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원윤종, 부상 당한 10년 단짝 몫까지
[베이징 겨울올림픽 오늘 개막]
2, 4인승 함께 뛴 서영우 발목 부상
“베이징 올림픽 못 가 자책하기에 회복에 집중하라고 출국 전 통화”
새 트랙서 10번만 연습 허용돼 “13번 코스 통과기술 감잡았죠”
명필이 붓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좋은 리더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 듯하다.
3일 중국 베이징 옌칭 슬라이딩 센터에서 만난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맏형 원윤종(37·강원도청·사진)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직전 닥친 악재를 뚫고 메달로 향하는 길을 찾고 있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4인승 은메달)을 따냈던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맞이한 이번 올림픽 때도 불가능을 입에 담지 않았다.
가장 큰 악재는 원윤종과 10년간 합을 맞춰 왔던 서영우(31·경기BS연맹)의 부상이다. 서영우는 평창에서도 2, 4인승 경주에 함께 나선 원윤종의 단짝이지만 최근 훈련 중 발목을 다쳐 올림픽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원윤종은 “(서)영우와 함께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출국 전 통화에서 굉장히 미안해하길래 ‘자책하지 말고 회복에 집중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서영우가 없지만 새 파트너인 김진수(24·강원도청)도 원윤종과 합이 잘 맞는다. 김진수의 장점은 지구력이다. 서영우가 힘이 좋아 썰매를 같이 밀 때 동료들 부담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면 김진수는 끝까지 달려 최고 속도를 이끌어 낸다. 원윤종은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승부에서는 썰매를 타기 전 최고 속도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김)진수가 잘하더라”고 칭찬했다.
한국 봅슬레이 대표 원윤종(오른쪽)과 김진수가 2021∼2022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경주에서 스타트를 하는 장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같은 출발선을 사용한다. IBSF 홈페이지·동아일보DB
낯선 트랙에 적응할 시간과 훈련 기회도 부족했다. 400번 이상 주행 연습을 해봤던 평창과 달리 옌칭에서는 40분의 1 수준인 단 10번의 훈련 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주행 연습 첫날에는 1615m 트랙 끝자락에 90도로 꺾이는 13번 커브 적응이 어려워 고전했다.
그래도 원윤종은 굴하지 않았다. 그는 “평창 후 4년 사이 다양한 트랙을 경험하면서 새 트랙 적응 능력이 크게 늘었다”며 “오늘(3일)이 주행 훈련 이틀 차인데 (하루 만에) 13번 코스 감속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며 웃었다. 옌칭 트랙 13번 코스는 출구 쪽 회전 구간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원윤종은 이 코너를 빠져나갈 때 어느 위치에 서야 출구 왼쪽에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원윤종이 출전하는 남자 2인승 첫 경주는 10일 예선이다. “베이징에서 (메달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그는 이날도 “영우 몫까지 다해서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아낸 원윤종이 그 길의 끝에서 금빛 메달과 만날 수 있을까.
개최국에 유리한 썰매 종목… 中, 금메달 휩쓸까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은 개최국 러시아 대표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37)가 차지했다. 러시아 선수가 올림픽 스켈레톤에서 메달을 딴 건 트레티야코프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4년 후 평창에서는 ‘아이언맨’ 윤성빈(28·강원도청)이 같은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역시 한국 선수로서는 첫 올림픽 썰매 종목 메달이었다. 스켈레톤뿐만이 아니라 봅슬레이, 루지 같은 썰매 종목에서는 코스를 가장 잘 아는 선수가 제일 유리하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리는 옌칭 슬라이딩 센터를 미리 살펴봤다.
옌칭=강동웅 기자