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따위의 수식어를 즐겨 사용하고는 합니다.
근데 합리란 기회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합리란 정당화 과정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언제나 저는 세밀한 구분짓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점의 정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을사오적에 대한 평가, 특히 이완용에 대한 평가는 계속 조금씩 달라져왔습니다. 특히 이완용이 조선의 천재였다는 말들, 친미였다, 친러였다, 친일이었다하는 그의 표면적인 모습 등은 특히 한국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특정인들은 연민과 동감을 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주지의 사실은 이 논의는 두 가지 주제로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가능한 사람은 세밀한 구분짓기를 못 하는 것이지요.
1. 을사오적에게만 망국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
2. 을사오적은 비판 받아야 한다.
당시 망국의 책임을 을사오적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사실 타당한 접근이 아닙니다. 조선말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딴 나라는 망했어야 마땅했고, 왕비와 그 인척들의 전횡은 정말 한심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가 망했어야 한다는 인식이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는 것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나라가 형편없고, 망해야 마땅한 국가라면 혁명이 일어나거나, 내부적으로 개혁이 일어나는 등 해당 사회의 구성원들이 바꿔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을사오적 등은 그것 대신에 나라를 조약이라는 이름하에 일본에 합법적으로 팔아먹으려고 했습니다(하지만 군주제 국가인 조선에서 고종이 이에 찬성했다는 기록 보다는 반대했다는 기록이 신빙성이 높다는 점에서 간단히 말하자면 결국 불법이죠).
끝으로 하나 재미있는 문제를 내보겠습니다.
폭파범 a가 b시민을 인질로 삼은 뒤 그의 몸에 폭탄을 장착했습니다. 그뒤에 자신을 포위한 경찰에게 폭탄스위치를 보냈습니다. 폭탄스위치에는 빨강 버튼과 파랑 버튼이 있었습니다. a는 "버튼 중 하나는 폭탄을 터트리는 것이고, 하나는 안 터트리는 것이다 알아서 판단해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현장지휘자 c는 빨강버튼을 눌렀고 폭탄이 터져 b가 다쳤습니다.
이 경우에 a의 죄책을 논하시오.
어떤 아이들은 여기서 a가 b에 대한 살인죄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사실 버튼을 누른 것은 c입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았으면 폭탄은 터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것을 인식하는 애들은 적더군요.
나라가 망했어야 한다는 것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상관없다는 인식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을사오적에게만 망국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 을사오적을 비판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첫댓글 때문에 학자들은 참 고민이 많습니다. 자기의 발언을 멋대로 왜곡해서, 오독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a 정도의 범위로 한 얘기를 b로 과장하거나 c로 축소하는 경우도 있죠. 지식인들은 이와 같은 움직임 때문에 글 쓰기가 힘듭니다. 정말 세심하게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서 정교하게 만든 내용을 대충 알아듣고 난리를 치니까요. 마치 "시청자의 지도가 필요합니다"라는 드라마 시작 전 안내문구가 공감가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c가 a의 강요로 누룰수 밖에 없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참작이 되겠지만.. 단순히 선택 순간에서 c가 눌렸다는 것은 고의성은 없다고 해도 살인죄에 해당하는 미필적고의 살인죄가 되지 않을까요.. 당연한 것은 누르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를 생각 해보면 c가 누를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이 분은 갑을병과 ABC 중에 ABC파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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