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갑자기 '체포'…이유 모른채 1천일째 수감중인 中 '유명 앵커'
청레이 연인 "미결수로 살기엔 1천일, 너무 길고 끔찍"
9살·11살이던 자녀들과 지금까지 만나지 못해
CGTN 소속 앵커였던 중국계 호주 국적자 청레이/사진=청레이 페이스북 캡처
중국과 호주 간 고위층 교류가 잇따르면서 양국 관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3년 전 중국에 구금된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47)의 운명에 관심이 쏠립니다.
2020년 8월 13일 중국 공안은 CCTV의 영어방송 채널 CGTN 소속 비즈니스 리포터였던 청레이(47)를 체포했습니다.
공안은 국가 기밀 유출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어떻게 넘겼는지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국가 기밀’은 광범위하고도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 결국 정부가 원하는 무엇이든 국가 기밀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기소시 공식적인 유죄 판결률은 거의 100%에 달합니다.
청레이는 구금되고 첫 6개월간 독방에서 지내며 몸에 무리가 오는 자세를 강요받았고, 변호사 없이 심문받아야 했습니다.
현재는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3월 청의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그레이엄 플레처 중국 주재 호주 대사가 참석을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선고도 계속해서 연기됐습니다.
청레이는 1975년 중국 후난성 웨양에서 태어나 1985년 부모와 함께 호주 멜버른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이어 호주 명문인 퀸즐랜드 대학을 졸업한 후, 2000년 호주 물류회사에 취업하면서 중국으로 파견 근무를 갔습니다.
그리고 2002년 CCTV 경제채널 영문 앵커 응시에 합격하면서 방송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미국 CNBC에서 싱가포르, 상하이 특파원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부터 CCTV 영어방송 채널인 CGTN 앵커를 맡았습니다.
20년 경력의 앵커가 돌연 수감되면서 일각에서는 코로나 기원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에 구금된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사진=연합뉴스
청레이 체포 직후인 2020년 9월 호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촉구했고,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레이가 남긴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체포되기 전 “취재를 위해 우한으로 보내달라고 상사에 부탁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해 많은 의심이 든다. 우한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와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청레이의 재판은 중국과 호주의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자국 시민권자인 양헝쥔과 청레이의 구금에 반발했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중국이 ‘인질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청 레이의 연인인 전 중국 호주상공회의소 회장 닉 코일은 CNN·BBC 인터뷰를 통해 “미결수로 살기엔 1000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고 끔찍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구금 시 중국계 외국인에겐 훨씬 더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포 당시 청의 자녀는 9살, 11살이었고 올해 11살, 14살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어머니를 보지 못하고 호주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지난 9일 중국 당국에 청레이의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를 재차 전하고 청레이와 가족의 만남을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청이 구금된 지 2년째 되던 해 '적절한 시기'에 판결이 선고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청이 비밀리에 재판받은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