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장, 만 남
정다영은 벌써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기를 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아기를 출산을 하고 깊은 잠속에 빠져있던 다영은 잠에서 깨어서 아기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아기는요?"
"아기는 잊어버리세요!"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기는 죽었읍니다."
"아니에요!
분명히 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어요!
왜?
무엇 때문에 나한테 그런 거짓말을 하시는 거에요!"
"그것이 거짓이든 아니든 이제 애기씨한테 아기는 없는 거에요."
"안되요!
아기를 돌려주세요!"
그러나 다영의 말은 빈 허공의 메아리가 되었다.
다영은 아기를 달라고 애원을 하면서 들여오는 밥상은 거들떠도 보지를 않는다.
"산모가 이렇게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정말 큰일납니다."
"아니요!
아기를 돌려 줄 때까지 난 아무것도 먹지 않아요!"
"안 됩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납니다."
그러나 다영은 물 한모금 입에 대지를 않고 있었다.
출산을 하고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버티고 있는 다영의 몰골은 그야말로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두 눈은 퉁퉁 부어서 눈을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심하게 부어있었다.
그러나 아기는 다영의 품속에 돌아오지를 않는다.
"할머니!
한 번만!......
제발 한 번만이라도 보게 해 주세요!"
"..............."
"이렇게 이렇게 사정을 할게요!
그냥 단 한 번만이라도 보게 해 주세요!"
"애기씨!
이미 그 아가는 이곳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마음을 달리하시고 어서 이것을 좀 먹어봐요!"
"아니요!
이대로 긂어죽는다 해도 절대로 먹지 않을겁니다."
다영은 상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안 여사의 유모는 정말로 난감했다.
벌써 일주일 째 물도 한 모금 입에 대지 안고 있으니 마음이 초조해져 온다.
안 여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나서 유모는 다영의 방을 들여다 본다.
다영은 지쳐서 그런지 잠에 빠져든 것 같았다.
"지금 잠이 들었으니 잠시 내가 나갔다 와야겠습니다.
"병원에선 이곳까지 왕진을 올수가 없다고 합니다."
안 여사의 유모는 안희경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이곳의 전화는 다영이가 모르게 유모의 방으로 되어 있었다.
유모는 수시로 다영의 상태를 보고하는 것이다.
"그래요!
유모가 가서 링거라도 갖다가 놓아주세요.
그리고 내일 모래쯤 내가 다영이를 데리러 갈께요."
유모는 전화 통화를 끝내고 다시 다영이 방으로 들어가본다.
다영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을 확인을 하고는 유모는 별장을 나선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정말로 예기치 않은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것이다.
성한 사람도 아니고 출산을 한 산모가 벌써 일주일 째 아무것도 입에 대지를 않고 있다는 것이 보통의
일이 아닌 것이다.
유모는 자신의 승용차에 시동을 건다.
차의 시동소리에 다영은 눈을 뜬다.
그리곤 창밖을 내다본다.
차는 별장으로 올라오는 길을 내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다 보고 있던 다영은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걸쳐 입는다.
그리곤 아랫층으로 내려가서 이 방 저방을 열어본다.
아무데고 그곳엔 아기가 없었다.
다영은 현관을 나선다.
다행히 현관은 밖에서 잠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잠굼장치가 되어있었다.
다영는 잠금장치를 풀고는 밖으로 나선다.
한 동안 길쪽을 바라보고 있던 다영은 길 쪽이 아닌 산쪽으로 걸음을 옮겨놓는다.
"아가!
거기 기다려!
엄마가 너를 데리러간다."
다영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다.
자꾸만 산속으로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아기를 애타게 부른다.
다영의 모습은 이미 정상의 궤도를 벗어난다.
나무에 얽히고 긁혀서 얼굴과 팔다리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면서도 한없이 자꾸만 가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다니는지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다가 등산로로 나오게 된 다영은 잠시 멈추선다.
그리곤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길을 찾아서 내려온다.
이미 저녁때가 다 되어서 그런지 눈에 뜨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허허로운 길에 다영은 걸음을 멈춘다.
산골의 풍경은 너무나 낯설다.
"아!......."
다영은 이미 자신이 누군지 그리고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또한 어기가 어디인지 인지가 되지를 않는다.
별장으로 돌아온 유모는 현관문이 열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숨을 쉴수도 없이 다영의 방을 뛰어들었으나 이미 다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
이를 어쩌나?......"
집안을 모조리 뒤져보았으나 다영의 모습은 없다.
급히 자신의 차를 몰고는 주변의 길을 모조리 찾아보았으나 아무데도 다영은 없었다.
산골의 햇님은 금새 자취를 감추어 날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영 애기씨가 없어졌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병원에서 돌아와 보니 현관 문이 열려져 있고 애기씨는 보이지 않아요."
"뭐라구요?
근처에 모두 찾아보았나요?"
안희경여사의 음성은 떨려나온다.
"네!
길이란 길은 모조리 찾아보았어요!
혹시 지나가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지나 않았는지....."
"유모!
아무일도 없을거에요!
다시 그 곳을 잘 찾아보세요.
그리고 너무 소란스럽게 하지 말아요.
아마 집으로 오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안희경여사는 말과는 달리 불안한 예감에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아!
다영아!......
제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거라!"
안희경여사는 자리에 앉자 있지도 못하고 안절 부절한다.
어떠한 조그만 소리에도 다영이가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밖을 내다보면서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별장과 집안이 벌컥 뒤집혀져 있을 때 다영은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이정훈은 병원에 들려서 아들인 지혁이를 퇴원을 시켜서 차에 태운다.
그동안 수 없이 아이의 우유 먹이는 방법과 목욕 시키는 방법 그리고 아기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실천을 해 보았지만 과연 제대로 잘 해 낼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어머니께 맡기면 마다하시지 않으시겠지만 자신이 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어머니께 맡긴다는 것이
웬지 마음에 닿지가 않는다.
아직도 현아의 죽음에 대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는 정훈은 절친한 친구의 별장을 빌려서
당분간이라도 아들과 단 둘이서 기거를 하면서 현아의 넋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정훈의 승용차에는 현아의 한줌으로 변한 유골과 현아가 세상에서 살다간 그녀의 단 하나의 핏줄이 있었다.
"지혁아!
우리는 언제까지 엄마를 잊지 말자!
엄마는 너를 살리기 위해서 엄마의 생명을 그렇게 버리고 말았다!
너는 엄마의 생명과 빠꾼 목숨이니까 이 아빠가 어떤 일이 있든지 너만은 반드시 훌륭하게 키워줄게!"
이정훈은 아직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핏덩이를 보면서 자신과의 다짐을 하는 듯이 말을 한다.
지혁은 이제 태어난지 한달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워낙에 체중이 미달이 되어서 인큐베이터에서 한달 정도 자라다가 나와서 이제서야 정상아의
체중이 되었던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달 반 만에 엄마를 잃어버린 아들을 생각하니 정훈의 마음은 천만갈래 찢어지는 아픔이
일어난다.
"지혁아!
우리 서로 잘해낼 수 있을거야!
그렇지?"
그러나 가난아기는 잠을 자고 있었다.
별장은 청평을 미처 못가서 가평근저에서 우측으로 꺾어져 들어가다가 저수지를 끼고 도는 오솔길이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야만 하는 아주 조용하고도 한적한 곳이다.
이미 날은 저녁이 다 되어서 어두워지려고 한다.
저수지를 끼고 돌아서 오솔길로 들어서려던 정훈은 급히 차를 멈춘다.
길에 쓸어져 있는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정훈은 차에서 내린다.
"여보세요!"
젊은 여인이다.
흔들어 깨워보려했지만 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정훈은 주위를 아무리 둘러 보아도 사람의 그림자도 눈에 띄이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버려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정훈은 젊은 여인을 우선 자신의 차에 태운다.
별장이 가까이 있으니 우선 별장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한다.
별장에는 이미 연락을 받고 있었던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러나 차가 주차되어도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 모든것을 준비해 놓고 돌아간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정훈은 우선 여인을 집안으로 데려다 눕혀놓고는
다시 아기를 안고 들어간다.
그리고는 현아의 유골과 아기의 소지품들을 가지고 들어가서는 다시 여인의 동태를 살핀다.
여인은 의식불명이긴 하지만 생명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듯이 보인다.
정훈은 우선 따뜻한 물을 데운다.
그리곤 여인의 입에다 떠 넣어본다.
여인은 물을 받아서 삼키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별장지기인듯한 나이가 많이 먹어 보이는 여인이 들어온다.
"이제 도착하셨네요!"
나이먹은 여인이 인사를 하면서 들어서다 감짝 놀란다.
"아니?
사모님이 왜 그러세요?"
"아주머니!
이 사람 좀 봐주십시요."
정훈은 마침 다행이라는 듯이 그 여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여인은 상당한 경험이 있다는 듯이 바짝 다가와서 살펴본다.
"저런!
애기 엄마가 너무나 많이 지쳐있군요!
많이 아프시다고 하더니.....쯧쯧쯧......"
여인은 일어나더니 부지런히 주방을 향해서 들어간다.
그리곤 한참만에야 미음을 가지고 나온다.
"사람이 이렇게 지쳐있을 때는 뭐니 뭐니해도 이 좁쌀 미음이 그만이지요."
여인은 수저로 미움을 떠서 먹인다.
잠시 후에 젊은 여인을 정신이 드는듯이 방안을 둘러본다.
그때 마침 아기가 잠에서 깨어나 울음을 터트린다.
"오!
내 아기!"
젊은 여인은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기를 향해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곤 아기를 안고는 자신의 옷가슴을 풀고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아가!
엄마다!
엄마가 여기 이렇게 왔다!"
신기하게도 아기는 젖을 정신없이 빨아서 먹는다.
아직 간난아기이기 때문에 먹지도 못하던 다영의 젖가슴에서 나오는 젖의 양으로도 양이 찼던 모양이다.
"우선 미역국을 끓여야겠습니다."
별장지기 여인은 당연히 아기엄마인 줄로 생각을 한다.
그런 모양을 정훈은 말없이 그저 바라만 본다.
이럴때 자신이 어떻게 처신을 해야만 하는지 너무도 당황한 상황에서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젖을 먹고난 아기는 새끈 새끈 잠이 든다.
그러나 여인은 아기를 품속에서 놓지를 않는다.
"아가!
이제는 엄마가 너를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게!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니?"
여인은 정훈을 아랑곳도 하지 않고 아기를 내려다 보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참만에야 별장지기 여인은 미역국을 끓여서 밥상을 보아온다.
"애기엄마!
이걸 어서 잡숴봐요!
애기 젖을 먹이려면 무엇보다 잘 잡수셔야합니다."
다영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달게 먹는다.
옆에 있는 정훈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이 땀을 흘리면서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비운다.
"애기 엄마가 그동안 너무 시장했던 모양이로군요.
주방에 국이 많이 있으니 이따가 한번 더 먹이세요!"
"아주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정훈은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다.
"그럼 나는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별장지기 여인은 별장을 떠난다.
정훈은 말없이 여인을 바라본다.
그러나 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는다.
"이름이 뭐라고 해요?"
"네?
몰라요!"
"모르다니?
당신 이름을 몰라요?"
"네!"
"그럼 집은 어디인지 아세요?"
"아니요!"
여인은 고개를 젖는다.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줄 수가 없겠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아요.
그리고 이 애기는 내 애기에요."
여인은 아기만을 바짝 끌어 안으면서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정훈은 난감한 마음에 당혹스럽다.
여인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알 수가 없는 정훈이다.
첫댓글 어떻게해야하나~~?
잘보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히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