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김나영의 희곡 '소풍혈전'에서 보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책무
민병식
김나영(1974~ ) 극작가는 한양여자전문대 문예창작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하였고 199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대역배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대역배우’, ‘오! 발칙한 앨리스’, ‘추파를 던지다’, ‘소풍’, ‘레드 카펫’, ‘꽃물 퍼질 때 당신 얼굴’ ‘, 'HER STORY’, ‘화진포’,‘ 소풍혈전’, ‘당신은 아들을 모른다’ 등이 있고, 사)한국희곡작가협회 신인문학상, 제 1회 대전 창작희곡 공모 우수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사진 네이버
희곡 ‘소풍혈전’은 아버지의 재산상속과 관련해 아버지의 생일 날 자녀들을 야유회 장소에 집합시켜 놓고, 자녀들의 포부와 역량을 경기형식으로 가름해 상속재산 50%, 20%, 10%순서로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극의 등장인물은 아버지, 장남, 장녀, 차녀, 차남, 막내아들, 비서 등이다. 아버지는 실향민이고 휠체어 신세를 지고는 있지만 상당한 재력가이다. 장남은 병원을 운영하고, 장녀는 교회 목사의 부인, 차녀는 입시학원을 경영하고 있고, 차남은 음주로 나날을 보내지만 조그만 가게라도 할 생각이고, 막내는 일본에서 일시 귀국해 참석한다.
비서를 대동하고 등장한 아버지 앞에 생일음식으로 장남이 특제 김밥, 장녀가 송편, 차녀가 외국산 과일, 차남이 깡통 맥주, 막내가 음료인 차를 내놓는데 아버지는 가져온 음식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고 막내의 차를 마신다. 아버지는 비서에게 벽에 차트를 걸어놓고, 포부 밝히기, 2인 3각, 사탕 많이 먹기, 진흙탕 싸움 등을 개최해 가장 우수한 자녀에게 재산 50%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장남은 아버지 성함의 병원을 개원하겠다고 하고, 장녀는 신도 오천명이 되는 교회를 건립해 신도전체가 낸 연보를 부친께 드릴 것처럼 이야기하고, 차녀는 학원과 관련한 이야기, 차남은 조그만 가게라도 열어 삶을 개척하겠노라고 하며, 막내는 군 문제가 해결되면 귀국하겠노라고 한다. 각자 점수가 주어지고, 승자에게 붉은 하트 무늬의 상징물을 부착시켜주지만 결국 난장판 같은 경기는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끝이 나고, 아버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퇴장한다는게 줄거리다.
아버지는 결국 누구에게 유산을 순서대로 상속했을까. 누구나 소풍처럼 한 번은 왔다가 떠나야하는 인생에서 자녀 들에게 많은 유산을 상속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물려줄 재산이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 부모는 이미 수많은 유산을 상속했을 것이다. 먹고 자는 것부터 해서 학비, 생활비, 자녀들이 독립할 때 까지 뒷바라지 등에 더하여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자녀가 어릴 때는 어린 대로 장성하여 어른이 되면 어른인 대로 우리의 부모들은 수많은 사랑과 희생을 자녀들에게 쏟았다. 꼭 물질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유산이란 바로 부모의 사랑아닐까.
가끔 매스컴을 통해 가슴아픈 기사를 본다. 유산을 미리 물려받고 노쇠한 부모를 모른 체 하는 자녀들의 비열한 이야기, 외국에 부모를 버리고 온 사람 이야기, 어떤 부모는 유산을 모두 물려주고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해 부양청구소송을 내기도 한다. 직계 혈족 간에는 상대 가족 구성원을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1차적 부양의무가 있고, 그게 아니라도 생계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유지를 시켜줘야 할 2차적 부양의무가 있다. 1차적 의무의 경우 부모가 자식에 대해, 그리고 부부끼리 지는 의무 이고 2차적 의무는 스스로 충분한 생계적 여유가 있을 때 다른 가족 구성원을 도와줄 의무를 말한다. 이 2차적 의무가 자녀가 부모에 대해 이러한 의무를 갖는 것이다. 만약 부모 입장에서 부양료청구소송을 해야 한다면 일단 자녀가 충분한 생활의 여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시켜야만 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충효를 중시해왔던 예의 국가 우리나라에서 무슨 말인가.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이 있나. 그런 사람이 자신의 자식에게는 제대로 부모 대우나 받을지 모를 일이다. 세상이 아무리 망가지고 무섭다지만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하대한다는 것, 천벌을 받을 일이다. 인간답게는 사는 것, 가장 큰 인간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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