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마빡이를 준비하기까지......
내 어린 시절 꿈은 춤추는 땐스 가수였다.(믿거나~ 말거나~)
굴러다니는 일본잡지의 화려한 가수의 사진을 보면 막연히 동경했고
처비 체커나 엘비스 프레스리의 노래에 다리를 흔들며 행복해했다.
twist, soul에 매료되고 gogo춤에 열광할 때 쯤
아버지는 딸의 끼가 걱정돼서 감시가 심하셨다. (된장 그 통에 고고클럽도 못 다녀봤네)
음악을 들으면 물론 모방에 불과하지만 안무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타고난 천재는 아니고 예능에 소질이 좀 있다는 얘기다.
카펜터즈의 잠발라야를 들으면 음악에 맞춰
요즘 뮤지컬 시카고에 나오는 검은 복장과 모자, 지팡이를 들고
춤추는 모습을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래 이 번 송년회엔 그걸 함 해보자!
오랜 나의 꿈을 실현해 보는거야~
영화 시카고에 나오는 캐서린 제타존스의 몸매완 거리가 먼
환갑 나이가 되어가지만 흉내는 내고 싶었다.
우선 검은 의상이 필요했지만 윗도리는 있는데 반바지가 없었다.
장롱을 뒤지다가 발견한 배드민턴 운동복!
그래~ 이거야~
딸 방에 있던 까만 팬티호스
오우~ 제대로야~
얼마 전 퀼트쌤에게 선물 받은 인디아나 존스 가죽모자가 딱이었다.
하지만 지금 잠발라야의 동영상은 없었다.
그럼 춤을 바꿔야지
브라운 아이즈 걸의 아브라카다브라 이름하여 시건방춤!
딸이 저장해 준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다가 머리가 아파왔다.ㅠㅠ
이런~쭉쭉빵빵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영 헷갈리게 했다. 낼 모레 환갑인 나에겐 역부족!!!
아무래도 내 춤은 이제 유물이 돼버렸다.
요즘은 싼티가 대세이니 싸게 망가져야 하겠단 개그의 욕심이 생겼다.
가발이 필요해 쇼핑몰을 뒤지다가 발견한 마빡이 가발
바로 그거였다!!!
내친김에 빨간 숄과 안경도 구입했다. 빨갛고 긴 장갑은 아쉽게도 품절이었다.
택배는 빨리도 왔다. ㅎㅎㅎ
상상해 보시길~
이 나이에 빨간 마빡이 가발을 쓴 아줌마를ㅋㅋㅋ
남편도 도와준답시고 딸 방에 있는 전신 거울을 안방으로 옮겨줬다.
가발쓰고 모자쓰고 털 두르고 춤 연습을 하니 땀으로 머리가 젖어버렸다.
빨간 장갑대신 고무장갑을 껴봤지만 별로였다.
모놀을 잘 아는 남편이 공구함에서 손바닥이 빨간 목장갑을 갖다 주며 "이건 어때?" 못말려~ㅎㅎ
답사 날은 다가오는데 목디스크 물리 치료하랴~ 퀼트하랴~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슬슬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이 푼수 짓을 해야 하나?
대장님이 음악을 준비했다는 쪽지가 왔다. 이젠 공연취소도 안되겠네~
물어 줄 위약금도 없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영세한 프로덕션인데.....ㅠㅠ
그래도 갖출 건 갖춰야지 전화로 향기야 님과 토끼여행 님을 무보수 빽땐서로 고용했다.
장춘 횟집 주방장 방이 임시 분장실이었다.
향기야 님이 진천 장에서 사 온 극세사 파자마 바지로 한바탕 뒤집어졌다.
공연을 기다리는데 긴장으로 가슴이 쿵쾅거렸다.
음악이 완벽하지 못했지만 암튼 공연은 성공이었다.
눈이 소담하게 내리는 군산 지방무대에서 어린 시절 내 꿈은 이루어졌다!!!
아!!! 모놀이 있어 내 인생 후반부가 물 만났어요.
대장님~~ 우리 순회공연으로 모놀 기금 마련할까요? ㅋㅋㅋㅋ
(이 공연에 까만 빤짝이 스타킹을 협찬을 해 준 아들의 여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
휘여사~~~일당백이란 말도 몰러? 아낙님을 진출시켜서 우덜 모두 배 불리 먹고살자!
님의 모습과 열정이 부럽네요... 신참이라서 잘모르지만 님의 모습에반했어요 한번뵙고 인사드리고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