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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자 유 게시판 스크랩 겨울바다 영덕
아녜스 김채경 추천 0 조회 49 10.01.19 17:58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일 년에 영덕에 적어도 두 세 번은 가는것 같다.

특히 겨울 영덕 대게를 맛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 적이 아마도 없었던 듯 하다.

대게를 먹으려면 음력 그믐 가까이 가야 한다.

꽉 찬 대게를 맛보려면....

 

영주-안동-청송-영덕

여러 도시를 거쳐 2시간 정도 걸려 영덕에 도착을 했다.

강구항 입구에 도착하니 그동안 매섭게 춥던 날씨가 풀려 차들이  많았다.

도저히 이대로 가다간 주차하기가 힘들것 같아, 강구항 입구 다리에서 좌회전 하여 공설주차장에 무료로

주차를 하고 걸어가기로 하였다.

늘 파장즈음에 가다가 일요일 점심시간에 도착을 했더니 시장에 발디딜 틈이 없었다.

 

 만선.

고기를 가득 싣고 온 배를 가장 먼저 환영인사 하는 것은 갈매기들이었다.

갈매기들이 그래도 겁은 나는지 오르락 내리락 애만 태우고 물고기 한 마리 덥썩 집어물지 못 하고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간 큰 한 놈이 잽싸게 물고 날아가려다 선장인듯 보이는 아저씨께 혼줄나게 ?겨가는 게 재밌게 보였다.

 

 

 어시장엔 몸과 몸이 부딪히고 삶의 생기가 느껴졌다.

 

 피데기,노가리,쥐포,코다리,양미리.....

사고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가운데 줄에 있는 크기가 보통 10~12마리에 5만원 선으로 형성이 되고 있었다.

이만하면 꽤 싼 가격이다.

명색이 영덕 대게인데...

큰 것보다 작은것이 살이 더 꽉 찬듯 해서 우린 늘 가면 작은 것으로 먹고 오곤 한다.

 

 전복 소라 멍게 해삼.....

저것 다 사다간 이번 달 우리집 엥겔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지싶어 잠시 심호흡을 하고 참았다.

시장에서 게와 횟거리를 사서 근처 식당으로 갔다.

게를 먹을 땐 체면을 차릴 순 없다.

가장 원시적인 모습으로 쪽쪽 빨아먹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은 찍을 수가 없다.

식당에선 가위로 게를 먹기좋게 순식간에 발라준다.

아마도 식당손님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배부르게 먹고, 걸어오면서 느적느적 강구항을 거닐다 호떡까지 사먹었다.

남편과 딸아이와 셋이서 든든한 배에 모든 행복을 걸고 최대한 느리고 편안하게 산책을 했다.

 

 포항쪽으로 차를 돌려 해안가를 잠시 거닐기로 했다.

멀리 해질녁의 빨간 등대를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매혹적이었다.

등대로 가는길에 낙엽을 쓸어모아 놓았나 싶었더니 불가사리들이 햇빛에 널려있었다.

아마도 전복 양식장에 들어가서 전복을 모두 먹어치워서 이리 벌을 받고 있나보다.

 

 낙엽인지?

 별들인지?

 가우디의 작품인지?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비치며

한 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에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흥을흥얼 속으로 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쩜 비취빛 바다가 이리도 맑을까?

잠시 겨울 찬 바다란 걸 잊을 정도로 마알갛다.

 

 방파제엔 물개처럼 낚시꾼들이 바람막이로 서서 해넘이를 하고 있었다.

 

돌아올 땐 '포항-영천-대구-안동-영주' 고속도로를 타고 왔다.

지친 남편은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었다.

휴게소에서 산 호두과자 한 봉지와 카페라떼 한 잔으로 저녁을 하고

잠자는 남편을 놔두고 딸아이와 지난 번에 읽은 '더 리더' 이야기도 하고,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도 이야기 하고.....

행복은 이 작은 여행 속에서 커다랗게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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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1.19 18:42

    첫댓글 그냥 생기가 팡팡 도는 군요~ 싱싱한 영덕 대개에 노가리 쥐포.... 전부 먹고싶은 것이네요..^^ 그런데 웬 불가사리가 그리도 많이 떠밀려 왔을까요? 그건 특종감인데요?

  • 10.01.20 08:05

    어장 보호 차원에서 불가사리 퇴치 작업을해서 모은 것 같네요,,

  • 작성자 10.01.20 10:14

    영덕으로 한 번 납시지요? 야생마님 말씀이 맞아요. 해변에 쓸어담아 모아놓았더군요. 어장보호를 위해... 혜인이는 '인간중심적 풍경'이라더군요. 그 말도 맞는 말이긴 하더라고요.

  • 10.01.19 20:29

    큰게 먹음직스럽기도하고 살도 많을 것 같아 항상 큰것만 골랐는데 이제보니 작은걸 골라야 겠군요. 양미리가 됬든 노가리가 됬든 풍어라 하니 듣기 좋군요. 너무 많이 잡히면 어민들이 힘들다 들었지만, 불가사리는 바다 어장을 망치는 것이라서 잡아 올리는 쭉쭉 이렇게 수거하여 활용한 것으로 보낸다 들었습니다.

  • 작성자 10.01.20 10:15

    시장상인들도 큰 것 보다는 작은 것이 속이 꽉 찼데요. 다음에 작은걸로 한 번 사서 드셔보세요.

  • 10.01.20 13:40

    큼직한 영덕게 두세마리사 쪄서 아이들과 실컷 먹어보고 싶군요....언니의 딸인 큰아이가 삼수를 하여 서울대학교를 들어가던해에 공부를 잘하여 상위권에 속하던 조카아이는 수능에 언어영역 난이도가 아주높던 해에 생각보다 수능점수가 적게 나와 재수를 하고 또 삼수를 하여 아주 높은 점수를 가지고 서울대학교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언니는 시험보기전에 큰아이가 서울대학교를 들어가면 바닷가재를 사서 식사대접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는데 막상 언니집에 가보니 바닷가재는 없고 꽃게로 대신하고 회를 사서 상을 본것을 보고 작은아이가 조용히 저에게 엄마 바닷가재는 없네요 물어보더군요. 기대가 아주컸었는데 말이죠...ㅎㅎㅎ

  • 작성자 10.01.20 16:13

    오늘 수산시장에 한 번 들러보시죠? 작은걸로 푸짐하게..

  • 10.01.20 19:28

    오오...영덕게 먹어본지가 언제인고...가물 가물 생각도 안나네..불가사리 낙엽은 어찌그리도 빛이 고울까.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보여 저까지 행복해져요.

  • 작성자 10.01.22 21:06

    오세요. 그럼 사드리죠. 푸른 동해바다를 보고 싶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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