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생략이 좀 많았습니다만 북베트남은 마침내 1975년 베트남 전쟁을 끝내고 남베트남에 괴뢰정권을 세웠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마저도 없애버리고 베트남을 하나로 통합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평화에 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영구적으로 전쟁 상태여야만 했던 것이죠. 이들은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맙니다.
전쟁 후기부터 베트남은 농지국영화를 실시하고 점차 확대하고, 자본과 공장은 몰수했으며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숙청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경제의 쌀에 대한 의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안 그래도 없던 특산품이나 공산품은 문자 그대로 몰락해 버리고 맙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 중인 전쟁과 계속되는 폭격은 그들의 쌀 생산조차도 원활치 못 하게 했죠. 하지만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은 외부로부터의 지원 덕에 그럭저럭 유지하는 데 성공합니다.
전쟁이 끝나자 북베트남을 마주한 것은 하나된 조국이 아닌 온갖 상처투성이의 환자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경제가 절단났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경제 통제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어야만 했죠. 북부의 2,3차 산업은 완전히 박살이 나고 1차 산업마저도 휘청거리는데다 남부 또한 공동농장화와 사유재산 몰수 과정에서 1,2,3차 산업이 모조리 무너져 버립니다. 게다가 지원을 대가로 소련과 교류단절을 원했던 중국은 친소련적인 베트남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사실상 지원을 끊고 적대세력으로 돌변해 버리죠. 랴오스는 누굴 도울만한 상황이 아닌 데다가 그 외의 주변 국가들은 모두 친서방의 자유진영이었죠. 문자 그대로 무너진 경제와 철저한 고립만이 베트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체제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남베트남의 지식인들과 군인들, 그리고 북베트남에 동조했던 이들을 재교육 캠프로 보내버립니다. 그 수가 적게 잡아도 수십만에 이른다니 문자 그대로 사상 청소 작업을 진행했던 것이죠. 북베트남에 동조한 이들을 캠프로 보낸 이유가 가관인데 남쪽에 있는 동안 서양물을 먹어서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답니다.
이렇게 고립된 베트남이 경제문제로 무너질까봐 두려웠던지 착한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가 베트남을 깔짝거리기 시작합니다. 1번글에 적었듯이 독립과정에서 베트남에게 넘어간 코친차이나 지방이 문제였습니다. 비옥한 메콩강 삼각주를 내어놓으라면서 중간중간 무력시위를 해댔던 것이죠. 그리고 이에 대한 반격으로 베트남은 1978년에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 팽을 한 대 쥐어박고 크메르 루즈를 산 속으로 쫓아내 버리고 물어내라고 무력시위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불안정한 정권에 꼭 필요했던 지속가능한 전쟁을 이어나갑니다. 그저 캄보디아와 전쟁 중이기만 해도 베트남 정권의 안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어부지리로 북한 주체정권과 같이 변질된 공산주의를 제창한 크메르 루즈를 청소해 캄보디아가 다시 일어서는 발판까지도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딜 가나 문제인 중국인들이 내 친구 캄보디아를 건드리지 마라 + 우리 영토가 니네한테 좀 넘어가 있다. 라는 이유로 공격해 옵니다. 물론, 당나라 군대 명성이 어디 안 가서 보급,장비,통신,전술 등 총체적인 난국으로 40만을 동원한 원정을 실패하고 맙니다. 그렇다고 베트남이 압도적으로 이긴 것은 아니고 캄보디아를 건드리면서 미리 중국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는 등의 대비를 했음에도 양국 모두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 곳 저 곳 상처를 새로 내서 옛날 상처를 잊으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죠.
중국과의 전쟁도 끝나고 캄보디아 덕에 전시상황도 유지하고 집단농장화도 거의 끝내고 사유재산 몰수도 완료한 베트남은 마침내 정권이 안정되고 체제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 대가로 세계탑급의 가난과 친구가 아예 없는 절대적인 고립, 세계 최고의 쌀 산지를 보유하고도 쌀을 수입하는 기적의 경제학 논리를 써야 했지만 말이죠. 통일로부터 10년이 지난 1985년 '혁신'정책이라는 것을 통해 시장경제를 점차 도입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지금의 베트남으로 도약을 시작하게 됩니다만 그 10년간은 암흑기라고 부를 만큼 베트남에게 악재도 많고 힘든 시기였음은 부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베트남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세세하게 쓰기엔 제 지식도 부족하고 내용도 너무 방대해 가능한 압축해 나열했습니다만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대세의 바람을 불고 온 사회주의가 실제로는 자기자신조차 주체를 못 해 안으로부터 곪아터져나가는 것이 베트남을 비롯한 세계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지난 입장에서 설명하기는 쉬우나 불과 30년 전만 해도 누구도 예상치 못 한 것이었습니다.
뭔가, 엄청난 말을 할 것 같다가 끊어버리는 듯 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흔히들 돌이키기 힘든 역사의 대세를 논하며 과거의 여러 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알맞은 해답이나 갖춰야 할 교양, 자질 등을 쉽게 논하곤 합니다. 저는 그러한 주장에 대해 현재는 생각, 미래는 예언, 과거는 기록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과거의 기록 속에서 예언을 찾으려 하는 것은 병법에만 능하고 실전을 겪지 못 한 젊은 장수와 다를 바 없으며 이런 이는 결코 중히 쓰일 수 없습니다.
왜 베트남은 '공산주의 따위'로 통일되었나와 같은 문장으로 베트남 사람이 열등하다와 같은 주장도 주변에선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그러나 부패한 자본주의 정권을 버리고 북베트남을 지지한 지식인, 잘 살게 해준다는 말에 사회주의를 지지한 농민, 독립을 위해 국민을 결집시킬 이념으로 사회주의를 채택한 호치민 모두 당대에 나름의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의 실수나 다름없는 선택에서 우리들이 우월하다는 믿음을 가지려 들 게 아니라 우리들이 그러한 실수를 하진 않고 있나 돌이켜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역시 메콩강 삼각주는 캄보디아 땅이였꾼요!!유로파4할떄마다 왜 메콩강 상류는 캄보디아인데 하류를 베트남이 갖고 있을까 의문이었는데(딲히 경사가 급한것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캄보디아는 깃발이 그리기 어렵기 때문에 베트남이 가져도 됩니다. ㅎㅎ
@WorldEnder 깃발이 그리기 어려워서 가져도 된다고요?농담인가요?
@고종황제 당연히 베트남이 가져야죠. 캄보디아 국기에는 무려 앙코르 와트가 있어서 사우디아라비아 급이란 말입니다! 국기가 간단한 소련은 국기가 어려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그런 논리로 계속 지배했죠!
물론 농담입니다.
@고종황제 당연히 농담이죠 ㅋㅋ 다만 이미 베트남과 국력 차이가 너무 크고 코친차이나에 있는 사이공을 베트남이 상당히 중시하기 때문에 이젠 명실상부한 베트남 영토입니다.
근데 통일 전후라 하면 호치민이 이끈 게 아니고 유훈 통치 아닌가요 ㄷㄷㄷ
그러네요. 내용이 길어져서 -ㅅ- 제가 망언을 했습니다.
2차대전, 독립전쟁, 베트남전, 캄보디아and중국과의 전쟁, 개혁개방.
베트남도 한 50년을 쉴 틈도 없이 달렸네요. 그것도 우리나라보다 더 하드코어한 일정으로
진정한 형제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쟁이 한국과 칼잡이 베트남의 조합이라면.... ㅎㄷㄷ하겠군요. 지금은 쌀생산을 국가주력산업으로 미는 중인데 (관광 많이들 떠올리시겠지만 태국 수준은 역시 힘들죠) 정보화+농경+관광 탓인지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는 농촌 여성분들이 요즘 한국으로 결혼하러 많이들 오신답니다. 아직도 더 하드코어하신 베트남니뮤ㅠㅠ
제가 보기에 베트남 공산화의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 놈들 때문입니다. 식민지를 계속 가지려 들다가 북베트남을 독립세력으로 만들어버렸어요 남쪽베트남은 55년에 10년뒤에 독립하고요
그것도 중요한 요인이겠네요. 단지, 하나하나 변수를 다 제시하기엔 제 지식의 부족이었습니다 8ㅅ8
베트남이 프랑스,중국,미국같은 나라의 제국주의의 희생양이라지만 참파나 캄보디아 다루는거보면 베트남이 더 악날
전투민족이라... 확실히 캄보디아나 코친차이나 다뤘던 거 보면... 정말 소름끼치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