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같이 움직이지 않고 마지막에 굳이 ‘요강바위’를 찾아갔던 변명삼아 지난 글을 옮깁니다. 염장지르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부산 광사모식구들의 이해를 구합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약속이 확실하니 갈 길이 훤히 보이는군요.
하동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먼저, 섬진강 하얀 모래밭을 휘감은 ‘하동송림공원’에 푸른 발자국을 남길 것입니다. 아니면 맞은 편 ‘섬호정’에 올라 굽이굽이 섬진강을 푸른 눈에 가득 담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하동에서 구례방향으로 19번 국도를 따라 달릴 것입니다. 시커멓게 찌든 맘을 내려놓을 것입니다.
그렇게 텅 빈 속을 섬진강 맑은 물로, 재첩으로 채울 것입니다. 내게는 자전거여행으로 더욱 친숙한 소설가 김훈은 하동재첩을 두고 “가장 낮은 곳에 사는 가장 작은 조개가 가장 깊은 맛을 낸다.”고 했지요. 여기 덧붙여 가장 부담 없는 가격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그러고 보니 가장 오랜 추억의 맛이기도 합니다. 골목길 카랑카랑하게 울리던 ‘재첩국 사이소’..
그러나 그 삶의 당사자로서는 다시는 부르고 싶지 않은 엇박자에 지나지 않겠지요. 나에게는 희망이 다른 사람에게 절망이 되는 그런 길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게 세상을 살펴가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물 흐르듯 내 안으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세상과 만난다는 것이 구만리 먼 길입니다. 저는 그냥 하동포구 팔십 리나 재촉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외둔삼거리에서 ‘토지’를 향해 평사리 무딤이들녘을 가로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잠시 만석지기가 되어 최참판댁을 둘러볼 것입니다. 예로부터 나랏님 진상품으로 알려진 악양골 대봉감이라도 주렁주렁 달고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녘의 가을이 가을다운 것은 바로 감나무 때문입니다. 멀리 점점이 박혀있는 감보다 더 아련한 수채화는 없을 것입니다. 까짓것 감나무를 가을나무라 불러도 그만일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섬진강을 한 자락 제대로 들춰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외세의 그림자로 얼룩지던 삼국시대 ‘고소성 성벽’을 타고 올라, 발아래 섬진강 속살과 누렇게 익은 무딤이 들을 한꺼번에 안아볼 것입니다. 온 몸이 녹아내릴 때까지 동학과 근대사를 가로질러 외도할 것입니다. 북핵 문제까지 끌어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높은 벽 때문에, 장벽 때문에 어지러운 생각들을 안고 쓰러지겠습니다.
‘타자가 없는 쪽’은 오히려 ‘자기 안의 타인’으로 타인을 바라보지 못하는 쪽이 아닌가? 그런 애정행각을 좀체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핵공포에 시달렸던 쪽은 어느 쪽일까 그 판단부터 구하면 ‘타자가 없는 쪽’으로 만들어버린 ‘자기만 아는 쪽’에 들러리나 서게 된 우리 꼴이 더욱 처량합니다. ‘관용은 자기와 다른 것, 자기에게 없는 것에 대한 애정’이라고 하며 목을 놓던 그님에게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역마살을 달고 역마의 화개장터를 지나 압록으로 빠질 것입니다. 그리운 사람들의 품 안으로 풍덩 빠질 것입니다.
섬진강 100리 물길보다 더 긴 밤을 보내고 올 것입니다. 밤새도록 지독한 감상주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밤이 아쉬워 돌아오는 길에 섬진강 뚝방길을 걸어, ‘운조루’ 맞은 편 오산 ‘사성암’으로 발품을 팔 것 같습니다. 유명세에 절은 화엄사, 쌍계사 따위 대가람은 우리들의 소박한 만남을 이어주지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마음 같아선 섬진강 상류로 거슬러 김용택 시인의 진메 마을과 아름다운 시절의 장구목 요강바위를 타고 싶지만 먼 길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계절에 편승하여 ‘피아골 단풍’으로 1박 2일의 마지막을 붉게 태울 것입니다. 행락객과 행려자 사이를 떠돌다 문득 빨치산의 그림자를 밟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은 색깔 있는 여행이 될 것 같군요.
내 마음에 색깔을 제대로 누비기 위해 무엇보다 아래로 배경으로 누워야겠습니다. 모든 색깔을 받쳐줄 수 있는 가장 풍요한 무색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단순함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더 몸서리를 칠지 모르겠지만,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전면에 설 수 있도록 오늘 하루 옷을 벗겠습니다. 껍질을 벗겠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내 안의 장벽부터 무너뜨리겠습니다.
얼마 전 1박 2일로 옛날 노사모들과 섬진강 번개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모임에 앞서 미리 여행길을 따라가던 중, 다음에 기회나면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윗글처럼 ‘요강바위’를 지목하였지요. 마침 광사모 번개가 근처에서 이루어져 소원 풀었습니다. 더군다나 말밥님이 고맙게도 안내를 자청하여 꼬불꼬불 길을 잘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다하지 못한 남도 여행에 마침표를 찍은 느낌입니다.
다만 함께 행동하지 못한 부산 광사모식구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우리(말밥, 알사탕, 패랭이 부부, 노래 부부)가 탄성을 내지르는 바로 그 순간, 부산광사모 식구들은 서로 이산가족이 되어 단성 나들목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었더군요. 인간 네비게이션 오작동으로 누군가 역주행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애타는 상봉에 우리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고속도로 정체 때문에 국도를 달리기로 하고 길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단성으로 빠져 나왔는데 패랭이님 왈, 뭔가 반짝였답니다. 차량 깜박이를 얘기하는 것인지 무슨 빛을 얘기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덕분에 구경도 잘 하고 덤으로 길 안내까지 받아가며 무사히 부산 도착하였습니다.
사실은 다른 모임과 겹쳐 있었는데 광사모로 빠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이 모두 그렇겠지만 특히 만나는 것만으로 광사모는 아름답지요. 아마 아이디만 쭉 나열해도 광사모 번개후기가 모자랄 것입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사진까지 곁들여 후기를 올릴 작정입니다. 앞서, 부산 광사모식구들 모두와 함께 하지 못한 요강바위의 아쉬움을 염장지르기 사진 몇 장으로 남깁니다.
벌써 겨울 번개가 기다려지네요. 전북 광사모식구들 고생 많았습니다.^^
사진 올리기에 앞서 잠깐, 요강바위에 얽힌 실화 한 토막..
여기 걸터앉으면 애를 가진다는 속설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강바위에 굳이 금을 매기자면 1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를 탐낸 떼도둑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경기도 광주 인근 야산까지 뽑아 옮겨두었다가 적발된 내력이 중 1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도둑은 붙잡혔고, 요강바위는 장물로 분류되어 전주지법 남원지청의 마당으로 운반되었다. 남원에서 이 물가까지 바위를 옮기는데 중장비 사용료 500만원이 들었다. 바위의 무게가 25톤이었다. 장구목 마을 주민 12가구가 돈을 모아서 500만원을 마련했다. 요강바위는 중장비에 실려서 4년 만에 고향 물가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 김훈의 <섬진강 기행> 중에서
그런데 머잖아 이곳이 적성댐 수몰지역으로 물에 잠긴답니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영상미를 담아냈던 ‘아름다운 시절’이 제목 그대로 추억 속으로 잠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이노래님,이노래님짝꿍님,패랭이님,팔색조님,말밥님,알사탕님////벌써부터 또 보고싶어 지는데 우짭니꺼????
와...팔색조 이모가 설명하시던 바위가 저 바위였군하...저같으면 빠지겠는데요
광주팀도 가다가 야생화 봤는데 쩝ㅡ.ㅡ 그러지요? 전깃줄님~~ㅋㅋ에고 요강바위때문에 넘 배아파요~
어 배 아퍼! 저야 뭐 가을 벙개는 처음 부터 포기 한 상태였지만 갈 것 같던 감자 까지 바쁜 일이 생겨서 그만 아쉬워만 한 가 봅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우리 광사모 가족들을 보니 참 반갑고 행복합니다. 이노래님 예약했던 이야기는 겨울벙개 때를 기대합니다
자전거 타고 섬진강 따라 내려가던 김훈에 의해 널리 알려진 요강바위이기도 하지요. 언젠가 한번 가보리라 생각했는데 사진으로 먼저 대하는군요. 그 곳이 감칠맛 나는 이노래님 글속에 담겨 있으니 섬진강 자락이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혹 거기에다 쉬한 사람은 없겠지요. 요강 안에 웬 자국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여쭙는 말씀입니다.
요강 안에 자국이 그 자국이었군요...전북 공식 변강쇠 '말밥'!!! 전주서 출발함서 말로는 남원간다고 하고서 길을 순창쪽으로 잡더만 저런 역사를 이루어놓았군요. 장하데이~ㅎㅎㅎ 인물사진 앞으로 흐르는 냇물이 필시 '옹녀샘'일겨?!
좋은 글,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한구절 한구절이 감성 은은한 시입니다. 이노래형님! 정말 반가웠구요 든든하고 푸근하였습니다.
요강 바윈지 화장실 바윈지 본 사람이나 안 본사람이나 같이 만나서 저녁을 먹었으니 ....엥~~~ 그럴줄 알았으면 구경하고 오능긴데..
"패랭이님 왈, 뭔가 반짝였답니다" 패랭이가 뭐를 보고 반짝였다고 하는지 몰라도 그것은 길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알카주는 등대 였을 겁니다.....ㅋㅋㅋ 나역시 맘이 바쁜 이유로 구경도 포기하고 왔었었는데 거기서 만나니 왠지....ㅎㅎㅎ
카카, 가가멜님같은 댓글이 달리기를 학수고대하며 글 올렸심뎌. 드뎌 염장지르기 성공^^// 봉놋방님, 우리 사이..이미 오래 전에 글을 접하며 서로 뜻이 통한 사이 아잉교^^ // 된장님 본색은 역시 숨길 수가 없군여..ㅋㅋ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이런 곳을 지척에 두고도 몰랐었는데 아름다운 풍경 보게해주신 이노래님께 감사드립니다~^^
헉, 댓글 다는 사이.. 희망님 들어오셨네여. 그 반짝이는 표현 쓸까 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패랭이님이 극구 말렸음).. 희망님 그릇을 굳게 믿고 강행해 버렸는데 역시 희망님 답심뎌^^
아니 이거 댓글 다는 사이에.. 만인의 사랑 알사탕님 오셨네. 연애를 하면 구석구석 다 데리고 다니는데.. 얼릉 임자를 구하이소^^
ㅋㅋ 언제라도 연락주심 안내를 자처하겠나이다~
빛고을님.. 섭섭합네다~~~~~~~~ 손도 한 번 안 잡아주고 사라지기 없깁니더^^// 한백님 보고싶어요~// 크리스탈, 야생화 때문에 넘 배 아파요^^ 모델처럼 폼잡은 거시기 사진을 올려줘야 하는데..// 이쁜 프리티, 퐁당 빠질 정도로 깊지..아마 2m 정도 될 걸.. // 옥구슬님, 광사모식구 모두 벌써 보고싶어하고 있을 것이라요..그리고 전봇대 명강이 압권이었슴다. 전깃줄님 만쉐이!!^^
이런.. 말밥님이 그 사이에 또.. 엉큼한 수작을 부리고 있었군..말밥 아우 너무 속 보인다^^ 둘이 잘 놀아보기요~
ㅋㅋㅋ...요강바위에 엉덩이 맞는 여인 구해주세요~~ 이노래님 부탁드려요^^*
요강바위를 보니 감자바우는 쨉이 안되더구만.. 감자야 엉덩이 더 키워라..즐거운 드라이브 코스 였음다 .
나루배 띄울려고요?^^ // 패랭이님, 담 번개 때 또 옆길로 새까여?^^// 야쿵이님, 메~롱~ ㅋㅋ
에효 가야할곳을 못가구 봐야할것을 못보고 ㅠㅠ 이노래님 담에 저랑 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