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보낼 도마는 습작을 넘어야 하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 엔드그레인 도마들은 집성이 비슷비슷해 보여도 과정이
조금씩 달라 만만치 않았다.
첫 번째로 만들었던 Basket Weave 형태의 도마는 성공적으로
작업완수했다
재료 : 월넛, 메이플, 체리, 월넛단판
선물로 보낸 것은 월넛대신 퍼플하트로 하고 이것은
조금 작게 만듦
*** *** ***
다음 도마는 알고 있어도 어찌할 수 없는 취목의 한계를 느끼게
했는데, 다름 아닌 집성시 빠른 손놀림이 작업의 중점이 되었다.
한창 건조한 계절까지 되다보니 타-3 본드의 굳는 시간이 매우
빠르게 느껴질 정도였다.
취목의 덕목인 가능한 자투리가 안나오게 하려다 보니 집성시에도
길이나 높이를 잘 맞추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랐던 것이다.
게다가 1차, 2차 집성때에는 기본적인 것이라 수월히 넘어갔는데
본격적인 3차나 최종 집성시의 정확성은 다음 마지막공정을 원활
하게 하는데 결정적이었다.
아무리 수압과 자동대패가 있더라도 후속작업을 가능한 편하게
해야 처음 목표했던 결과물에 가깝게 나왔다.
상하좌우로 잘 잡아놨는데도 마르고 나면 조금 뒤틀려있다.
각기 다른 클램프들의 속성을 완전히 마스터하지 못한 탓이라
여기고 다음 작업시에 보양하리라 마음 먹었다.
아무래도 이 정도 수준의 도마집성을 하려면 클램핑을 위한 전용
지그를 만들어야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겠다.
A 재료 : 체리, 메이플, 월넛단판
지나가던 사람이 이거 진짜나무냐고 물을 정도로 매끈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엔드그레인 커팅보드
참 좋은 친구한테 선물할 것이라고 빼놓음
“칼도마는 저거(2번) 준다드만 또 빼놔라우?”
“이번건 차원이 좀 다르잖여”
호오~ 예상외로 머리를 끄덕이며
“하긴 최고 좋은 것도 하나 내놔야겠지라”
지금껏 만들어 놓은 도마들을 여친들한테 선물로 줄란다고
했을 때부터 아내는 호의적이다.
집에 초대하면 어떠냐고 물었을때도 약간 부담스러움은
보였지만 거부감은 전혀 안보인다.
전에 쌀장사한다고 설쳤을때 도움을 준 친구들이라 고마움을
마음속에 줄곧 담아두고 있나보다.
B 재료 : 가운데 포인트를 파덕과 퍼플로 튀어나오는 효과로
산뜻해 보임
*** *** ***
내친김에 3D 엔드그레인중 제법 손맛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패턴을 골라서 작업해 봤다.
그러나 역시 손맛만 좋았고 눈맛은 버렸다.
테이블쏘로 60도로 뉘어서 커팅하는데도 지그를 쓰길래
생략하려다 절대적인 필요성을 곧 바로 깨닫고 만들었다.
예전에 뭘 만드니라고 사뒀는지는 잊었으나,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이름하여 토글클램프라 불리운다. 이건 모처럼 기억해서
망정이지, 서너 번 장소이동시키면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찾으려면 머리에 쥐나지, 혈압이 대여섯번 오르락거리지,
땀나지... 아내한테 허벌나게 지천듣지.,,
저기 테이블쏘 위에 얹혀있는 리모콘은 차량용이 아니다.
목공구들을 아마존에서 직구로 산게 제법되는데 죄다 110V
용이라 5KW 다운트랜스를 쓸 수밖에 없기에, 집진기와 연동
하려고 해도 안되어서 무선리모콘의 접점을 통해서 12V용
릴레이를 가동시켜 쓰고 있다. 최소한 3KW짜리 산업용청소기
스위치를 조작하니라 왔다갔다는 안한다 - 대여섯걸음의 거리 -
작은 편의성이라기보다 게으름의 산물이라 하겠다.
1차 부재는 정확하게 빼고 1차 집성도 엄청 예쁘게 나왔다.
3개의 부재를 그대로는 집성은 안되니(어려우니) 지그라기엔
뭐하고 나무에 60도 홈을 파고 그 안에 넣고 집성했다.
편하게 집성시킬 수 있었지만, 각도가 있는 특성상 결과는
조금의 단차를 피할 수는 없었다. 다시 대패질로 맞춰야 했다.
2차 결과물인 삼각기둥을 정해놓은 도마 높이만큼씩 자른다.
그런데 좀 높이가 있으면 더 낫겠다 싶어서 조금 길게 잘랐는데
톱날 두께를 감안했는데도 한 라인이 부족하다.
분명히 계산하면서 어만생각했을 것이다.
이거 만들어서 누구한테 이렇게 저렇게 자랑해야쥐... -
이러하니 당연히 전체길이가 즐어 들게 되었다.
더 만들자니 같은 두께의 월넛 한판이 없다.
에이~ 누구 줄 것도 아니고 습작인디 그냥 다른걸로 때우자.
아... 두고두고 눈에 밟힐 못된 발상이었다.
재료 : 메이플, 월넛, 체리
3D패턴을 쌈빡하게 나타내면서 장식효과로도 훌륭한 최상급
칼도마. 쌍둥이그려진 칼로 직접 칼질해보니 거의 티가 나지
않고 줄만 살짝나는데 헝겊으로 문지르니 사라질 정도로
복원력이 좋음. 오래 사용하다 사포질 한번하고 왁스바르면
도로 새것처럼 되는 장점을 가진 엔드그레인 부쳐블록!
혹시 나중에 누구 줄 일 있으면 크기가 제법되니 사각으로
자르면 애초에 그 크기인줄 알겠지...
그나저나 고생한 보람이 절반으로 팍 쪼그라 들었다.
위 도마의 실수로 어쩔 수 없이 남은 자투리로 만든 컵받침.
우수리로 만들었으면 좋겠지만, 다시는 그런 실수하지 말라는
경고장 용도로 쓰고 있음.
아래 빵도마는 메인도마 집성하고 기다리는 틈새시간을 공략하여
만들었는데 아내로부터 성과급을 받는데 그 목적이 있음.
“이번에 선물로 도마들 만드니라고 나무 다 써버렸네야“
이리 해두어야 다음에 나무주문할 때 동냥해주겠지...
흐~ 이런! 나이 들어가면서 거지근성이 처참하게 쌓이고 있다.
재료 : 월넛, 메이플, 라인은 파덕과 메이플
심플한 라인으로 가지런한 느낌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은근 화려함을 비추는 도마. 두툼한 두께가 안정감을 준다.
재료 : 메이플, 월넛, 라인은 흑단
흑단도 샌딩과 오일먹일때 파덕못지 않게 주변을 더럽혀서
깔끔한 맛을 떨어뜨림.
디자인이 보기는 좋은데 단순한 형태지만 접합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름. 두께가 얇으니 차라리 손잡이를 붙여
트레이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 *** ***
거실 마무리로 소파옆에 탁자를 만든다.
자질구레한 실내용품을 넣게 실용성을 겸해 서랍도 만든다.
아내의 쩐으로 나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니 만큼
스타일리쉬해야 한다 – 라고 하고 무조건 화려하면 땡! -
나무 쪼가리들을 조합하여 만들 생각으로 디자인한다.
들여올 나무는 다른 용도로 쓰려고 두꺼운 것으로 주문했다.
스케치하다 보면 다음엔 이거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
튀어 나온다. 그런데 난 아직도 메모를 안한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싶으면 노트해야는데, 지금도 그 머리를
믿고 있을까? 아주 깊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기억시키고 있다. 파리 한 마리 날아가는 걸
보고 파리채 한번 휘둘렀다 놓으면 잊어버리면서도 말이다.
프린트물을 보면서 크기가 맞을만한 자투리들을 집결시킨다.
레드오크, 월넛, 메이플, 체리가 주로 있고 몸체는 화이트
오크로 점잖게 가라앉는 분위기로 잡아두고 다리겸한 사이드
날개는 옐로우하트까지 합세해야 화려해 보이겠다.
다리를 끼우려던 생각도 접었다. 의미없이 재료만 축내겠다.
사이드중심은 심플한 라인으로 곧추세우면 날개도 돋보이겠고,
서랍앞판은 뭘로 한담... 뒤적거리다 심재가 섞여있는 애쉬를
들고 이걸로 어찌 맞춰볼까 궁리하다가 그리하기로 결정한다.
본체 조립은 장부결합을 할까 잠시 생각했다가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에 간편하게 목심박기로 했다. 나무도 아낄겸...
여지껏 목심을 수없이 박았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떠오르는게
있다. 다른 때처럼 자르고 샌딩하면 끝이었는데 밋밋한 느낌이
오더라는 것이다. 드릴비트를 이용해 조금만 돌리면 눈알이
될 것 같았다. 파덕목심의 검붉은 눈알이 어떤 느낌을 줄지...
상판은 커팅보드의 패턴스타일로 집성했다.
엔드그레인과는 또 다른 멋을 보이게 색조가 다른 나무들의
조합으로 각을 엇갈리게해서 주름치마를 만든다.
나무소비를 줄이려고 1차 집성할 때 미리 40도로 각을 잡았다.
집성후 다시 그 각으로 다시 자르는데 애는 좀 먹었지만
어중간히 남는 것도 처치곤란이니 잘했다 싶다.
오동나무로 서랍도 짜고 앞판도 붙이고해서 조립을 끝내고
1차 오일 먹인 후 거실에 두었다가 보행기로 내리 딥다 박는
어느 새 날렵해진 아이 때문에 지금은 현관으로 쫓겨났다.
그리고 협탁작업 와중에 만든 틈새 깨알공작품으로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 작업할 때 쓰려고 또 다른 패턴으로 상판을 만들었다.
아내가 아직 못보았는데 혹시라도 이쁭께 딴데 쓸란다고 뺏기기
전에 얼렁 하부다리를 큼지막하게 붙여 버려야겠다.
- 더위 먹기전에 한번 더 옴 -
첫댓글 허벌난 감사의 마음과 동시에
빛가람마님의 엄청난 수고가 느껴져서 받아도 되려나 하는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만드신 정성을 생각하면서 소중하게 잘 쓰겠습니다.^^
습작인디 소중히하시니 고맙지요.처음엔 오일이 조금씩 올라오니
닦아내면서 사용하세요.^^
이거 세번 째 무늬를 보고 내 머리는 빌딩을 지었네요. 도대체 이런 감각은 워디서 나온 건지..
또 머리는 얼마니 쥐가 나고, 손은 얼마만큼 거칠어졌을지~~?
서박사는 더 멋진 라인을 구상할텐디요?
이런 창의력을 지금까지 어디에 두시고 이제야 자질을 펄치시는지 인간의 무한한 무의식에 경의를
컵받침 덤은 안되나요.
과유불급이여.
사인 해서 주시면... 헤헤 가보로 모실라구요
ㅠ.ㅠ
엇! 이 친구는 눈을 내리깔고있네?
이렇게 멋진 도마 본적도 만진적도 없었습니다 님의 공과 혼이 느껴집니다 애지중지 잘쓸께요 밥 살께요
고마운 말씀^^ 나랑 악수하듯이 어루만져 주세요^^ 그나저나 남양주까지 밥먹으러 갈라므는...
종일 이 멋진 예술품하고 우아하게 지낼 궁리 중^^
저도 밥 살게요ㅎㅎ
도마 번개 한번 합시다.
수능이
그때 털보 고놈?
요새 TV에 이상민씨가 도마에 그대로 음식놓고 먹드라고 탁월한 예지력을 지니신 빛가람마님께 격한 를 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