를 짓고 읊으며 흥겹게 노는 것
<하오리라> : '하리라'의 옛 말투
(제6곡)
<조협(釣峽)> : 낚시질하기에 좋은 골짜기
<뉘야> : 누구가.
<대월귀(帶月歸)> : 달빛을 띠고 돌아감
(제7곡)
<어디메오> : 어디인고.
<풍암(楓巖)> : 단풍으로 덮인 바위
<추색(秋色)> : 가을빛
<청상(淸霜)> : 깨끗한 서리
<금수(錦繡)> : 비단에 수를 놓은 듯이 아름다운 것
<한암(寒巖)> : 차가운 바위. 바람맞이에 있는 맨 바위를 말한 듯하다
(제8곡)
<금탄(琴灘)> : 거문고나 가야금을 타 듯이, 물 흐르는 소리가 흥겹게 들리는 여울목
<옥진금휘(玉軫金徽)>: 진(軫)은 거문고·가야금의 줄을 죄었다 늦쳤다 하는 자그마한 말뚝 못. 휘(徽)는 줄 고르는 자리를 보이기 위하여 거문고 앞쪽에 원형으로 박아 놓은 13개의 자개 조각. 그러므로 옥진금휘는 옥으로 만든 진과 금박으로 박은 휘, 즉 아주 값지고 좋은 거문고와도 같다는 뜻에서 금탄을 가리킨다.
<수삼곡(數三曲)> : 서너 곡조
<고조(古調)> : 옛 곡조
<알 이> : 알 사람
(제9곡)
<문산(文山)> : 문(文)은 글월이란 뜻 외에도 화(華)·미(美)·반(斑)·식(飾)의 뜻이 있으므로, 기암괴석이 뒤섞여 아롱지게 아름다운 곳을 이렇게 일컫는 듯하다.
<세모(歲暮)커다> : 한 해의 마지막 때가 되었다. '∼커다'는 '하거다'의 준말. '세모하다'의 강조된 표현. 섣달이 되었구나! 음력 섣달은 겨울철의 마지막 달이니, '겨울이 깊었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기암괴석(奇巖怪石)> : 생김새가 기이한 바위와 괴상한 돌
<묻혔세라> : 묻혔구나! 묻혀버렸도다. ‘∼세라’는 감탄 종지형.
<유인(遊人)> : 경치 좋은 곳을 찾는 사람. 유람객.
❤️독자왕유희유오영(獨自往遊戱有五詠) / 권섭
<제1수>
벗님네, 남산에 가세, 좋은 기약 잊지 마오
익은 술은 점점 쉬어가고, 부쳐놓은 화전은 상해가네.
자네가 가지 않는다면 나 혼자 간들 어떠리?
<제2수>
어허, 이 미친 사람아! 날마다 놀러 다닐 셈인가?
어제도 실컷 놀았는데 또 어디를 가자는 말인고?
우리는 과거에 급제해서 좋은 일 좀 해보려네.
<제3수>
저 사람 믿을 만하지 못하니, 우리끼리 놀아 보자.
복건 쓰고 짚신 신고 실컷 돌아다니다가,
돌아와서 뛰어난 글을 지어 후세에 길이 전하리라.
<제4수>
우리는 갈 힘도 없어 숨이 차고 무릎이 아프네.
창문 닫고 더운 방에 마음껏 퍼져 누워,
배 위에 아기들을 올려놓고 사랑이나 해보려 하노라.
<제5수>
친구가 있든 없든, 남들이 비웃든 말든,
아름다운 경치를 남들이 뭐라고 한다고 아니 볼까?
평생의 이 좋은 회포를 실컷 풀고 오리라.
<💙핵심 정리>
* 갈래 : 연시조
* 성격 : 유흥적, 서정적, 풍류적, 극적, 사실적
* 율격 : 4,4조 4음보
* 특징
① 시상 전개 과정에서 화자의 변화가 있음.
각 수마다 화자를 바꿔 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시상을 전개함.
(1수) 작자 → (2수) 문관 → (3수) 작자 → (4수) 다른 인물 → (5수) 작자
② 대화체(문답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함.
③ 일상적인 시어의 사용과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함. (제4수)
: ‘숨 차고 오금 아파’, ‘배 위에 아이들 치켜 올리며~’
* 제재 : 산수 유람의 약속
* 주제 : 산수 유람에 대한 대화와 유람을 하겠다는 다짐.
❤️월선헌십육경가 / 신계영
금오산 서쪽의 외로운 마을
이내 몸이 물러나 살아가는
곳이로다.
돌발 매고 띠집에서 늙으리라 기약하더니
명예욕을 못 이기어 십 년을 분주하니
천 길의 붉은 먼지에 검은 머리 다 세었구나
전원이 거칠거든 솔 국화를 뉘 가꾸며
갈매기와 약속을 저버리니 학의 원망이야 없겠는가
여관의 푸른 등에 고항을 그리던 슬픈 노래 누가 알까
벼슬살이 험한 일이 갑작스레 일어나서
틀어져서 어굿나고 외로운 처지 되니 죄는 어이 지었는가
태평한 시대에서 자주 견책 받게 되어
몹시 더딘 행색으로 미련을 가진들 어이하리
서호의 옛집으로 한 필 말로 돌아오니
적막하고 황폐해진 마을에 부서진 집 몇 칸뿐이로다
어와. 이 생애, 이리하여 어이하리.
집안 뜰 높은 곳에 작은 집을 지어내니
추녀 창문 깨끗하니 눈앞이 넓을시고
세 오솔길엔 솔 대나무 새 빛을 띠어 있고
십 리 밖 강산이 눈앞에 벌렸으니
달빛에 젖은 집과 바람에 비낀 난간에 일없이 기대앉아
든거니 보거니 좋은 즐김 하도 많다.
💜본사 ㅡ 춘경 (봄날의 경치)
호수 위 하늘에는 봄빛이 어리었고
북두칠성 별조차 돌아 돋아 볕든
언덕가는 풀은 새 움이 푸르렀고
모래톱의 약한 버들 옛 가지 새 가지 될 때
강 언덕에 늦은 빗발 먼 들에서 건너오니
맑고 시원한 저 경치 시흥도 돕거니와
약초 심은 산밭을 잘하면 갈 리로다.
이봐, 아이들아, 소 좋게 먹여보자.
여왜씨 하늘 깁던 늙은 돌이 남아 있어.
서쪽 창밖 지척에서 어지럽게 산이 되니
쌓거니 서 있거니 기괴하구나.
큰 소나무 흩어선 속 포기 마다 꽃이 피니
꽃 성이 아침비에 붉은 안개 젖은 듯.
술병 차고 노는 사람 빈 날 없이 올라가니
흐드러진 봄빛에 몇 가지나 본떴던가.
금오산의 열두 봉이 넓은 들에 둘렀으니
나는 듯 머무는 듯 기상도 기묘하다.
일이 많은 봄날의 아지랑이
미인의 눈썹인양 비껴 날아
모이는 듯 흩어지는 듯 모습도 많을시고
새파란 진면옥이 보이는 둣 숨는 양은
용면이 솜씨로 수묵 병풍을 그렸는 듯.
💜하경 (여름날의 경치와 한가로움)
시든 꽃은 벌써 지고 대낮이 점점 기니
긴 둑에 어린잎이 새 그늘을 어릴 적에
가시 문짝 깊이 닫고 낮잠을 잠깐 드니
뽐내는 꾀꼬리가 깨우느니 무슨 일인가?
기이한 꽃 피어 있는 좁은 길에 풀 그늘 우거진 곳에
목동 피리 상롱성으로 한가한 흥 돋워낸다
오서산 뚜렷한 봉우리 반공중에 닿았으니
하늘과 땅 가득한 기운 네 혼자 타 있구나.
아침 저녁 잠긴 안개 바라보니 기이하다.
때 맞춰 비가 오니 한해 농사 이루었구나.
💜추경 ㅡ (가을의 풍요로움과 정취)
오동나무 잎이 지고 흰 이슬 서리 되니
서쪽 연못 깊은 골짜기 가을빛이 늦어 있다.
모든 산의 비단처럼 물든 단풍 이월의 봄꽃을 부러워
하겠느냐
동녁 언덕 밖의 크나큰 넓은 들에
아주 넓은 누런 들판 한 빛이 되어 있다
중앙절(응력 9월 9일)이 기깝구나. 들놀이 하자꾸나
붉은 게 여물었고 누런 닭이 살졌으니
술이 익었으니 벗이야 없을쏘나.
농가의 흥미는 날로 깊어 가는구나
살여울 긴 모래발에 밤 불이 밝았으니
게 잡는 아이들이 그물을 흩어 놓고
호두포 먼 굽이에 밀물이 밀려오니
돗단배의 뱃노래는 고기 파는 장사로다.
경치도 좋거니와 생활이라 괴로우랴.
💜동경
가을이 다 지나고 북풍이 높이 부니
긴 하늘 넓은 들에 저녁 눈이 날리더니
이윽고 빈 마을이 특별한 세상 되어
가깝고 먼 봉우리는 백옥을 묶어 있고,
들판의 강촌을 옥구슬로 꾸몄으니.
조물주가 야단스러운 줄 이제야 더 알겠노라
살을 엘 듯 추워지고 얼음 눈이 쌓였으니
시골 뜰의 초목이 다 기운이 꺾였거늘
창밖에 심은 애화 그윽한 향기 머금었고
언덕 위에 서 있는 소나무 푸른빛이 예전과 같아
본디부터 생긴 절개 날이 춤다 변할쏘냐
앞산에 자던 안개 햇빛을 가리우니
대숲에 뿌린 서리 미처 녹지 못했구나
향로를 내어켜고 창문 닫고 앉아 있어
한 줄기 맑은 향에 세상 생각 그쳤으니
단표가 비었다고 흥이야 없을쏘냐?
냇물 건너 다른 산 아래 거친 마을 두세 집이
늙은 나무 사립문에 섞인 안개 비꼈으니
어령풋한 울타리가 그림 속 같을시고
소와 양이 내려오니 오늘도 저물었다.
석문봉 높은 봉우리 석앙이 밝았는데
울며 가는 기러기 가는 듯 돌아오니
형양 땅은 아니로되, 회안봉은 어디인가
석양 긴 다리에 오며가며 하는 행인
어디를 향하는가. 바삐도 가는구나
용산의 외로운 절 언제부터 있었던고
풍경 맑은 소리 바람 섞여지나가니
알겠구나, 늙은 중이 예불할 시간이로다.
강 다리 가득한 나무 어둠에 짙어지니
까마귀는 둥지 찾고 푸른 산을 멀리 본다.
시름을 못 말리어 휘파람을 길게 불고
간 대나우 의지하여 달빛을 기다리니
심술궂게 지나는 구름이 무슨 일로 가리는가
센 바람이 요란하여 옥우를 깨끗이 쓰니
한 조각 차가운 달 맑은 빛이 예와 같다
많은 바위 골짜기가 실컷 밝았으니
대 위의 늙은 솔이 가지를 혜리로다.
성긴발을 고쳐 걷고 깊은 밤에 앉았으니
동쪽 봉우리 돋은 달이 서쪽 언덕 저물도록
처마에 다 비추어 잠자리에 쏘였으니
넋이 다 맑았으니 꿈이라도 있을쏘냐
아, 이 맑은 경치 값이 있을 것이라면
적막하게 닫힌 문에 내 분수로 들어오라
사사로이 비추는 햇빛이 없다함이 거짓말이 아니로다.
초가지붕 비친 빛이 옥루라고 다를쏘냐
맑은 술통 바삐 열고 큰 잔에 가득 부어
죽엽주 맑은 술을 달빛 따라 기울이니
가벼운 흥겨움에 잘하면 날리로다.
이적선이 이러하여 달을 보고 미쳤도다.
💜결사
춘하추동 경치가 아름답고
밤낮 아침저녁 놀며 즐김이 새로우니
몸이 한가하나 귀와 눈은 겨를없다.
남은 생애 얼마인가 백발이 날로 기니
세상의 공명은 계륵이나 다를쏘냐
강호에서 어조와 새 맹세가 깊었으니
옥당과 금마에 꿈속의 넋이 섞이었다.
초당에 달빛 아래 시름없이 누워 있어
거친 술에 물고기 안주로 종일 취하기 원하노라.
이 몸이 이리 지냄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다.
💙 월선헌십육경가 핵심 정리
갈래:가사 (은일 가사)
성격: 전원적, 한정적, 관조적, 연군적
제재: 월선헌(화자의 거처) 주변의 16가지 경치 (본문
에는 겨울 경치 중심)
💛주제
전원생활의 한가로움과 흥취 (안빈낙도),
변함없는 절개와 임금에 대한 그리움 (연군지정),
화자의 상황: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을
즐기며살아가고 있음
💛특징
시간의 흐름(계절: 가을$ Wrightarrow$겨울, 시간:저
녁$Wrightarrow$밤)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시각, 청각)를 활용하여 자연 경
관을 묘사함
자연물(매화, 소나무, 달)에 상징적 의미(절개, 연군)를
부여함,
❤️고공가(雇工歌) / 허전
💜현대어 풀이
집의 옷과 밥을 제쳐놓고 빌어먹는 져 고공(雇工), 우리 집 기별을 아느냐 모르느냐? 비 오는 날 일 없을 때 새끼 꼬면서 이르니라. 처음에 한어버이 살림살이하려 할 때, 인심(仁心)을 많이 쓰니 사람이 절로 모여절로 모여, 풀 베고 터를 닦아 큰집을 지어내고, 써레 보습 쟁기 소로 전답을 기경(起耕)하니, 올벼 논 텃밭이 여드레갈이로다. 자손에 전계(傳繼)하여 대대로 내려오니, 논밭도 좋거니와 고공도 근검터라.
저희마다 농사지어 부유하게 살던 것을, 요사이 고공들은 생각이 아주 없어, 밥그릇 크나 작나 입은 옷이 좋나 나쁘나, 마음을 다투는 듯 우두머릴 시기하는 듯, 무슨 일 감겨 들어 반목을 일삼느냐? 너희들 일 아니하고 시절조차 사나워서, 가뜩이나 내 살림이 줄어들게 되었는데, 엊그제 화강도(火强盜)에 가산을 탕진하니, 집 하나 불타 버리고 먹을 것이 전혀 없다. 크나큰 세간을 어찌하여 일으키려뇨. 김가(金哥) 이가(李哥) 고공들아 새 마음 먹으려무나.
너희는 젊었다고 생각하려 아니하느냐. 한 솥의 밥 먹으며 항상 다투느냐? 한 마음 한 뜻으로 농사를 짓자꾸나. 한 집이 부유하면 옷과 밥을 분별하랴. 누구는 쟁기 잡고 누구는 소를 모니, 밭 갈고 논 갈아 벼를 심어 던져 두고, 날 좋은 호미로 김을 메자꾸나. 산 밭도 거칠었고 무논도 기워 간다. 사립피 말뚝 놓아 벼 곁에 세워라. 칠석에 호미 씻고 김을 다 맨 후에, 새끼 꼬기 뉘 잘하며, 섬은 뉘 엮으랴. 너희 재주 헤아려 서로 서로 맡아라. 가을 거둔 후면 성조(成造)를 아니하랴. 집일랑 내 지을게 움이란 네 묻어라. 너희 재주를 내 짐작하였노라. 너희도 먹을 일을 분별을 하려무나. 멍석에 벼를 넌들 좋은 해 구름 끼어, 볕뉘를 언제 보랴. 방아를 못 찧거든 거칠고 거친 올벼, 옥같은 백미 될 줄 뉘 알아 오겠는가.
너희네 데리고 새 살림 살자 하니, 엊그제 왔던 도적 아니 멀리 갔다 하되, 너희네 귀눈 없어 저런 줄 모르기에, 방비는 전혀 않고 옷 밥만 다투느냐. 너희네 데리고 춥는가 주리는가. 죽조반 아침 저녁 더 해다 먹였거든, 은혜란 생각 않고 제 일만 하려 하니, 사려 깊은 새 들이리 어느 때 얻어서, 집 일을 맡기고 시름을 잊으려뇨. 너희 일을 애달파 하면서 새끼 한 사리 다 꼬았구나.
💙핵심정리
▶연대 : 조선 선조 때(임진왜란 직후)
▶형식 : 3.4조 4.4조
▶성격 : 교훈적, 계도적, 경세적(警世的)
▶주제 : 나태하고 이기적인 관리들의 행태 비판
▶특징 : 신하들의 나태한 모습을 한 집안의 머슴들의 모습에 비유하여 나타냄.
💛이해와 감상
임진왜란 직후에 허전이 쓴 노래로, 국사(國事)를 한 집안의 농사일에 비유하여, 정사에 힘쓰지 않고 사리 사욕만을 추구하는 관리들을 집안의 게으르고 어리석은 머슴에 빗대어 통렬히 비판한 작품이다.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그렇게 무참히 당하고 유교적 이상이 깨어진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여, 그러한 현실을 수습하려 들지 않는 신하들의 나태한 모습을 은유적 수법으로 잘 형상화하였다. 이 작품에서 지은이가 관료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것은 그 이면에 유교적인 이상 사회를 재건하려는 숭고한 의지가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화답가(和答歌)로 이원익의 고공답주인가(雇工答主人歌)가 있는데, 이것은 임진왜란 이후 집권층이 정사(政事)보다는 당파 싸움에 힘쓰자, 작자가어른 종(영의정)의 입장에서, 종(신하)들을 나무라고마나님(임금)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지은 작품이다.
❤️축산별곡(竺山別曲) / 정식(鄭湜)
우리나라 제일 경개 하늘이 만든 형승이라
천축산天竺山 한 줄기 해동으로 뻗어오니
용비산龍飛山 뻗힌 봉우리가 뛰어들 듯 앞에 섰다
그 사이 내린 물이 호복천虎伏川 되었구나
유리를 꽂았는 듯 흰 연꽃을 다려놓은 듯
상쾌한 좋은 기운 주야로 흘러간다
긴 숲은 은은하고 흰모래는 눈 같도다
이보다 좋은 산천 또 어디 있으리오
인걸은 지령地靈이라 제남濟南에 명사도 많다
정사에 몸을 둔 것 내 보기도 여러 해라
청원정淸遠亭 돌아들어 고을을 바라보니
청송靑松의 굳은 절개 지금도 비춰온다
충효도 갖추었고 열녀도 많고 많다
서하西河의 풍속이요 추로鄒魯의 유풍이라
늙은이가 성은 입고 이 땅에 부임하니
유풍을 배양할까 교화를 이끌까
양성이 아니라도 진사는 양성한다
바람이 곱게 부니 소리를 빨리 하랴
엊그제 섭현 배부 어느덧 삼 년인가
산천 유람 음주함은 못할 것이 옳거니와
풍속을 살피기는 아니하고 어찌하리
춘강에 배를 띄워 노룡연老龍淵 내려가니
모래밭 솔바람은 거문고에 화답하고
바위 사이 진달래는 푸른 물에 비쳐온다
어부의 긴 그물을 상하로 비스듬하게 치니
은빛 고기 월척인데 물가로 솟아 뛰어
한이부韓吏部는 밤에 읽고 두습유杜拾遺는 겨울에 즐기고
이 거동 견줘보면 어느 것이 낫겠는가
가마에 기대앉아 백석정白石亭 올라가니
사람은 어디 가고 빈터만 남았는가
맑은 바람 완연하여 노송老松에 머물렀나
외로운 배 저어 올라 영귀정詠歸亭 내려앉아
솔숲을 바라보니 퇴계선생 사우祠宇로다
마음이 숙연하여 신위를 우러르니
그 모습 뵈온 듯 백세에 느껴온다
수사洙泗는 근원 멀고 이락伊洛에는 물결 차니
후학이 옛길 따라 해동주자海東朱子 본받으라
붉은 꽃 벌써 지고 푸른 잎 우거지니
정자亭子의 날이 길어 객회를 둘 데 없다
수월루水月樓 올라앉아 옥정연玉頂淵 굽어보니
노랫소리 깨끗하여 하늘 위로 올라가고
소맷자락 나부끼며 푸른 물결 떨치는 듯
양왕襄王의 좋은 일은 꿈에 어찌 생각던가
좋은 시절 이 즐거움 뉘라서 주신 건가
팔월 중추 십오일 밤에 뱃노래 읊조리며
천추를 사이 하니 심사도 일반이라
매운바람 땅을 걷고 눈보라 흩날릴 제
명금각鳴琴閣 깊은 밤에 촛불을 밝게 켜고
빈 술잔 가득 부어 고운 노래 듣노라니
인간의 높은 영화 이 밖에 또 있을까
사미인곡思美人曲 한 곡조에 정성이 절절하다
나라에 헌신하여 고을 수령 받자오니
상등에는 못 미쳐도 고과에 전념한다
공무도 번잡하고 노환이 깊었으나
옥루玉樓에 닫는 마음 잠든 사이 잊을쏘냐
아이야 술 한 잔 다시 따르고 축산별곡 불러봐라
💛정리
갈래 = 가사, 장편 가사
성격 = 유교적, 흥취적, 풍류적, 기행적, 서정적, 서경
적, 감각적, 관찰적, 묘사적, 연군적, 권면적
표현 = 대구법, 대조법, 설의법, 영탄법, 직유법, 의인
법, 풍유법
주제 = 축산(예천)에서의 흥취와 풍류
💙특징
1.지방관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남
2.설의적 표현을 통해 주제를 강조함
3.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
4.사대부 층의 풍류가 드러남
5.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현함
6. 고사를 인용하여 화자의 주관을 표현함
❤️영삼별곡(寧三別曲) / 권섭
이몸이 텬디간(天地間)의 씌올 데 젼혀 업서
삼십년(三十年) 광음(光陰)을 흐롱하롱 보내여다.
풍졍(風情)이 호탕(浩蕩)하여 믈외(物外)예 연업(緣業)으로
녹슈(綠水) 청산(靑山)의 분(分)대로 단니더니
져근덧 병(病)이 드러 님장(林庄)을 닫아시니 / 벼슬을 단념하고 30년 세월을 자연과 벗삼아 지내옴
엇던 뒷졀 즁이 헌사도 할셰이고
쥬령을 느지잡고 날다려 닐온 말이
네 병(病)을 내 모르랴 슈셕(水石)의 고황(膏慌)이라
츈풍이 완만(緩晩)하여 백화(百花)는 거의 딘 제
산듕(山中)의 비 갓개니 텬긔(天氣)도 맑을시고
어와 이 사람아 철업시 누어시랴.
쳥녀댱(靑藜杖) 배야 잡고 갈대로 가쟈스라 / 중이 좋은 때를 만나 유람할 것을 권함
결의 니러 안자 창(窓)을 열고 바라보니
청풍(淸風)이 건듯 블고 새소리 지지괼 제
시냇가 방초(芳草)길히 동협(東峽)의 니어셰라
아해죵 불너내여 뼈걸린 여읜 말께
채직을 거더 쥐고 임의(任意)로 노하 가니
삼삼(三三) 가졀(佳節)이 때마참 됴흘시고 / 중의 권고로 유람을 결정하고 행장을 차려 떠남
산동야로(山東野老)들이 츈흥(春興)을 못내 계워
탁쥬(濁酒)병 두러메고 촌가(村歌)를 느초블며
오락가락 단니는 양 한가(閑暇)토 한가(閑暇)할샤
말등의 느즌 잠을 셕양(夕陽)의 빗기드러
쳔봉(千峰) 만학(萬壑)을 꿈 속의 디내치니
듀쳔(酒泉) 나린 믈이 청녕포(淸令浦)로 다하셰라. / 유람을 시작한 처음 영월 주천의 한가로운 분위기와 주변의 경관
<중략>
별이(別異)실 외딴 마을 해는 어이 쉬 넘거니
봉당(封堂)에 자리 보아 더새고* 가자꾸나
밤중(中)만 사립 밖에 긴 바람 일어나며
새끼 곰 큰 호랑(虎狼)이 목 갈아 우는 소리
산골에 울려 있어 기염(氣焰)도 흘난할샤*
칼 빼어 곁에 놓고 이 밤을 겨우 새워
앞내에 빠진 옷을 쥡짜서 손에 쥐고
긴 별로(別路) 돌아 달려가 벌불에 쬐어 입고
진(秦) 때의 숨은 백성 이제 와 보게 되면
도원이 여기보다 낫단 말 못하려니
천변(天邊)의 가려진 뫼 대관령 이었으니
위태코 높은고개 촉도난*이 이렇던가
하늘에 돋은 별을 져기면 만질노다
망망대양이 그 앞에 둘러 있어
대지 산악을 일야의 흔드는 듯
밑 없는 큰 구렁에 한없이 쌓인 물이
만고에 한결같이 영축*이 있었던가
*더새고:밤을 지내고.
*기염도 흘난할샤:기세가 어지럽구나.
*촉도난:촉나라로 가는 험한 길의 어려움.
*영축:가득 차는 것과 줄어드는 것.
❤️영삼별곡(寧三別曲) / 권섭 ㅡ 현대어 풀이
이 몸이 천지 간에 쓰일 곳 전혀 없어
삼십 년 세월을 흐지부지 보내는도다
풍모 정회 호탕하여 세상 바깥의 인연 업보로
녹수 청산에서 분수대로 다니더니
잠시 동안 병이 들어 풀로 이은 집 닫았더니
어떤 뒷절 중이 말을 많이도 하는구나
주장자를 느슨히 짚고 나더러 이르는 말이
네 병을 내 모르랴 자연 탐닉하는 고질병이니
봄바람 산들 불어 온갖 꽃이 거의 진 무렵
산중에 비 막 개니 날씨도 맑을시고
어와 이 사람아 시절 모르고 누워 있으랴
명아주 지팡이 서둘러 잡고 발길 닿는대로 가꾸나
그 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맑은 바람 문득 불고 새소리 지저귈 때
시냇가 풀꽃 길이 동쪽 산골로 이어졌구나
아이 종 불러 내어 뼈 앙상한 여윈 말에
채찍을 거두어 쥐고 내맡겨 놓아 가노라니
봄 삼월 멋진 시절이 때마침 좋을시고
산골 동자 시골 노인들이 춘흥을 못 이기어
탁주 병 둘러 메고 민요 가락 느리게 부르며
오락가락 다니는 모습 한가롭기도 한가롭구나
말 등에서 늦은 잠을 석양에 잠깐 들어
겹겹 산봉우리 첩첩 골짜기를 꿈속에 지나치니
주천강 내린 물이 청령포로 닿았어라
말에서 내려 사배하고 곡하며 우는 말이
석벽은 하늘 찌르듯 솟아 있고 인적은 그쳤는데
사철나무 옛 가지에 두견새 소리는 무슨 일인가
창오산 저무는 구름 갈 길도 깊고 깊구나
동강을 건너리라 물가에 내려오니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가
상앗대 손수 잡아 거슬러 올라가니
금강정 붉은 난간 아득히 내닫거늘
잠깐 올라 앉아 머리를 들어보니
봉래산 제일봉에 채색구름이 어려 있는데
신선을 마주 보고 무슨 일 묻자고 하는 듯
험한 시내 스무 굽이 건너고 다시 건너
청산은 은은하고 푸른 새냇물 둘러 있는데
운리촌 산 밑 마을 이름도 좋을시고
산골집에 손님이 없어 개와 닭 뿐이도다
귀리를 데친 밥에 풋나물 삶아 내어
부들방석 펴 앉게 하고 싫도록 권하는도다
어와 이 백성들 기특도 하도다
십 리 긴 골짜기에 절벽은 아름다우나
자갈 산길 험한 곳 양 편 골짜기 닿았으니
머리 위 조각 하늘 보일락말락 하는구나
밀거니 달리거니 꽃내음 맡으며 나가는 말이
별천지 골 외딴 마을 해는 어이 쉬 넘는가
흙마루에 자리 보아 밤을 지내고 가자꾸나
밤중쯤 사립문 밖에 긴 바람 일어나며
새끼 곰 큰 범 승량이 목소리 바꿔 우는 소리
산골에 울려 퍼져 사나운 기세 어지럽구나
칼 빼어 곁에 놓고 이 밤을 겨우 새워
앞내에 빠진 옷을 쥐어 짜서 손에 쥐고
길게 난 길 돌아 달려가 벌판 볕 쬐어 입고
진나라 때 숨어 산 백성 이제 와 보게 되면
무릉도원이 여기보다 낫단 말 못하리니
하늘가에 가려진 산 대관령을 이었으니
위태롭고 높은 고개 촉도난이 이러하던가
하늘에 돋은 별을 어쩌면 만지겠도다
끝없이 넓은 바다가 그 앞에 펼쳐져 있어
대지와 산악을 밤낮으로 흔드는 듯
바닥 없는 큰 구렁에 한없이 쌓인 물이
만고에 한결같이 차고 줄어듦이 있었던가
천지 간 장대한 경계 반이 넘게 물이로다
아마도 저 기운이 무엇으로 생겨났는가
성인을 언제 만나 이 이치를 묻자오리
바위길 익숙한 중에게 대나무 가마 느슨히 메게 해
낭떠러지 험한 벼랑 얼른 거쳐 지나가게 해
청옥산 큰 골짜기로 첩첩이 돌아드니
운모 병풍 비단 장막이 좌우로 펼쳐 있구나
구름다리를 걸어 건너 솔숲에 쉬어 앉아
나무 하는 아이들아 지난 일 물어보자
바람이 움직인들 날이 여전한지 그 몇 해며
짝 없는 옛 성문 어느 적에 쌓았단 말인가
이 손님 누구신데 어이 들어 와 계시는가
낫과 새끼 메어 찬 앞 절의 상좌러니
나무와 섶 하러 와서 무심히 다니오니
진관암 없어진 것은 우리 모두 알거니와
그 밖에 물을 일은 목동 피리에 부쳐야겠구나
산 밑에 서린 용이 변화도 무궁하여
검고 깊은 오래된 소에 굴 집을 삼고 있어
층층 벼랑 백 척 길이에 한 필 비단 걸어 두고
대낮 우레소리가 골짜기에 울려 퍼지니
귀닫고 보던 것이 내일이라고 조용해지겠는가
맑은 모래 이어 밟아 동해로 내려가서
백옥 구슬 벌어진 곳에 헤치고 앉으니
동서를 모르거니 원근을 어이 알리
푸른 파도에 떠 있는 돛이 줄줄이 펼쳐져 있어
엊그제 어느 곳 지나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어촌의 늙은 사공 손짓하여 불러 내어
바다 위 소식을 싫도록 물은 후에
횃불을 재촉해 들고 성문을 들어가니
소리 높은 나팔소리에 바다에 달이 돋았어라
금소정 돌아 달려가 일곱 신선은 그 누구던가
금비녀 옛 일은 몇 해나 되었으니
소동파 적벽에 학 그림자 그쳤는데
좋은 세상 임금 말씀을 헛되이 기다리랴
장검을 빼어 내어 손 안에 걷어 쥐고
긴 노래 한 곡조를 목놓아 부르노니
산호로 만든 푸른 난간에 바람을 비껴 앉아
이태백 풍채를 다시 만나 보겠도다
태백성 밝은 빛이 그 아니 그가 아니겠는가
태백산 깊은 속에 거기나 아니 가 있는가
오르며 내리며 싫도록 술을 마시니
어와 야단스럽도다 내 아니 허랑하여
신선의 술 가득 부어 달빛을 섞어 마셔
가슴속이 환해지니 어쩌면 날겠도다
백 년 누리는 세상에서 근심 즐거움 모르거니
한바탕 꿈같은 세상에서 영욕을 내 알더냐
패랭이 짚미투리 다 떨어져 버릴 때까지
산림 호수 바다에 마음껏 노니면서
이렇게 저렇게 굴다가 아무 일이나 하리라
💙핵심 정리
▶갈래 : 조선 후기 기행가사
▶주제: 자연을 벗삼아 지내는 흥취와 봄날 영월의 아름답고 한가로운 경관
▶특징
실제 유람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함.
순 우리말 사용이 비교적 많은 작품임
충북 제천에서 출발하여 강원도 영월을 거쳐 삼척까지를 유람한 내용을 적은 기행가사로 정철의 관동별곡과 달리 기행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진 작품이며 조선 후기 기행 가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해와 감상
1704년(숙종 30) 권섭(權燮)이 지은 기행가사. 모두 134구. 작자의 친필유고집 ≪옥소고 玉所稿≫에 수록되어 있다. 작자가 영월을 출발하여 삼척까지 이르는 동안 보고 겪은 내용을 엮은 것이다.
내용은 풍정이 호탕한 작자의 근황으로부터 시작하여 산동야로(山童野老)들이 춘흥에 겨워서 노니는 모습과 영월에서 명승 유적지를 돌아보며 느낀 소회, 그리고 영월을 출발하여 산천과 유곡(幽谷)을 거치며 보고 겪은 각종 산촌풍경과 인정, 청옥산(靑玉山) 무릉계(武陵溪)를 거쳐 삼척·동해바다 일대의 기관(奇觀)을 보며 성내로 들어가서 느끼는 달밤의 풍경을 읊었고, 결사부분에서는 탐승여행을 마치고 난 소회를 읊었다.
이 작품은 기존 기행가사의 체제를 따르고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개성이 확연히 부각되며, 평면적 내용구조이면서도 시상의 조절과 안배 등에서 탁월한 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작자의 시적 감각이 종횡무진하여 일정한 기법에 묶임이 없이 다양하며, 표현된 언어는 한자어보다는 대담하게 일상생활용어들을 선택하여 적절히 구사하였다. 또한, 개성적인 언어선택이 주제나 피사체 선택특성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특색 있는 기행가사로 평가되고 있다.
❤️강호연군가(江湖戀君歌) 전6곡 / 장경세(張經世 1547~1615)
<첫째 수>
요공(瑤空)에 달 밝거늘 일장금(一張琴)을 비끼 안고
난간을 지혀 앉아 고양춘(古陽春)을 타온 말이
어떻다 님 향한 시름이 곡조마다 나느니.
<셋째 수>
시절이 하 수상하니 마음을 둘 데 없다.
교목(喬木)도 예 같고 세신(世臣)도 갖았으되
의론(議論)이 여기저기 하니 그를 몰라 하노라.
<넷째 수>
엊그제 꿈 가운데 광한전(廣寒殿)에 올라가니
님이 날 보시고 가장 반겨 말하시되
먹은 마음 다 삷노라 하니 날 새는 줄 모를로다.
<여섯째 수>
송옥(宋玉)이 가을을 만나 무슨 일이 슬프던고.
한상(寒霜) 백로(白露)는 하늘의 기운이라.
이내의 남은 저 근심은 봄가을이 없어라.
이 네 수는 ‘강호연군가(江湖戀君歌)’ 전육곡(前六曲) 중 첫째, 셋째, 넷째, 여섯째 수다. ‘강호연군가’는 퇴계의 ‘도산12곡’을 본받아 지은 것이므로 여기서도 전후 6곡씩으로 나누고, 전6곡은 ‘애군우국(愛君憂國)’하는 정을 표현했고, 후6곡은 ‘성현 학문의 정통과 말류(末流)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 하였다. 첫째 수는 임금을 그리는 정을 읊은 것이다. 맑은 하늘에 달이 밝은데 거문고를 안고 난간에 기대 앉아 옛 양춘(陽春)곡을 타니 님 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셋째 수는 조정에 대한 근심을 표현한 것이다. 이 때는 정인홍과 이이첨 등 대북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여 서서히 분란을 일으키던 시절이었으므로, 시절이 하 수상하다고 하였다. 비록 대대로 자리잡은 교목세신(喬木世臣)들이 없는 바 아니었지만 당파를 지어 의견이 분분하니 나라와 조정이 걱정된다는 말이다. 넷째 수는 임금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 꿈에 옥황상제가 계신 광한전에 올라가니 상제께서 반가워하여 자신의 마음속 말을 다 사뢰느라고 날 새는 줄 몰랐다고 하였다. 꿈을 통하여 임금에게 호소하고 싶은 욕구를 표출한 것이다. 마지막 여섯째 수는 송옥(宋玉)이 <초사(楚辭)> 구변(九辯)에서 “슬프구나.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구나. 초목이 시들어 떨어짐이여.(悲哉秋之爲氣也!蕭瑟兮草木搖落而變衰)”라고 읊은 것을 두고 무엇이 슬프더냐고 묻고, 찬 서리와 흰 이슬은 하늘의 기운일 뿐이므로 가을이라고 유난히 슬퍼할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자신은 봄가을 계절의 변화에 상관없이 한결같이 나라를 근심한다고 했다.
💜강호연군가(江湖戀君歌) 후6곡
<첫째 수>
니구(尼丘)에 일월(日月)이 밝아 누항(陋巷)에 비치었다.
욕기춘풍(浴沂春風)에 기상(氣象)이 어떻던고.
천재(千載)에 위연탄식(喟然嘆息)하시던 소리 귀에 가득하여라.
<둘째 수>
창전(窓前)에 풀이 푸르고 지상(池上)에 고기 뛴다.
일반생의(一般生意)를 아는 이 긔 뉘런고.
어즈버 광풍제월(光風霽月) 좌상춘풍(坐上春風)이 어제런 듯하여라.
<셋째 수>
공맹(孔孟)의 적통(嫡統)이 나려 회암(晦庵)께 다다르니
정미학문(精微學文)은 궁리정심(窮理正心) 갋일렀네.
어떻다 강서의론(江西議論)은 그를 지리(支離)타 하던고.
<다섯째 수>
장부(丈夫)의 몸이 되어 기한(飢寒)을 두릴 것가.
일산(一山) 풍월(風月)에 즐거움이 가이 없다.
내마다 부운부귀(浮雲富貴)를 따를 줄이 있으랴.
<여섯째 수>
득군행도(得君行道)는 군자(君子)의 뜻이로되
시절(時節) 곧 어기면 고반(考槃)을 즐겨하네.
소담한(疎淡)한 송풍산월(松風山月)이야 나뿐인가 하노라.
앞에서 말했듯이 ‘강호연군가’의 후6곡은 ‘성현 학문의 정통과 말류(末流)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작품은 차례대로 후6곡의 첫째, 둘째, 셋째, 다섯째, 여섯째 수다.
첫째 수는 일월과 같은 공자의 가르침을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실감한다는 내용이다. 니구(尼丘)는 공자가 태어난 노(魯)나라 추읍(鄒邑) 창평향(昌平鄕) 곧 곤주(袞州) 곡부현(曲阜縣)에 있는 산 이름이다. 그곳에서 태어난 공자가 일월과 같이 밝은 가르침으로 누항의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고 제자들과 기수(沂水)에서 목욕하며 바람 쐬던 그 맑은 기상으로 혼란한 세상을 탄식하던 수천년 전의 그 말씀이 귀에 선연하다는 것이다.
둘째 수는 창밖에 풀이 자라고 못 위에 고기가 뛰는 이러한 삶의 이치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고, 그들은 비갠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 같은 주돈이(周敦頤)와, 온화한 기상이 봄바람 같은 정호(程顥)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교의 정통을 이어 자연의 섭리를 깨우친 사람은 주돈이와 정호라는 말이다.
셋째 수에서 공맹(孔孟)의 정통이 주자(朱子)라고 직서했다. 그리고 그는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자세히 연구하여 궁리정심(窮理正心) 곧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수양한다는 것을 함께 말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강서학파인 육구연(陸九淵)은 궁리정심보다 덕성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주희의 학설을 지루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서 그는 주희를 정통으로 보고 육구연을 말류(末流)로 생각한다는 뜻을 드러내었다.
다섯째 수에는 대장부가 춥고 배고픔도 두려워하지 않고, 강호에서 학문과 풍월을 즐기며 사는데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를 추구할 리 있겠느냐고 자신의 굳은 각오를 말했다.
여섯째 수에서 군자의 뜻을 밝혀서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임금을 만나면 도(道)를 행하는 것이고, 시절을 못 만나서 임금이 알아주지 않으면 숨어서 풍류를 즐길 뿐이니, 솔숲의 바람과 산중의 달을 즐기는 엉성하지만 담담한 멋을 아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후6곡에는 공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정통 학문 곧 주자학을 탐구하며 강호자연에서 풍월을 즐기는 자신의 생활을 표현하였다. 살펴본 대로 ‘강호연군가’는 ‘도산12곡’을 모방하여 전후 6곡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언지(言志)’와 ‘언학(言學)’이라는 주지를 본받아 나라와 학문에 대한 심경을 드러내었다.
전 6곡 1
요공(瑤空)에 달 밝거늘 일장금(一張琴)을 빗기 안고,
난간(欄干)을 디혀 안자 고양춘(古陽春)을 타온마리
엇더타 님 향한 시름이 곡조(曲調)마다 나느니.
* 고양춘(古陽春) : 옛 양춘곡陽春曲). 양춘곡은 생기발랄한 봄 풍경을 표현하는 곡
* 타온마리 : 타니. 마리는 동사의 아래에서 뜻을 강조하는 영탄법으로 쓰임.
맑은 하늘에 달이 밝거늘 거문고를 비스듬히 끼고,
난간에 기대어 앉아 고양춘을 연주하니
엇더타, 임을 향한 시름이 곡조마다 나타나는구나.
전 6곡 2
홍진(紅塵)의 꿈깨연디 이십년(二十年)이 어졔로다
녹양방초(綠楊芳草)애 졀로 노힌 마리 되어
시시(時時)히 고개를 드러 님자 그려 우노라.
* 녹양방초(綠楊芳草)애 졀로 노힌 말 : 벼슬 없이 한가로이 지내는 화자
속세에의 꿈에서깨어난 지 벌써 20 년이 지났도다.
푸른 버들과 꽃다운 풀이 우거진 곳에 자유로이 놓인 말(馬)과 같이 한가로이 지내어
(그러나) 때때로 고개를 들어 주인(임금)을 그리워하여 우노라.
전 6곡 3
시져리 하 슈샹하이 마음을 둘데 업다
교목(喬木)도 녜 갓고 세신(世臣)도 가자시되
의론(議論)이 여긔져긔 하이 그를 몰나 하노라
* 교목 : 국가의 중요한 벼슬을 지낸 집안
* 세신(世臣) : 대대로 국왕을 섬기는 신하. 조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존재
시절이 하도 심상치 않으니 내 마음을 둘 데가 없구나.
국가의 중신들도 예전처럼 있고, 신하들도 다 갖추어져 있음에도
서로의 분쟁은 여기저기 끊이질 않으니 그것을 몰라 하노라.
전 6곡 4
엇그졔 꿈가온대 광한전(廣寒殿)의 올라가이
님이 날 보시고 가쟝 반겨 말하시데
머근 마음 다 삷노라 하이 날 새는 줄 모라로다
* 광한전(廣寒殿) : 달 속에 있어 항아(姮娥, 선녀)가 사는 전각. 광한궁. 여기서는 궁궐을 뜻함.
엇그제 꿈속에서 궁궐에 올라가니
임이 날 보시고 가장 반겨하며 말하시되
먹은 말씀을 다 아뢰려고 하니, 날 새는 줄을 모르겠구나.
전 6곡 5
한문(漢文)이 유도(有道)하이 가태부(賈太傅)를 내 운노라
당시(當時) 사세(事勢)야 그리 우연(偶然)할가
엇더타 긴 한숨 긋테 통곡(痛哭)조차 하던고
* 가태부(賈太傅) : 중국 전한 시대의 정치 개혁가. 문인. 좌천되어 유배지로 가면서도 한나라를 걱정하였다고 함
중국 한나라의 문화가 발달하였으므로 가태부를 내 비웃노라.
당시의 일이 되어 가는 형세(한나라의 문화가 발달했던 것)가 우연히 되었겠는가?
어떻다고 긴 한숨을 지으며 통곡까지 하는가?
* 가태부를 내 비웃노라. : 화자 자신에 대한 비웃음. 유배지를 가면서도 나라를 걱정했던 가태부와 벼슬을 그만두고서도 임금과 나라를 걱정하고 있는 화자 자신의 처지를 유사하다고 봄.
전 6곡 6
송옥(宋玉)이 가을할 만나 므스 이리 슬프던고
한상백로(寒霜白露)는 하늘헤 긔운이라
이 나의 나몬 져 근심은 봄 가을이 업서라
송옥이 가늘을 만나 무슨 일이 슬프던가
차가운 서리와 흰 이슬은 하늘의 기운이라
이 나의 남은 저 근심은 봄 가을이 따로 없구나.
* 송옥(宋玉) : 중국 전국시대 초(楚) 나라 사람. 굴원의 제자. 송옥이 비수부(悲愁賦)를 지었기 때문에 슬프다는 말임.
후 6곡 1
니구(尼丘)에 일월(日月)이 발가 누항(陋巷)에 비최엿다
욕기춘풍(浴沂春風)에 기상(氣像)이 엇더턴고
천재(千載)에 위연(喟然) 탄식(歎息)하시던 소릐 귀예 가득하여라
공자가 태어나니 좁고 누추한 거리가 밝아졌구나
기수에서 목욕하고 봄바람을 맞은 기상이 어떠하던가
천 년에 위연 탄식하시던 소리가 귀에 가득하구나.
* 니구(尼丘) : 니구산(尼丘山). 중국 산동성에 있는 산. 이 산에서 공자가 태어났다 함.
* 기수(沂水) : 노나라 성남에 있는 물
* 위연(喟然) : 탄식하는 모양
후 6곡 2
창전(窓前)에 풀이 프라고 지상(池上)애 고기 뛰다
일반생의(一般生意)를 아나이 긔 뉘런고
어즈버 광풍제월(光風霽月) 좌상춘풍(坐上春風)이 어졔로온 듯하여라
창밖에 풀이 푸르고 못위에 고기가 뛰어 논다
일반 삶의 뜻을 아는 이가 그가 누군가
어즈버, 광풍제월 좌상춘풍이 어제인 듯 하여라.
* 광풍제월(光風霽月) :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의 인품이 매우 고매하고 흉회(胸懷) 쇄락함을 칭찬한 말.
* 좌상춘풍(坐上春風) : 정호(程顥)의 온화한 기상을 이른 말
후 6곡 3
공맹(孔孟)의 적통(嫡統)이 나려 회암(晦庵)께 다다라이
정미학문(精微學文)은 궁리정심(窮理正心) 갋닐넌네
엇더타 강서의론(江西議論)은 그를 지리(支離)타 하던고
공자와 맹자의 학푸이 내려와 주희에게 다다르니
정밀하고 자세히 글을 배움은 마음을 올바르게 깊이 연구함과 함께 일렀도다.
엇더타, 육구연은 왜 그를 지루하다 했던가.
* 적통(嫡統) : 적파(嫡派)의 계통
* 회암(晦庵) : 주희(朱熹)의 호<지리(支離)> : 서로 갈갈이 흩어짐
* 강서(江西)의 의론(議論) : 강서학파의 하나인 송(宋) 이학자(理學者) 육구연(陸九淵)이 아호(鵝湖)에서 주희(朱熹)와 만나 논난(論難)이 잦았다는 고사(故事). 육구연은 덕성(德性)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 사상이어서 주희의 궁리정심(窮理正心)의 사상을 지리(支離)하다 해 왔음.
후 6곡 4
강서(江西)의 의론(議論)이 놉고 다반(茶飯)은 포세(蒲塞)로다
숙속(菽粟)의 맛살 아던동 모르던동
술레예 한바쾨 업사이 갈 길 몰나 하노
강서의 의론이 높고 예사로운 일은 포세로다.
콩과 조의 맛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레[車]에 한 바퀴가 없으니 갈 길을 몰라 하노라.
* 포세(蒲塞)> : 알 수 없음
* 숙속(菽粟) : 콩과 조. 상식(常食)으로서는 없어서는 안 될 것
후 6곡 5
장부(丈夫)의 몸이 되어 기한(飢寒)을 둘리것가
일산풍월(一山風月)애 즐거옴미 가이 업다
내마다 부운부귀(浮雲富貴)을 딸올줄리 이시랴
대장부의 몸이 되어 굶주림과 추위를 두려워할 것인가
자연 속에서의 즐거움이 끝이 없구나.
나는 싫다, 덧없는 부귀를 따를 줄이 있겠는가.
후 6곡 6
득군행도(得君行道)는 군자(君子)의 뜻디로되
시절(時節) 곳 어긔면 고반(考槃)을 즐겨하니
소담(疎淡)한 송풍산월(松風山月)이사 나뿐인가 하노라
* 송풍산월(松風山月) : 솔숲을 스치어 부는 바람과 산의 달
훌륭한 임금을 얻는다면(임금이 받아 주면) 나아가 도를 행하는 것이 군자의 뜻이지만,
때가 어긋나면(훌륭한 임금을 얻을 수 없다면)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겨하네.
욕심 없는 송풍산월(소박하게 자연속에서 은거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나뿐인가 하노라.
핵심정리
▶갈래 : 연시조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과 자연 속에서 안분지족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
이해와 감상
조선 중기에 지은 12수로 된 연시조이다. 창작 동기는 사람들이 이 시조를 읊음으로써 우국충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데 있다고 전한다. 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을 모방한 것으로, 전 6곡(前六曲)은 임금을 그리고 나라는 근심하는 내용으로, 후 6곡(後六曲)은 성현학문(聖賢學問)의 정도(正道)를 편 내용으로 되어 있다.
선조가 죽은 후 광해군 옹립에 성공한 정치 세력은 영창 대군을 옹립하려 했던 사람들을 축출하기 위해 전횡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조정의 의논은 분분했고 정국의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정국의 흐름 속에서 권력의 중심에서 점차 소외된 사람들의 상실감을 반영한 노래이다.
❤️목동문답가(牧童問答歌) 목동가 / 牧童歌 임유후
녹양 방초안에 소 먹이는 아이들아
인간 영락을 아는다 모르는다
인생 벽년이 풀끝에 이슬이라
삼만 육천일을 다 살아도 초초커든
수단이 명이어니 사생을 결할소냐
생애는 유한하되 사일을 무궁하다
역려 건곤에 부유같이 나왔다가
공명도 못 이루고 초목같이 썩어지면
공산 백골이 그 아니 느껴우냐
시서 백가를 자자히 외워내어
공맹 안증을 일마다 법받으며
직설을 기필하고 요순을 비겨내어
강구연월에 태평가를 불러 두고
사해 팔황을 수성에 올리기는
이음양 순사시 재상의 사업이요
백만 군병을 지휘중에 넣어 두고
풍운을 부쳐 내어 우주를 흔들기와
장검을 비끼 잡아 만적을 당하기와
자수금인을 허리아래 비끼 차고
황룡부에 통음하고 능연각에 회상하니
위권이 혁혁하여 오정식에 누리기는
장수의 모략이라 그 아니 기특하냐
내 재조 편견하여 장상이 못 되어도
금수 간장에 만고를 넣어두고
풍운 원로를 붓끝에 희롱하니
주기를 헤치는 듯 백벽이 뒤트는 듯
귀신을 울리는 듯 풍우를 놀래는 듯
문채로 가잘시고 단계화 한 가지를
소년에 꺽어 꽂고 향가 자맥에
영총이 그지없다 금문 옥당에
문한으로 누리다가 석실 금궤로
만세에 유전하면 소 먹이는 저 아이야
그 아니 즐거우냐 하늘이 사람낼 제
나라에 사람 쓸 제 귀천을 가리더냐
하늘이 삼긴몸을 닦아 내면 사군자요
기포를 달게 여겨 던져두면 우하로다
내 재조 가지고 한 몸만 용차하니
희보 미방을 세상이 뉘 알더냐
자세히 들어스라 손곱아 이르리라
이윤은 솥에 지고 부열은 달고 들고
영척 백리해는 소치다가 명현하니
가난하고 천하기야 이 사람만 하랴마는
인생 궁달이 귀천이 아랑곳가
불식 부지하여 세사를 모르는다
입신 양명을 헴 밖에 던져두고
연교 초야에 소치기만 하나슨다
목동이 대답하되 어와 그 누구신고
우은 말씀 듣건지고 형용이 고고하니
초대부 살려신가 잔혼이 영락하니
유학사 자후신가 일모 수죽에
혼자어둑 서 계셔서 내 근심 던져 두고
남의 분별 하시는고 우리는 준준하와
대도를 모르어도 인생도 저러하다
소치기 아나이다 송아지 어이 쫓아
녹음간에 절로 내어 이리가락 저리가락
누으락 일어나락 풀잔디 뒤져 먹고
시냇물 흘러 마셔 먹음먹이 박하여도
제 뜻대로 노닐기와 귓도래 코에 꿰어
저 고삐 굳게 잡아 곧은 낚대 삶은 콩을
배가지 칠지라도 물 같은 더운 볕에
한겨리 마주 메워 코춤은 카니와
흘없게 그지없다 어느 소는 고되고
어느 소는 한가하뇨 일시에 빛나가야
희생만 할건가 헌 덕석 벗기 치고
금의 삼정 갈아 덮어 삿구레 벗기 치고
홍사로 얽어 내어 대로에 벽제하고
예관이 고삐 잡아 태묘를 들어 가서
포정의 큰 도채에 골절이 제곰 나니
저더러 물어 보면 어느소 되랴할고
고금에 어질기야 공부자만 할까마는
광인이 욕 보시고 진채에 싸이시여
목탁이 되여겨사 도로에 늙으시니
전 사람 이른 말이 그 아니 옳톳던가
부차의 촉루검을 오자서를 준단 말가
서산 저문 날에 비풍이 스슬하다
무안군 백기는 이룬 공도 하건마는
두우역 하라 나재 칼을 주어 죽이더고
이사는 승상으로 보수를 다한 후에
부귀도 극진하고 영총도 무한터니
상채 동문에 누런 개를 슬퍼하네
나는 새 진한 후면 양궁이 장하이고
토끼를 잡은 후에 산영개 아랑곳가
한신의 공적으로 삼족조차 죽이더고
문인은 예로부터 궁상이요 박명이라
만장 광염이 니 뒨들 욀가마는
고신 거국에 야량이 몇 천리요
성도 초당에 성계도 소조하다
한창려 문장으로 동정 춘풍에
물결이 일어나니 조주 팔천리에
고국이 어드메요 지하로 옷을 하고
난초도 섯거 차고 이소 구가의
문자는 좋건마는 초강 밝은 달에
한원이 슬피 우니 장상 문장이
그 아니 섬거우냐 산중에 사향 느니
깊이는 있건마는 춘풍이 헌사하여
향내를 불러 내어 산하에 날랜 살을
면하기 어렵거던 군미끼 혈낚시를
어히하여 따르는다 기산에 귀 씻기와
상류의 소 먹이기 즐겁고 즐거움을
너희는 모르리라 내 노래 한 곡조를
불러든 들어 보소 장안을 돌아보니
풍진이 아득하다 부귀는 부운이요
공명은 와각이라 이 퉁소 한 곡조에
행화촌을 찾으리라
💙 해설
이 작품의 작가가 이황이라는 설도 있으나, 임유후(任有後) 측근 인물들의 증언과 문헌의 신빙성으로 보아, 임유후로 추정되기도 한다. 내용은 제목에서 살필 수 있듯이, 문가(問歌)와 답가(答歌)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전반부인 문가와 후반부인 답가가 대조적인 주제를 부각시킴으로써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입신양명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은 뜻을 보였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천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취생몽사(醉生夢死)의 구가(謳歌)와 인생무상의 달관(達觀)을 합리화한 다시 말하면, 입신양명과 자연귀의라는 현실 긍정과 현실 부정의 이질적인 양극성의 상충심리가 균형 있게 조화됨으로써 인정의 기미(幾微)를 구김 없이 잘 표현했다. 문답가 계열의 가사 작품이다.
💛정리
연대 :연대 미상. 조선 명종 때로 추정
종류: 가사, 양반가사
운율:3.4조, 4음보의 가사체, 운문체
💙.
갈래: 가사, 문답가
성격: 전원적, 목가적, 대화적, 교훈적, 권면적, 성찰적, 탐
구적, 사실적
표현: 설의법, 대구법, 대조법, 영탄법, 문답법
주제: 목동과의 대화를 통한 삶에 대한 성찰
💜특징
1.문가와 답가를 구분하여 주제를 드러냄
2.삶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대조하여 제시함
3.설의, 대조, 대구 등의 표현법으로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함
4.어느 한 편의 주장을 절대적으로 두지 않고 대립시켜 전
개함.열린 대화체 형식.
❤️만분가 / 조위
하늘 위의 옥황상제가 산다는 궁궐의 열두 누각은 어디인가?
오색구름 깊은 곳에 하늘의 신선이 사는 집을 가렸으니
하늘 문 구만 리를 꿈이라도 갈동말동.
차라리 죽어져서 억만 번 변화하여
남산 늦은 봄날에 두견의 넋이 되어
배꽃 가지 위에서 밤낮으로 못 울거든,
신선이 사는 고을 안에 저문 하늘 구름 되어
바람에 흩나리며 궁궐에 날아올라
옥황상제 앞에 놓인 상 앞에 가까이 나가 앉아
가슴 속에 쌓인 말씀 실컷 말하리라.
아아! 이내 몸이 세상에 늦게 나니
황하수 맑다마는 굴원의 후신인가?
상심도 끝이 없고 가의의 넋이런가?
한숨은 무슨 일인고? 형강은 고향이라.
십 년을 유배 생활로 떠돌아 다니니 흰 갈매기와 벗이 되어
함께 놀자 하였더니 아양을 부리는 듯 사랑하는 듯하구나
남의 없는 임을 만나 금화성 백옥당의
꿈조차 향기롭다.
오색실 이음 짧아 임의 옷을 못 하여도
바다 같은 임의 은혜 조금이나마 갚으리라.
백옥 같은 이내 마음 임 위하여 지키고 있었더니
장안 어젯밤에 무서리 섞어 치니
해질녁 긴 대나무에 의지하여 선 푸른 옷 소매도 찬 기운 돌만큼 엷구나
난꽃을 꺽어 쥐고 임 계신 데 바라보니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전설의 강이 가로놓인 데에 구름 길이 험하구나.
다 썩은 달의 얼굴 첫맛도 채 몰라서
초췌한 이 얼굴이 임 그려서 이리 되었구나.
험한 물결 한가운데 긴 장대 위에 올랐더니,
끝이 없는 회오리 바람이 관리의 바다 중에 내리나니
억만 길이의 못에 빠져 하늘땅을 모르겠도다.
노나라 흐린 술에 한단이 무슨 죄며
진나라 사람들이 취한 잔에 월나라 사람들이 웃은 탓인고?
성문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뜰 앞에 심은 난이 반이나 시들었구나.
저물녘 오동잎에 내리는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관산만리 길이 눈에 아른아른 밟히는 듯,
이백의 시 고쳐 읊고 팔도 한을 스쳐 보니
화산에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망부 산전에 석양이 되었구나,
기다리고 바라다가 시력이 다했던가?
낙화는 말이 없고 창문이 어두우니
입 노란 새끼 새들이 어미를 그리는구나.
팔월 가을바람이 띠집을 거두니
빈 새집에 쌓인 알이 물과 불을 못 면하도다.
살아서 이별하고 죽어서 헤어짐을 한 몸에 혼자 맡아
긴 흰머리가 하룻밤에 길기도 길구나
풍파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무리들아,
하늘이 보이는 강에 지는 해와 배와 노는 탈이 없는가?
밀거니 당기거니 염어퇴를 겨우 지나
만 리나 되는 멀고도 험한 길을 멀리멀리 견주더니
바람에 당겨서 붙게 하여 흑룡강에 떨어진 듯,
천지는 끝이 없고 물고기와 거러기가 무정하니
옥 같은 얼굴을 그리다가 말려는고?
매화나 보내고자 역마를 바꾸어 타는 곳과 통하는 길을 바라보니
옥 대들보에 걸린 밝은 달을 옛 보던 낯빛인 듯
햇볕을 언제 볼고 눈비를 혼자 맞아
푸른 바다 넓은 가에 넋조차 흩어지니
나의 긴 소매를 누굴 위하여 적시는고?
태상 일곱 분이 신선의 명이시니
천상 남루에 생활과 피리를 울리시며
지하 북풍의 죽은 목숨을 벗기실까?
죽기도 운명이요, 살기도 하늘이니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당한 횡액도 공자를 못 면하여
죄인처럼 묶였으나 죄가 없음을 군자인들 어이 하리?
오월의 서리가 눈물로 어리는 듯
삼 년 큰 가뭄도 원한으로 되었도다.
죄 지은 사람이 고금에 한둘이며
고위직의 늙은 신하의 서러운 일도 많기도 많다.
하늘과 땅이 병이 들어 혼돈 상태가 죽은 후에
하늘이 침울할 듯 천한 사람의 감옥이 비치는 듯,
유배지에서 나라만 생각하는 충정에 원망스럽고 분한 마음만 쌓였으니
차라리 한 눈이 먼 말같이 눈 감고 지내고 싶구나
울적하고 막막하여 못 믿을 것은 조화로다.
이러나 저러나 하늘을 원망할까?
큰 도적도 몸성히 놀고 백이도 굶어 죽으니
동릉이 높은 걸까, 수양산이 낮은 걸까
‘장자’삼십 편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남가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고국 무덤을 꿈에 가 만져 보고
선인의 무덤을 깬 후에 생각하니
겹쳐진 속마음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병을 발생하게 하는 구름이 대낮에 흩어지니
호남의 어느 곳이 음험한 사람이 모이는 곳인지,
온갖 도깨비가 실컷 젖은 기에
백옥은 무슨 일로 푸른색이 도는 파리의 깃이 되었는가?
북풍에 혼자 서서 끝없이 우는 뜻을
하늘 같은 우리 임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목란과 가을 국화의 향기로운 탓이런가?
한나라 때의 반첩여와 궁녀가 복이 없고 팔자가 사나운 몸이런가?
임금의 은혜가 물이 되어 흘러가도 자취없고
임금의 얼굴이 꽃이로되 눈물 가려 못 보겠구나.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이 몸이 죽어져도 옥상상제 처분이라.
녹아지고 죽어서 혼백조차 흩어지고
반신의 해골같이 임자없이 굴러다니다가
곤륜산 제일봉에 매우 큰 소나무가 되어 있어
바람 비 뿌린 소리 임의 귀에 들리게 하거나,
내세에 다시 태어나서 금강산의 학이 되어
일만 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소리 슬피 울어
임의 귀에 들리게 하는 것도 옥황상제의 처분이겠구나.
한이 뿌리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임의 집 창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눈 속에 혼자 피어 배겟머리에 시드는 듯,
드문드문 비치는 달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치거든
불쌍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동풍이 정이 있어 매화 향기를 불어 올려
고겨란 이내 생애 죽림에나 부치고 싶구나.
빈 낚싯대 비껴들고 빈 배를 혼자 띄워
한강 건너 저어 옥황상제가 거처하는 곳에 가고 싶구나
그래도 한 마음은 조정에 달려 있어
연기를 쐬어 검어진 도롱이 속에 임 향한 꿈을 깨어
임금이 계신 곳을 온 세상에 바라보고
그릇되어 머뭇거리며 옳게 머뭇거리며 이 몸의 탓이런가?
이 몸이 전혀 몰라 하늘의 이치가 아득하여 알 수 없으니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괘
천지 만물 생긴 뜻을 임금을 꿈에 뵈어
자세히 여쭙고 싶구나, 하늘이 높고 높아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네 아니 알겠더냐. 아아! 이내 가슴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 어디 쌓였으며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 어디 울며 갈꼬?
아무나 이내 뜻을 알 이 곧 있으면
영원토록 사귀어서 영원토록 공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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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분가 / 조위
천상 백옥경 십이루가 어디인가
오색운 깊은곳에 자청전이 가려 있으니
구만리 먼 하늘을 꿈에서조차 갈동말동 하구나.
차라리 죽어서 억만번 변화하여
남산 늦은 봄에 두견새의 넋이 되어
배꽃 가지 위에 밤낮으로 울지 못하거든
삼천 동리 저문 하늘에 구름이 되어
바람에 흐르듯 날아 자미궁에 날아올라
옥황 향안 전에 가까이 나가 앉아
흉중에 쌓인 말씀 실컷 아뢰리라
아아 이내몸이 천지간에 늦게 태어나니
황하물이 맑다마는 초나라 사람 굴원의 후신인가
상심도 끝이 없어 가태부의 넋이런가.
한숨이 나오는것은 또 무슨 일인가
형강은 고향이라 십년을 유락하니 백구와 벗이 되어
함께 놀자 하였더니 아양 떠는 듯 사랑하는 듯
남 없는 님을 만나 금화성 백옥당의 꿈조차 향기롭다
오색실 이음이 짧아 임의 옷을 만들지 못하여도
바다 같은 임의 은혜 조금이나마 갚으리라
백옥 같은 순결한 내 마음 임 위하여 있었더니
장안 어젯밤에 무서리 섞어 치니
일모수족에 옷소매도 차디차구나
난초를 꺽어 쥐고 임 계신 데 바라보니
약수 가로놓인 데 구름 길도 험하구나
다 썩은 닭의 얼굴 첫맛도 채 몰라서
초췌한 이 얼굴이 임 그리워 이리 되었구나
높은 파도 한가운데 백척간두 같은 벼슬에 올랐더니
무단한 회오리 바람이 환해중에 불어와
억 만장 깊은 연못에 빠져 하늘인지 땅인지 모르겠노라
노나라의 술이 흐린 것과 한단이 무슨 관계가 있으며
진나라 사람이 술에 취한 것은
월나라 사람이 웃은 탓이란 말인가?
성문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뜰 앞에 심은 난이 반이나 시들었구나
오동나무 저문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관산으로 가는 만 리 길이 눈에 선하니
밟히는 듯 이백의 시룰 시를 다시 읊고 팔도의 한을 스쳐보니 화산에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망부산 앞에 석양이 거의 지는구나
기다리고 바라다가 시력이 다했던가?
떨어지는 꽃은 말이 없고 푸른 비단 창문은 어두우니
입 노란 새끼 새들이 어미를 그리는구나
팔월 추풍이 초가지붕을 뒤짚어 엎으니
빈 새집에 싸인 알이 횡액을 면하지 못하도다.
생리사별의 아픔을 한 몸에 혼자 맡아
삼천장 백발이 하루밤 사이에 길기도 길어졌구나
풍파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무리들아
강천 지는 해에 주즙이나 무고한가
밀거니 당기거니 염ㅇㅖ퇴를 겨우 지나
만 리 봉정을 먼리 견주더니
바람에 다 부치어 흑룡강에 떨어진 듯
천지는 끝이 없고 어안이 무정하니
옥 같은 면목을 그리다가 말려하는가
매화나 보내고자 역로를 바라보니
들보에 비치는 달빛은 옛보던 낯빛인 듯
양춘을 언제 볼까 눈 비를 혼자 맞아
넓고 푸른 바닷가에 넋조차 흩어지니
나의 긴 소매를 누굴 위하여 적시는고
태상 칠위분이 옥진군자의 명령이시니
천상 남루에 생적을 울리시며
지하 북풍의 사명을 벗기실까
죽기도 운명이요 살기도 하늘의 운명이니
진채지액을 성인도 못 면한다는데
누설비죄를 군자인들 어이하리
오월에 날리는 서리가 눈물로 어리는 듯
삼 년 큰 가뭄도 원기로 되었도다
죄 없이 옥에 갇힌 죄수가 고금에 한둘이며
백발황상에 서러운 일도 많고 많다
건곤이 병이 들어 혼돈이 죽은 후에
하늘이 침울할 듯 관객성이 비치는 듯
고정의국에 원분만 쌓였으니
차라리 눈 먼 말같이 눈 감고 지내고져
멀고도 막막하여 못 믿을 것은 조화로다
이러나 저러나 하늘을 원망할까
도척도 성하고 백이도 굶어 죽으니
동릉이 높은 걸까 수양산이 낮은 걸까
남화 삼십 편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남가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고국 송추를 꿈에 가서 만져보고
선인 구묘를 깬 후에 생각하니
구회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장해음운에 백주에 흩어지니
호남 어느 곳이 귀역의 연수런지
이매망량이 실컷 젖은 가에
백옥은 무슨 일로 쉬파리의 보금자리가 되고
북풍에 혼자 서서 한없이 우는 뜻을
하늘 같은 우리 임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목란추국에 향기로운 탓이런가
반첩여와 왕소군이 박명한 몸이런가
임금의 은혜가 물이 되어 흘러가도 자취 없고
옥안이 꽃이로되 눈물 가려 못 보겠구나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이 몸이 죽어져도 옥상상제 처분이라
녹아지고 죽어지어 혼백조차 흩어지고
공산 촉루같이 임자없이 굴러다니다가
곤륜산 제일봉에 만장송이 되어 있어
바람 비 뿌린 소리가 임의 귀에 들리거나,
만겁이나 윤회를 하여 금강산 학이 되어
일만 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임의 귀에 들리기도 옥황상제 처분이겠구나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삼아
임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설중에 혼자 피어 침변에 시드는 듯,
달빛 속의 희미한 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취거든
불쌍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동풍이 유정하여 암향을 불어 올려
고결한 이내 생계 죽림에나 부치고 싶구나,
빈 낚싯대 비껴들고 빈 배를 혼자 띄워
백구 건너 저어 건덕궁에 가고 지고.
그래도 한 마음은 위궐에 달려 있어
내 묻은 누역 속에 임 향한 꿈을 깨어
일편장안을 한눈에 바라보고
그르게 머뭇거리거나 옳게 머뭇거리는 것이 모두
이 몸의 탓이런가.
이 몸이 전혀 몰라 천도가 막막하니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괘 천지 만물 생긴 뜻을
주공을 꿈에 뵈어 자세히 여쭙고 싶구나.
하늘이 높고 높아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네 아니 알겠더냐.
아! 이내 가슴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어디 쌓였으며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어디 울며 갈까.
아무나 이내 뜻을 알 사람이 있으면
백세교유 만세상감하리라.
💛핵심정리
연대:조선 연산군
작자: 매계
갈래 : 충일가사, 유배가사
>형식 :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127구의 유배가사
성격: 충신연군지사
주제 : 누구에게도 호소할 길 없는 슬픔과 원통함을 선왕
(성종)에게 하소연하는 심정을 노래 / 자신의 역울함을 토로
/유배당한 현실에 대한 원망과 연군의정
의의:최초의 유배가사
>발표: 1498년(연산군4)
💛특징
1 우리나라 최초의 유배 가사이자 충신연군지사이다
2 임을 잃은 여성을 화자로 설정하여 호소력을 높였다.
3화자자신을 천상에서 하계로 추방된 신선에, 임금(성종)을
옥황상제에 비유했다.
4 '두견, 구름, '천층랑(험한 물결)', '뜰 앞에 심은 난', '외기러
기', '강천에 지는 해''명월' 등의 다양한 자연물을 통해 유배지
에서의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구성
서사: 임과 이별한 시적 화자의 처지와 욕구
적소에서 왕에게 홍중에 쌓인 말씀을 실컷 호소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고 하는 동기
본사 :사화로 인해 전일의 영화가 현재의 억울하고 처참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으나 이 역시 천명이니 황제의 처분만 바란다는 내용(자기를 굴원에 비유)
본사1: 유배 생활의 처지와 임에 대한 그리움
본사2:시적 화자의 처지에서 느끼는 원망과 슬픔
본사3: 유배 생활하는 처지와 운명에 대한 체념
결사: 임의 사랑에 대한 회의와 번민
원한에 쌓인 자기의 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만일 누구든 제
뜻을 알아주는 이만 있다면 평생을 함께 사귀고 싶다고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