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브는 굿, 체인지업은 별로, 슬라이더는 글쎄?
오늘 류현진의 커브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로케이션이과 무브 먼트 모두 나무랄 데 없었고, 카운트 잡고, 헛스윙 유도하고, 범타도 이끌어냈죠.
오늘 피칭 내용의 가장 고무적인 것은 커브가 좋았다는 거고, 이는 공인구 적응을 어느 정도 완료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지난 번 등판 때부터 더 이상 slippery라는 말이 기사에서 보이지 않았고, 커브와 슬라이더에 대한 적응이 완료된 징후로 보았는데 피칭을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었지만, 오늘 경기의 커브를 보니 더 이상 공인구 적응 문제는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체인지업인데, 오늘은 체인지업의 로케이션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너무 많이 빠지는 공이 많았고, 따라서,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날도 있는 거고, 체인지업은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슬라이더는 썩 제구가 잘 되는 모습은 아니었는데, 몇 개 던지질 않아서 뭐라 평할 수가 없네요.
2. 패스트볼?
오늘도 패스트볼이 90마일은 넘지 못했다고 하고, 막대기 직구네 뭐네 하며 우려를 표하시는 분이 많은데, 저는 그다지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구속은 아직 몸이 안올라온 상태이고, 시즌이 되면, 구속이 한국에서보다 2-3마일 늘어날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대충 90마일 근처를 왔다갔다 하는 공을 던질 겁니다.
그리고 좌투수의 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는 중계 화면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막대기 직구라는 것도 판단하기 어렵구요.
오늘 허용한 3루타와 1회 2사후에 허용한 안타를 제외하고는 잘 맞아나간 패스트볼은 없었고, 저는 패스트볼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3. 문제는 제구
3회까지는 거의 완벽한 모습이었는데 4회 들어 갑자기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타석에서 허용한 안타가 마음에 걸린 탓인지 지나치게 코너웍을 의식하려 하다가 볼넷을 내준게 화근이었죠.
그 이후도 계속 제구가 마음대로 안되었고,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간 패스트볼이 결국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죠.
그 이후는 다들 아시다시피, 전진수비로 인한 안타와 좌익수 앞 빚맞은 안타로 2점을 더 내줬습니다.
결국 볼넷이 화근이었고, 갑자기 제구가 흐트러진 모습은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진 못했을 겁니다.
4. 총평
희망적인 점도 있었고, 나쁜 점도 있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커브가 아주 좋았으며, 이는 공인구 적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이죠.
사실 4회 위기 상황에서 오늘 좋았던 커브를 많이 던져보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중요한 상황에서는 커브를 많이 쓰지 않았고, 중요한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을 지는 아직 자신이 없는 거겠죠. 하지만 오늘 같은 무브먼트라면 앞으로 사용 빈도를 더 늘려도 될 것 같습니다.
나쁜 점은 잘 던지다가 갑자기 흔들리며 실점하는 모습을 두 경기 연속적으로 보여줬다는 거겠죠.
3번 타자에게 지난 타석의 안타를 의식하다가 지나치게 제구에 신경쓴 것이 흔들린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는데, 맞을 때 맞더라도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나치게 코너웍을 의식하다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카운트잡으러 들어가는 공은 타자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될 뿐이죠.
결론적으로, 시범경기 등판 경기 치고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선발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임팩트를 주지 못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네요. 다음 등판에서는 좀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p.s.1 오늘 심판은 좌우 존을 엄청 좁게 보더군요. MLB가 원래 KBO보다 좌우 존이 좁긴 하지만 오늘은 좀 심했습니다. 특히 아오키와 두 번째 상대할 때 2구에서 몸쪽 직구를 안잡아주는 건 너무하더군요. 대신 낮은 볼은 엄청 잘 잡아주었죠. 류현진처럼 좌우 코너웍에 강점이 있는 투수에게는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p.s.2 시범경기 성적이 어째 류현진이 KBO 데뷰 시즌의 시범경기 성적과 비슷하게 가는 듯 하네요. 그 때도 시범경기에서 6점대 방어율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KBO에서처럼 시즌 들어가서 잘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어쨌든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야 하니까, 남은 시범경기에서 임팩트 있는 피칭을 한 두번 보여줬으면 하네요.
첫댓글 시즌들어가면 괴물모드 들어갈거 같기도합니다만..아쉬운건 사실이네요.ㅠ.ㅠ....우선 크보 시범경기때도 직구 구속은 똥볼수준이였죠.. 점차 구속도 오를거라 믿습니다...허나 크보에서 최고의 투수여서 천천히 몸만들어도 됬지만...지금 믈브에서는 베일에 싸인 루키일뿐이죠.. 저도 이젠 막판 두 세번정도 등판이 남았을거 같은데....조금씩 몸상태가 올라오는걸 코칭스텝에게 어필해야한다고 봅니다.....아직도 공인구의 적응이 덜된거 같아요 저는....커브는 오늘 좋았네요... 직구구속이 하루빨리 올라왔음 합니다.
용병 상태인 이상 솔직히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시즌 시작하면 괴물모드. 크보에서의 모습을 보여줄거라고들 하지만 앞의 일인데 모르는 것이죠. 그런면에서 마이너조항 뺀건 진짜 천만다행입니다. 구단에서도 거금을 투자한 만큼 확신을 가지고자 싶어 할 것입니다. 국내팬들도 기대하고 있고요. 다음 경기때는 시범경기라고 할지라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네요. 류현진이 적응하는 만큼 MLB 상대팀들도 류현진 분석이 완성되어 간다는걸 알았으면 하네요
저도 그 생각입니다. 뭐가 됐든 간에 괜찮게라도 먹히는 구질이 하나 있어야 할거 같습니다.
아님 예전에 서재응이 괜찮은 활약 보일 때 보여줬던 정도의 좋은 제구력이 있어야 할거 같아요.
너무 여유부리는 거 같아서 좀 불안합니다.
일단 슬로스타터고 자시고 로테이션에 들어가야보여주는거죠 우리야 믿지만 그건 우리니까 그런거고..선발경쟁하는선수들 빅리그잔뼈굵은 10승이 가능한 선수들인데 여유부릴때가아니죠
오늘 피칭은 딱히 여유부리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4회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던지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죠. 슬슬 무언가 보여주어야 할 시점임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거나 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죠.
메이저는 메이저인가봐요...... 현진이공이 크게 위력적으로 안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