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퍼스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백투백 두번째 경기는 '지는 거' 란 생각이 당연하다란 생각이 들만큼, 힘든 것이란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레이커스는 어제까지 3연패로 넉다운되나 싶더니, 바로 오늘 원정 백투백 두번째 경기를 이겨버립니다. 그것도 경기 내내 넉넉한 우위를 가지면서.
그래요. 레이커스 무서운 팀입니다.
다음에 나오는 몇 문장들은 샌안토니오 스퍼스 팬심 담긴 말들이니, 다른 팀 팬분들께서 불쾌치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솔직히, 레이커스가 이대로 무너지면 안될겁니다. 적어도 스퍼스가 서부 1위를 시즌 끝까지 지켜낸다는 가정하에서는 말이죠.
2, 3 시드 매버릭스-레이커스 구도를 만들어놔야, (이건 또 그외 다른 팀을 디스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그나마 심적인 부담이 적을 것이란 생각때문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시즌 중 또다시 만나게 될 레이커스인데, 어제 봤던 레이커스가 온전한 레이커스가 아니란 점에서 다음에 만날 때를 또 주시해봐야겠단 생각입니다.
자, 어제와 오늘 LA Lakers의 경기 양상은 잘했다 못했다의 차원을 떠나 큰 차이를 가졌어요.
그 차이점은 그들의 big fellas를 운용하는 점이었죠.
아주 전형적인 농구 경기를 생각해봤을 때, 점프볼이 시작되고 초반 오펜스 운용은 빅맨을 이용하는 상태가 그날 전체 경기를 위해서도 좋은 경향을 가져왔습니다. 선 빅맨 후 윙플레이어, 이게 교과서적인 전체 경기 오펜스 흐름이죠.
물론 이게 딱 맞는 건 아니지만, 준수한 포스트 자원이 있을 경우, 경기를 편하게 가져가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2010-11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어드밴티지가 없는 셈입니다. 우리의 스타팅 빅맨들과 상대 빅맨들은 이제 맞싸움에서 서로 neutralizing, 즉 상쇄에 가까워지고 때로는 상쇄에 가깝게만 해줘라고 기원해야 하는 우세한 빅맨들을 가진 팀들이 많습니다.
반면, 레이커스는 가솔과 함께 돌아온 바이넘이라는 특급 포스트 자원을 가지고 있죠.
오늘 레이커스는 이 둘을 스타팅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번 시즌 첨이라고 하네요.
내세운 것 뿐만 아니라, 초반 오펜스를 그들에게 집중시켰습니다.
가솔인가 바이넘인가 요즘 팀이 부진에 빠졌을 때, "팀원들이 빅맨이 플로어에 있는 줄을 모른다"라고 불평을 했듯이, 어제도 그렇고 가드와 윙플레이어들이 그들의 존재를 너무 몰라준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엔트리 패스 넣어주면 잘 연결시켜주곤 했던 반면, 그 엔트리 패스가 끊기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왔는데요.
자, 어제 스퍼스와의 대결에서 저 스타팅 라인업을 돌렸다고 생각해봤을 때, 꽤 재미있는 상황이 나왔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입장에선 재미있다고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나왔을 수도.
어제 티미는 샷 메이킹에 있어서 아주 형편없었습니다. 하지만 디펜스에서 가솔을 상당히 무력화 시켜줬어요. 가솔이 방전됐다구요? 이틀 연속 있는 경기에서 나온 오늘 가솔은 급속 충전이라도 했나요?
어제 1쿼터 시작 때 레이커스의 오펜스는 코비가 다 이뤄냈습니다. 2회 연속 점퍼 성공 - 점퍼 1회 미스, 하지만 다시 오덤이 오펜리바운드 후 코비가 받아 점프샷 메이드.
머 이런식이었는데, 이런 거에 뾰루퉁해진건지 모르겠지만, 샷 메이드도 있긴 했는데, 어쩌다 한번 있는 공 소유에서 압도적으로 해준 감은 없었고 던컨이 그런대로 경기 내내 제어를 해줬습니다.
바이넘은 정말 빅맨 대 빅맨의 양상으로 매치해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할만큼 정통으로 맞서서는 제어를 할 수 없는 자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레이커스 가드들은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느낌이 안들더군요.
2쿼터 말미 가솔-바이넘 콤보가 나와서 점수도 뒤쳐지고 있는데 이거 제대로 걸리면 위험하겠구나란 순간이 있었는데, 우리의 티아고가 장렬히 파울 산화로 적절히 무마시키긴 했었죠. 티아고에게 있어선 그 2쿼터 막판 2분여의 순간이 또하나의 진입장벽이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어제 블레어의 모습이었습니다. 블레어는 레이커스 키다리들을 상대로 '난 언더사이즈다'란 자각을 제대로 했는지, 피지컬이 아닌 가드가 상대방을 대하는 무브로 대적해줬습니다. 플로터까지 작렬하기도 했고, 득점시엔 최대한 그들과 신체 접촉 없는 방식으로 메이드 해줬죠.
수비시엔 자신의 언더사이즈를 극대로 이용하여 바디 중심을 최대한 아래로 하여 정통 빅맨 대 빅맨 양상이 아닌 아래를 공략했고, 이에 얻어 걸린게 코비에게서의 스틸과 함께 두어개의 스틸을 얻어냈습니다. 그리고 막판 바이넘의 활약이 이뤄지나 했을 무렵, 여유로운 파울 갯수를 이용한 적절한 파울. 깔끔했죠.
리바운드에서도 오덤 및 다른 단신 선수들과 교묘히 함께 자리 잡아 오펜리바운드를 강탈해 내는 모습, 이뻤죠. 자신의 장단점을 제대로 캐치한 모습이 말이죠.
어제 레이커스가 15득점 이상으로 세번 연속 패하자, 여기저기 NBA 미디어들은 '아싸'하면서 레이커스를 두들겨 댔습니다.
ESPN 인사이더의 John Hollinger 아저씨도 빠질 수 없겠죠. 사실 존 아저씨는 이전에도 '이번 시즌엔 얘네 챔피언급 아녀'라는 컬럼을 두세번인가 올렸었습니다.
어제 컬럼에서 레이커스 부진의 원인을 코비로 해선 안된다라고 운을 떼면서, 세가지를 말했습니다.
첫번째가, 오덤과 섀넌 브라운의 동반 부진. 이건 시즌 초 이들이 보여줬던 플루크 성 퍼센테이지들이 평범함에 회귀한다는 "
Regression to the mean" 현상을 들었죠. 사실 어제 얘네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긴 했습니다.
근데, 이걸 스퍼스에 돌려 보면, 그동안 살짝 플루크 성이 있었던 우리 쓰리포인터들의 퍼센테이지가 이런 걸 겪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닐과 제퍼슨이 특히 그런 듯 한데, 그래도 어제 열심히 밀어주는 걸 보면 팀에서 많이 믿어 주는 듯 합니다. 결과론적으론 진짜 해줘야 할 때 해줬구요.
두번째가, 위에 제가 한참 썼던 빅맨 두명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세번째가, 생산성 없는 가드들.
리그에서 최하 PER 가드 여섯명 중, 두명을 레이커스에서 쓰고 있다고 합니다. 피셔와 블레이크.
레이커스 팬들은 피셔가 뻥뻥 뚫렸다고 하는데... 스퍼스 팬 입장에선 파커는 대개의 팀을 만나 그렇게 활약을 해줬다는 점에서 수비적인 면에선 저도 그리 까고 싶지 않네요. 블레이크를 상대로 한 그 현란한 포스트 동작들은 기억에 남지만 ㅡ..ㅡ
어제 경기에서 뇌리에 남는 장면들 중 몇가지는 힐이 상대하는 볼 가진 선수들이 많은 횟수에서 힐 앞에서 턴오버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피셔, 코비, 브라운 등등. 규정상 턴오버는 물론이고, 공격권을 넘겨준다는 넓은 의미에서의 미스샷도 말이죠.
경기 후, 지노빌리로부터 "그는 우리의 최고 디펜더입니다."라는 칭찬을 들은 힐을 포함, 지노빌리 또한 코비를 상대할 때 최적의 방법인 짜증나고 답답하게 하기를 제대로 먹였다는 점에서 최고의 디펜더였습니다. 신인 시절부터 너무 스틸을 의식한 수비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어제는 폼이 다운된 코비를 상대로 제대로 통했네요.
자, 그리고 파커가 저 세번째 사항을 말하게끔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홀린저 아저씨는 레이커스에서 창조적 플레이메이커가 아닌 스팟업 슈터로서의 위치를 가진 그들이 역할에 비해 너무나 많은 턴오버 레이쇼우(ratio)를 기록했다고 깠습니다.
표면적으로 나온 파커 명수비의 대표적 장면 두가지. 탑에서 돌파하는 피셔의 스텝을 그대로 맞춰주며 따라가 오펜스 파울 끌어냈던 순간. 스크린 타는 피셔를 파이트-쓰루로 적극적으로 따라가며 오펜스 파울 이끌어냈던 장면.
결과적으로 어제 스퍼스는 이겼고, 그것도 그동안 샌안토니오의 득점 마진 경향과 사뭇 다른 제법 큰 점수차로 이겼지만, 위의 세가지 부진 경향과 함께 코비의 13연속 미스샷의 부진이 합작된 뭔가 개운치 못한 여운이 드는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호넷츠를 상대로 한 레이커스는 앞의 저 문제들을 다 떨궈낸 상태로 대적해 대승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어제 스퍼스도 오펜스에 있어 게임 플랜이 지향하는 성과를 제대로 끌어내진 못했다고 봅니다. 림을 빗껴나가는 샷들이 빈번했었으니까요.
그래서 다움 레이커스와의 대결이 우려와 기대가 섞인 새로운 양상의 대결이 될꺼라 생각합니다.
첫댓글 1. 저도 여기서 레이커스가 무너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레이커스와 댈러스는 서로 2~3위 해서 준결승에서 박터지게 싸워주어야 합니다. 두 팀다 두려운 팀이니까요.
2. 샌안과의 대결에서는 가솔, 바이넘의 트윈타워를 쓰기가 애매할 겁니다. 그것은 바로 던컨의 파트너 때문인데... 블레어의 경우 어제 나름대로 바이넘을 잘 제어해 주었고, 특히나 블레어의 짐승같은 무대뽀 공격은 바이넘 같이 부상을 달고 다니는 선수에게 아주 짜증나는 플레이어 입니다. 특히나 힘 좋은 언더사이즈는 말이죠. (무시무시한 힘이 본인의 약점인 무릎쪽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움추려들 수 밖에 없어요.)
결국 수비리바운드에서 블레어가 기본만 해 낼수 있다면 (난이도 높은 헬프디펜스나, 대인방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 이 선수는 상대방 선수에게 부담을 줄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죠. 또한 블레어는 체중에 비하여 속공 가담능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가솔, 바이넘 트윈타워가 오펜스 리바운드에서 어느정도 압박을 가해주지 않는다면 블레어는 그냥 무대뽀로 달릴겁니다. 이 선수는 많이 뛰어 봐야 25분 짜리 선수니까 체력 안배고 뭐고 없거든요.
3. 요즘 슛발이 잘 받는 보너도 한몫을 할겁니다. 요즘은 얼추 수비도 되고 (가끔 던컨보다 더 .. -,.-) 공격에서는 정말로 훌륭한 옵션이 되어버렸거든요. 특히나 보너가 뛴다는 것은 가솔이나 바이넘 한명의 선수는 아예 3점 라인에 나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그만큼 수비에서 파커나 마누의 돌파를 압박하고자 하는 원래 취지가 없어지는 포지셔닝을 강제하니까 말이죠.
4. 어제 게임만 그런지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바이넘이 자유투가 좋지 않더군요. 이런 선수는 현재 샌안의 인사이드 물량으로 파울 섞어가며 충분히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가솔 같은 고급 공격 옵션은 던컨, 맥다이스 가 번갈아 막으면 되구요.
5. 하지만 이러한 여러가지 장미빛 예측을 뒤로하고 레이커스는 여전히 두려운 팀이며 플옵에서는 댈러스와 혈전을 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6. 그런데 레이커스와 댈러스... 두 팀중 어느팀이 더 무서울까요? 저는 댈러스가 더 무섭습니다만... 챈들러의 가세와 작년과는 다른 버틀러, 메리언의 활약은 ... 정말로 무섭습니다. ㅜ.ㅜ
이젠 댈러스는 안만나고싶어요 비록 레이커스가 괴물같은 팀이기는 하나 댈러스와의 악연은 더이상 naver..(오타아닙..)
런플레이라는 거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는데요 제가 본 경기에서는 그 근간이 되는게 로테이션에 의한 스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말은 수비가 뛰어나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댈러스나 올랜도와의 경기에서는 사실 런 플레이가 거의 없던걸로 알고있거든요 특히 올랜도전에서는 그간 흐름은 가져왔던 그런 플레이가 완전 실종되었고 던컨의 상태가 상태다보니 순순한 힘싸운에서 밀리면서 경기가 가비지로 간걸로 아는데 과연 빡빡한 플옵에서도 계속 이런 플레이가 통할까요??
올래도전은 힘싸움에서 밀린게 아니고 백투백컨디션난조로 경기력이 안올라왔던데다가 올랜도 슛이 백발백중이라 그런거죠...(댈러스전은 수비작전이 이상했고 챈들러에게 털리다가 힘못쓰고 진거...)
레이커스 댈러스 피닉스 중 피닉스는 좀 멀리 떨어져 있으니 두팀입니다. 팬심 듬뿍 담아 둘이 처절하게 싸우다 우리와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만, 레이커스 역시 시즌 후반부가 되면 다시 치고 올라올텐데요. (댈러스는 폼이 떨어지든 올라오든 상관없이 늘 무섭습니다.) 플옵에서 굳이 만난다면 댈러스보단 레이커스가 좀 편해보입니다. 지적하신대로 우리 팀의 인사이드는 구성상 이제 타팀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기 힘든 멤버들입니다. 그러나 면면을 비교해 보면 나쁘지도 않죠. 그렇기에 더이상 던컨에게 무리하게 부담을 지울 필요도 없이 꾸준히 승수를 쌓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백코트진을 비교해 봤을때 레이커스나 댈러스보단 우리가 우위에 있어 보입니다. 제퍼슨이 입단할 당시 "우리도 이제 달릴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당시 기대했던 이상의 모습입니다. 진호, 파커, 제퍼슨, 힐. 이 네명의 선수는 리그의 타팀과 비교해 봐도 속도, 메이드 능력에 있어선 수위급에 속한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레이커스를 댈러스보다 편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레이커스의 백코트진이 과연 우리팀을 제어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면 오늘 경기처럼 우리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레이커스나 댈러스, 두 팀 모두 마찬가지지만 코비나 가솔, 노비가 미치는 날은 뭘해도 어쩔수 없긴 합니다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레이커스가 바로 휴뉴올에게 대승을 거두었지만.. 이것은 샌안과 뉴올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유로는... 우리와의 경기 역시 레이커스가 각오를 하고 이기려고 나온 경기입니다... 초반 코비의 연속 터프샷 메이드도 그렇고, 분위기를 내어주지 않으려고한 아테스트의 플레그넌트성 하드파울 2개, 그리고 필잭슨의 선수교체타이밍까지... 연패를 이어가지 않으려고, 그리고 1위와의 더이상 벌어지고 싶지 않은 감독의 마음, 게다가 라이벌리...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로 레이커스가 벼르고 나온경기에서 스퍼스선수들은 레이커스의 패싱라인들을 완전히 산산조각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올시즌 스퍼스의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하고있는 패싱라인 차단과 스틸에 의한 속공 증가) 그로인해 레이커스는 빅맨들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싶어도 제대로 이용할수가 없슨 상황이되고, 중장거리 슛을 쏴도 항상 불안한 자세와 위치에서 쏘게되어 코비에게 샷이 집중되거나 무리한 샷들을 날리게 된거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올시즌 마누, 힐, 파커의 스틸은(좀더 넓혀서 블레어까지) 대단한 수준이거든요...
역시 형 다운 리뷰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