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람도 잘 모르는 부산의 숨은 명소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겠다는 직장인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일 년에 단 한번뿐인 휴가를 경제상의 이유로 못 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가장 경제적인 여행지를 소개할까 한다.
타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관광도시 부산을 찾으면 늘 해운대나 광안리 그리고 태종대를 찾는다. 물론 이들 명소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라 휴가철이면 늘 인파로 들끓는다. 사람 구경을 하고자 한다면 모르지만 그만큼 시설도 고급이라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소개를 하고자 하는 곳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부산에서 자라난 부산시민들조차도 자주 가지 못하는 곳이지만 자연 경관이 잘 보존되어있고 경치도 뛰어나며 비용도 아주 적게 드는 휴가지로 적합하다고 생각되어 알뜰 피서 족들에겐 꼭 권유하고 싶은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이기대공원과 신선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광안대교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왼쪽엔 해운대가 있고 오른쪽에 이기대와 신선대가 있다. 태종대에서 유람선을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태종대에서 유람선을 타고 오륙도를 향하다 보면 왼쪽 절벽 해안가를 감상했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이기대와 신선대가 있는 곳이다. 신선대에 가면 해안 철벽사이사이로 갈맷길이라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이기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동해안과 남해안이 겹치는 바다라고 보면 된다. 아침 일출이 절경이고 경치도 몹시 수려하다. 물도 맑고 부산외항의 경관이 한 눈에 펼쳐진다.
또한 이기대 갈맷길 곳곳에 설치 되어 있는 전망대에서 보면 광안대교와 해운대 센텀시티가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것과 똑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경치를 감상하는 도중에 갯바위에서 쉬어가기도 하고 준비한 도시락도 해결할 수가 있다. 특히 오후에는 그늘이라 휴식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이기대 옆 신선대는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티브 맥퀸이 탈출하는 장면에 나오는 절경과 비슷한 절벽이 있어 경관이 빼어나며 언제나 멀리서 조그맣게만 보였던 오륙도가 불과 10~20미터 거리 앞에 장엄한 모습으로 나타나 탄성을 지르기도 하는 곳이다. 신선대 주변에는 과거에는 나환자촌이 있었으나 지금은 고급아파트가 들어섰다. 길가 좌판에서 파는 싱싱한 해물을 즉석에서 즐길 수도 있다. 부산역에서 용호동 행 버스를 타면 대략 25~30분 정도 소요된다. 숙박은 서면이나 인근 모텔에서 해결하면 매우 경제적이다.
2) 암남공원과 송도해수욕장, 혈청소
부산역 앞 8차선 대로 건너편에서 송도해수욕장행 버스를 타면 길게 잡아봤자 30분이면 송도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장한 해수욕장이다. 1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만큼 역사도 유규하다. 최근 몇 년간 부산시 서구청에서는 상당한 예산을 들여 대대적으로 현대식으로 개, 보수하여 다시 탄생했다. 그 기념으로 매년 8월1일부터 8월 4일까지 현인가요제가 열린다. 국내유명가수들의 쇼를 무료로 감상할 수가 있다. 특히 바다 한가운데 고래의 형상을 세워 정취를 더했고 거북섬도 원형으로 복원했으며 해수욕장 한 가운데는 수중보를 만들어 모래의 유실을 방지했다. 최근에는 바다 한 가운데에 다이빙대를 설치하여 새로운 명물로 만들었다.
송도해수욕장 끝자락에서 오른쪽으로 해안가 절벽 위로 암남공원(혈청소)까지 가는 바다 위 산책로를 만들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광경을 보면서 해안가 산책로를 걷거나 혈청소 산복도로를 이용하면 반대편 영도 섬의 전경과 새로 건설된 남항대교를 감상할 수가 있고 부산 남항의 내항과 외항에 펼쳐진 바다 절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혈청소 해안가는 낚시를 즐길수 있는 호안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바다 낚시를 즐기는 수많은 강태공들의 장관을 볼 수가 있고 주차장은 한 시간당 200원을 받는다.
또한 혈청소에는 해녀들이 갓 잡아온 해산물을 즉석에서 시식할 수 있는 간이 점포가 즐비하게 늘려있다. 혈청소 뒤 암남공원은 군사지역이었다가 해제된 공원으로써 자연경관이 원시형태로 보존된 곳이다. 절벽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가면 선녀탕도 있고 날씨가 맑으면 대마도도 보인다. 암남공원에서 바라보는 더 넓은 남해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시리다.
알뜰 피서족이라면 송도해수욕장에서 유숙하기를 권한다.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 상당히 저렴할 뿐 아니라 바가지도 없고 자갈치 시장과 남포동, 광복동도 시내버스로 20분 이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용이하며 특히 바닷물이 상당히 따뜻하고 파도도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해운대와 광안리에 비해 조용하고 주변 경관도 뛰어나 데이트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기자기한 곳이라 좋은 추억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3) 몰운대와 다대포해수욕장
텐트를 가지고 떠나는 알뜰 여행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은 곳이다. 다대포해수욕장은 물이 따뜻하고 파도가 잔잔하며 수심이 얇다. 바닷물에 한참 들어가도 겨우 무릎까지 밖에 차지 않는다. 아이들이나 노인네들이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다. 해가 지는 일몰의 풍경은 그림엽서에도 실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몰운대는 다대포해수욕장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몰운대도 군사지역이었다가 해제된 공원이다. 저녁노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몰운대(沒雲臺)라고 했겠는가, 인근에는 철새도래지도 있다.
해수욕장 주변엔 저렴한 횟집과 숙박시설도 있지만 탠트 설치도 가능하여 경제적 사정이 넉넉지 못한 가족단위의 피서객에겐 잘 어울리는 곳이다. 부산역 앞 8차선 대로 건너편에서 다대포해수욕장행 버스를 타면 대략 40~50분 정도 소요된다.
이상으로 타 지역 주민들에겐 잘 알려지지 숨은 부산의 명소 몇 곳만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경관이 수려한 지명엔 꼭 대(臺)자가 붙는다. 부산에는 7대 1강 1산이 있다. 7대는 해운대, 태종대, 이기대, 신선대, 몰운대, 자성대, 오륜대를 가르키며 1강은 낙동강, 1산은 금정산을 말한다. 이외에도 부산인근에는 송정해수욕장, 일광해수욕장, 임랑해수욕장, 진하해수욕장 등이 있다. 직장인들이여 다시 돌아오는 일 년의 재충전을 위해 한번 뿐인 휴가를 방콕해서야 되겠는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한번쯤 다녀오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까싶어 부산사람도 잘 찾지 않는 숨어있는 명소 몇 곳을 소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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