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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0 장 자 네 를 준 비 해 왔 지
1
화원은 아름다웠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못할 사실이었다.
온갖 형형색색의 꽃들로 이루어진 화원은 천하에 어느 곳에도
비길 수 없이 아름다웠다.
화원의 한 가운데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의 눈부신 백발과 짙은 화의는 꽃으로 만발한 화원에
너무도 잘 어울려 보였다.
노인은 뒷짐을 진 채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올 여름도 벌써 다 지나갔군. 어느 덧 가을이야."
그의 음성은 얼굴에 떠있는 표정만큼이나 담담한 것이었다.
노인이 올려다 보고 있는 하늘은 끝없이 파랬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꽃향기를 하늘높이까지 퍼지게 하니
천지가 온통 화향(花香)에 휘감긴 듯 했다.
그 화향을 온몸으로 맞으며 한 사람이 화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노인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허공만을 올려다
보았다.
그 사람은 화원을 가로질러 노인에게로 다가왔다.
노인은 불쑥 입을 열었다.
"어떤가? 정말 아름다운 하늘 아닌가?"
노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노인은 개의치 않은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런 날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운치있는 일이겠지."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 자신의 앞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아주 운치있는 날을 골랐네."
노독행은 드디어 동방유아를 보았다.
이때 동방유아의 나이 예순 다섯.
그의 나이 스물 여덟이었다.
동방유아의 얼굴은 아주 준수했다. 노독행은 그를 보고서야
방립동이 그를 별로 닮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방립동보다는 오히려 동방완아가 더 그를 닮은 것 같았다.
방립동은 아마 자기의 어머니를 닮았을 것이다.
노독행이 그런 것 처럼.
동방유아는 노독행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얼굴에는 남자의 혼(魂)이 느껴지는군. 아주 좋아.
내가 왜 진작 자네를 만나지 못했을까?"
노독행은 묵묵히 동방유아를 응시했다.
동방유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정말 잘해 주었네. 자네가 이곳까지 오리라고는 별로
믿지 않았지만 마침내 이곳에서 자네를 만나게되니 내 마음은
몹시 흡족하군."
"......."
"하지만 자네는 마지막에 와서 한 가지 실수를 했네."
노독행은 번뜩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그게 뭐지?"
동방유아는 빙긋 웃었다.
"자네는 이곳에 혼자와서는 안되는거야."
그의 음성이 사라지기도 전에 화원의 이곳저곳에서 희끗한
인영들이 불쑥불쑥 솟아 올라왔다.
그들의 수는 모두 열 두명이었다.
흩날리는 꽃잎속에서도 그들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안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들은 노부의 오랜 측근들인 십이비성(十二飛星)이라고
하지."
그때 또다시 화원의 저쪽에서 세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들은 느릿느릿 걷는 것 같았는데 눈깜박할 새 노독행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그 신법의 경이로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각기 푸르고 붉고 검은 장포를 걸친 노인들이었다.
동방유아는 그들도 소개를 해 주었다.
"이들은 노부의 오랜 친구들이지. 남들은 이들을
천외삼군(天外三君)이라고 부르지."
천외삼군.
이이름은 한때 천하제일을 바라보았던 이름이었다.
청성군자(靑星君子) 하정(河靜).
혈해마군(血海魔君) 곽구(藿鳩).
흑선일군(黑旋一君) 정불해(鄭不解).
그들은 각기 정(正)과 마(魔), 사(邪)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떨치던 인물들이었다.
그들 개개인의 명성은 결코 쟁천봉 우문산에 못지 않으며
실력은 오히려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었다.
십이비성과 천외삼군.
그들은 노독행이 지금까지 싸웠던 어떤 고수들보다도 무서운
인물들이었다.
제아무리 노독행이라해도 그들의 합공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만에 하나, 기적적으로 그들의 합공을 뚫는다 해도 그
상태에서 동방유아를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그 동안 자네의 무쌍류를 철저하게 연구했네. 아마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를거야."
동방유아의 입가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
"이들의 손에 쓰러진다는 것도 영광이지. 만일 자네가
이들까지 뚫고 온다면 그때 노부의 반혼장을 볼 수 있을거야."
동방유아가 말을 하는 동안 십이비성과 천외삼군은 노독행의
주위를 에워쌌다.
그 순간 노독행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막대한 중압감을
느꼈다.
파아아....
단순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그들 사이에 있던 낙엽과 꽃잎들이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열 다섯 명의 초강고수들에 둘러 싸인 노독행의 몸은 금시라도
피를 뿌리며 쓰러질 것만 같았다.
바로 그 순간,
십이비성이 어깨를 움싹거리며 노독행을 향해 몸을 날리려고
하는 바로 그순간,
너무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천외삼군중의 일인인 흑선일군 정불해가 돌연 쌍수(雙手)로
청성군자 하정과 혈해마군 곽구의 목을 그대로 궤뚫어 버렸던
것이다.
푸욱...!
살이 찢어지는 섬뜩한 음향과 함께 진한 혈향이 꽃향기를 뚫고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하정과 곽구는 설마 정불해가 자신들을 향해 독수(毒手)를
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지라 너무도 맥없이 목을
관통당하고 전신에 경련을 일으켰다.
"너...너..."
하정과 곽구는 정불해를 노려본 채 무어라고 입을 열려다가
그대로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정불해는 그들의 목을 뚫고 지나갔던 양 손을 잡아 뽑았다.
팟!
시뻘건 선혈로 물들어 있는 그의 양 손이 노독행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붉게 물든 손의 손가락은 모두 세 개씩이었다.
세 손가락의 사나이!
동방립은 뜻밖의 사태에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서 있다가 그
손가락을 보자 안색이 경직되었다.
"너는 정불해가 아니구나...그 손은 삼수(三手)..."
정불해는 피묻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늙수그레한 정불해의 모습이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삼수마겁 조천세요."
삼수마겁 조천세.
금우두부의 제일가는 고수이며 이부주인 삼수마겁 조천세가
뜻밖에도 흑선일군 정불해로 변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방유아의 낮빛이 냉엄하게 굳어졌다.
"조천세...네가 감히.."
조천세는 싸늘한 눈으로 동방유아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계략을 꾸며 금우두부를 몰살시킨 걸 알고 있소. 나는
오랫동안 오늘 같은 날을 기다려 온거요."
동방유아는 몇 차례 안색이 변했다가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조천세를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의 출현은 확실히 뜻밖이다. 하지만 너 혼자로는 어림없다.
십이비성중의 두 명이면 너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음성이 끝나기도 전에 하나의 음성이 화향을 뚫고
들려왔다.
"그로 부족하면 우리도 있지."
동시에 몇 개의 인영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동방유아는 황급히 날아온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낮빛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낙구천...철력파....너희들이 감히..."
나타난 인물은 전궁신개 낙구천과 광룡 철력파를 비롯한
표향령의 생존해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중에는 흑나찰
조교연의 모습도 보였다.
조교연은 거의 울음에 찬 표정으로 노독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동방늙은이. 나도 왔다!"
굉량한 음성과 함께 다시 오른쪽에서 한 떼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금포중년인을 보자 동방유아의
눈꼬리가 가늘게 떨렸다.
"모용태릉...."
금포중년인은 뜻밖에도 모용세가의 가주인 만승검왕
모용태릉이었다. 그의 옆에는 금포옥소 위문평도 나란히 따르고
있었다.
모용태릉은 동방유아를 보면서 호통을 쳤다.
"내가 한때 눈이 멀어 너 같은 놈을 사돈으로 삼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지. 무림을
장악하려는 너의 헛된 야망은 이제 조각조각 깨어져 버렸다."
동방유아는 거듭되는 인물들의 출현으로 아직 평상시의 냉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그의 시선으로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두 명의
남녀가 들어왔다.
혹시 하고 안광을 돋구었던 동방유아의 얼굴에 기이한 빛이
꿈틀거렸다.
두 남녀는 눈부신 백의를 입은 준수한 미남자와
흑의망사녀였다.
바로 장록번과 사마표향인 것이다.
장록번은 동방유아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동방대협. 오랜만이오."
동방유아는 냉랭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에서 보고 칠년만이로군. 자네가 여기는 왠일인가?"
장록번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번에 동방대협이 저지른 일은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리게
했소. 동방대협의 신분이나 지위로 무엇이 아쉬워 이런 혈겁을
일으켰는지 모르겠소."
동방유아의 낮빛이 약간 변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미 모든 진상이 밝혀졌소. 동방대협이 조향령을 시켜
노가살수문을 없애고 천상회를 장악한 일과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금우두부를 몰살하려고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를 꾸민 일..그리고 모용세가마저
삼키려고 획책했던 모든 일이 백일하에 드러났소."
동방유아는 입을 다물었다.
장록번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동방대협의 측근은 여기 있는 십이비성, 열 두사람
뿐이오. 하나 이들로는 결코 우리를 상대할 수 없을거요."
그렇다.
십이비성이 제아무리 절정고수들이라 해도 이곳에 모인
군웅들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 심지어 장록번 혼자라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제서야 동방유아는 깨달았다.
대세는 이미 완전히 기울었으며, 자신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2
동방유아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여러 가지 복잡했던 표정이
점차로 사라지며 처음의 평온하고 담담한 모습이 떠올랐다.
동방유아는 그런 눈으로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결국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 말인가? 강호는 무정하다는데
그 말이 내게도 적용될 줄은 몰랐군."
그의 음성은 나직했으나 이상하게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담겨 있었다.
동방유아는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 중인들을 돌아보았다.
"노부의 꿈이 사라졌다고 해도 노부는 아직 건재하네. 누가
노부를 상대할텐가?"
중인들은 모두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 동방유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제일의 고수였다.
무림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혀 있는 그의 위치는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누가 과연 천하제일고수와 싸우려 하겠는가?
모용태릉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비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내가 상대해 주마. 나의 주선검으로 네 반혼장을 산산히
깨뜨려주겠다."
동방유아는 모용태릉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모용태릉이 인상을 쓰며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하나의 차가운 음성이 그의 발길을 막았다.
"비켜."
모용태릉은 움찔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노독행의 냉혹무정한 눈빛과 마주치자 모용태릉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운이 좋은줄 알아라, 동방늙은이! 나는 이 젊은이에게
양보하겠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큰 소리를 치며 보무도 당당하게 뒤로
물러났다.
노독행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동방유아는 그의 음성이 들려올 때부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자네란 말이로군. 세상 일이란 원래 이렇게 되는
것이로군."
노독행이 나서자 아무도 감히 그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감히 냉혈무정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하겠는가?
심지어 장록번조차도 사마표향과 함께 그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노독행이 자신의 앞을 지나치기 직전에 장록번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와의 약속을 잊지 말기 바라오."
노독행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나직하게 말을 내뱉었다.
"항상 기다리고 있지."
장록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도 이미 멀찌감치 물러선 채 두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순식간에 장내는 십여장의 공터가 생겨 버렸다.
그 공터에는 오직 동방유아와 노독행. 두 사람 뿐이었다.
동방유아는 노독행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노부는 무쌍류에 대해 나름대로의 추억을 가지고 있지."
노독행은 말없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동방유아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노부가 무쌍류에 대한 소문을 처음 들은 것은 열 두
살때였지. 그때의 충격은 노부의 어린 시절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네. 노부는 무쌍류의 무예를 능가할 만한 무공을 익히기
위해 남들이 뛰어놀 시간에도 검을 휘둘렀고, 잠자는 시간에도
검보(劍譜)를 연구했네. 언제고 무쌍류의 후예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내 손으로 꺾어 보리라고 결심했지."
"......."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네. 그동안 노부는 쭉 기다려 왔지만
무쌍류의 후예는 나오지 않았네. 그래서 노부의 생전에는 결코
무쌍류를 만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동방유아의 시선은 노독행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무쌍류의 후예가 백 년만에 처음으로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노부는 솔직히 매우 기뻤다네. 그때의 기분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노부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의 소식을
들은 기분이었지. 그리고 또한 두려웠다네."
동방유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은 겁이 많아지는 모양이야. 젊었을 때의
패기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까봐
두려워지지. 노부도 그랬네. 자네가 나타난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어. 그런 감정을 이해하겠나?"
노독행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유아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노부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다른게 아닐세. 이를테면 노부는
지난 오십 년 동안 자네를 준비해 왔다는 말이지. 자네의
무쌍류를...그리고 이제는 오십 년의 노력이 과연 헛되지
않았는지 그 결과를 확인할 순간이네."
동방유아의 눈에서 번갯불을 무색케하는 섬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지금이야말로 노부로서는 평생동안 기다려온 바로 그
순간이지."
더이상 말은 없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응시한 채 우뚝 서 있었다.
한쪽은 오랫동안 당금무림의 제일인자로 군림해 온 무(武)의
신(神)!
다른 한쪽은 혜성과 같이 나타나 강호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던 공포의 살성!
두 절대고수가 마주 서있자 장내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중인들은 목구멍이 심장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긴장된
심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먼저 손을 쓴 사람은 동방유아였다.
동방유아는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꽈릉!
화원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장력이 노독행을 향해서
쏘아져 갔다.
노독행은 오른주먹을 곧장 휘둘렀다.
꽝!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이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공력면에서는 아무래도 동방유아에게 손색이 있는
노독행이었다.
동방유아도 그것을 알았는지 더욱 빠르게 노독행을 향해
달려들며 두 개의 장력을 발출했다.
쿠아아...
장력이 발출되는 음향이 마치 도가 날라오는 것 같았다.
뿐만아니라 실제로 노독행을 향해 쏘아져 오는 두 가닥의 경기는
도기(刀氣)처럼 푸르스름한 빛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천하십대장공(天下十大掌功)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안에
꼽힌다는 도자장(刀子掌)이었다.
노독행은 정면으로 동방유아의 장세에 맞서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일단 옆으로 한 자쯤 이동해 도자장의 살인적인
장세를 피했다.
하나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던 두 가닥의 도기가 돌연
허공에서 회선하며 그의 뒷통수를 노리고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도자장의 최고수법인 회풍참마(廻風斬魔)인
것이다.
노독행은 막 앞으로 움직이려다 등뒤에서 예리한 파공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는 그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콰아악!
섬뜩한 굉음과 함께 그의 뒷통수에 있는 머리카락이 우수수
잘려나갔다.
실로 아슬아슬한 차이로 치명적인 일격을 피해 낸 것이다.
노독행은 엎드린 상태에서 뒷발부터 거꾸로 일어서며 발길질을
해댔다.
그것은 여타의 무학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특이한
동작이었다.
동방유아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노독행을 공격하기 위해서 막
달려들다가 노독행이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발길질에 정면으로
강타당할 뻔했다.
동방유아는 양 손을 휘둘러 노독행의 발길질을 막았다.
빠빠빡!
발과 손이 허공에서 맹렬하게 부딪쳤다.
동방유아의 공력이 비록 노독행보다 뛰어나다고는 하나 발과
손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위력을 초월할 수는 없었다.
동방유아는 손목이 시큰거림을 느끼고 옆으로 한 걸음
물러넜다.
그 순간 노독행은 몸을 뒤집으며 두발로 동방유아의
무릎관절을 걷어찼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동방유아의 머리를
공격했던 발이 어느 사이엔가 그의 하체를 노리고 날아든
것이다.
동방유아는 다리를 구부려 정강이로 막았다.
빡!
동방유아의 몸이 한차례 휘청거렸다.
그의 얼굴은 비록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속으로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그의 바지속에 있는 다리는
퉁퉁 부어올라 있을지도 모른다.
노독행은 그의 다리를 걷어찬 탄력을 이용해 몸을 벌떡
일으키며 양쪽 팔꿈치를 세차게 휘둘렀다.
무쌍류의 여덟 가지 주법중에서도 가장 살인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는 철선반주였다.
동방유아는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계속 수세에 취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양 손바닥을 활짝 폈다.
파팍!
노독행의 팔꿈치는 동방유아의 손바닥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하나 오히려 주춤 뒤로 물러선 사람은 노독행이었다.
놀랍게도 동방유아의 손바닥은 마치 만년한철(萬年寒鐵)로
만든 철판처럼 단단하기 이를데 없었던 것이다. 노독행은 그의
손바닥에 팔꿈치가 닿는 순간 자신이 거대한 청석벽을 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철선박(鐵線拍)이라는 초절정의 내가수법으로, 양
손바닥을 강철보다 단단하게 단련하는 무공이었다.
노독행이 주춤거리자 이번에는 동방유아의 질풍노도와 같은
반격이 시작되었다.
쉬아악!
그의 양쪽 소맷자락이 빳빳하게 곤두서며 예리한 강기가
빛살처럼 사방으로 쏘아져갔다.
그 강기에 걸리면 제아무리 강인한 몸이라 할지라도 맥없이
찢어발겨질 것만 같았다.
노독행은 무릎을 아래로 숙였다가 위로 솟구치며 양 발을 열
여덟 번이나 강력하게 걷어찼다.
파팍!
동방유아의 소맷자락과 노독행의 발이 허공에서 격돌하며
노독행의 발에서 피가 솟구쳤다.
대 여섯 가닥의 강기가 그의 발목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하나 동방유아 또한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비록 절세의 절검수(截劍袖)로 노독행의 발에 부상을
입혔으나 왼쪽 손목이 노독행의 발길질에 강타당해 거의 부러질
뻔했다.
동방유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질 찰나,
빙글!
허공에서 발길질을 했던 노독행의 몸이 거꾸로 떨어지며
강력한 주먹이 동방유아의 관자놀이를 후려쳐 왔다.
동방유아는 간신히 치명적인 일격을 피했으나 머리의 한쪽에
주먹에 스치며 깨어져 피가 흘러나왔다. 동방유아의 관자놀이를
스치고 지나갔던 노독행의 팔이 마지막 순간에 구부러지며
팔굽이 동방유아의 턱을 가격했다.
하마터면 그 일격으로 동방유아는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뻔했다.
그가 그 살인적인 태산압주(泰山壓 )의 일격을 피해 낸 것은
순전히 그 동안 쌓아온 풍부한 강호경험 때문이었다.
하나 비록 턱이 뭉개지는 일은 막았으나 동방유아의 목부분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버렸다.
동방유아는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노독행을 향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
팡!
노독행은 회심의 일격인 태산압주가 빗나가자 무방비 상태에서
동방유아의 손바닥을 등허리에 맞았다.
아찔한 통증과 함께 울컥 핏물이 솟구쳐 올랐으나 노독행은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뒷발로 발길질을 했다. 무쌍류만의 독특한
역륜퇴였다.
동방유아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나 이내 다시 달려들며 질풍처럼 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중인들은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강호무림의 최고 무예들의 온갖
정화(精華)들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절기들이 연거푸 쏟아져
나왔고, 오래전에 무림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전대의
절학들이 수십 가지나 등장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진 순간에 기적 같은
무공으로 위기를 빠져나오기도 했고,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결사적인 승부를 감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것은 가히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이 꿈에서도 그리던 환상의
모습들이었다.
한동안 중인들은 넋을 잃고 두 절대고수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격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모용태릉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의 옆에서 싸움을 보고 있던 낙구천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한숨을 쉬는거요, 모용가주?"
모용태릉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설마 동방늙은이의 무공이 저 정도일 줄은 몰랐소. 그런 줄도
모르고 알량한 검법 하나만 믿고 그에게 덤벼들려 했으니..."
낙구천은 그의 의기소침한 표정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너처럼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큰소리만 치던 위인과 수백 번의
치열한 격전을 승리로 이끌며 무신의 지위에 오른 동방유아를
어떻게 비교한단 말이냐? 정말 가소로운 소리만 하는군.'
그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장내의 상황이 일변했다.
꽝!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며 화원 전체가 금시라도 뒤집힐 듯
마구 요동을 쳤다.
낙구천은 깜짝 놀라 허겁지겁 장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몸을 굳히며 멍청하게 서 있었다.
3
이들의 격전은 백 여초를 넘고 있었다.
처음에는 팽팽하게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싸움이 백
여초를 넘으면서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실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백중세였으나
승부를 기울어지게 한 것은 뜻밖에도 체력이었다.
이들의 한 초 한 초에는 자신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무예의
가장 무서운 위력들이 실려 있었다. 그러니만큼 그들이 소비하는
진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런 진력의 낭비가 계속되자 나이가 많은 동방유아가 조금씩
체력의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체력이란 내공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꾸준한 수련으로만이 가능한 것이며, 특히 나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나이가 젊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 훨씬 체력의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동방유아와 노독행은 나이차이가 두 배를 훨씬 넘는
것이었다.
처음에 동방유아는 풍부한 대적경험과 상대적으로 고강한
내공으로 한때의 우세를 점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비하면 노독행은 몸속에서 끊임없는 진력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조금도 몸이 느려지거나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동방유아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뒤로 주춤 물러섰을 때
노독행은 비로소 예전에 황산에서 보았던 금우두부의 주인인
금마 위혼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 젊다는 건 큰 무기가 될 수 있는거야.
그걸 잊지 말게.
당시 그는 위혼이 왜 난데없이 그런 소리를 했을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위혼은 이미 노독행이 언젠가는
동방유아와 자웅을 겨루리라는 것을 알고 그를 이길 수 있는
나름대로의 비책(秘策)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서로 백중한 실력에서는 체력이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그리고 젊음이야말로 상대보다 강인한 체력을 지닐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 것이다.
콰쾅!
노독행은 무려 열 여덟 번이나 연거푸 팔꿈치를 휘둘렀다.
그것은 연환철주를 세 번 거푸 시전한 결과였다.
동방유아는 참지 못하고 입으로 피를 흘리며 다섯 걸음이나
물러섰다.
노독행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날아 동방유아에게로 쏘아져갔다.
그때 동방유아가 갑자기 양 손을 깍지껴 단전으로 가져갔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가공할 경력이 뿜어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게슴츠레하게 반쯤 감은 것 같았고, 머리위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노독행은 막 동방유아를 향해 고산팔벽중의 철산벽을
시전하려다 상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몸을
멈칫거렸다.
그때 동방유아의 눈이 번쩍 뜨여지며 그의 양 팔이 커다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노독행의 뇌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반혼장!'
그렇다.
동방유아가 드디어 천하십대장공의 수위(首位)이며 아직
아무도 완벽하게 익힌 사람이 없다는 그 무적의 반혼장을
전개하려고 하는 것이다.
쿠아아....
동방유아의 팔이 원을 그리며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미증유의
거력(巨力)이 휘몰아쳤다.
사방의 꽃들이 뿌리째 뽑혀 오르고 허공이 온통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는 강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 엄청난 광경에 중인들은 그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채 경기가 밀어닥치지도 않았는데 노독행의 옷자락이
마구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동방유아가 팔을 휘두를수록 거대해 가는 강기의 소용돌이를
보면서 노독행은 월영도를 뽑아 들었다.
동방유아의 팔이 세차게 휘둘러졌다. 순간,
콰콰콰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공할 회오리가 노독행의 전신을 그대로
짓눌러 버릴 듯 몰아닥쳤다.
노독행은 월영도를 머리높이로 쳐든 채 칼날을 앞으로
곧추세웠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 거대한 소용돌이속으로
뛰어들었다.
무쌍류 십대절학중에서 유일한 도법인 혈천도가 시전된
것이다.
쾌쾌쾌액!
무시무시한 강기가 양쪽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노독행의 월영도는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해 들어갔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격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한 마리 잉어와
같은 모습이었다.
동방유아는 노독행의 칼이 자신의 반혼장 공력중 제 일식인
측탈혼의 장세를 너무도 수월하게 뚫고 들어오자 다급히 제
이식인 귀색혼을 전개했다.
조금전과는 전혀 다른 칼날 같은 경기가 노독행의 전신을
짓이겨갔다.
하나 그 살인적인 귀색혼의 장세로도 끊임없이 전진해
들어오는 월영도를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동방유아는 낮빛을 무겁게 굳힌 채 반혼삼식인 백락혼과
사식인 회심혼을 연거푸 펼쳐냈다.
파아아...
노독행의 양쪽 어깨부근 옷자락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월영도를 쥔 그의 손은 이미 지나친 경기에 짓눌려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하나 노독행은 여전히 이마앞에 칼날을 곤두세운 채 앞으로
돌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쿠아아...
실로 가공할 대결이었다.
한쪽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이루며 다가오는 거대한 강기!
다른 한쪽은 오직 끊임없이 앞으로만 전진해 들어오는 공포의
칼날!
둘중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가?
동방유아는 다시 반혼오식인 겁백혼(劫魄魂)과 육식인
지참혼(地斬魂)을 펼쳐냈다.
노독행의 상의가 부서져 나가며 그의 코에서 검붉은 선혈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너무도 막강한 압력이 그의 내장을 뒤흔들어
버린 것이다.
쿠아앙...!
이십 여장밖에 있는 화원의 담장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이미 그 안은 혈육(血肉)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장내에 모인 중인들중 절정고수 아닌 자가 없었으나 그들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다시 오십 여장을 후퇴해 버렸다.
이십 여장 밖의 상황이 이러하니 중앙에 있는 노독행이 받는
압력이야 오죽 하겠는가?
그러는 중에도 노독행의 월영도는 거의 동방유아의 전면까지
전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 끊임없이 흔들리는 칼날은 천하의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동방유의 양 손이 질풍처럼 흔들려지며 수십 겹의 파도가
몰아쳐 오는 듯한 강기의 막이 형성되었다. 바로 반혼칠식인
색중혼(索重魂)이 전개된 것이다.
겹겹이 파동쳐 오는 경기에 닿는 순간 노독행의 입에서는
분수와 같은 핏줄기가 뿜어졌다.
"우욱!"
하마터면 그는 월영도를 놓칠 뻔했다.
월영도는 마치 살아있는 한 마리 싱싱한 잉어처럼 마구 떨리고
있었다. 파도처럼 겹겹이 휘몰아쳐오는 경기를 조금씩 뚫고 가는
월영도의 모습은 차라리 장엄하기조차했다.
동방유아의 안색은 더이상 굳어질 수 없을만큼 창백하게
굳어져 있었다.
반혼칠식인 색중혼으로도 월영도의 접근을 막을 수 없자
동방유아의 얼굴에는 비장한 빛이 떠올랐다.
이미 월영도는 그의 목덜미에서 다섯 자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까지 육박해 있었다.
찰나 동방유아는 갑자기 벼락 같은 호통을 내지르며 양 손을
둥그렇게 해서 자신의 단전부위로 모았다.
"단인혼(斷人魂)!"
드디어 반혼팔장중의 최고 절초이며 동방유아조차도 아직 단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었던 단인혼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콰아악!
둥글게 모여진 동방유아의 양 손바닥에서 거대한 고리모양의
강기가 폭사해 나왔다.
그 강기모양의 고리는 그대로 노독행을 향해 쏘아져갔다.
그것은 한치의 착오도 없이 노독행과 그의 머리위에 있는
월영도에 격중되었다.
.........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의당 지축을 뒤흔들 듯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리라고
기대했던 중인들은 주위를 짓누르는 뜻밖의 침묵에 놀라 황급히
전면을 바라보았다.
"아...!"
누군가의 입에서 답답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토록 아름답던 화원은 이미 완전히 제 형체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화원의 중앙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파여 있었다.
그 웅덩이의 가운에 두 사람이 우뚝 서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하나 지금의 그들에게 우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노독행은 상반신이 온통 피투성이로 변한 채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우욱...."
시커먼 선혈이 한 대야는 됨직하게 흘러나왔다.
너무 많은 피를 토해내서 그의 앞은 그야말로 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동방유아는 그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동방유아의 얼굴은 평온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는 양 손을 둥글게 모아 단전에 얹은 자세로 굳어 있었다.
그의 전신에는 노독행과는 달리 별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하나..
뚝...뚝...
그의 앞가슴을 타고 흐르는 한줄기 선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목 중앙.
하나의 칼날이 깊숙히 꽂혀 있지 않은가?
칼날이 꽂혀 있는 목중앙에서 끊임없이 선혈이 흘러내려 그의
가슴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칼날은 그의 목을 뚫고 뒷덜미까지 삐져 나와 있었다.
한동안 죽음 같은 침묵이 장내를 감쌌다.
아무도 몸을 움직이거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내 쓰러졌다!
지난 오십 년동안 강호무림의 제일인자로 군림해 왔던 무신
동방유아가 마침내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 순간 중인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감회에 휩싸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드디어 전설의 한 부분이 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전설이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다.
피와 죽음과 신화의 전설....
천 년동안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무쌍류의 전설이...
첫댓글 즐감하고갑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즐감~!
ㅈㄷㄳ
ㅎㅎㅎ
줄
즐독
잘읽었습니다
전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요
독보권곤 즐감요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즐감
즐독!!!!!!!!!!!!!
잘읽었음니다
즐독~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