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가 있다며 천년초 줄기를 보내 달라고 하더니
보낸 천년초로 예쁜 비누를 만들어서 되돌려 주셨네요.
작은 꿈 하나/이은심
흰 빨래처럼 살겠습니다
날마다 비누의 독한 눈물 속에
한 채의 신전을 세우고
서늘한 물소리에 몸 닦으며 살겠습니다
눈부신 풍장의 누구네 집 마당
따스한 가슴과 가슴 사이
팽팽한 줄 하나 걸고
때 묻은 골격
그 앙상한 그리움을
바람결에 펄력여도 보겠습니다
얼룩 한 점없이 그저 그렇게 맑은 날
하늘빛에 정분이 나면
찬물을 뒤집어쓴 내 혼이
곤고한 지평선을 달리는 줄 알겠습니다
더러는 빈부와 귀천을
한 나절 햇살에 감사히 말리겠습니다
지우고 다시 꽃 피우는 죄의
저 현란한 은유에 소스라치며
한 생애 가득 뉘우침이 많은
흰 빨래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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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 주운 알밤을 삶아서 냉동보관했다가
정월 심야에 음미해 봅니다.
벌레 등으로 장기간 보관하기 곤란하지만
냉동보관한 알밤은 고유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달빛이 창문 흔드는 소리와
싱크대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의 운율에 맞춰
데운 밤夜을 하나씩 까먹습니다.
연일 몰아치는 한파로 이웃들은 상수도관이 꽁꽁 얼어 붙었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밤마다 우리집 수도꼭지 관리자 겸 지킴이가 됩니다.
5년 전의 겨울밤 상황을 현출한 한 편의 시를...
자정 가까워질 무렵/박칠근
자정 가까워질 무렵
거실과 함께 무아경에 빠져있는데
주방 쪽에서 똑,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궁금해서 주방에 가 보니
수돗물이 싱크대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수도관 동결방지 안내방송이
흘러나온 후 들리는 소리였다
저 간격이면 결빙은 모면할까
조금씩 내보내지 않으면
금방 얼어붙을 것 같은
팽창하여 균열 생길 것 같은
자정 가까워질 무렵
무아경에 잠입한 기발한 일탈,
최상의 궁리가
물방울 간격으로 떨어지다가
달빛에 섞여 고자누룩해지는.
첫댓글 어제 저의 일터 수도관이 얼어붙었습니다. 특성상 물을 많이 쓰는 터라 난감했습니다. 장청소까지 다 하고 오시는 분들을 되돌려보내나 어디 딴데로 보내나 어쩌나 하는데 알밤 같은 머리들이 모여서 궁리끝에 생수를 수북이 배달시켜서....ㅎ 위기를 극복했답니다. 관리인 말에 의하자면 수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춥긴 추웠나 봅니다. 시지에 있는 동기네 병원 물탱크도 얼었다고 대장내시경 수검자 한 명만 해결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한참 웃었습니다.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도 되겠냐 했더니 아무려면~ 해서 해결해주었답니다. ㅎ 물을 똑똑 흘러나오게 해놓고 퇴근해야 하나 어쩌나로 다시 수근거리던 하루였답니다~
우리집도 대책에 문젯점은 있었답니다. 싱크대의 냉수는 가능하지만 온수는 오늘까지 얼어 붙어있답니다. 수도꼭지를 온수 방향으로 10도 정도 더 돌려놨어야... 다른 집은 욕실까지 단수라니 한파가 대단한가 봅니다.
매발톱님도 업무 특성상 무척 난감했었겠네요. 열선을 사용해서 수도관 속의 결빙을 녹이는 방법이 있답니다. 그 제품은 철물점에서 판매한답니다. 제가 매발톱님 계시는 그 건물 4층에 있을 땐 건물 1층(지구대 맞은편쪽)에 철물점이 있었는데요. 아니면 시장골목에도 철물점이 있을 겁니다. 다음 주에도 한파가 몰아칠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으니 미리 대비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열선 가격은 개당 1만원 정도랍니다.
아, 천년초의 부활이 눈길을 끕니다~ 아주 정갈한 부활이라 더더욱!
지인인 D대학병원장도 천년초를 달라고 해서 보내 줬더니만... 어떻게 음용하느냐라고 묻길래 모른다며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될거라고 했더니만...한약 먹기보다도 더 힘들다며 다시 전화왔길래, 즙을 추출해서 꿀을 타서 먹던지 설탕을 타서 먹던지 알아서 음용하라고만 말했답니다.^^ 말씀대로 천년초의 정갈한 부활이었습니다.
천년초 비누 한번 써보고 싶네요.
올 봄엔 고향에서 천년초 비누를 제조해 볼까나^^ 시주머니님이 천년초 비누 함 써 보도록...제조방법을 아는 분은 뚝딱 만들던데요. 요즘은 인터넷에서 비누 제조방법에 관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소일 삼아 시도해 볼 수도...노무는 제공하지 못해도 원료는 제가 무한정 공급해 드릴게요^^
아 올 봄에 친구랑 비누 만들려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