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살된 남남 쌍둥이 엄마입니다.
부끄럽지만 혼전임신으로 결혼했고, 6개월까진 어떻게든 직장생활 하다가 그 이후로는 너무 힘들어서 전업으로 돌아서서 쭉 살아왔었습니다.
남들은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던데 쌍둥이 키우면서 집안일 하고 남편 아침밥, 점심도시락, 저녁밥까지... 게다가 남편은 퇴근후에 직장동료, 친구들과 놀고 주말마다 낚시하러 다니면서 사회생활 하는데 제 외출은 장보기 아니면 날씨 좋은날 놀이터에서 전쟁같은 산책뿐...
너무 힘들어서 저는 죽을 것 같은데 남편은 집에서 편하게 놀면서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잔소리 하네요. 어쩌다 남편 퇴근 후에 청소라도 안되어있거나 바로 저녁밥 안차려 주면 제가 너무 게을러서 집안일 하나 제대로 못한다고 하는데...
친구도 못만나고 집안에 혼자 틀여박혀 애들만 보고 있자니 정말 남편 말대로 내가 게으른건가... 엄마 실격, 와이프 실격인가... 안 좋은 생각만 계속 했습니다. 나를 몰아붙이는 남편이 잘못된게 아니라 정말 남편 말대로 내가 잘못된줄 알았어요.
그러다 올 초에 남편이랑 크게 싸우다 남편한테 그렇게 쉬운거 네가 한 번 해보라며 제가 돈 벌어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애들보면서 틈틈히 준비하고 친정에 도움을 받아서 돈 벌기 시작했습니다. (취업은 아니고 일종의 창업입니다.) 처음 한달은 쌍둥이 애들 데리고 작업하다가 두 달째부터는 제가 번 돈으로 시터 구해서 애들 부탁했고 세달째에 남편한테 당장 너 회사 관두고 집에서 애들보고 집안일 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남편 2배 가까이 벌다 보니 남편은 좋아라 하고 회사 관두더군요. 시댁도 엄청 좋아하셨습니다.
남편이 저한테 주던 생활비보다 약간 더 주고 저도 남편이 했던거 그대로 했습니다. 남편 회사 관둔 다음날부터 늦잠 자길래 아침일찍 깨워서 당장 밥차려 달라고 해서 밥 얻어먹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점심도시락도 필요없고 저녁도 거의 밖에서 먹다 보니 남편이 저보다 더 편했겠네요. 퇴근하고 나서는 씻고 바로 애들이랑 소파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첫날부터 남편이 저더러 너무한거 아니냐고 하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ㅋㅋㅋ...
왜? 나 돈 벌잖아. 자기는 집에 있으면서 청소 안했어?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애들 설마 과자 먹였어? 자기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저도 잔소리 실컷했습니다.
퇴근하고 애들이랑 잠깐 놀아주는거 말고는 집안일 손도 안댔습니다. 저, 남편이 일할때 속옷도 손빨래 해줬었어요. 지금 남편한테 똑같이 제 속옷 손빨래 해달라고 합니다. 남편이 했던거 그대로 가끔 쓰레기만 버려주고 이불도 안개고 양말도 그냥 아무데나 벗어놔요. 퇴근후에 잠깐 일 관계자들 만나서 회식도 하고 주말마다 친구 만나거나 늦잠자고 너무너무 행복해요. 남편이 집안일 다 해주고 나는 그냥 내 일만 하면 되니까 커리어도 살아나고 남들도 일하는 멋진 엄마로 보고 너무 좋아요.
근데 남편은 울상이네요. 저더러 게으른 엄마, 불합격 와이프 취급해놓고서는 제가 했던 일의 반도 제대로 못해요. 보다 못해서 제가 출장 가사 도우미 불러서 일주일에 2번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까지 불러줬는데 힘들다고 징징댑니다. 저한테는 사먹는 반찬 사오면 투정부리던 양반이 이제는 국이랑 밥까지 햇반으로 사서 상이랍시고 차려주고 청소기 돌리기 힘들다고 로봇청소기 사자고 징징거리고... 자긴 보리차가 좋다고 매일 보리차 끓여달라고 하던 양반이 갑자기 정수기 물만 마시고 삽니다.
얼마전에 은근슬쩍 자기도 다시 일하겠다고 맞벌이로 살자고 하는데 제가 거절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서 죽겠다고 죽을 소리 내는데 정말 웃기더라고요.
나는 애 낳고 뼈삭은 몸으로 반년 내내 몸에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장기도 아직 제자리 찾기 전부터 당신이 요구하는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했었는데 너는 나보다 튼튼한 몸으로 그거 하나 못하고 징징거리는거냐니 암말 못하네요.
전 사실 결혼하고 애낳고 매일 결혼과 출산을 후회했어요.
근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왜 남자들이 결혼하고 여자 임신시키는지 알거 같아요.
물론 내가 배아파 낳아 내 몸이 아팠지만 생활비만 주면 남이 집안일도 해주고 애도 키워주니 그냥 저는 처녀때처럼 일하고 주말에 놀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아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안드네요.
첫댓글 사이다..
나도 일 쩔게잘해서 남자 집에 앉혀놓고싶다.
결혼하면 무조건 여자가 손해여.....ㅌㅋㅋㅋ 애없어도...
유치원 일하면서 어머님하고 통화할때마다 결혼 생각 점점 사라짐ㅋㅋㅋ 걍 인생무덤
글쎄...케바케 아닌가 ㅋㅋ 나 결혼도 했고 임신중인데
무조건 손해는 아닌듯 ㅎㅎ남편도 희생하는것도 많음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도 많음 ㅎㅎㅎ
@짱구를와l말려 윗글쓴 공감 3333 아니 비율문제아닌가 예로 범죄피해자 여성이 대부분이다 라는 말에 아닌데? 남자가 피해입기도해 이말같아보여 사회구조적으로 볼때 결혼하면 여성이 임신부터 독박 육아, 가사, 대리효도 다부담하는데 당연히손해지 행복한가정 이뤄서 축하해 근데사회문제에 본인예시를 대입하는건 예외적인거고 주관적인거니까 부적절한것같아
@배고파배꼽파 우아..말 디게 똑부러지게 잘하네..ㅎㅎㅎ 오해는 하지말고 비꼬는거 아니고 칭찬하는거야 ㅎㅎㅎ난 단지 윗댓에서 무조건 손해라는 말땜에 그런거야 뭐 어려운말로 사회구조적이다 그렇게 댓글써놨던데
내가 막상 닥쳐보고 경험해보니 이렇더라 하는 의도로 쓴거야 ㅎ
글구 내가 잘몰라서 그러는데 사회문제에 내 주관적인 댓글을 왠만하면 자제하는게 좋은거야??부적절하다고 하길래 ..
댓글쓰기도 참 조심스럽네
@짱구를와l말려 아니 지금 사회문제로 토론하고 있는거잖아 그에대한 반례로 주관적 경험은 일반화할 수 없다는거야 그래서 논리적인 근거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배고파배꼽파 글쿠나 긍데 무슨말인지 잘모르겠다 ..;;;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 이해력이 떨어지나보다;;^^
와 개사이다 여자분 너무 멋있으심ㅠㅠ
아싸 호랑나비~
ㅋㅋㅋㅋㅋㅋ터짐
와 존나 멋있어... ㅠㅠ 근데 이글을 읽으면서도 맘 한구석이 찜찜한 이유는 진짜 여자 육아부담이 너무 심각하고 만연하다는게 역설적으로 느껴져서인듯 ...시발 ㅜㅜㅜ
여저가 보살이다 진짜.. 아직도 사랑한다니 나라면 오만정 다떨어짐 ㄹㅇ
이래서 결혼하기싫다...
여자는 무조건 경력 단절되고 다시 원래 일하던걸로 되돌아가기 힘들어.... 여자분은 성공하셔서 다행이다
여자는 되돌아갈 직장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 마냥....참으며 이혼도 못하게 되는거고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2 그래서 나도 나중에 만약에 결혼했는데 남편이든 시댁이든 직장 그만두길 원하면 진짜 개싸울거야 그만 둬도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거임
시바 한편으론 존나 짜증난다 남자 공감능력 존나 없어 뭘한다고 그거 꼴랑한다고 힘들대 ㅅㅂ
나같으면이혼함 왜저러고살아
와 개멋져
http://pann.nate.com/talk/334677884
크 멋잇다
진짜 ㅋㅋㅋㅋㅋ 어차피 일은 처녀때도 하는데 남자가 집안일도 해주고 애도 키워주면 개이득 일만하면되니까
개썅사이다!!!!! 와씨 졸라 멋있어 대박!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네 워후~~~
ㅇㄱㄹㅇ 일은 퇴근도 있고 월급이라도 받지 집안인 육아는 진짜 24시간 끝도 없음.. 나도 남편이 애기 낳고 집안일 해줬으면.. 왜 애기는 여자만 낳아ㅠㅠ 휴
진짜 돈 존나게 열씸히 벌어야지 하...
내속이 다 후련하다!!
판 댓글들 ㅂㄷㅂㄷ오짐
ㅋ
ㅎ
ㅂㄷㅂㄷ 에지간히돜ㅋㅋㅋ 자작이라고 엄청난맄ㅋㅋ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