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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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pielle。
「어젯밤 내린 비덕에, 공기는 축축했다.
슬금슬금, 실험실의 방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들여마신다.
약간 쌀쌀한 날씨. 그래도 그녀는 그곳에 있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싸늘한 공기 때문에 감기는 걸리지 않았을까, 잠은 제대로 잔걸까.
이것저것, 걱정들을 해대며, 긴 검푸른 머리카락의 남자는 집을 나섰다.
안에서 말괄량이 조수 녀석이, 실험하기 귀찮아서 나가는거 다안다고,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미소지으면서 계속 걸어가는 그.
한참의 시간이 흐른후, 그는 얼굴을 들었다.
창백한 피부, 휘날리는 붉은 머리칼.
고귀한 모습 그대로, 변치 않는 아름드리 나무처럼 서있는 그녀.
평소처럼, 왜 온거냐고, 귀찮다고, 가라고도 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기만 하는 여자.
투명한 눈빛이다.
[… 너는 내 타락이 될것이고, 나역시도 너를 멸하겠지.]
예언. 그녀의 예언은 어긋나는 법이 없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지금 이순간, 그녀를 눈속에 담을 수만 있다면.
[어긋날대로 어긋나버린 지금, 내게 한가지만 약속해줄래… 이카드리?]
무엇이던지.
말만 해줘.
[나, 루비아 체칠리니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될 때, 서슴없이 죽여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부름 ⑤
타다다닥.
재빠른 발들이 여기 저리, 땅위로 사뿐히 내딛는 소리들이 들린다.
마치 빗방울이 지붕위로 떨어지는 소리같이.
그렇게 불규칙하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녹색, 그들의 머리카락을 닮은 숲을 급히 지나가는 두 사람.
숨이 찰 정도로 빨리 달려, 나무토막위를 껑충 뛰어넘고, 잎사귀들을 밟아낸다.
육감.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육감이 있다.
그중 마지막의 감각은 마력.
태어날 때, 모든 사람은 약간씩의 마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마법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긴장될때라던지, 위험한 일이 닥칠때라던지, 그 육감은 발휘되어, 특유의 ‘예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잠재된 마력….
“발자국이 보인다.”
카지는 짧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멈춰 선 교주는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흙 위로 지나간 발자국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무거운 감이 나는 필레오넬의 드래곤 하이드 (dragon hide) 부츠자국과 루크의 단정한 양가죽 신발이 밟고 간 흔적들이 보인다.
지나간지 얼마 안된듯, 선명하게 비치는 그것들.
꼭 그 주위에 부스러진 흙은 과자조각 같다.
파스스, 밟으면 그대로 쪼개지는….
불안하다.
카지와 교주는 아까보다는 빠른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이었다.
따라갈수록 발자국들은 확실해졌다.
가까워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교주는 자신의 은색 터번을 매만졌다.
그때, 가느다란 풀잎 사이, 먼지가 가득한 흙에 보이는게 있었다.
“이봐… 이거?”
교주는 불확실한 목소리로 카지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두 눈썹을 모으며 인상을 찌뿌렸다가, 교주가 찾은 것을 보자 의혹감으로 얼굴이 채워졌다.
“역시.”
풀사이로, 다른 발자국이 하나 있었다.
남자의 것인듯 했으나, 바닥에 별 문양이 없는걸 보니, 간단하고 날렵한 짧은 부츠일 듯 했다.
굽은 낮고, 상당히 편한 신발인듯, 발자국이 자연스레 나있었다.
가장자리에는 아마 버클(buckle)이 달려 있는 듯, 얇게 표시가 되어있었다.
일행 중 이런 발자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아까의 ‘적’인가?
“검, 뽑아라.”
카지는 가지런히 꽂혀있는 교주의 쌍검을 응시하며 싸늘히 조언했다.
그 역시도 채워있었던 롱소드를 뽑고, 손에 들고 있었다.
휘익.
쇳소리와 함께 두 검자루는 양손에 들려진다.
길이가 다른, 두 검.
교주는 방어태세, 즉 좌도를 먼저 내밀며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갔다.
몇초나 더 갔을까, 갑자기 앞서가던 카지가 눈을 내리깔았다.
교주는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채고, 발을 멈추었다.
“인척.”
교주는 긴장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카지는 눈앞의 나뭇가지를 걷어냈다.
우수수, 한웅큼은 될 듯 수북히 떨어지는 나뭇잎들.
귓가에서 벌레들이 웅웅거린다.
“루크?”
무언가 당황스러웠다.
앞에, 적은 커녕, 루크와 필레오넬이 머리를 찰싹 서로에게 기댄채,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루크의 손안에 있는 듯한 어떠한 물체.
뒤에서는 루크의 미동없는 검은 머리칼과 필레오넬의 짧은 은회색 머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신들, 뭐하는거야!”
교주는 빽 소리를 내질렀다.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들은 두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허겁지겁 일어섰다.
물론, 그 의문의 물체는 루크가 몸뒤로 숨긴채.
어렴풋이 보니, 어떤 종이같기도 하다.
살짝 어리버리 해보이는 필레오넬과 상기된 루크의 얼굴.
“뒤에 뭐 숨긴거야?”
교주는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아, 아아무것도 아냐!”
필레오넬은 말을 대충 얼버무리며 루크에게 곁눈질했다.
루크 역시도 교주를 외면하고 있었는데-
“접수해가지.”
날렵한 손동작과 함께, 카지가 루크의 오므려진 두 손에서 긴 종이를 빼냈다.
‘앗’ 이라는 듯한 입모양이 되어버리는 루크와 필레오넬.
교주는 호기심에 부풀어 올라, 둥그런 눈이 되어 카지를 쳐다보았다.
카지 역시도 궁금했었던 까닭에, 그는 서슴없이 종이를 피고 안의 내용물을 바라보았다.
커헉.
요상한 콧소리를 내며, 카지는 코피를 분출하며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뭐야!”
교주는 게거품을 물며 비틀거리는 카지의 손에서 대뜸 종이를 낚아 채버렸다.
루크와 필레오넬이 그녀를 막으려는 필사적인 몸동작과는 달리, 그녀는 쉽게 그것을 볼 수 있었다.
“… 내타입 4월호, 대륙 베스트 50 미소녀 부록 포스터?”
길고 긴,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이미 카지는 미소녀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홀려, 실신지경에 가 있었다.
“아하하하-“
필레오넬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으로 넘기려는 듯 억지스럽게 행동했다.
루크는 이제 들통나 버린 것이 뭔 대수냐, 라는 듯이, 아주 자유스럽게 포스터를 감상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포스터를 들고 있었던 교주의 두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보였다.
움찔거리는 어깨들.
“진짜, 인간적으로 어떻게.”
필레오넬은 용암 끓듯 분노하는 교주를 보며 반사적으로 뒤로 슬그머니 물러섰다.
불타오르는 그녀의 검은 눈.
“어떻게 이 포스터 안에 내가 없는거야!!”
휘이잉.
까마귀고, 까치고, 짹짹거리는 참새고, 목청껏 깍깍거리며 하늘을 휘저었다.
교주는 진심으로 화가 난듯, 포스터를 휙휙 흔들어댔다.
“어떻게 이 반짝반짝 빛이 흐를 정도로 아름답게 눈부신, 꽃중의 꽃, 쭉쭉빵빵의 원조가 아니라면 서러울, 클레오파트라는 저리 가라할 교주가 없는거냐고!”
교주는 포스터를 바닥에 내던져, 밟으려는 행동을 하자, 세 남자들은 필사적으로 그녀의 발을 잡고 늘어졌다.
힘줄이 교주의 이마에 삐죽삐죽 돋아나기 시작하고.
“고정하시 옵소서!”
“아악! 미소녀 얼굴에 부츠 자국이 있다고 생각하면!”
“제발 포스터 만은!”
처절한 울음소리들.
교주는 두눈을 부릅뜨며, 금방이라도 폭발해버릴 듯한 위험한 목소리로 버럭 화냈다.
“너네들, 저 미소녀가 나보다 이쁘다고 생각하는거야?! 이런 짜가는 믿지마! 내가 있어야 진품이지!”
“이미 진품인 것 같은데.”
뿌드득.
교주의 목이 거의 180도로 회전하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정말 말로는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는 살벌한 목소리로 중얼였다.
“누가 그랬어.”
목소리로 봐서, 굵은 목소리들의 루크, 필레오넬, 카지는 아닌듯하다.
얇은 감이 나는, 아직 소년일 듯한 목소리.
매우 침착한 성격일듯한 음성이였다.
“내가.”
풀숲 사이로 그림자가 비쳤다.
햇빛이 그의 얼굴에 부서졌을 때,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행은 깨달았다.
필레오넬과 같은 빛깔의 회색머리를 뒤로 꽁지머리로 묶어놓은 남자.
회색머리를 가진걸로 보아, 서부사람인듯 했지만, 복장은 북, 동부쪽의 옷차림새였다.
건장한 체격의 그는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는데, 바지에는 유난히 주머니들이 많았다.
“너희들이 내가 누군지 묻기전에, 베루스라고 말해주지.”
미소도 없이, 조용히 말하는 그.
교주는 확 눈썹을 쳐들었다.
“베루스?”
확실히 동부쪽 이름이다.
“내가 아름답다는걸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니, 불쌍하군.”
“미안하지만, 저 포스터에 나오는 사람, 굉장한 미인 한명을 알아서.”
휘둥그레 진 루크, 카지, 그리고 필레오넬의 눈.
루크는 떨어진 포스터를 덥썩 주운 후, 미소녀들의 이름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나미야인가? 아니면 엘리스? 니콜라?
누군지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대단했지만, 그들은 이미 베루스가 자신들의 적인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것도, 예감의 한 일부분이랄까.
“쳇, 그럴리가.”
뾰로퉁해진 교주는 쌍검을 세웠다.
베루스는 차분한 얼굴로 그녀를 마주보며,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공격하려는건가. 하긴, 너희들의 실력을 알아오라는 말은 들었지만-“
틱.
작은 소리와 함께, 베루스는 순식간에 치명적인 파냐드 대거 (poniard dagger)을 몇자루 꺼냈다.
전체 길이는 30센치나 될까 말까 했고, 물방울 모양의 날은 날카로워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워져 있는 것은 투박한, 그러나 충분히 위험한 웨폰 브레이커 (weapon breaker).
일행 역시도 각자 검을 빼들었다.
“- 후회하지 말라고. 이래뵈도 사람이라면 많이 죽여봤으니까.”
무표정인 얼굴 그대로, 마치 일상적인 것을 말하는 듯한 어투라서 오싹하게 느껴졌다.
탁하게 빛이 나는 묘한 보랏빛 눈동자.
조금 더 떨어진 거리에서는, 비슷한 눈을 가진 여자 한명이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BGM- ラッキーチャチャチ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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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피엘입니다!
후훗... 이번에는 약간 코믹 릴리프 적인 화.
이쪽 세계관은 당연히 우리 세계와는 달라서, 마력이 육감입니다.
그리고... 베루스가 아는 미소녀는, 나중에 외전에서 나오기로 기약하죠. [웃음]
외전을 야아아악간 생각해 놓았거든요. [웃음]
슬럼프덕에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ㅅ;
아아, 무기에 대한 정보, 특히 파냐드 대거는 소울군에게 감사.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첫댓글 조회수 0.. [웃음] 아아, 정말 언제봐도 멋져 라피이이- / ㅅ/ 근데, 만약 니쨩이 저자리에 있었더라면 왜 자신이 그 포스터에 없었냐고 화냈을까? [웃음]
오오옷! 뷁군의 출연이다~ 건필해 라피이이이;;
허헙;; 저 위에 저 글.... 대단해...[쿨럭;] 라피냥 건필@
푸후훗; 대략, 포스터 사건에서 웃음이... ;ㅁ; 헤헷- 재밌게 잘 봤어. 드디어 벨군도 등장하는 건가? 여튼, 다음편 기대!
음...포스터..^^;;; 건필~
미소녀 누구야=ㅁ=!! [푹] 으음,; 잘 봤어~ 건필 !
벨오라버니도 나왔군'ㅇ'/ 내가 나올날을 기약하며~..[푹] 건필해요~싸랑하눈 라피언뉘이+ㅇ+b
잘봤어요'-'
잘봤습니다!
하하핫, 드디어 제대로 된 등장이구나. 잘 썼어요~ 앞으로도 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