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밥통이라고 하면
밥을 퍼 담아 두는 큰 통을 말한다.
예전에는 주로 나무로 만든 원통형으로 된 것이 많았다.
요즘에는 보온밥통이 있어 밥이 쉬지 않고 오래 보관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을 지칭해서
밥통이라고 하면 센스가 둔해
어떤 논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둔재로
식충이나 다름없다는 비하조의 말이 된다.
우리집에는 나이가 6~7년 된 압력밥솥이 하나 있다.
외피는 페인트 칠이 벗겨져 얼룩달룩하지만
내부는 스텐이라 깨끗하고 아직 코팅도 멀쩡하다.
그런데 뚜껑 고무 패킹이 오래된 탓인지 탈이 났다.
밥 할 때 가스불을 켜서 압력이 서서히 오르면 고무패킹에서 김이 쉬쉬 샌다.
며칠 전에는 혼자서 밥을 하면서 솥뚜껑을 닫을 때
패킹이 헐거워서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 모양인지
불을 한참 붙여도 추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밥이 눌어붙을 것을 걱정한 나머지 불을 끄고 뜸을 들인 후에 밥을 펐더니...
생쌀이 남아 있어 입 안에서 서걱서걱 씹히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밥통을 새로 구입하기 보다 패킹을 구해 보기로 했다.
우선 제품명을 알아야 했기에 솥뚜껑을 살펴보니 '키친아트 래드 왈츠'였다.
헌 패킹을 꺼내 줄 잘로 재어보니 내경은 21.5cm,외경은 24cm였다.
인터넷으로 래드왈츠 패킹을 파는 곳을 찾아 신청했더니 처음엔 사진을 쩍어보내라 해서
솥뚜껑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끝내 감감무소식이었다.
회사가 광주로 돼 있었는데 가격이 7천원이라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그 다음으로 퇴근하는 길에 롯데 백화점(광복점)에 들러 9층 주방기기 파는 곳으로 가서 둘러보니
압력밥솥은 국산은 아예 없고 전부 이름도 들어보지못한 외국산이었다.
가격도 몇십만원짜리들이었다.
싼 것은 마트에 있나 생각하고 일요일 엄궁동 농산물 시장 옆에 있는 롯데마트에 갔더니
한 두가지 제품만 있고 키친아트는 없었다.
다시 조금 떨어져 있는 이마트로 갔다. 거기에는 풍년제품 한 가지만 있었다.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다행히 옥션에 키친아트A/S 패킹이 올라와 있었다. 구입을 원하는 사람은 전화를 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그 제품만 재고가 없다고 했다.
다시 G마켓에 패킹이 올라와 있어서 사려고 하니 1개는 팔지 않고 3개묶음으로 배송비2500원까지 합쳐
17300원을 결재해야 하고 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원가입조건에 정보고유에 동의하라고 해서 첵크했더니
다음날 따르릉 전화가 왔다. 보험회사에서 암보험하고 치아 보험에 가입하라고.ㅋ ㅋ
패킹 한개 값은 5천원에서 6300원 비싼 곳은 7천원인데
1만7천300원이면 밥솥값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그렇더라도 밥을 제대로 얻어 먹으려면 새 패킹으로 갈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돈을 무통장입금으로 보내고
어제 택배로 받아 오늘 아침 새 패킹으로 갈아 끼우고 밥을 하는데...
이것 역시 김이 모락모락 새는 게 아닌가.
솥뚜껑에 새 패킹으로 갈아 끼워도 약간 헐거워서 패킹이 저절로 빠지는 상태였다.
헌 패킹으로 직경을 계측을 한 탓일까?
살다 보니 밥통 같은 넘이 사람 애들 다 먹인다.
***
며칠전 패킹이 맞지 않아 우체국에서 택배로 도로 발송처로 보냈다.
사이즈가 한 치수 큰 외경 25cm로 바꿔 달라고 하면서.
택배비가 4500원이었다.
어제 다시 사이즈가 큰 패킹이 발송돼 왔었다.
택배비 2200원을 물어야 했다.
아침에 밥솥 뚜껑에 새 패킹을 넣고 밥을 했더니
김이 새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앞으로 새 패킹 두개 가 남았으니 십년은 끄떡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