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소파에 앉아있으면 앞쪽의 미완성이 눈에 거슬린다.
데이베드로나 쓸 의자에 거실TV가 얹혀있는 것이 영 못마땅해 보였다.
최근에 커리나 벌이라는 나무 일부분이 요상하게 변질된 메이플의 무늬를
보고는 그것으로 서랍앞면을 장식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작품사진에서 보였던 그런 멋진 무늬의 커리나 벌은 구하기가
별따기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벼룩시장 등의 나무시장에 때때로 나오는 것은 무늬가 일률적이지 않아서
큰 캐비닛이나 서랍장의 용도로는 부적합하고 도마나 소품을 만드는데 사용할
정도이었다.
인터넷서치 풀가동 끝에 문양좋은 버드아이와 벌의 단판을 구할 수 있었다.
1mm가 채안되는 두께이지만 대패질이 가능할 만큼은 되었고, 또 특성상
입체적인 질감을 얻기에는 적당한 샌딩을 하는 것이 더 나았다.
자작합판에 접착한 후 오일등의 칠테스트를 하고 아까워서 만든 벽시계다.
결론적으로 마감은 하도위에 수성바니쉬를 올리는 것을 기본으로 잡았다.
하도오일의 종류와 셀락사용의 유무에 따라 색조가 조금씩 차이를 보였지만
그보다는 보는 각도에 따라 문양이 달리 보이는 매력에 더 이끌렸다.
이번엔 현란한 무늬의 벌(Burl)단판으로 여닫이문과 서랍의 전면에 붙이기로
하였다. - 라고 쓰고 내 결정이 아니다 라고 주석을 단다 -
- 핑크빛 Bird Eye와 연갈색 Burl -
상당한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다듬이돌까지 얹어서 압착시키고 보니 본드가
서너군데 방울처럼 올라와 번져있다. 본드양과 압착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특별한 애로없이 – 내 맘대로 만든 것이라 – 완성되었는데, 역시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보였다.
우퍼가 있는 쪽의 아래 가로대는 처음 계획한대로 대지 않았어야 모던해 보였을테고,
아무리 추워서 대충 만들었다지만 손잡이는 포인트라 좀 더 예쁘게 잘 만들었어야 했다.
이 대목에서 목선반이 있으면 이쁜 손잡이를 만들 수 있다고 넌지시 주입시키긴 했다.
서랍부분도 여닫이와 같이 연귀테두리를 붙이는 편이 벌무늬를 크게 강조시켜 보이는
것보다는 균형있게 조화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양옆 기둥을 곡선으로 처리한 부분은 밴드쏘를 쓰고 싶어서 남용한 결과로 보여지며,
전체적으로는 날렵한 느낌을 주게끔 각 부재의 두께와 넓이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설계했어야 한다는 등의 여러가지를 자체검증토록 했던 TV대였다.
남아있는 목재들을 사용해서 만들려는 발상은 디자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결국 완성도를 많이 떨어뜨린 결과를 초래하는 작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디자인을 공부할 필요성을 확실히 느끼게 했던 작업이었다.
앞으로 배울 것이 하나 더 늘어나서 즐겁다?
사진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여닫이와 서랍에 붙인 벌단판의 무늬를 90도
다르게 붙였더니 시각적 질감이 전혀 다른 소재를 쓴 것처럼 보였다.
*** *** ***
“인자 당신 화장대부터 만들어야 쓰것째?”
“뭘로 만들라요? 집에 월넛으로만 만들어진건 없지라?”
묻들 말든가... 식탁에 깔린 월넛무늬가 무던히 맘에 들었었던가 보다.
식탁 닦을 때마다 그 부분은 더 신경쓴다.
거실을 위주로 가구를 만들다보니 안방은 정리가 안되어 있는 상태였다.
“지금 있는건 깔이 별론디, 더 사? 그냥 써어?”
“어디 보고라”
놀라워라. 언제부터 나무보는 눈이 생겼다고 보자네.
“그냥 여기 있는걸로 만들어 봐요”
보러갈 때 난 100% 안살줄 알고 있었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때여서 집성할 부재는 잘라서 다락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직영으로 집짓기를 하다보니 눈은 하이웨이타고 올라가고 잔고는 롤러코스터타고
내려간다. 누가 직영으로 하니까 겁나 싸게 짓었다더라는 얘기는 패딩파커 수준으로
지었다는 정도로 알면 된다.
다락바닥 넓이가 2층면적 그대로 올라와 30평에 가깝다.
워낙 묵은 살림이 많았던지라 못버리는 짐을 쟁겨 둘 공간을 미리 마련했다.
천장과 벽면을 스프러스 루바로 붙이고, 바닥도 직접 강화마루로 깔았다.
그래서 아껴지는 경비는 건축비에 비해 미미하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비싼 인건비 들여서까지 맡기고 싶진 않았다. - 차마 강요당했다고는 못함 -
이때까지만 해도, 이리저리 아꼈으니 공구들여 올 것이 더 늘어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도 집안팎에 부분적으로 작업해야할 부분이 남아 있어서 목공구의 구입
사양이 하향조정 되고 또 생략되고 있다.
화장대 플랜을 짜면서 델리케이트하고 스마트하고 럭셔리한 삘을 주려고 주변의
선반과 거울과의 매칭을 좀 스페셜하게 만들고 싶었다. - 영어 좀 되는 날 -
먼저 벽선반은 허니컴스타일로 만들었다. 배치형태는 프린트로 출력해서 보여주며
선택하게 했다. 한참보더니, 애들을 불러 모은다. 이런! 내 의견은 안묻는다.
그저 난 이곳에서 만들어 주기만하면 되는 노동자다.
카브리올다리도 전보다 요령이 늘어 제법 잘빠진 다리를 얻었다.
콘솔을 만들때 겪었던 시행착오들이 이것을 만들면서 보람으로 전환되었다.
추위때문에 가조립부터 오일칠하기까지 다락에서 해야하니 하루에 몇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했는지 모른다.
밴드쏘로 서랍 앞판을 만들면서 거울테두리도 오린다.
이번 거울도 역시 핀사이트에서 필이 꽂힌 작품을 사이즈를 키워서 만들었다.
디자인작품은 만들 때마다 고달프다. 보기에 좋은 것은 손이 많이 간다.
반은 둥근 네 귀의 연결이 마땅하지 않아서 사둔지 3년도 넘은 크레그지그의
비닐을 개봉했다. 당시에는 아주 유용하게 자주 사용하리라고 샀었는데
짜맞춤으로 작업하는 것을 우선하다보니 이제서야 제 사용처를 만나 빛을 본다.
글을 올릴 때마다 매번 생각한다. 왜 사진을 안찍었을까?
작업한 과정사진은 없지만, 배치하고 기념으로 찍은 것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 다음 글은 아내없는 날에 올림 -
첫댓글 이번 분이 우리 가까이에도 계시는군요. 아~ 존경스러워라~
으헛! 괜히 으쓱해짐. 이 뱅기 오래타고 싶어랑~
대단하시다. 이정도면 전속 안마사를 두셔야할듯. 육체노동중 상이구만. 이렇게 하고 싶어서 우찌 공무원 생활을 오래하셧남? 고기가 제대로 물을 만났구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4.15 13:21
시계 넘 맘에 듬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시계 갖고 싶어요.
우리집주소 모르지라잉?
@빛가람마 알려주시요
저희만 보는게 아깝고 송구스러운데요~^^
을매나 행복할끄나잉 요새 좋습니다요! 근디 너무 작품이 많은거 아님가요? ㅎㅎ
화장대.. 나의 워너비..
흐..저 시간에 안주무시고? 이삐 봐주셔서 고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