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경복(栽培傾覆)
똑바로 선 것은 북돋아 주고
늘어져 시든 것은 엎어버린다
栽 : 심을 재 培 : 북을 돋울 배
傾 : 기울 경 覆 : 뒤집힐 복
출전 : 중용(中庸) 제17장
예기(禮記)에 "심어진 자는 북돋아 주고
기울어진 자는 엎어 버린다(栽者培之 傾者覆之)"라고
한 말이 있는데, 이것은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고
스스로를 망치는 자는 망하게 한다는 뜻이다.
하늘이 물건을 낼 적에는 반드시 그 재질에 따라
생장의 다양한 진로를 돈독히 하여 준다.
세차고 반듯하게 솟아 올라오는 것은 북돋아 주고,
비실비실 기우는 것은 갈아 엎어버린다.
잘 심어진 사람인 덕이 있는 순임금과 우임금은
천자(天子)가 되었으니 하늘이 재배(栽培)를 했고
기울어진 사람인 성덕(性德)을 제대로 못지킨 걸주(桀紂)는
몸과 나라까지 멸망했으니 하늘이 경복(傾覆)을 했다.
재배(栽培)는 흥성(興盛)을 뜻하고
경복(傾覆)은 멸망을 뜻한다.
그러므로 스스로 성덕(性德)을 잘 심어 가꾸는 사람은
하늘도 잘 북돋아 심어주니 그것은 바로 순임금을 말하고
스스로 성덕(性德)을 기울어지게 하여
넘어진 사람은 하늘도 엎어서 패망시키니
그것은 바로 걸주(桀紂)를 말한다.
순임금은 하늘의 재배(栽培)를 당하고
걸주(桀紂)는 하늘의 경복(傾覆)을 당했다고
후세 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주역(周易)에도 "선(善)을 쌓는 집은
반드시 나머지 경사(慶事)가 있고
나쁜 일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나머지 재앙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늘과 신(神)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에
착한 일을 하면 도와주고
악한 일을 하면 패망하게 하는데,
그것이 재배(栽培)와 경복(傾覆)이다.
중용(中庸) 제17장에서
子曰 : 舜其大孝也與.
공자 말씀하셨다. "순임금은 필시 큰 효자일 것이다.
德爲聖人, 尊爲天子, 富有四海之內.
그 덕이 그를 성인으로 만들었고,
그 존귀함이 그를 천자가 되게 해,
천하의 부를 가지도록 했다.
宗廟饗之, 子孫保之.
종묘에서는 그를 제사하고
자손은 그 제사가 유지되도록 했다.
故大德, 必得其位.
이처럼 큰 덕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평가와 지위를 가지게 된다.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
반드시 녹봉을 얻게 되고
반드시 그에 걸맞는 명성을 얻게 될 뿐아니라
반드시 장수하게 된다.
故天之生物必因其材而篤焉.
하늘이 만물을 낳을 때
그 본질에 맞도록 도와주고 성심을 다한다.
故栽者培之, 傾者覆之.
그러므로 심어 키우려는 것은
그것이 잘되도록 북돋우게 되고,
잘못된 것은 흙으로 덮어버린다."
사람의 운명이나 나라의 운명이 흥하고 망하는
양상과 원리를 가늠하고 추측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학에서는 가장 이상적으로 인생을
살다간 인물을 언급할 때마다 요순타령을 한다.
순임금의 인생에 대한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순임금은 살아서는 효성스러웠는데
그 덕이 성인(聖人)의 수준이고
세상의 존귀함으로 따지면 가장 높은 자리인 천자를 지냈고
부유함으로 따지만 천하의 모든 것이 그가 관할하는 것이었다.
죽어서는 종묘에 합사되었으며 자손이 그 제사를 보전하였다.
공자는 세상이 이런 복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순임금에 대해 극찬을 해놓았다.
그런데 순임금이 이런 복을 누린 이유에 대해
큰 덕의 소유자임을 일깨운다.
그가 높은 자리와 봉록과 명예와 수명을 얻은 것은
전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 바탕이란 것을
큰 덕인 대덕(大德)으로 보았다.
덕이 모든 복을 부르는 원인이자
바탕이라는 주장은 우리에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다시 식물의 생장원리에 비유해서 일깨워준다.
자연이 만물을 낳고 기를 때 하나의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만물을 생장할 때는 반드시 그 바탕에 따라
두텁게 해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바탕이 뿌리를 내려 똑바로 선 것은 북돋아주고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늘어져 시든 것은 엎어버린다.
나라의 성패도 마찬가지이다.
그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운영해 나가는
사람들의 바탕에 운명이 달려있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