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쓰기 불과 몇 분 전까지 학교 온라인 과목 기말고사를 치룬 상식축구. 어제 오늘 날마다 시험이2개나 있어 정말 피곤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하필 오늘 그것도 오후 6시에 치렀다. 안 볼 순 없고, 그렇다고 보자니 공부는 언제하고. 고민 끝에 경기를 봤다.잘 봤다. K리거들의 활약상이 정말 대단했다. 멋있다 K리거.
사실 이번 국가대표 선발 라인업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보통 예전 같았으면 폼이 많이 올라오지 않은 선수라도 국가대표 경험이 있고 국가대표에서 좀 했던 선수들을 뽑았을 텐데 지금의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우선 이정협이 부상에서 회복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김신욱을 뽑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신욱의 폼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지만 K리그에서 보여주는 입지와 그의 잠재성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틸리케는 일본 J2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용재를 발탁했다. 근데 그 선수가 이번 경기에서 통했다.

(A매치 첫 출전, 데뷔골을 터트린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용재, 사진=연합뉴스)
K리거는 아니지만 우선 이용재를 살펴보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당시에도 원톱으로 뛰던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이다. 이용재는 오늘 경기가 A매치 첫 출전인데 데뷔골까지 터트리면서 슈틸리케의 결정에 부흥했고 이용재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을 또, 다시 볼 수 있었다. 정말 이 감독 대단하다. 물건이다.
이용재는 K리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까지 살펴보도록 하고,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가 있다.바로 '염긱스'라고 불리는 염기훈이다. 정말 오랜만에 A매치에 출전했다. 무려 1년 5개월만이다. 염기훈은 32세여서 대표팀에 차출되었을 때 상당히 의문이 들게 만들었던 선수다. 이 선수가 과연 2018년 월드컵에 얼마나 보탬이 될 지 말이다. 2018년에 염기훈은 35세다. 은퇴를 앞둔 나이가 되는 것이다.그러나 그는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13경기 7골 6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도움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이런 그를 슈틸리케 감독은 뽑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 K리그 클래식 대세 '염긱스' 염기훈, 사진=연합뉴스)
염기훈은 오늘 슈틸리케의 부름에 바로 응답했다. 전반 44분 왼발 프리킥으로 첫 골을 터트렸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프리킥 골이다. 또한 염기훈에겐 7년 만에 기록한 A매치 득점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전에서 오른발 슛팅 각이 나왔지만 결국 왼발로 슛팅을 하여 어이없게 골라인 아웃이 되었던 일화가 있다. 그 경기 이후로 정말 수많은 비난을 받은 염기훈이다. 무슨 저게 왼발의 마법사냐,긱스라는 이름 아무나 한테 붙이는 거 아니다 등등. 그러나 최근의 염기훈은 긱스라는 호칭을 받아도 될 정도로 잘하고 있다.
염기훈 뿐만 아니라 오늘 경기에서 일을 낸 K리거는 또 있다. 바로 이정협이다. 부상에서 막 회복해서 이용재와 교체되어 출전했다.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후반 44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성공시켰다. 침착한 마무리였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하늘로 뻥 차 올렸을 텐데 그러지 않아 다행이다. 사실 이정협은 정말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정협은 오늘로 A매치 10경기 출전해서 4골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0.4골은 높은 수치이다. 2경기 중 1경기는 골을 넣는다는 얘기다.

(쐐기골을 터트리면서 K리그 챌린지, 군인의 위엄을 보여준 이정협, 사진=뉴시스)
이정협이 대단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K리그 챌린지 소속이면서 팀은 상주 상무이다. 그는 현재 군인이다. 군인이기 때문에 다른 프로선수들에 비해서 훈련양이 적을 것이다.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자세히,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상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군사 훈련같은 것들은 하고 있을 것이다.그런 그가 항상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성실히 뛰어주면서 골을 넣고 있다. 그가 전역을 하게 된다면 아마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골을 넣은 선수들에만 관심을 가져서 좀 그런데, 나는 이재성을 정말 주목하고 있다. 이 선수는 정말 엄청난 선수이고 물건이고 아마 해외로 진출할 것이다. 이재성의 첫 A매치 경기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많이 뛰어주고 영리하고 볼 트래핑, 기술, 스피드 다방면에서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아직 어리다. 전북에서 조금만 더 이재성을 키워준다면 대성할 선수임이 분명하다. 영화 신세계에서 정청(황정민)이 이자성(이정재)을 키워줬다면 최강희는 이재성을 키워줘야 한다.
이러한 능력 있는 선수를 잘 발굴해내고 잘 활용하는 것은 역시 감독의 능력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 멤버라고 할 수 있는 기성용, 구자철, 박주호가 빠진 상황에서 2015 아시안컵 3위 팀인 UAE를 상대로 이러한 결과를 냈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이다.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유독 해외파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 높았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었는데 이제는 K리그 소속 선수들의 입지와 활약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한편 가슴 아픈 일은 미국 아프리카계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강수일이 국가 대표팀에 차출되어 한국 최초 혼혈인 선수가 A매치에 출전할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을 앞두고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대표팀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너무 아쉽다. 그는 콧수염이 나지 않아 발모제를 바르고 있었다고 했는데 메틸테스토스테론이라는 스테로이드의 일종 약물이 검출되어 징계를 받게 된다. 해당 협회에서 관리하는 일정에 참여할 수 없는데, 1차 징계는 15경기 출전 정지, 2차는 1년, 3차는 리그 영구 제명이다. 강수일은 잠시 동안 A매치의 꿈을 접어야만 한다.
슈틸리케의 선수 발탁을 위한 부지런함과 K리그의 수준 향상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고 그것에 대한 결과물이 이렇게 좋게 나오고 있어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발탁되어 축구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것인지도 관건이고 축구 팬들 역시 K리그 경기장에 자주 찾아가서 이런 선수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높여준다면 분명히 K리그가 더욱 더 성장할 것이다.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K리그 직관가면 훨씬 재미있다.
http://blog.naver.com/sang495 相式으로 常識을 뒤엎다 -상훈이식 축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