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하며 잠을 설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일 산행에 대한 기대감과 왠지모를
심적 부담감이 나를 누르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는둥 마는둥... 휴대폰의 모닝콜이 울린다..회사출근 알람이면
일어나기 귀챦아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썻을텐데...기다렸다는듯 침대위를
스프링처럼 날아 오른다..
8월27일
새벽4시30분.....나는 간다 지리산으로...!!
조심해서 잘다녀 오라는 걱정섞인 아내의 배웅을 받고 안개낀 고속도로를 가르며
아침을 쫓아 진주로 내려간다 남강 휴게소에 들러 충무김밥 한줄을 먹는데
별로 맛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가영아빠님의 조언으로 진주 문화예술회관에 내사랑하는 애마에 꼬삐를 매어놓고
궁뎅이를 한차례 때려준다 ."잘있거라 천리마야"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니 6시40분행 함양행 버스가 기다린다..
산청을 지나 생초에 들러니 시골 할멈들이 말린 고추를 들고 차에오르는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장에 가는 모양이다...."머식아 밥묵고 가나??..." "영감 밥체리주고 고마앗따"
운전기사 아저씨 빨리빨리 안탄다고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ㅋㅋㅋ 함양에 도착하니 7시50분..
8시20분에 마천 백무행 차가 있다한다..잠시 시간이 남아 터미널 밖을 나가니
아침바람은 어느새 가을을 알린다.. 백무행 버스에서 잠이들었다. 어제 잠을 설친 탓인가...!!
9시30분 백무동에 도착. 이것저것 짐을 다시 확인하고 매표소를 지나 등산로 초입에 든 시간이 10시.
서산한 바람이불고 계곡의 물소리가 너무도 청량하다.
길가엔 이름모를 꽃들도 저무는 여름이 아쉬운듯 타들어가는 꽃잎이 고개를 떨군다.
얼마만인가 ..!!
나 역시 시골에서 자랏지만 자연의 소리에 등 돌린지가 어언 이십년이네..한숨이 나온다.
세석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아직까진 수월했다 구름다리도 있고 폭포도 있고 ..
"입장료 받아 헛단데 쓰진 않았구만.. ㅋ~ㄱ"
한 일행을 만났는데 대학생으로 보이고 남자둘 여자둘이다..
한 여학생의 넋두리가 들린다 "그만 여기서 놀자 ..다리 아프다"
지게에 지팡이를 짚고 가는 나를 겁쟁이라 비웃기라도 하듯.. 복장이 일품이다
운동화에 청바지 .등짝엔 작은 책가방. 거기까진 좋았는데
한남자의 가슴팍엔 마트형 대형 비닐봉지가 한아름이다...대체 어딜가길래..
아마 계곡에 놀러 왔겠지..!!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니 내일 천왕봉 일출 보러 간다한다.~ㅠ.ㅠ
대피소 예약 NO. 방한복NO.
"어렵지 않겠어요??" 다시 한여학생의 넋두리 시작 . 아니 절규에 가깝다 "거봐..궁시렁.."
패기와 무모는 틀리다는 생각을 하며 그 일행을 앞질러 나갔다.
근데 뒤에서 "철버덕 쿵쾅쾅" 왠 쾡가리 소리..!! 뒤를 돌아보니
비닐봉지를 안은 남학생.. 넘어져 후라이 팬이 튕겨져 나갔다.. 푸후후~~~
다행이 다치진 않은 모양이다. "천왕봉 까지 비닐 봉다리가 무사할까~ㅋㅋ"
한참을 오르니 나무 밑 에서 간식을 먹는 아줌마 일행 한분이
"배낭이 크네요!! 자고 오실 거에요??" 말을 건낸다.
" 아니요. 이젠 안내려 올려구요" ㅎㅎㅎ 아줌마들의 웃음을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
"세석 1.3 Km" 안내판이 눈에 들어오고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슬슬 배낭의 무게도 느껴지고 산길도 점점 경사와 돌길이 부담을 준다
"아니 등산로가 이게뭐야..!! 입장료 받아서 어디에 쓰는지 원 ..특별 감사도 안하나..!!
사람 마음이 참쉽게 바뀌고 아무튼 종잡을 수가 없네..우습다 ..ㅋㅋ
힘들면 집중력이 떨어 진다더니 원래 느긋하게 사진도 많이 찍고
놀면서 오를려 했지만 가파른 경사와 돌길이 만만치 않다 .사진찍으려 꺼낸
디카 케이스 지퍼도 닫지 않은채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
다행이 분실물은 없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온다 . 하지만 배낭을 내릴수가 없었다 .
내렸다 다시 짊어지는 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눈이 동글...
눈앞에 다래가 있지 않은가... 아직 익지 않았지만 두개를 따서 우거적 씹었다 .
아아..!! 다래 하나에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달콤 씁쓸한 맛에 갈증이 확 달아난다..
몇개 더 따려고 하니 역부족이다..아하~~ 다리가 2센티만 길었서도..숏다리의 비애...
한 아저씨 내려 오길래 오물오물 씹던입을 얼른 "동작그만" 시켰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본능적 이고 반사적 이다.
하늘이 슬슬 열리더니 드디어 웅장한 세석의 모습
아하~~ 한마리 어진 사슴이 될수 있다면...!!
사진으로만 보던 세석.. 아름답기 보다는 한없는 평온감을 안겨다 주었다.
힘들고 거친길을 올라온 나를 보듬어 주듯 어머니의 품처럼 그져 따뜻하기만 했다.
첫댓글 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이번 산행에 많은 도움을 주신 여러 카페 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잘봤어용^^"
어~~내가 저기있네...ㅋㅋ
참으로 야생초가 아릅답고... 우리나라 산하가 정말 웅장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